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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 자서전 - 내 인생의 동화
한스 크리스찬 안데르센 지음, 이경식 옮김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3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여기저기 뒤져서 지금은 절판된 <안데르센 자서전 : 내 인생의 동화>를 구했다. 이 책을 그렇게 열심히 찾아다니게 된 계기는, 이양지의 단편 <그림자 저쪽>을 읽다가 주인공 쇼코가 안데르센 자서전의 페이지를 넘기며 여러가지 생각을 하는 장면을 보고 내용이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쇼코도 그 책을 헌책방에서 샀다고 하는데, 절판되어 나도 그렇게 헌책방에서 구하게 되었다.
안데르센, 그는 평생 열등감과 외로움에 휩싸여 살았던 사람이다. 그의 자서전에는 그러한 그의 불우한 삶이 잘 드러나 있다. 가난한 구두수선공의 아들로서 좋은 글을 써도 쟁쟁한 문인들에게 무시를 당했다. 하지만 이 책에는 어두운 면만 있는 것이 아닌, 그의 유럽 기행 이야기 등 문인으로서의 안데르센을 알 수 있는 이야기들이 많이 등장한다. 안데르센 자서전은 크로포트킨 자서전,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 등과 함께 세계 5대 자서전 안에 들어가는 명작이다. 이 책을 읽으며 이양지가, 쇼코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나 역시 느껴보고 싶다.
쇼오꼬는 책을 덮고 노인의 사진을 보았다. 손톱이 짧아진 탓으로 집기가 어려워 사진은 원고지에 붙여 놓은 것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쇼오꼬는 사진을 그대로 둔 채 안델센의 자서전을 손에 들었다.
이 책을 헌책방에서 발견한 것도 노인과 만난 근 10년 전의 일이다.
표지의 등이 누렇게 되고 낱장의 가장자리에도 연한 고동색의 얼룩이 번져 있다. 2단으로 짜인 작은 활자는 주위의 공백이 적은 탓인지 더 작고 빼곡이 들어찬 것처럼 보인다.
―― 1819년 9월 6일 월요일 아침, 나는 프레드릭스벨 언덕 위에서 처음으로 코펜하겐을 바라보았다…….
유년기까지의 추억에 대한 기술이 끝나면 14세가 된 안델센의 홀로 가는 외로운 나그네길은 이런 문장으로 시작된다.
작품에 대한 악평, 빈정거림, 좌절, 실망, 쇼오꼬의 상상을 훨씬 넘는 괴로운의 시기는 안델센을 몇 번이나 엄습해서 그것을 처음 읽었을 무렵에는 가슴이 막히는 것을 느꼈었다. 그러나 또 한편 자서전 전체는 안델센이 많은 선의의 사람들에게 둘러싸이고, 혹은 도움을 받은 행운의 사람같이 여겨질 에피소드로 메꾸어져 있다.
―― 나의 생애는 파란이 넘치는 행운의 일생이었다. 그것은 그대로가 한편의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안델센도 스스로 그렇게 쓰고 있다. 그러나 쇼오꼬에게는 안델센이 행운의 에피소드를 열거하면 할수록 어딘지 썰렁한(그것은 고독감이라 해도 좋을지 모르겠다) 홀로라고 하는 것을 각오하고 있는 또 하나의 표정이 어쩔 수 없이 다가오곤 했었다.
- 이양지의 단편 <그림자 저쪽> 중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