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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나라 선녀님
허태연 지음 / 놀 / 2024년 1월
평점 :
서평] 중고나라 선녀님/여기는 한남동, 수상한 거래가 시작됩니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4/0120/pimg_7457461334161613.jpg)
“행복은 덤이 되고,
불행은 네고되는 특별한 중고 마켓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중고나라, 선녀님. 약간은 신비로운 사건을 기대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SF나 판타지 소설과 거리가 있지만 읽어가는 내내 마음에 따뜻함이 내려앉기 시작한다.
[중고나라 선녀님]은 ’플라멩코 추는 남자‘로 제 11회 혼불문학상을 수상한 허태연님의 소설이다. 본소설은 내용도 자극적이지 않고 편안하다. 소설의 흐름에 무거움을 조금 가볍게 해주는 요소들이 소설을 더 편하게 읽을 수 있게 해준다. [중고나라 선녀님]을 읽고 나서 저자의 다른 소설에도 눈길이 간다.
우울감과 무료함에 놓여있던 주인공 선녀는 중고마켓을 알게 되고 자신의 집에 설치되어있던 최고급 커텐과 딸이 구한 한정판 명품백을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가격으로 내놓는다. 그러면서 거래를 하며 만나게 되는 사람들이 궁금하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거래를 하면서 좋은 사람만 있는 건 아니다. 조금은 위험한 인물도 만나게 되는데.
세상은 육아에 지쳐있는 주부도 있고, 자신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성을 찾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사악함을 가지고 있는 인물도 있다. 자신의 꿈을 쿨하게 정리할 줄 아는 인물도 있다. 소설속 선녀는 동화속 선녀처럼 따뜻함으로 사람들을 대한다. 어쩌면 세상물정 모르는 부유한 사모님이어서 가능하지 않나 싶은 장면들이 많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그녀가 전하는 한마디 한마디는 연륜에서 나오는 편안함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경제적으로 아주 많은 것을 소유한 주인공 선녀님이 중고거래라는 매체를 통해 자신과 다른 사람을 만나는 과정에서 우리 일상에서 아주 강력한 힘으로 작용하는 것들이 부유함이 아닌 자신이 가진 소신, 따뜻한 자극이라는 사실을 알게 한다.
중고거래를 하는 사람들이 물건을 구매하고 꼭 한번은 사용한다고 하는 말, 나눔은 적선이 아니라는 말, 거래를 하며 어떤 사람을 만나고 싶으냐가 중요한 거라는 말, 우리도 중고인간이 되어간다는 말은 내 마음에 작은 파문이 인다.
읽으면서 선녀님의 우울함에 공감하면서 그녀를 위로하게 되고, 그녀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이야기들에서 나 스스로 위로를 받기도 한다.
그녀처럼 쿨하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었으면. 거기에 도움을 받는 상대방이 그녀의 진심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지혜로움도 함께 겸비한 사람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줄거리 일부>
올해 63세된 선여휘여사. 국내 재계 서열 9위 일성그룹 안주인으로 재력은 기본이고 한남동 우아한 저택에서 롤스로이스 팬텀 EWB가 그녀와 함께 움직인다. 부족한 것 없어 보이는 그녀지만 사고로 10년째 입원중인 아들을 찾아가 아들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스스로 위로를 한다. 우울함을 감추기 위해 쇼핑과 외출을 하며 일상을 보내던 어느날. 식사를 돕던 양과장이 중고마켓에서 딸아이에게 줄 휴대폰 거래를 하는 것을 알게 된 선여사는 모르는 사람과 거래한다는 사실에 설레게 되고 자신이 소유한 물건들을 거래하겠다고 선언한다. 닉네임으로 선녀를 선택하고 고객을 만나기 위해 외출을 준비하는데..
<도서내용 중>
p96. “하루 반나절 만이라도...엄마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그 우울한 기분을 나한테 풀지 않았으면, 그 평범한 하루 반나절을 50만원으로 살수 있다면. 그래 사겠다. 그런 생각으로 고른 선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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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76. ‘이제껏 나는 참 많은 물건을 소유했지. 그러나 그 무엇도 절실한 적은 없었어. 누군가에게 과시한 적은 있어도 소중한 적은 없었지.“
p204. 나눔은 적선이 아닙니다. 나눔은요..상대가 원할 때 주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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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77. “사람이 언제나 행복할 수만 있나? 인간이 늘 행복해야 한다는 것도 하나의 신화예요.- 지금도 옛날 우리 애들 웃음소리를 생각하면 저절로 힘이 나요. 그러니까 신이 씨도 평소에 많이 웃어, 늘 좋은 생각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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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08. “그림을 그리면서 그렇게 땀 흘려본 건 처음이에요. 공모전에 당선되려고, 좀 팔아보려고 그릴 땐 내내 추었던 기억이 나요.-하지만 이 그림 그리는 동안, 그러니까 여사님 따라다니며 마음 끌리는 대로 그리는 동안은 늘 덥고 땀이 났어요.”
p413. 때로는 속상한 어떤 일도, 모든 면에서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