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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듣는다
루시드 폴 지음 / 돌베개 / 2023년 12월
평점 :
서평] 모두가 듣는다/루시드 폴/에세이
듣는다는 행위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모두가 듣는 것. 그것에 어떤 의미를 담았을까 궁금하다.
저자 루시드 폴 . 음악인이자 감귤과 레몬 나무를 돌보는 농부. 아름다운 노랫말을 쓰고 따뜻한 멜로디를 입히는 일을 하고, 인디밴드, 소설도 쓰고, 어린이 책을 번역하는 등 활동 범위도 넓다.
저자는 좋은 음악이 나무들에게 ‘소리 비료’가 되는 상상을하고, 나무들의 취향을 찾고 거기에서 누가 들어도 거슬리지 않는 음악을 과수원에 틀어놓는다. 바다의 소리를 ‘길어올리고’ 공사장에서 파헤쳐지는 흙의 비명소리를 듣고, 나무의 소리 들을 들으려 한다. 그러면서 다른 세계를 듣기 위해 자신의 소리에 귀기울여야 함을 말한다. 들리는 소리들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 표현이 시적이다.
저자는 세상의 소리를 음악으로 만들어 낸다. 자신이 만들어내는 음악을 요리로 표현하고, 그 요리에 의미를 담아낸다. 그러면서 아주 작은 의미를 준다면 그것으로 되었다 말한다.
p231. 내 음악은 어쩌면 요리가 아니라 작은 풍경 하나를 얹은 소담한 접시는 아닐까. 아니면 세상의 무수한 맛을 아주 조금 돋보이게 해줄 한 꼬집 소금은 아닐까.
음악이라는 것이 듣는 사람 각자의 입장과 상태에 따라 다르게 다가오겠지만 때에 따라 어떤 의미로든 다가간다면 그거면 된다고 말한다. 나처럼 잔잔한 소리를 편안 해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조금 밝고 경쾌함을 좋아하는 이도 있다. 각자 나름의 소리에 각자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 저자의 표현을 빌리지만 그 무엇이든 어떤가.
[모두가 듣는다]를 읽고 있으면 조용한 공연장에서 음악을 만드는 과정, 음악에 담긴 이야기를 노래와 함께 듣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듣는 다는 것을 당연히 내 귀에 들리는 소리라는 한계를 지어놓고 도서를 읽기 시작했지만 저자가 귀기울이라면서 전해 주는 이야기들은 땅과 나무의 소리를 시작으로 세상의 아주 작은 소리들에 귀기울이게 만든다. 나와 내곁에 있는 이들의 아주 작은 소리들에도 귀기울이게 된다. 세상의 많은 것들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에 귀기울이게 된다.
[모두가 듣는다]는 6년만의 루시드폴 신작 에세이다. 저자를 음유시인이라 소개하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책을 읽어가면서 알게 되고 저자의 언어표현속에서 나 역시 살짝살짝 숨죽여가면서 소리를 듣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도서내용 중>
p29. 내가 들었던 나무의 소리는 누가 뿌려둔 소리였을까. 세상 어디를 거쳐 무엇이 내게 들려온 걸까. 내 음악을 머금은 땅에 우뚝 선 나무들은 또 어떤 소리를 들려줄까. 나무의 소리든 사람의 소리든 나를 잠시 멈춰 놓아야 들을 수 있다. 듣지 못하면 느낄 수 없다. 우리는 듣는 만큼 보고, 듣는 만큼 느낀다.
p141. 세상 모든 음악에는 수많은 음악가들의 숨소리가 깃들어 있다. 드넓고 아름다운 음악의 강물을 비추는 달빛 같은 숨소리를 들이켜며 나도 지금껏 강을 건너왔다. 그런데 바보처럼 잊곤 한다. 나의 음악이 나만의 것인양, 오로지 나로부터 비롯한 듯 착각할 때가 있다. 어리석은 일이다.
p146. 흐르는 물처럼 연주하면 된다고, 그리고 그 물결에 몸을 맡기고 음악을 들으면, 그러면 충분하다고.
p166. 풀과 나무는 햇살에 공기를 섞어 밥을 짓는다. 그리고 그 밥심으로 꽃잎을 틔우고 열매를 키우고 향기와 당분을 만든다. 그들은 빛 光과 함께 合,이루 成, 위대한 신서시스트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