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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간 고등어
조성두 지음 / 일곱날의빛 / 2023년 10월
평점 :
서평] 산으로 간 고등어/조성두 소설
[산으로 간 고등어]는 조성두님의 첫소설이다. 처음 만난 장면은 소설 소나기속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 이로 인해 조금 오해로 시작했지만 이 소설은 읽을수록 그 깊이에 빠져들만큼 문장도 내용도 탄탄하다.
소설은 초향이라는 여인을 시작으로 그녀의 딸, 손녀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를 구한말 조선 천주교 박해사건, 일제 강점기, 그리고 6,25를 경험하면서 피난을 떠나야 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역사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언제든 떠날 수 있다. 평생 행선지를 정하지 않고 언제나 떠날 수 있다는 당시 예수쟁이들의 삶이라는 초향이 가진 삶의 규칙은 등장인물들의 삶의 면면을 미리 엿볼 수 있다.
[산으로 간 고등어]에 등장하는 여인들은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그저 여리고 순박하기만 한 여성이 아니다. 자신의 인생을 책임지고, 삶속에서 그녀들만의 단단함과 강함을 통해 그녀의 역사를 만들어 간다. 소설은 등장인물들의 고단함속에서 우리의 역사를 다시 살피게 되고, 그들의 역사속에서 그들의 가슴속에 담긴 사연을 통해 우리 어른들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초향, 송이, 유화가 자신들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행동하는 모습은 우리 어머니들의 모습 그자체이다.
[산으로 간 고등어]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등푸르다는 표현. 푸르다는 색감에 담긴 의미가 나에게는 꽤 많은 시간 생각하게 했다.
소설에 등장하는 대화체가 구어체여서 읽고 이해하는데 조금 시간이 걸리지만 그러하기에 소설에 담긴 이야기들은 조금 천천히 시간을 두고 읽게 만든다.
종교적인 이야기와 시대적 상황에 등장인물, 특히 주인공여인들의 감정선을 따라가게 하는 흡입력이 상당하다.
도서 뒤쪽 주석에 도서에 나오는 단어들에 대한 설명을 먼저 읽고 소설을 읽기를 추천한다. 소설속 장면을 이해하는도 도움을 주기에.
<줄거리 일부>
초향과 엄마는 천주쟁이로 숨어 지내던 곳에 원이 숨어 이들어 바라보았다. 어느날 고등어 한손을 손에 들고 나타난 원과 초향은 밥상에 합석하게 된다. 어머니는 왠일인지 원과 딸 초향을 남겨두고 일을 하러 나가게 되고, 둘은 산에서 놀다 소나기를 만나 집으로 돌아온다. 이 소나기는 두사람의 약혼으로 이어지지만 천주쟁이를 박해하던 시기여서 관군들은 이들이 숨어지내는 곳으로 들이닥치게 되자 소향은 원의 집으로 피신을 한다. 원의 집으로 들어온 소향에게 시집살이는 녹녹치 않다. 다행이 원이와 시아버지의 사랑으로 견디던 어느날 부모님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길을 떠나 자신의 부모가 죽게된 원인을 알게된 소향은 충격으로 유산을 하게 되고, 원이를 떠날 결심을 하게 되는데.
<도서내용 중>
p21. “얘야. 후우! 내용을 보아. 뭐가 들었는지, 사람에 담긴 기운을 내 어찌 막을 수 있을 꼬! 그저 상서로운 도움이라 믿는 어미는 오직 기도만 할 뿐!”
p107. “아가야! 명과 복의 근원은 약속과 이행이다. 가타부타 따지지 말거라. 더는 이 업을 계산치 말게 하자꾸나. 그리고 며느리야. 이 복주머니는 ...저기...손녀에게 주는 별도의 선물이다!”
p177. “한 손이란 서로의 반쪽이 만나 되는 것이 이치. 곧 지아비와 지어미가 서로 반쪽이 되는 이것. 이제 너도 속을 다 비운 듯해서 하는 말이다. 물론 네 짝도 그러할 것이고.”
p331. 당신의 마지막은 선물이었다. 나도 풀려나고 있었다. 내게도 완전한 자유가 도착했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