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펠리시타 호가 곧 출발합니다
비르지니 그리말디 지음, 지연리 옮김 / 저녁달 / 2025년 2월
평점 :
서평] 펠리시타 호가 곧 출발합니다/비르지니 그리말디 소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예쁜 소설을 만나면 참 행복하다. 낯설음에 대한 두려움 보다는 새로운 세계로의 편안함을 만나게 되는 소설이다. 소설 속 배경이 되는 크루즈 펠리시타호를 타고떠나는 여행을 통해 만나게 되는 인물과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도 한몫하게 된다.
자신이 사랑했던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주인공 마리, 불륜에도 당당한 남편, 부인에 대한 지지가 전혀 없이 그저 가정에 있어 주기만을 바라는 남편. 그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나 오롯이 자신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떠나는 크루즈 여행. 고독속의 세계일주라는 주제를 가지고 만나게 되는 여행객들. 저마다 각자의 이유로 만나게 된 그들과 친구로, 연인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서로의 인생이 응원과 위로를 통해 마음이 조금씩 평화를 찾아가는 이야기다. 그 과정에서 마음이 따뜻해 지기도 하고, 그들의 새로운 첫날을 응원하게 되고. 도서 추천의 말 ‘너무 사랑스러운 책’이라는 정여울 작가의 추천글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게 되는 책. 내용이 자극적이지 않지만 그 안에서 함께 화내고, 함께 울고, 함께 웃게 되는 이야기 들이 참 예쁘다. 나이가 많고, 적고를 떠나 서로에게 친구가 되어 주고, 각자의 시간속에서 그들의 시간을 어루만져주는 그들의 모습들이 힘이 들어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 마리와 두 친구들의 마음을 다독여 주고, 그들의 새로움 속에서 나 자신의 삶도 잠시 뒤돌아 보게 된다.
새로움을 향해 모험을 시작하는 주인공, 삶에 전환점이라는 거창함 보다는 별거가 아닌 그저 잔잔한 새로움에 발을 내딛는 것 자체 만으로도 희망이 된다. 직업도, 사는 방식도 다다른 사람들과 친구가 된다는 것. 참어렵긴 하다. 하지만 펠리시타호라는 공간에서는 어쩌면 그어려움이 서로에게 손을 내밀고 친구가 되어줄 수 있는 또다른 시작이 될 수 있다는 것. 그것도 나름 재미있다. 그렇다고 내내 평화로움만 있는 것은 아니니. 우리 사회처럼 톡톡 튀는 인물, 좀 거북스러움으로 다가오는 인물도 있으니.
[펠리시타 호가 곧 출발합니다]는 영상으로 만들어 져도 좋을 것 같다. 편안함으로 주인공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가끔은 펠리시타 호의 여행 주제처럼 홀로 자신의 생각이나 주변을 정리하고 싶어질 때 ‘고독 속의 세계일주’라는 주제로 여행을 하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새로움이라는 것은 항상 두려움과 호기심이라는 감정이 동반되는 것이다. 내 삶에 새로움이라는 시간을 만들어 보는 것도 필요하지 않나. 마리와 안, 그리고 카미유의 시간을 응원한다. 그리고 내 삶의 첫날도 함께 응원한다.
오늘은 내 남은 인생의 첫날!
<줄거리 일부>
남편 로돌프를 열정적으로 사랑하며, 남편을 떠날 생각을 해 본적이 없던 마리는 남편 로돌프의 외도를 알고 있지만 자신이 꾸려온 가정을 지키고 싶다. 어느날 쌍둥이 딸로 부터 마리에게 엄마 아빠가 왜 사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시작으로 엄마의 삶을 살라는 말을 듣게 된다. 이 이일이 있은 후 마리는 자신의 삶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남편의 마흔번째 생일 특별 이벤트를 통해 이별을 선언하고, 100일 간의 세계일주를 떠난다. 여행지에서 만나게 된 친구. 60대 안과 20대 카미유. 그들의 고민과 함께 여행지에서 새로운 일상을 즐기게 되고, 예상하지 못했던 일상들이 나타나면서 그들을 새로운 세계를 마주하게 되는데.
<도서내용 중>
p36. 마리는 머리 위에 뜬 별을 보고 자기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를 실감했다. 그녀는 여객선 안에 있었고, 그녀가 탄 배는 지중해 한가운데를 항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곁에는 불안감에 휩싸인 60대 여성과 20대 님포매니악이 함께하고 있었다. 그 시각, 그 자리에서 마리는 두려움을 느낄 수도 있었다. 죄책감에 빠져 허우적거릴 수도 있었다. 후회할 수도 있었고, 여행을 취소하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집으로 돌아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녀는 새로운 삶을 선택했고,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 바로 자부심에 자신을 맡기기로 했다.

p95. 맞습니다. 부인 하지만 저는 적어도 다른사람의 의견을 존중할 줄 아는 좋은 취향은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의 의견을 조롱한 필요는 없으니까요.
p101. 카미유 말이 맞아요. 이 여행은 괄호잖아요. 내일 무슨일이 일어날지, 언제 이 괄호가 닫힐지 아무도 몰라요. 그러니까 이 순간을 놓치지 말아야죠!

p172. 오늘은 내 남은 인생의 첫날!
p183. 사실 인생과 마술 사이에는 공통점이 많았다. 어릴 때는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놀라운 광경에 감탄하며 공연을 감상한다. 훌륭한 공연을 보며 경탄하고,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더 알고 싶어한다. 시간이 지나 어른이 되어 무대 뒤의 베일이 벗겨지면 그제야 우리는 비로소 깨닫는 다. 화려하고 신비롭게만 보였던 무대 뒤가 사실은 매우 복잡하며, 덜 아름답고 때로는 실망스럽다는 사실을. 그럼에도우리는 여전히 경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