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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죽인 여자들
클라우디아 피녜이로 지음, 엄지영 옮김 / 푸른숲 / 2023년 12월
평점 :
서평] 신을 죽인 여자들 /클라우디아 피녜이로
저자 클라우디아 피녜이로는 아르헨티나의 대표 작가로 수상경력이 화려하다. 2021년 출간된 [신을 죽인 여자들]은 가장 뛰어난 범죄 소설에 수여되는 대실해밋상을 만장일치로 수상한 작품으로 HBO 드라마화가 확정되었다.
[신을 죽인 여자들]에는 종교적인 부분에 관한 심리, 신학에 관한 내용을 기본으로 덮여있는 범죄안에 담겨있는 또다른 심리, 윤리적인 관점 등을 복합적으로 담아낸 소설이다.
소설은 동생의 죽음에서 신을 믿지 않는다고 떠난 언니 리아, 할아버지의 영향으로 종교에 회의를 품은 마테오, 아나의 절친으로 사건이후 선행성 기억상실증진단을 받은 마르셀라, 아나의 죽음에 의심을 품었던 법의학자 엘메르, 종교에 심취해있는 아나의 큰언니 카르멘과 신학생과정을 거친 카르멘의 남편 훌리안, 마지막으로 아버지 알프레도에 이르기까지 아나의 죽음에 관련된 이들이 고해성사하는 듯한 느낌으로 각자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이야기를 통해 아나의 죽음에 대한 진실이 하나씩 드러나게 된다.
30년 동안 묻혀 있던 사건의 진실을 이야기하는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독자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하게될까?
아나는 왜 죽었는가. 아나의 사망에 범인은 누구인가? 그 범인에게 진정 죄를 물을수 있는가? 그사건에 관계된 그들은 과연 자신에게 죄가 없다고 할 수 있는가?
리아와 마테오에게 함께 보낸 편지에 알프레도가 하는 이야기에 잠시 생각을 머물게 한다.
p415. 나는 우리 각자가 자신이 견뎌낼 수 있는 진실까지만 도달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 자리에 멈춰선 채, 그 이상은 단 한걸음도 더 나아기지 못하지. 그건 우리 자신의 보호본능에 의해 정해진 한계점이니까.
[신을 죽인 여자들]은 범인이 누구이고, 왜 죽음에 이르게 되었는지에 대해 묻는 단순한 범죄소설이 아니다. 수동적인 여성상이 아닌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그러면서 독립적이고 강한 여성상과 상황에 따라 사건의 방향이 달라지는 모습과 인물들의 심리상태 등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종교적인 측면에서 신앙이라는 것이 등장인물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신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는 종교, 혹은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신을 찾는다. 소설은 자신의 종교에서 배워온 교리를 마주하는 방식에 대해, 그리고 인간적인 이기심과 욕망을 마주하는 방식에 대해 아나의 죽음을 통해 생각하게 한다.
[신을 죽인 여자들]를 다 읽고나서 앞페이에 적힌 “하느님 없이, 저들만의 대성당을 짓는 이들에게”라는 글귀가 다시 눈에 들어온다.
꽤 진지하게 만들어 주는 소설이다.
<줄거리 일부>
어느날 사르다 가족의 셋째 딸 아나가 누군가에 죽임을 당하고 불에 타고 토막난 상태로 마을 쓰레기 공터에서 발견되었다. 아나의 장례식에서 언니 리아는 신을 거부하고, 장례를 마치고 돈을 모아 도망치듯 집을 떠난다. 아버지와 편지를 통해 소통하던 리아앞에 30년만에 언니 카르멘과 남편 홀리안이 찾아온다. 그리고 그들의 아들이며 조카인 마테오가 할아버지의 편지를 들과 나타난다. 그 편지에는 사건에 관한 진실이 담겨 있는데..
<도서내용 중>
p90. 과감하게 진실을 밝힘으로써 우리의 상처에 결정적인 일격을 가하는 것이었다. 아픈 상처를 벌려 더 잘 아물게 하려는 의도였으리라. 상처가 벌어진 채로 혼자 떨어져 있으면 우리가 계속 살아가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 분명하다.
p217. “아나가 네 무릎에 누워서 죽었는데 누가, 무엇 때문에 그 아이의 시신을 절단하고 불에 태웠는지 알고 싶단다. 그러니까 누가, 왜 그했는지 알고 싶을 뿐이야. 너는 어떠니?”
p418. 사실 이성적으로는 하느님이 절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자신이 없어질 때가 가끔있단다. 정확히 말하면 한번 쯤 내 생각에 의심을 품어보고 싶은 거지.- 어쩌면 믿음이라는 건 순진한 속임수 일지도 몰라.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