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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눈박이 원숭이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윤수 옮김 / 들녘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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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오 슈스케의 <외눈박이 원숭이>, 표지가 굉장히 강렬한 책이다. 일본어판의 표지는 다르게 생겼는데 국내 번역본 표지만 이런 강렬한 모습을 하고 있다. 미치오 슈스케는 <해바라기가 피지 않는 여름>으로 '이 미스테리가 대단하다!'에 뽑혔는데 이 <외눈박이 원숭이>는 그 작품과는 달리 미스테리의 모습을 하고 있으면서도 굉장히 훈훈하고 따뜻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제목이 <외눈박이 원숭이>인 이유는, 중간에 등장하는 일본 민화에서 따온 것이다. 그 민화의 내용은 이렇다.

 "옛날 어느 나라에 원숭이가 구백구십구마리 살았는데, 그 원숭이들은 모두 외눈박이였습니다.
얼굴에 왼쪽 눈만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나라에 딱 한 마리, 두 눈을 모두 가진 원숭이가 태어났습니다.
온 나라의 원숭이들이 그 원숭이를 놀리고 비웃었습니다.
고민 끝에 그 원숭이는 자신의 오른쪽 눈을 빼버려서 다른 원숭이들과 똑같아졌습니다..."

이 이야기에서 두 눈을 가진 원숭이가 빼버린 오른쪽 눈은 일종의 자존심...을 버리는 것이 아닐까. 참으로 씁쓸한 이야기다. 하지만 이 작품의 결말은 참으로 훈훈하고 따뜻하다. 주인공인 탐정 미나시가 세들어 사는 낡은 맨션 로즈 플랫의 거주자들...굉장히 강한 유대감으로 뭉쳐 있던 그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미나시는 어떻게 건물 밖에서도 내부의 소리를 다 들었는지, 항상 끼고 다니는 큰 헤드폰은 무슨 의미인지
후유에의 큰 선글라스 안에 있는 눈은 어떻게 생겼는지
탐정사 직원 호사카는 왜 의자를 가지고 퇴근하는지
마키코 할머니의 방에는 왜 항상 불이 꺼져 있는지
노하라 할아버지의 발음은 왜 알아듣기 힘든지
쌍둥이 자매 마이미와 도우미가 손발이 척척 맞는 이유는 무엇인지

읽으면서 좀 부자연스럽다고 느꼈던 부분들이, 뒤에 가서야 밝혀진다. 굉장히 감동적이고 따뜻한 반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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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와 빨강
편혜영 지음 / 창비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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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울하고 몽롱한 분위기의, 마치 에도가와 란포를 생각나게 하는 단편집 <아오이가든>을 읽고 편혜영의 팬이 되었다. 그리고 나서 각종 문학상 수상집 등에 그의 단편이 있으면 꼭 찾아 읽곤 했다. 그리고 며칠 전에, 첫 장편 <재와 빨강>이 나왔고 바로 구입했다.  

<재와 빨강>은 지금까지 편혜영의 소설에서 읽어왔던 디스토피아의 흔적이 완연하게 보이는 작품이다. 창궐하는 역병, 세계의 이면과 심연을 그로테스크하게 포착하는 전략, 불가해한 파견근무, 범람하는 쓰레기 등의 모티프 차원의 반복도 찾아볼 수 있다. 주인공 '그'가 아파트먼트 4층에서 투신하여 지상의 공원과 쓰레기 소각장으로, 또 거기서 맨홀 아래의 하수도로 전락해가는 하강의 서사를 제시할때는 마치 <아오이가든>에서 수많은 개구리들과 함께 아파트 밖으로 몸을 던지는 장면이 연상되었다. 또한 그가 마지막으로 공부한 C국 언어의 문법이 사역수동이었다는 것은 그가 앞으로 스스로의 의사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움직이게 될 것이라는 암시로 볼 수 있다. 그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C국에 오게 되고 부랑생활을 하게 되며 쥐잡는 방역원으로써 활동하게 된다. 출국하기 전에 전처가 죽었고, 그 전처 살해의 혐의까지 뒤집어쓰게 된다. 

또한 익명성이 두드러지는 측면에서는 마치 배수아의 <훌>을 보는듯 하였다. 주인공 '그'와 대부분의 사람은 이름조차 등장하지 않고, 어류 선배나 귀뚜라미 팀장 등의 별명으로 불린다. 그가 파견되어 간 나라는 'C국'이라는 정체불명의 나라다. 그가 파견된 C국의 본사에도 그의 자리는 없었으며, 마침내 그는 자신이 '발신자 없는 메일'에 의해 C국으로 파견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리고 C국에서 그를 아는 유일한 사람인 '몰'은 그 이름을 쓰는 수많은 사람들 속에 파묻혀 있으며 그를 만나기 위해서는 지극히 관료적이고 기계적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본사의 경비는 자신은 단지 일개 경비일 뿐이라며 상부의 담당자들의 존재를 그에게 계속 환기시킨다.

이 소설은 거울이 그의 얼굴을 비추는 장면으로 시작해서 약품이 그의 얼굴로 흘러내리는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그의 얼굴 위로 흐르는 약품이, 재로 내려앉았고 피로 튀었던 누군가들의 자취를 그의 얼굴에서 씻어낼 수 있을 것인가. <아오이가든>과 <사육장 쪽으로>의 속편으로써 손색이 없는 작품이라 생각된다. 디스토피아적이고 음울한 그의 다음 작품이 벌써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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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 자서전 - 내 인생의 동화
한스 크리스찬 안데르센 지음, 이경식 옮김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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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 뒤져서 지금은 절판된 <안데르센 자서전 : 내 인생의 동화>를 구했다. 이 책을 그렇게 열심히 찾아다니게 된 계기는, 이양지의 단편 <그림자 저쪽>을 읽다가 주인공 쇼코가 안데르센 자서전의 페이지를 넘기며 여러가지 생각을 하는 장면을 보고 내용이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쇼코도 그 책을 헌책방에서 샀다고 하는데, 절판되어 나도 그렇게 헌책방에서 구하게 되었다.

안데르센, 그는 평생 열등감과 외로움에 휩싸여 살았던 사람이다. 그의 자서전에는 그러한 그의 불우한 삶이 잘 드러나 있다. 가난한 구두수선공의 아들로서 좋은 글을 써도 쟁쟁한 문인들에게 무시를 당했다. 하지만 이 책에는 어두운 면만 있는 것이 아닌, 그의 유럽 기행 이야기 등 문인으로서의 안데르센을 알 수 있는 이야기들이 많이 등장한다. 안데르센 자서전은 크로포트킨 자서전,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 등과 함께 세계 5대 자서전 안에 들어가는 명작이다. 이 책을 읽으며 이양지가, 쇼코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나 역시 느껴보고 싶다. 

쇼오꼬는 책을 덮고 노인의 사진을 보았다. 손톱이 짧아진 탓으로 집기가 어려워 사진은 원고지에 붙여 놓은 것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쇼오꼬는 사진을 그대로 둔 채 안델센의 자서전을 손에 들었다.
이 책을 헌책방에서 발견한 것도 노인과 만난 근 10년 전의 일이다.
표지의 등이 누렇게 되고 낱장의 가장자리에도 연한 고동색의 얼룩이 번져 있다. 2단으로 짜인 작은 활자는 주위의 공백이 적은 탓인지 더 작고 빼곡이 들어찬 것처럼 보인다.
―― 1819년 9월 6일 월요일 아침, 나는 프레드릭스벨 언덕 위에서 처음으로 코펜하겐을 바라보았다…….
유년기까지의 추억에 대한 기술이 끝나면 14세가 된 안델센의 홀로 가는 외로운 나그네길은 이런 문장으로 시작된다.
작품에 대한 악평, 빈정거림, 좌절, 실망, 쇼오꼬의 상상을 훨씬 넘는 괴로운의 시기는 안델센을 몇 번이나 엄습해서 그것을 처음 읽었을 무렵에는 가슴이 막히는 것을 느꼈었다. 그러나 또 한편 자서전 전체는 안델센이 많은 선의의 사람들에게 둘러싸이고, 혹은 도움을 받은 행운의 사람같이 여겨질 에피소드로 메꾸어져 있다.
―― 나의 생애는 파란이 넘치는 행운의 일생이었다. 그것은 그대로가 한편의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안델센도 스스로 그렇게 쓰고 있다. 그러나 쇼오꼬에게는 안델센이 행운의 에피소드를 열거하면 할수록 어딘지 썰렁한(그것은 고독감이라 해도 좋을지 모르겠다) 홀로라고 하는 것을 각오하고 있는 또 하나의 표정이 어쩔 수 없이 다가오곤 했었다.
                                                                      - 이양지의 단편  <그림자 저쪽> 중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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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T 답이 보이는 1900제 (문제집 + 해설집) JPT 답이 보이는 시리즈
윤준호 지음 / YBM일본어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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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2009년 9월부터 JPT를 공부하면서 여러 가지 JPT 교재를 보게 되었다. <JPT 점수를 확 올려주는 1800 실전문제&콕콕급소풀이(속칭 1800제)>, <점수를 확 올려주는 JPT800 단번에 공략하기>, <JPT 답이 보이는 1500제 청해>, <시나공 JPT 실전 모의고사> 등 여러 가지 책을 보았다. 

그리고 나서 1500제 청해의 저자인 윤준호 선생님의 독해책이 나와서 굉장히 기대를 하였다. 1500제 청해가 난이도가 꽤 있었던 만큼 독해도 아마 그럴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건 좀 많이 어려운 정도를 넘어 거의 극악난이도라 칭해도 될만 하다. 현재 870점대인데, 앞에 있는 self test를 풀고 답을 맞춰보자 이건 뭐 반타작 수준이었던 것이다. 특히 part 5에 등장하는 단어들이 지금까지 한번도 못본 생소한 단어들이 많았다. 誂える,拵える,弁える,垢抜ける,矢面 등등... 물론 내가 어휘력이 딸려서 그럴 수도 있지만, 800점대의 다른 분들도 전체적으로 어렵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

대략 파트별로 보자면
part 5 : 등장하는 단어들의 난이도가 제일 높다. 생전 못 보던 단어들도 즐겨 출현한다.
part 6 : 역시나 등장하는 단어들이 만만치 않다. 한자어들도 많이 나오고, 하지만 문법적인것은 그럭저럭 풀만 했다.
part 7 : 의태어, 부사 등을 많이 알아야 할 것 같다.
part 8 : 독해 지문 자체는 많이 어렵지는 않았던 느낌이다.(능시 1급 제일 첫번째 지문에 비하면...) 하지만 전체적인 내용을 잘 파악해야 풀수 있는 문제들이 많은듯 하고, 자칫 잘못하면 실수하기 쉽다. 

극악의 난이도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교재의 질이 떨어진다거나 나쁜 교재는 절대 아니다. 오히려 아주 훌륭한 교재라고 생각한다. 지금 접했기에 망정이지, JPT 시작하던 초창기에 접했으면 아마 겁을 먹고(?) JPT 공부를 그만뒀을 것 같다. 1800제보다 어려운 것을 찾으시는 분, 혹은 이미 900점 이상인 분들께 추천한다. 아무래도 나는 이 책을 보며 많은 수행을 해야 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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