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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의 맛
그림형제 지음 / 펜타클 / 2025년 6월
평점 :
서평] 퇴근의 맛/그림형제 단편소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퇴근하고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시원한 맥주한잔이 하루의 긴장과 무게를 씻어주기도 하고, 어떨땐 김밥한줄로 하루의 중간을 채우기도 하고. 음식이라는 것이 신기하게도 하루의 어느순간을 위로해 주기도 한다.
그림형제의 [퇴근의 맛]에는 우리 삶에서 만나게 되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의 일과를 엿보게 되기도 하고, 거기에담긴 이야기들과 그들의 마음을 따라가며 격한 공감을 하게 되기도 하고, 어떤 땐 다독다독 도닥여 주고 싶은 마음도 든다. 도서는 옴니버스 픽션으로 20개의 단편소설들이 각 이야기마다 다른 이들의 직업에 대해, 혹은 그들의 치열한 삶에 대해 잠시 들어가 볼 수 있다.
음식을 생각할 때 별거인가? 그저 인간으로 누릴 수 있는 행복중 하나, 혹은 하루를 때워야 하는 어떤 땐 숙제같은 일 중 하나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혼자먹는 식사는 조금 외롭고, 밖에서 먹는 음식은 좀 불편한 상황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어느새 가끔 혼자 먹는 밥도 스스로 조금은 다른사람과의 소통보다는 스스로의 소소한 시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도서 [퇴근의 맛]에서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 이리저리 치이는 상황에서 드는 생각들, 자신의 일에서 마주하는 트라우마, 혹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이 자신에게 불합리한 결과로 다가오기도 하고. 소심한 반항의 시간들 등등. 그러면서 거기에서 만나는 각자의 마음의 뒷모습은 우리 보통직장인들의 모습이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마주치는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직장내에서 마주하게 되는 사람들과 상황들이 각자 다른 방식으로 살아내고 하루를 마무리 하게 되지만 스스로 상황들을 마주보며 스스로를 달래주는 그 마음들이 이해가 되기도 하고, 잘 살아내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모습을 보는 듯 하다.
하루를 어찌 보냈든 하루의 어느 순간을 소소한 행복으로 마무리 하면서 그 하루를 잘 살아냈다고 하는 그 마음을 읽어내는 내내 쓰담쓰담 해 주게 된다. 거기에서 나역시 하루를 잘 살아냈구나 하는 기특함도 함께 하기도 하고,
[퇴근의 맛]을 읽어 가면서 우리 삶에서 스스로 추구하는 것들이 거창할 수도 있지만 작고 소중한 순간들에 대한 작은 행복을 누리는 것, 그것을 행복이라고 감지해 나가는 것들이 모여 우리의 삶을 조금은 기운나게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각 이야기에 담긴 음식들을 바라보는 인물들의 상황과 함께 소설속 인물의 소개, 그리고 작가의 단상에서 실제 작가 픽 맛집이 소개된다. 소설도 맛깔스럽지만 작가의 단상에도 빠져들게 된다.
<도서내용 중>
p66. 재미없다고 실망만 하면 뭐하겠어. 이정도면 괜찮은 직업이잖아.그걸로 만족하자.(헤이 주드. 너무 나쁘게 받아들이지마. 슬픈 노래를 좋은 노래로 만들어봐. 그녀를 네 마음에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기억해. 그럼 더 좋아지기 시작할 거야).

p133. 언니, 나도 언니랑 비슷한 생각이었던 것 같아. 그런데 좋업할 때가 되니까 알량한 자존심 같은게 생기는 거야.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한다면 내가 드르게 보일 줄 알았어. 그래서 말 전문 수의사가 된건데..-막상 해보니까 힘들기만 하지. 응 그랬어. 괜히 이쪽으로 왔나. 생각도 했어. 그런데 오늘 생각이 조금 달라졌어.-말이랑 친구가 되기로 했어.

p188. 한손으로는 운전대를 잡고 다른 손으로 따끈한 감자튀김을 집어 입에 넣었다. 기름과 소금이 묻은 손가락을 쓱 바지에 문질러 닦았다. 반항하는 십대의 마음처럼 묘한 쾌감이 들었다. 속마음을 억누르고 보낸 하루의 무게를 이런 소소한 일탈로 해소하려는 자신이 우습기도 하면서 측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