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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다가, 울컥 - 기어이 차오른 오래된 이야기
박찬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4년 2월
평점 :
서평] 밥 먹다가, 울컥/박찬일 셰프 에세이
가끔 사람냄새가 난다는 생각을 하게되는 책을 만나게 된다.
[밥 먹다가, 울컥]은 그런 사람냄새가 가득 담겨있는 살아가는 이야기다.
저자 박찬일. 이탈리아 요리전공자이고 국밥도 좋아한다. 셰프이면서 글을 쓰는 작가로 다수의 도서를 출간하고 ‘미문의 에세이스트’라는 별칭도 가지고 있다. 방송에도 출연했고, 현재 ‘광화문 몽로’와 ‘광화문국밥’에서 일한다.
[밥 먹다가, 울컥]에는 셰프의 삶에서 친구, 인연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옛이야기 들려주듯 서술해 간다.
사라져 가는 것들과 잊지 않으려 쓴다는 저자의 이야기. 그 속에 담긴 이야기들은 어쩌면 우리 역사의 한페이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모질지 못한 친구, 함바집에 담긴 이야기, 음식에 담긴 이야기, 먼저간 지인들을 만나면서 내가 가진 인연들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나는 어떤 인연들에게 어떤 인연으로 남겨져 있을까 하면서.
셰프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기에 요리와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들이 복잡하지 않고 편안함 속에서 추억이라는 시간속에 잠기게 해준다.
어떤 요리에 대해 미식평가를 하지는 못한다.
많은 사람들이 줄서서 먹어야 하는 것들에서도 나는 그다지 후한 평가를 하지 않는다. 그저 내 입맛에 맞아서 내가 맛있다 싶으면 그게 어떤 평가를 받아도 나에게는 최상의 요리다.
살아가는 삶도 그런 것 아닐까.
다른 사람이 보기에 그게 밍밍한 삶이되었든, 애쓰지 않는 삶이 되었든 그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시간은 그사람에게는 그게 최선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사람이 오래 살았으면 좋겠다는 그 한마디가 왜 그렇게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지.
[밥먹다가, 울컥]을 보면서 내 주변에서 사라져 가는 인연들에 대해 나 역시 울컥하게 된다. 시간의 흐름이 나에게 조금씩 아물어 가는 여유를 주지만 문득 밥먹다 울컥하는 시간조차도 나에게는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나를 다독여 줄 것이다.
[밥먹다가, 울컥]하기도 하고 [밥먹다가, 씨익] 웃기도 하고 그게 사람사는 사람냄새나는 삶이지 않나 생각해 본다. 맛있는 밥한끼 함께 하고 싶어지네.
<도서내용 중>
p32. 사람은 기왕이면 오래 살아야 한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나쁜 기억도 막 쌓아서 나중에 죽어도 아무런 미련을 갖지 않게 하는게 좋다.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p84. “좋은 사람은 먼저 데려가는 거여”
p109. 미역 풀어 반죽 썰어 끓인 국수다. 그걸 깔때기 국수라고 한다. -입에 깔때기처럼 밀어 넣고 또 일하러 간다 해서 그리 불렀다고도 한다. 깔때기라니, 살자니 먹어야 한다는 연료같은 이름, 나도 한 젓가락 먹어본 적이 있다. 세상에, 맛이 없었다. 그저 칼로리와 에너지와 염분으로 만든, 일종의 전투식량 같은. 바다 일은 전투니까. 수긍이 가는 맛이었달까.
p147. 아니, 하회탈처럼 실룩이며 환하게 웃었다. 이놈의 지구에서, 같이 기름밥 식용유밥 먹는 동지에, 동갑인 친구를 만나서였을까. 잘 모르겠다.
p238. 나중에 나는 진짜로 요리사가 되었는데 하나도 멋이 없었다. 왕년의 사내들이 진짜 폼은 났다. 그 실장님은 쉬는 시간에는 양파 자루를 깔고 앉아 담배를 피워 문채 칼을 썩썩 갈았다. 담배 연기가 눈에 들어 갈 때 찡그리는 것도 정말 기차게 멋있었다.- 폼은 아무나 잡는게 아니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