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키메데스는 손을 더럽히지 않는다
고미네 하지메 지음, 민경욱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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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고 즐겨 읽는 작가 중에 히가시노 게이고가 있다. 류승범, 이요원 배우의 용의자X’의 원작인 용의자 X의 헌신외 다수의 미스터리 작품을 발표한 작가이다. 다작의 작품을 발표하는 작가이기에 읽는 것보다 더 빠르게 신작이 나온다는 볼멘소리도 자주하는 작가이다.

 

그런 작가가 이런 말을 했다.

이 작품과의 만남이 책을 싫어하던 멍청한 고교생의 운명을 바꿨다.”

 

그것이 바로 고미네 하지메의 아르키메데스는 손을 더럽히지 않는다 이다. 역자가 후기에 쓴 말처럼 히가시고 게이고가 추리 소설을 쓰겠다고 마음먹게 한 작품이기에 누군지도 모르고 읽게 된 소설이다.

 

1973년에 발표된 소설이기에 일본의 청춘 미스터리와 사회파 미스터리의 시작으로 보는 평가를 받는다는 아르키메데스는 손을 더럽히지 않는다1970년대가 배경이다. 때문에 차례에 앞서 역자의 차별적이 표현과 사상이 등장한다는 말이 소설을 읽을수록 공감이 되었다.

 

아르키메데스는 손을 더럽히지 않는다는 미유키라는 한 여고생의 장례식으로부터 시작한다. 소녀가 세상을 떠나기 전 두 번 말한 아르키메데스라는 말을 단서로 미유키의 아버지는 그녀를 죽음으로 몰고 간 범인을 찾아 나선다. 유족들은 쉬쉬했지만 미유키는 임신 중절 수술을 받다 사망한 것으로 미유키의 아버지인 겐지로는 먼저 그녀의 동급생을 의심하며 미유키의 장례식에 찾아온 친구들을 만난다. 그 와중에 학교에서는 미유키의 동급생인 야규는 농약이 든 또다른 동급생인 나이토의 도시락을 먹고 쓰러지고 야규의 집에는 그의 누나와 불륜관계를 가진 회사 상사가 시체로 발견된다. 이어 야규의 누나도 밀실인 상황에서 자살이 의심스러운 상황으로 사체로 발견되면서 각자 다르게만 보이던 사건을 이어가려는 시도를 한다.

 

고교생의 죽음과 음독, 의문의 살인, 밀실 속에서의 죽음 등 미스터리의 요소는 모두 가지고 있어 각기 다르게만 보이던 사건이 하나로 이어질 때 특유의 쾌감이 느낄 수 있었으나 앞서 언급한 차별적인 사상과 표현은 조금 읽기에 거북했다.

 

소설 속 사건 보다 더 인상적으로 다가온 대목은 다음이다.

 

세대 차이는 어렵게 생각할 게 아니라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는 단순한 이유에서 오는 것임을 새삼 깨달았다. (42쪽)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요즘 소년들은 우리가 젊었을 때보다. 또 다쿠보쿠(일본의 근대시인) 때보다 훨씬 솔직해. 다쿠보쿠처럼 꽃을 사서라고 고상을 떨거나 아내로 삼아라며 에둘러 표현하지 않아. 자기 생각을 그대로 밝히지. 꾸미거나 숨기려고 하지 않아. 그러니깐 신문할 때도 선입견 없이 솔직하게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수사가 엉뚱한 방향으로 가지 않아. (83쪽)

 

사건의 수사를 맡은 노무라 부장이 미유키의 동급생을 보고 느끼고 부하에게 당부하는 말이다. 1970년대 배경임을 잊게 하는 대목인 것 같다. 하긴 세대 간의 갈등은 예나 지금이나 없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니 심지어 기원전 1700년의 수메르 점토판에도 요즘 젊은이는 버릇이 없다는 문구가 쓰여져 있다고 하지 않은가...

 

차별적인 사상과 표현으로 매끄럽게 읽을 수 없을 수도 있지만 청춘 미스터리와 사회파 미스터리의 시작으로 평가받고 또한 개별적인 사건이 하나로 이어지며 진상이 떠오르는 과정이 잘 그려지기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아르키메데스는 손을 더럽히지 않는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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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의 소설
정세랑 지음 / 안온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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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m 달리기를 할 때와 1km 달리기를 할 때에는 보폭이나 호흡 등 많은 것이 다르다. 어쩌면 달린다는 것만 공통점이 있을 뿐이고 달리기와 수영만큼이나 다를지도 모를 일이다. 장편소설과 단편소설을 읽는 것도 이와 같이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앞선 서사와 사건을 곱씹어 가면서 읽게 되는 장편소설과는 달리 단편소설은 단숨에 읽어야 제 맛인 것 같다. 그러면 꼭 되새김질처럼 다시 떠오르는 소설이 생각나게 마련이다.


 

주로 장편소설을 읽기에 아직 읽은 단편소설을 많지 않지만, 어느 예능에서 김영하 작가가 자신의 단편을 일부만 교과서에 실리는 것을 거부하면서 밝힌 이유인 단편은 작가가 한 편을 다 읽었을 때 하고 싶은 말을 알 수 있다는 말을 이제야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며칠 전 발견한 정세랑 작가의 미니픽션 아라의 소설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이 조금 더 들었다.

 


처음에는 미니픽션이라는 말이 궁금해서 집어 들게 된 소설이다. 작가가 지난 10여 년간 여러 곳에 발표한 엽편(葉片)소설을 모은 책이다. 소설보다 더 인상적이었던 작가의 말의 일부이다.


 

원고지 5매에서 50매 사이의 짧은 소설은, 좋아하는 사람들은 좋아하고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좋아하지 않는 듯합니다. 저는 좋아하는 쪽에 속합니다. 이렇게 모아보니 10여 년에 걸쳐 각기 다른 지면에 발표했지만 하나의 이야기처럼 느껴져 신기합니다. 이어지고 닮은 부분을 함께 발견해주셨으면 하고 묶었습니다. 긴 분량의 소설들보다 직설적인 면이 두드러져, 다정한 이야기들은 더 다정하고 신랄한 이야기들은 더 신랄합니다. 부드러운 진입로가 필요 없는 분량이어서 그렇겠지요. 그 완충 없음을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213쪽)


 

그런 완충 없는 이야기가 19편 가운데 시가 2편이 실려 있다. 한 편 한 편 끝맺을 때마다 작품에 대한 작가의 해설이 그 작품의 이해를 더 높여주었다. 특히 받침 없는 이름을 찾다가 고른 이름이 마음에 들어 여러 번 쓰게 되었다는 아라가 자주 나온다. 과감한 주인공에게 자주 붙이는 이름이라고 하는데 각기 다른 아라이것 같지만 어떻게 보면 같은 인물인 것 같기도 하다. 작가가 말한 이어지고 닮은 부분이 이런 것은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카페인에 민감해져 커피를 점점 못 마시는 몸이 되어버리는 주인공의 이야기인 A side ‘10, 커피와 우리의 기회와 출판계에 대한 비판을 서슴지 않고 하는 B side 아라의 우산편이 가장 재미있었다. 각기 다른 이야기를 단 숨에 읽어가면서도 닮은 듯 이어지는 이야기에서 이이야기들이 10여 년에 걸쳐 나왔음을 잊을 수 있었다. 이동하는 시간에 웹툰을 자주 봐서 그것을 대체하려 고른 단편 소설이지만 아이러니하게 한 번에 다 읽어 버렸다. 많은 사람들이 정세랑 작가의 글 이렇기에 좋아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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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술 3 - 오늘도 배부르게
하라다 히카 지음, 김영주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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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사회에 구애받지 않고 행복하게 음식을 먹을 때 자유를 느낀다. 혼자서 무언가를 먹는다는 고독한 행위야말로 현대인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최고의 힐링이다.' 라는 나래이션으로 시작하는 고독한 미식가라는 드라마가 있다. 수입 잡화를 판매하는 이노가시라 고로가 일을 하기 위해 방문한 곳이나 일을 끝나고 돌아오는 곳에서 우연히 방문한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는 단순한 내용이다. 가장 많이 등장하는 대사는 맛있다로 어쩌면 뻔한 이야기일 수 있으나 고로를 연기한 마츠시게 유타카 배우의 연기와 실제 맛집이 등장하여 열 번째 시즌이 만들어진 인기 드라마이다. 원작인 만화가 두 편인 것을 감안하면 원작을 뛰어넘는 인기인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인 있다면 주인공 고로는 술을 못하는 체질이다. 따라서 식당안의 손님들이 배경으로 마시고 있는 장면은 있지만 주인공은 술을 마시지 않기에 술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때로는 반주로 마시는 술이 얼마나 맛있는지 알려주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식당에서 음식을 선택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술과 잘 어울리는가라는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있는 낮술3의 이누무리 쇼코는 그 점에서 고로보다 음식 선택의 폭(술과 음식에 포함한다면^^)이 넓지만 그에 얽매일 수도 있는 인물이다. 낮술3을 읽으면서 고독한 미식가가 생각인 난 것은 고독한 미식가에 한국 음식인 돼지갈비와 청국장, 비빔밥이 소개가 되는 편이 있기 때문이다. 낮술3에서의 쇼코도 드디어 한국 음식으로 한 끼를 해결한다. 그것도 무려 삼겹살로...

 

고기, 파채, 김치, 쌈장은 물론 구운 채소며 나물 반찬까지, 넣을 수 있는 건 전부 넣어서 야무지게 쌈을 쌌다.

고기와 상추, 쌈장의 실력이 대단하구나’ (62쪽)


맛이 없기가 힘든 조합이다. 그 대단함을 조금 늦게나마 알아 다행이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편에서는 심야의 지킴이 일을 하는 쇼코의 일처리가 입소문을 타면서 조금 더 다양한 의뢰가 들어온다. 물론 전작에서 연을 맺은 말기 암을 앓은 소설가와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던 할머니를 떠나보내기도 하지만 이번에는 쇼코에게 조금 귀찮은 일이 될 수도 있는 의뢰가 들어오기도 한다. 물론 소꿉친구인 사장 다이치가 거절을 해도 된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쇼코는 일을 훌륭히 완수하고 그 일과 관계된 다른 일도 행하면서 여러 가지 비밀을 알게된다. 하지만 의뢰인과의 일은 절대 비밀로 가지고 있는 쇼코는 주위의 여러 도움을 거절하고 한 잔의 술과 맛있는 음식으로 자신을 달랜다.

 

다양한 음식과 술이 등장하는 낮술 시리즈이지만 3편에서는 음식보다는 쇼코의 성장이 더 눈에 띄었다. 일을 하고 맛있는 음식과 술을 먹고 마시며 일과를 마무리하는 일상에서 남자친구가 생기고 딸과의 거리도 한층 더 가까워지는 생활의 변곡점이 생긴 것이다. 씩씩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그녀의 용기를 응원해주고 싶고 또 맛있는 음식과 술을 소개받고 싶은 생각에 낮술4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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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개토태왕 담덕 5 - 영락태왕
엄광용 지음 / 새움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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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스스로가 강해져야 한다고 행각하오. 우리 고구려를 강국으로 만드는 길은 우선 경제를 일으켜 나라를 부강하게 해야 하고, 그 재화로 군사력을 길러 무적의 군대를 육성하는 길밖에 없소. (187쪽)


지금까지 편찬된 역사서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우리나라의 연호인 영락(永樂)’을 사용한 고구려의 19대 왕인 광개토태왕 담덕이 왕위에 올라 신하에게 자신의 포부와 계획을 밝히는 대목에서 나오는 말이다. 스스로 강국이 되는 길이 경제를 일으켜 그 재화로 군사력을 키운다는 계획이 현대의 강대국들이 실행하고 있는 일과 비슷하다.


광개토태왕 담덕의 다섯 번째 이야기인 영락태왕15세의 담덕이 태자의 신분으로 무명선사를 찾아가서 무명검법을 배우는 것으로 시작하여 18세로 고구려의 왕위를 물려받고 백제의 전략적 요충지인 관미성을 빼앗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드디어 담덕이 왕위에 올라 자신의 포부를 실현하게 되어 반갑기는 했으나 그 과정이 모두 담덕에게 맞춰지는 것 같이 그려지고 있어 아쉬운 점도 있었다. 먼저 초반에 찾아가게 되는 무명선사는 과거 발란을 일으킨 해평의 아버지인 왕제 무이고 그를 찾아가는 길에 만난 우적은 담덕의 아버지 고국양왕이 태자 시절 그의 태자비로 자신의 딸을 천거하가 실패하자 담덕을 제거하기 위해 시도를 하다 실패한 인물이다. 이런 인물들이 담덕의 정체를 알고 그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준다.


특히 무명선사는 연나라와의 약속으로 한 평생을 조국 고구려를 떠난 인물이었으니 고구려의 부흥을 이끌 담덕의 잠재력을 보고 자신의 모든 것을 전수해주는 것이 어느 정도 개연성이 있어 보였으나 우적이라는 인물이 소금매매로 질 좋은 철광석을 모아두고 그것을 모두 담덕에게 전해주는 장면은 조금 억지스러워 보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조직의 구심점이 될 걸출한 인물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이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니까 그들의 선택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다음으로 아쉬운 점은 백제의 진사왕에 대한 묘사였다. 담덕이 왕위에 올라 고구려의 경제를 일으키기 위해 가장 먼저 한 일은 지금의 강화도에 있는 관미성을 빼앗아 부소갑(개성)과 갑비고차(강화도)를 잇는 서해의 인삼교역권을 장악하려고 한다. 그 과정인 관미성 전투에서 진사왕은 고구려군에게 패하고 환궁하는 중 세상을 떠나고 아신왕이 백제를 이어받는다.


침류왕이 죽은 뒤 태자가 아직 나이가 어려서 동생인 진사왕이 왕위에 올랐다고 전해지는 진사왕에 대해서는 삼국사기에는 용감하고 지혜로웠으며 지략이 많았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런 그였기에 조금 더 지혜롭고 지략이 많은 왕으로 그려졌다면 그와의 전투에서 승리한 고구려의 광개토태왕의 평가가 더 높아질 수 있을 것 같은데 고구려 군의 대척점의 수장인 그가 너무 무기력하게 무너지는 것 같아 아쉬웠다.


그럼에도 이제는 광개토태왕 담덕이 왕위에 올라 자신의 원대한 계획을 하나씩 실행하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 충분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영락태왕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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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알아서는 안 되는 학교 폭력 일기 쿤룬 삼부곡 2
쿤룬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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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지금 되게 신나라는 대사는 많은 짤의 생성과 함께 드라마 더 글로리를 보지 않는 이들도 알 만큼 유명한 대사가 되었다. 드라마 더 글로리는 학교 폭력의 피해자가 오랜 시간을 들여 가해자에게 복수를 하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이다. 학교 평판을 염려하여 일을 크게 키우지 않으려는 학교 측의 입장과 도리어 폭력의 원일을 피해자에게 돌리곤 하는 가해자 측의 입김이 커 현실에서의 학교 폭력은 피해자가 피해를 입고 끝나는 경우가 많기에 더 글로리가 더욱 인기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쿤룬 작가의 삼부곡 중 두 번째 이야기인 선생님이 알아서는 안 되는 학교 폭력 일기는 제목 그래도 학교 폭력으로 인하여 한 여학생이 변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여기의 주인공은 전편 살인마에게 바치는 청소지침서의 주인공 스녠에게 살해를 당하는 초등학교 교사 장린칭의 딸이다. 전작에서 장리칭은 살인마 집단인 Jack의 조직원이지만 잘못된 정보로 인해 혼자 사는 것으로 알고있는 스녠에게 살해를 당하지만 그 순간을 장페이야와 그녀의 동생이 목격하게 된다. 그 뒤로 이어지는 이야기가 선생님이 알아서는 안 되는 학교 폭력 일기이다.

 

아버지를 잃고 고아가 된 페이야와 동생은 각각 고모의 집에 맡겨지게 된다. 작은고모의 집에 맡겨진 페이야는 학교에서 폭력과 성희롱을 당하고 심지어 죽을 위기에 처하지만 정작 보호자인 고모는 그녀에게 관심이 없다. 심지어 고모부는 이상한 눈빛을 하며 그녀를 보곤 한다. 하루라도 일찍 집을 나가고 싶지만 그것도 쉽지는 않다. 그녀에게 위안이 되는 것은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그녀에게 다정하게 말을 건 낸 류촨한과 언젠가 같이 살게 될 것이라 믿고 있는 동생뿐이다. 특히 어두운 과거를 가지고 있는 촨한과 어두운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페이야의 이야기가 중심을 이룬다. 그리고 전편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닥터 야오와 이하오, 다비도프도 등장한다.

 

다음은 선생님이 알아서는 안 되는 학교 폭력 일기에서 가장 중요한 메시지인 듯 보이는 닥터 야오의 말이다. 아버지를 잃은 페이야를 위해 학교에서 마련해준 상담을 닥터 야오가 맡고 있다.

 

참 우스운 일이지만페이야, 우리는 가해자에게 우호적이고 피해자를 무시하는 세상에 살고 있단다. 가해자가 받을 처벌을 동정하는 사람이 정말 많아. 그럴 때 피해자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지워지곤 하지.” (197쪽)

 

전편 살인마에게 바치는 청소지침서에서도 언급을 했지만 쿤룬 작가의 소설은 잔인하다. 전편보다 정도가 덜하긴 하지만 선생님이 알아서는 안 되는 학교 폭력 일기도 잔인한 표현이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폭력에 방관하는 어른과 심지어 피해자에게 벌을 주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연출하는 학교, 정도가 심해지는 가해 학생들의 폭력 때문인지 그들에게 복수를 하는 페이야를 볼 때에는 통쾌하기도 하였다. 모범생인 페이야는 주위의 환경으로 인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 복수를 감행한다. 그 과정에서 내면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자세히 설명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흔히 복수는 복수를 낳는다고 한다. 그래도 주위의 악마들에게 마지막까지 몰린 주인공 페이야의 선택을 마냥 비난할 수는 없어 보였다. 그럼에도 얼마 전 부산에서 일어난 경악스러운 사건 때문일까? 이런 이야기는 소설로만 작가의 상상력 속에서만 존재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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