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 - 제19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문미순 지음 / 나무옆의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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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19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문미순 작가의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2023년 제 19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한 한국장편소설이다.

 

소설은 읽는 내내 내 어머니가 보였고, 내가 보였다.

우리 엄마 역시 오랫동안 시어머니를 간병하고, 병든 남편을 감당해야 하는 너무도 오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당신 역시 나이 듦에 대해 자신이 감당하기 힘들만큼 불편해 졌으니까. 그리고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나 역시 그걸 바라보는 것이 많이 힘들었으니까.

 

소설속 명주와 준성은 삶이 녹녹치 않다. 그렇기에 자신이 부모에 대한 마지막을 감당해 나간다. 소설속에 던져진 모든 건 그렇게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되고, 돌봄은 남겨진 누군가의 몫이 되지.”라는 말은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의 명주와 준성의 삶의 대부분을 함축해 준다.

 

간병이라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명주와 준성은 경제적 이유로 인해 간병을 오롯이 감당해야 된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고 혼자서 감당해야 되는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 우리 사회가 고령화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이에 따라 누군가 간병을 감당해야 되는 일들이 많아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간병이라는 무게를 개인이 감당하게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든다. 소설은 은연중 노인 돌봄에 대해 사회적인 시선으로 해결책을 생각하게 만든다. 어린아이 하나를 키우는데 온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노인에 대한 간병도 그래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가족이니까 부모니까 간병의 몫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으나 그 몫을 감당하는 개인의 일상이, 미래가 무너져 가는 것은 또다른 문제로 떠오른다.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의 명주와 준성이 선택한 마지막에 대해 나는 어떤 정답을 내릴 수 없다. 그저 그들이 살아내는 삶을 응원할 뿐이다. 그리고 그들의 시간에 대한 결말 역시 독자의 몫이다. 읽는 사람마다 다른 결말을 짓게 되지 않을까?

 

<줄거리 일부>

 

1년 반전 치매가 심해진 엄마와 살기 시작한 명주는 외출 후 귀가한 어느날 죽은 엄마를 발견하고 집안에 엄마의 사체를 관에 넣어 보관한다. 냄새를 막기 위해 방부제와 탈취 기능이 있는 다양한 방법을 사용한다. 그리고 엄마 앞으로 나오는 연금으로 생활을 이어간다. 5년전 공장 식당에서 끓는 물에 화상을 입은 발은 아직도 통증이 심해 일을 하는 것도 힘들다. 함께 일하던 동료들을 만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그들을 보면서 엄마의 죽음에 자유롭고 홀가분한 생각을 했는데 불쑥 엄마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명주의 이웃집에 대리운전을 하며 뇌졸중과 알콜성치매를 앓고 있는 아버지를 돌보는 청년 준성이 산다. 준성이 외출한 사이 집에 혼자 있던 아버지가 실수로 집에 불이 나고, 이로 인해 화상을 입고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을 하게 되지만 병원비로 인해 퇴원후 아버지의 간병은 오로지 준성의 몫이 된다. 어느날 목욕중 아버지를 놓치게 되는데..

 

<도서내용 중>

p66. 아들은 아버지를 운동시키려고 매일 그렇게 열심인데 노인은 그런 아들의 마음 따윈 헤아리지 않는 듯했다. 마음이야 백번 헤아린다 해도 술에 관한 한 제어가 안되는 것이겠지, 그러니 사람은 잘 바뀌지 않는다는 말이 맞을 지도 몰랐다. 아버지 역시 그랬으니까. 명주는 모두 그렇게 제 위의 하늘만 보고 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p86. 명주는 얼핏 열아홉 살에 죽은 남동생이 떠올랐지만 고개를 저으며 힘없이 웃었다. 인생에 가정이 있었던가? 설사 남동생이 살아 있었다 해도 간병은 자신의 몫일 확률이 컸다. 변변한 직업도 없고 때울 것이라고는 몸밖에 없는 자신이.

 

p92. 하지만 어느순간 가족이 있는 집으로 총총히 돌아가는 그들을 보니 마음 깊은 곳에서 알 수 없는 감정이 꿈틀거렸다. 누구보다 자유롭고 홀가분하다 생각했는데 불쑥 엄마가 보고 싶었다, 그토록 지긋지긋해 마지않던 엄마가 사무치도록 그리웠다.

 

p172. -착하다는 말, 대견하다는 말, 효자라는 말도 다 싫어요. 그냥 단지 제 인생을 살고 싶어요. 이젠 그마저도 어렵게 됐지만요....

 

p204. -모든 건 다 그렇게 어느날 갑자기 시작되잖아. 교통사고처럼 예기치 않게 엄마가 아버지가 쓰러지고 돌봄은 남겨진 누군가의 몫이 되지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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