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끌로이
박이강 지음 / 북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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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안녕, 끌로이/10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최우수상 수상작

 

가끔은 소설이 주는 가벼움이 좋을 때가 있다. 딱 요맘때. 조금은 코믹함을 담은, 약간의 미스터리가 가미된 수사물이나 판타지를 담은 이야기속에 푹 빠져 복잡한 머리를 잠시 쉬게 해 줄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안녕, 끌로이]는 제 10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최우수상 수상작. 박이강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다. 코믹이나 판타지와는 거리가 있다. 내용이 꽤 무거운 소설이다. 그러나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읽는 순간 주인공 지유의 시간속으로 훅빠져들게 된다.

 

[안녕, 끌로이]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많지 않다. 주인공 지유와 엄마, 끌로이, 미지. 기타 등장 하는 인물들이 있지만 내용에 그다지 크게 작용하지 않는다. 지유와 관계된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고 지유가 생각하는 엄마, 끌로이, 미지와의 감정은 다르게 작용한다. 세상에 엄마가 전부라고 생각하는 지유에게 다가오는 끌로이와 미지가 주는 의미는 친구, 연인 그 어디쯤일수도 있다. 그들과의 관계에서 처음 마주하게 되는 감정들이 지유에게는 혼란스럽기만 하다.

 

어쩐지 지유를 바라보면서 내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 누군가와의 깊은 관계를 맺는 것도 조심스러워 하곤 했는데.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에서 조금은 슬기롭게 관계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지유의 입장에서 보면 끌로이, 미지는 어쩌면 엄마를 생각했던 것처럼 지유에게 유일한 존재이길 바라지만 그들은 지유가 그다지 큰 의미를 가진 사람은 아니다. 어쩌면 지유는 자신과 정 반대되는 성격자체에 끌렸을 수도 있다. 자신의 잠재의식속에 묻여있던 출구를 발견한 것은 아닐까?

 

우리도 가깝다고 생각하는 누군가의 상황에 대해 내 개인적인 판단으로 상황을 해결하려고 할 때가 있다. 그게 정답인지, 오답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게 정답일 거라는 스스로의 판단으로. 지유 역시 자신이 생각하는 감정으로 해결책을 내 놓지만 결코 상대에게는 정답이 아니다.

 

난 너만 있으면 돼.”라고 말하는 지유엄마와 그걸 바라보는 지유. 그 깊숙이 스며있는 감정이 지유의 감정에 끌로이와 미지라는 인물을 만나 경험하게 되는 일련의 사건들이 미숙함과 스스로 안전해지고 싶어하는 또다른 마음 아니었을까?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참 어렵다는 생각을 할때가 있다. 어렸을 때부터 인간관계에 대해 지혜로움을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신이 아는 세계가 전부가 아님을 미리 경험하게 된다면 좀더 나은 관계를 만들어 가는데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안녕, 끌로이]에 등장하는 도미노가 지유가 마주하게 되는 시간들을 표현한 듯 하다. 지유에게 엄마, 끌로이, 미지가 쓰러진 도미노처럼 다시 일어세울 수 있는 또다른 새로운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줄거리 일부>

 

엄마의 자신에 대한 관심에 순응하며 엄마가 세운 목표대로 성장해 온 지유는 엄마의 판단에 의해 뉴욕에서 대학생활을 이어간다. 지유는 엄마의 지원에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생활을 하지만 감정적으로 불안에 힘겨운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자신과는 달리 매사 솔직하고 적극적인 성격의 끌로이를 만나게 된다. 끌로이가 새로운 룸메이트를 구해야 되는 상황이 되어 지유가 먼저 끌로이에게 자신의 집에서 함께 살자는 제안을 한다. 한집에서 살게된 끌로이는 여전히 자유분방하고 만나는 남자와의 관계도 불안해 보여 지유는 자신의 방법으로 끌로이를 구하려고 하는데.

 

<도서내용 중>

 

p31. 난 엄마처럼 살고 싶진 않아. 매일 죽어가는 노인들을 보면서 생글생글 웃진 못할 거 같거든,- 엄마는 내가 말 안듣는 딸이라고 불만이 많지만, 난 딱 하나만은 엄마 말대로 할거야. 네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라고 한거. 엄마가 한 말 중에 난 그말이 제일 마음에 들거든.“

 

p62. “엄마 죽지마”“죽긴, 난 너만 있으면 돼그 소리가 절박하게 들렸기 때문이었을까. 그 말은 지유의 가슴속에 깊숙이 박혔다. 지유는 누군가에에 유일한 이가 된다는 것의 간절함을 느꼈고, 엄마를 잃지 않을 거라는 확신에 안도했다. -지유는 엄마가 자신에게 모든 걸 쏟아 부었다는 걸 알았고, 그런 엄마가 원하는 딸이 되기 위해 죽도록 애써왔다.

 

p165. 한참 만에 두 사람은 나란히 침대에 누웠다. 침대맡 조명을 끄자 사방이 더없이 고요했다. 참 이상한 밤이라고 지유는 생각했다. 이렇게 미지 옆에서 잠을 청하게 되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끌로이와 누워 이야기를 나누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잠들던 밤들이 떠올랐다. 어쩌면 이방인과 친한 친구 사이의 거리는 생각보다 그렇게 먼 거리가 아닐지 모른다. 시간과 추억의 축적이 있어야만 관계가 깊어지는 것도 아닐지 모른다. ‘오랫만에 새로운 친구가 생겼어

 

p197. 솔직히 옆에서 누가 훈수를 둔 것도 아닌데 스스로 그런 해법을 생각해 내고 실행에 옮겼다는 게 지유로서는 감격스러웠다. 하지만 어리석게도 그다음에 뭘 해야 할지 생각 못 했던 게 패착이었다. 그제야 지유는 엄마의 말이 생각났다. 도미노를 잘 쓰러뜨리려면 처음 세울 때부터 전체가 어떻게 쓰러질지 큰 그림을 머릿속에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했던 그 말이.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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