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개의 말·프라하, 사라져 가는 시
밀란 쿤데라 지음, 김병욱 옮김 / 민음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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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89개의 말 · 프라하, 사라져 가는 시/밀란 쿤데라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으로 알려진 밀란 쿤데라의 생전 미발표원고와 메모를 모아 출간된 [89개의 말 · 프라하, 사라져 가는 시]는 작가의 작품활동 중 정식 출간이 아니고 작가 개인의 조각조각의 생각들을 모아놓은 원고라는 소개글에서 궁금해진 책이다.

 

1929년 체코 출생의 작가로 1968년 체코 자유화 운동인 프라하의 봄을 지지했으나 소련의 무력진압으로 체코는 공산정권에 놓이고 작가는 정부로부터 억압을 받기 시작한다. 이후 프랑스로 망명하고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프랑스어로 번역된 후 작가는 체코어가 아닌 프랑스어로만 집필하게 된다. [89개의 말 · 프라하, 사라져 가는 시]는 작가의 미발표된 글들을 모아 사후 출간된 유고작이다.

 

도서 [89개의 말 · 프라하, 사라져 가는 시]는 자신의 모국인 체코에서 망명하고 프랑스어로만 집필한 글들에서 프랑스어로 살릴 수 없는 글감의 느낌들을 안타까워 하던 중 89개의 단어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놓은 글들이다. 간혹 번역된 다양한 글을 접할 때면 우리나라 말로 풀어놓은 글들과 우리책을 다른 말로 번역한 느낌이 이렇게도 다르구나 할 때가 있다. 더군다나 우리나라도 일제강점기 시절이라는 암울한 시대를 거친 것을 생각한다면 작가가 경험해야 했던 시대적 배경역시 자신의 모국어가 아닌 다른언어를 사용해야 하는데서 오는 복잡한 감정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여기에서 모국어라는 언어에 대한 감성과 모국어가 아닌 제 3의 언어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아주 큰 차이가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어떤 단어를 어떻게 사용하고 표현하는가는 작가만의 고유한 방식이고 언어다. 그 언어들을 우리가 어떻게 읽고 받아들이는가는 각자의 느낌이고 받아들이는 방식의 차이다. 그러나 글을 써내려가는 작가의 입장에서보면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는 전혀 다를 수 있다. 더구나 자신의 모국어를 사용하지 않고 다른 언어를 통해 표현한다는 경우는 특히나 그렇다.

 

[89개의 말 · 프라하, 사라져 가는 시]에는 작가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대한 이야기는 책의 제목을 선택하는데 다양한 관점을 생각할 수 있음을 알 수 있게된다. 작가가 체코슬로바키아를 소설의 줄거리의 배경으로 사용하지말 이말보다는 보헤미아 라는 옛말을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자신만의 정치적인 시선이나 문학적인 시선의 차이를 알게한다. 참 고민이 많았을 듯 싶다.

 

책을 읽어나가면서 요소요소에 저자가 자신의 고국의 상황에 대한 고민과 자신의 처지에 대한 모습들이 스며들어 있어 안타깝다. 89개의 단어들에 담긴 이야기들을 읽어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밀란 쿤데라라는 작가가 사용한 단어들이 가진 느낌과 차이가 어떠했는지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

 

<도서내용 중>

 

p16. 물론 나만큼 번역문제로 몸살을 앓는 작가도 없다. 다른 작가들은 번역이 더 잘 되어서가 아니라. 번역본에 나만큼 영향을 많이 받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p42.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처음 제목은 미경험의 행성이었다. 인간 조건의 한 특성으로서의 미겨험. 우리는 단 한번만 태어나며, 결코 이전의 삶의 경험을 갖고 다른 삶을 다시시작할 수 없다. -그런 으미에서, 인간의 지구는 미경험의 행성이다.

 

p84. 내 소설의 줄거리는 대게 체코슬로바키아를 배경으로 하나, 나느 소설에서 이 말을 절대 쓰지 않는다-내가 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나라를 지칭할 때, 늘 보헤미아라는 옛말을 사용하는 건 그래서다. 정치 지리학의 관점에서는 정확하지 않은 명칭이지만, 시의 관점에서는 가능한 유일한 명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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