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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좋은 날은 오니까요
한예린 지음 / 부크럼 / 2024년 11월
평점 :
서평] 그럼에도 좋은 날은 오니까요/행복에세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가끔 참 편안한 책을 만나면 읽어 나가는 도중에 작가에 대해 다시 읽어보게 된다. [그럼에도 좋은 날은 오니까요]를 읽으면서 그랬다. 예쁘장한 사진의 미소가 아름다운 작가. 한예린. 그녀의 글들은 나의 마음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자극적이지도 않은데 깊은 감정이 울컥하게 만들기도 하고, 한참 울도 지친 나를 다독여 주기도 하는 것 같고. 세상살아가면서 부딪치고 깨지고, 그 과정에서 아물어 가는 감정들을 호호 불어가며 어루만져 주는 것 같기도 하고. 눈도 많이와서 출퇴근 힘들어하는 걸 알았나? 많이 고맙다는 생각을들게 한다.
[그럼에도 좋은 날은 오니까요]는 그럼에도 살아갈 용기가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함께하는 순간이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잘 이겨내고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사랑은 다시 찾아오니까요. 4장으로 구성되어있다. 인간관계에서 오는 수많은 감정들, 혹은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마주하게 되는 다양한 감정들, 그 감정들 속에서 진정한 나를 발견하게 하고, 나에 대한 감사함과 미안함과 나를 대하는 태도에 대한 감정들을 살피게 한다.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니까 라는 말을 참 좋아한다. 저자는 그럼에도 라는 말을 시작으로 긍정의 힘을 끌어올리고, 스스로 단단해지라 말한다. 그리고 내 삶의 주인공은 바로 나라는 사실, 삶에 대한 여백을 두라는 말에서 나 스스로에 대한 배려가 필요함을 생각하게 된다. 타인에 대해 너무 애쓰지 말라는 말에서 나를 뒤돌아 본다. 수많은 관계에서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하는 것 조차도 나에게는 미안함은 아니었는지 고민하게 된다. 여기에 내 배려가 상대에게는 또다른 의도로 다가갈 수도 있음을. 인간관계에서 어느정도 거리감도 필요하고, 비로소 거리를 두었을 때 깨닫게되는 것들이 있다. 그렇지. 우리는 수많은 걱정을 한다. 잘해내야 한다는 강박처럼. 저자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로 걱정하거나 불안해 하지 말자고 손을 내민다. 현재의 내가 가는 길을 열심히 걷다보면 내가 원하는 결과에 도달해 있을 테니.
[그럼에도 좋은 날은 오니까요]는 좋은 친구가 여백이 있는 공간에서 차한잔 사이에 두고 조곤조곤 이야기해 주는 기분으로 읽어 나가게 되는 에세이다. 편안함으로 다가오는 글들이 나 스스로에게 그럼에도 잘 해 나가고 있다고, 조금은 서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좋은 날은 오니까요]라고 어깨 토닥여 주는 것 같다.
오래전 연말에는 포춘쿠키를 주문해 가족들과 깨보는 걸 재미삼아 몇 년을 해왔는데 그 소소함에서 얻어지는 행복도 다시 찾아야 겠다. 행복함이 별게 아닌데. 편안하게 읽기 좋은, 선물하고 싶어지는 에세이다.
<도서내용 중>
p24. 어느 순간 깨달았다. 나는 느린 사람이 아니라, 심장에 물 묻힐 시간이 다른 사람들보다 오래 필요했을 뿐이라는 것을, 호흡을 내뱉는 시간이조금 더길었을 뿐이라는 것을, 마음 속으로 하나, 둘, 셋 숫자를 세어야 한 발짝 내 디딜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는 것을. 그렇게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이제는서두르지 않는다. 나는 나대로 나아가면 되니까.
p39. 이제 살아가는 방식을 바꾸기로 한다. 정해진 답이 아니라, 정하는답으로 살아가려고 한다.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고 맞서면서 답을 내리려 한다. 내가 정하는 답, 그 답으로 살아가는 삶이길 바란다.
p116. 우리는 누구에게나 사랑받을 수 있는 동시에 누군가로부터 미움을 받을 수도 있는 사람이라는 것. 이를 인정한 순간부터 관계에 힘을 빼기시작했다.
p129. 누구의 누구이기 이전에, 진정한 내가 있다. 그렇기에 우린 본연의 나를 결코 잊어선 안된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나를 뒷전으로 두지 말아야 한다. 나답게 살아가는 것. 내 이름을 자주 부르고, 기억하고, 나에게 귀를기울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수식어 없이 지낼 수는 있어도 주어 없이 사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p244. 그러니, 결국 우린 다시 만날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 애틋함이 서로의 끈을 붙잡고 조금씩 당기며, 그렇게 서서히 마주하는 날이 올 것이다. 인연이란 이름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