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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쇼맨과 환상의 여자 ㅣ 블랙 쇼맨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최고은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4월
평점 :
작년 이맘때 즘 『블랙 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을 재미있게 읽은 적이 있다. 특히 전직 마술사 가미오 다케시의 활약이 돋보여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대표하는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의 유가와 마나부나 가가형사 시리즈의 가가 교이치로 혹은 메스커레이드 시리즈의 형사 닛타와 호텔리어 야마기시를 이은 또 다른 주인공이 탄생하지 않을까란 생각을 했었다. 아니나 다를까 『블랙 쇼맨과 환상의 여자』로 다케시가 돌아왔다. 이번에는 전작과 다르게 자신의 본 무대인 ‘트랩핸드’라는 바와 함께...
『블랙 쇼맨과 환상의 여자』는 전작과 다르게 세 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다. 각각 맨션의 여자, 위기의 여자, 환상의 여자로 여자가 에피소드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각각 그 여자는 다른 인물이다. 그러니까 세 개의 에피소드는 독립적이지만 등장인물은 다른 에피소드에도 등장하며 이야기의 개연성을 더해 준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건이 도쿄의 외진 골목에서 다케시가 운영하는 간판 없는 바인 ‘트랩 핸드’에서 해결이 된다.
개인적으로는 전작인 『블랙 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 보다 몰입도가 떨어졌다. 전작과 다르게 사건이 단편인 것도 있지만 미스터리가 너무 쉽게 풀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는 전직 마술사인 다케시를 주인공으로 하여 미스터리를 해결함과 동시에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나 『녹나무의 파수꾼』과 같은 잔잔한 감동적인 스토리를 보여주려 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각각의 에피소드의 미스터리가 싱겁게까지 풀려버려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재미가 반감되면서 감동적인 스토리도 덩달아 반감이 되는 기분이 들었다.
그럼에도 앞으로 전직 마술사답게 바의 이름도 함정의 손인 ‘트랩핸드’를 운영하는 다케시의 행보가 궁금해지긴 한다. 특히 맨션의 여자 편에서 하는 “문제는 그 남아도는 돈이 어떻게 하면 아한테까지 흘러오게 하느냐, 인데.”(29쪽)라는 혼잣말과 임기응변으로 적지 않은 정보를 얻어내는 장면을 보고 있으면 다음번의 활약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책표지도 인상적이었지만 독특한 페이지 구성이나 마술을 부리는 모습의 삽화가 눈에 띄는 『블랙 쇼맨과 환상의 여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