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종의 마음 시인동네 시인선 205
이제야 지음 / 시인동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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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일종의 마음/이제야 시집

 

[일종의 마음]은 시인동네 시인선 205, 이제야 시집으로 노란 표지에 여백이 가득하다. 시의 마지막 장을 읽고나서 표지를 보고 있노라니 이 여백에 내 마음을 살짝 들여다 보게 된다.

 

시든 꽃을 말리는 것이 떠난 사람을 오래 기억하는 방법이라 했다. 나의 정원이라는 제목을 가진 시의 첫 구절이다. 오래전 내 마음 같다.

 

시집 [일종의 마음]은 이제야 작가의 마음이 가득담겨 있다. [일종의 마음]은 이름 지어지지 않은 마음들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곁을 준 기록이라고 소개한다. 시를 읽으면서 마음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시든꽃을 바라보는 시선이 그렇고, 커텐을 바라보는 시선이 그렇고 우중충한 하늘을 바라보는 시선이 그렇다. 이별을 표현함에도 햇빛처럼, 빛바랜 색처럼, 복잡한 퍼즐 조각처럼 등 이별을 표현한다.

 

일종의 마음. 우리들의 일상도 특별할 것이 없는 듯 보이지만 어떤 의미을 부여하게 되면 그것 만으로도 특별하게 된다. 그 일반적인 것을 특별하게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우리에게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는 우리의 삶에서 많은 것들을 그저 스쳐 지나친다. 그것을 바라보고 내 마음을 돌아보는 것, 그것만으로도 우리 마음에 파장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우린 매번 잊는다. [일종의 마음]에 담긴 시들을 읽으면서 고개도 끄덕여 지기도 하고 어느 시에서는 누군가가 떠올라 울컥하기도 했다. 그 마음들을 모른척 하고 살았구나 싶기도 하다.

 

시는 그냥 마음가는대로 읽으면 된다고 한다. 내가 [일종의 마음]에 담긴 시들을 맞이한 계절은 가을이다. 이 계절에 너무도 잘 어울리는 시집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집의 한 모퉁이에 담긴 장마를 읽으면서 여름 장마철에 이 시집을 만났다면, 혹 홍자를 만나는 계절에 만났다면 또 이 시기에 너무 잘 어울린다 했을지도 모르겠다.

 

시라는 것이 너무 가벼워 훅 읽고 지나치게 되거나, 너무 무거워 그 의미를 찾아내고야 말리라 하는 숙제처럼 읽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일종의 마음]은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다. 그저 시 한편 한편 읽어나가면서 내 마음에게 너도 그렇니? 하면서 마음을 돌아보게 된다. 조금 천천히 읽어나게 된다.

 

<도서내용 중>

 

p38. 마음이 마음으로 가는 시간은 작은 민들레가 해바라기가 되고 싶은 소망, 같은 것. 그늘의 키보다 힘껏 안아주고 싶은 그런 일. 언제나 구름에 닿지 못한 마음들이 고개를 숙였다. 나른해지는 오후가 가장 사랑하기 좋은 때야 위로했지.

 

p53. 어떤 계절에도 늘 뭉툭한 외로움이 있었다.

 

p98. 흩날리는 약속에도 기다림이 있어서 보통 날도 희미해지지 않을 수 있었지. 영원히 선명해지지 않는 것들에게 인사를 했다. 오래도록 사랑하도록. 익숙해진다는 것, 아무 말도 아무것도 밀어내지 않는 시간의 겹겹 속에서 어둠에게 다정해지기로 한다. 보통의 시간 속으로 넣어 둔 영원의 감정에게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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