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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퍼스 고스트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5월
평점 :
페퍼스 고스트/이사카 고타로

기발하고 독특한 이야기로 독자들을 매혹하는 소설가. 발표하는 작품마다 큰 반향을 일으키고 이름 앞에 항상 ‘천재’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작가 이사카 코타로 (Kotaro Isaka,いさか こうたろう,伊坂 幸太郞)의 [페퍼스 고스트]는 비말 감염으로 다른 사람의 미래가 보이는 교사, 고양이 학대범을 심판하는 소설 속 고지모 사냥꾼의 이야기. 두가지 이야기가 교차로 진행된다.
도입부분에서는 전혀 다른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뒤로 갈수록 두 이야기가 묘하게 연결되어 간다.
주인공 단의 아버지는 어떤 사람의 미래를 알게 되더라도 그 사람에게 전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듣지만 단은 모른 척 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대놓고 아는 척 할 수도 없다. 자신의 능력이 도움이 되지 않는 것에 대한 마음으로 정신과 상담을 받기도 한다. 고양이 학대자를 찾아 복수하는 사냥꾼 역의 러시안블루와 아메쇼는 생각보다 잔인하지 않고, 대화내용도 조금은 가볍다. 이로 인해 소설의 무게를 조금은 가볍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에 반해 [페퍼스 고스트]에 배경이 되는 사건은 결코 유쾌하지 않다.
소설의 배경이 일본이고, 경찰의 과잉진압, 범인들의 잔인함으로 가족을 잃은 카페 다이아몬드 사건의 유족들이 사회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일으키는 사건, 고양이 학대범들을 처단한다는 목적으로 복수를 의뢰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경찰로서의 임무에 충실해야 하는 것과, 지켜야 할 것들에 대한 고민들, 그리고 남겨진 유족들의 이야기들은 우리사회에서 일어나는 많은 이야기들 중 하나여서 무시하고 지나쳐 버리기에는 조금 무거운 과제로 남는다.
주인공 단이 가진 내일을 조금 볼 수 있는 능력이 사건을 해결하는데 역할을 하게 될까? 라는 기대감, 그리고 소설속 소설을 읽는 것도 나름 신선하다.
<줄거리 일부>
중학교 국어 교사 단에게는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특이체질이 있다. 비말에 감염되면 상대방의 내일의 일부를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다. 20대부터 40대까지 능력이 최대치로 발현된다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은 이후 선행영상이 눈앞에 펼쳐진다. 어느날 자신의 학생 사토미 다이치와 상담하던 중 학생의 재채기를 통해 감염된 단은 학생이 탄 신칸센 열차가 탈선하는 사고를 보게 된다. 단은 학생에게 전화로 탈선이 있을 거라는 이야기를 자신의 친구가 해줬다는 말로 전하고, 학생의 아버지가 시간을 바꿔 신칸센을 타게 되어 사고를 면하게 된다. 이후 내각부에서 근무하는 다이치의 아버지 핫켄으로 부터 단이 열차사건과 연관이 있을 거라는 의심을 받게 된다. 어느날 다이치로부터 자신의 아버지 핫켄이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소리를 듣게 되는데...
<도서내용 중>
p44. “시안 씨가 끙끙대며 걱정하든 말든 세상의 미래는 바뀌지 않는다고요.” - “할 수 있는 일은 다 하고 있는 거죠? 그럼 걱정해봤자 소용없으니까 신경 쓰지 말고 사는 게 좋지 않을까요? 인생은 유한하니까요.”
p104. 미래를 알면 좋겠다고 할 만큼 대단한 능력은 아니라고 반박하고 싶었다. 이건 이것대로 정신적으로 힘든 점이 있다고.

p238. “인간은 정보를 얻을 방법이 말 밖에 없으니까 소문 같은 형식으로 중요한 정보를 퍼뜨려. 하지만 폐해도 있어, 말은 조금만 표현을 덧붙여도 뜻이 바뀌니까 전달되는 과정에서 진실과는 내용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고, 일부러 내용을 바꿀 수도 있지. 어쨌거나 인간은 말을 쉽게 믿고 말에 영항도 크게 받아. 언어 폭력이란 참 그럴싸한 용어야.”

p330. 확실히 인생이 이것 하나뿐이고 변경할 수도 없다면, 누군가를 부러워하거나 질투한 들 아무 의미 없을지도 몰라요. 그렇다고 해탈한 기분이 드느냐 하면 그건 아니지만요.

p389. “잘 들어, 사람이 할 수 있는 건 기껏해야 바로 눈 앞에 있는 일 뿐이야. 우리는 고지모를 찾아낸다, 즉 의뢰받은 일을 한다. 어떻게도 안 되는 일을 걱정한 들 소용없잖아. 그렇지? 학교 선생은 자기 학생만 걱정하면 돼. 지금은 우리와 함께 누구치 하야토를 찾아내는 데 전념하면 되고” 러시안 블루가 말했다. 눈앞에 있는 일, 하고 나는 되뇌었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