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망이세요?-청소년 추천 도서

피망이세요?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03
부연정 지음 / 자음과모음 / 2023년 4월

서평] 피망이세요? / 청소년 추천도서

오래된 물건에는 어떤 기운이 담긴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 그래서 인지 나는 중고제품을 선호하지 않는다. 가끔은 욕심을 내는 중고도 있지만 가급적이면 중고를 들이지 않는다. 어쩌면 들었던 이야기가 내심 두려움으로 남아 있는 이유일 것이다.

사회복지사로 활동한 작가 부연정님의 [피망이세요?]는 다른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시온과 저승에서 8급 승진을 위해 실적을 쌓는 100살이 넘은 저승사자가 평범한 학생들 속에서 자신의 특별함을 이상함이 아닌 특별함으로 발전시키는 용기를 심어 주는 이야기 이다.

시온은 어렸을 때부터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말하는 것으로 인해 왕따를 경험하고, 스스로 벗어나기 위해 평범함으로 무장한다. 시온의 장래희망이 공무원인 이유 역시 평범하기 때문이라는 말이 가슴에 남는다.

원귀를 볼 줄 아는 시온의 집안 사람들도 독특하다. 무당, 신부, 목사에 스님까지 온갖 종교가 다 등장한다. 그러나 그들의 독특함마저 그리 특별할 것도 없다. 시온이 가진 능력 또한 특별할 법도 하지만 특별하지도 않고, 그저 조금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고, 편안함으로 마주하게 만들어 준다. [피망이세요?]에 등장하는 이승을 떠나지 못하고 중고 물건 속에 들러붙은 원귀들의 사연도 우리가 놓치고 있는 이야기 중 하나임을 알게 된다.

[피망이세요?]에 등장하는 학교폭력, 왕따, 성적비관 등등 여러 가지 상황들을 원귀라는 매개를 통해 보여주지만 실상을 들여다 보면 우리가 생각해야할 또다른 이야기이다. 준서가 전하는 원귀보다 스스로의 의지로 나쁜 행동을 하는 인간이 더 싫다는 말이 주는 의미가 크다.

청소년문학으로 [피망이세요?]는 우리 청소년들의 긍정적인 마인드로 성장하게 도와준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이지만 유쾌함도 있고,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가기 좋다. 청소년들 추천도서. 그리고 부모님도 함께 읽으면 좋겠다. 우리 아이들도 유쾌하고, 상황에 쿨했으면 좋겠다. 그럴 수 있지 하면서.

<줄거리 일부>

다른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시온의 친한 친구 가영이 일주일째 결석하고 있다. 가영의 엄마가 피망마켓에 내 놓은 거울을 구매자에게 전달하는 것을 도와주고 있던 찰라 시온의 반으로 전학온 준서가 거울의 주인이 어디에 있는지를 묻는다. 이때 가영이 옥상에 위태롭게 서있는 것을 발견한다. 시온은 가영의 몸에 있는 이상한 그림자를 발견하고, 준서의 도움으로 그림자가 원귀였음을 알게 되고, 시온은 원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원귀가 빠져나간 후 가영은 자신의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 이후 준서가 저승세계 9급 공무원이고 오래된 물건에 원귀가 씌이는 일이 있고, 자신은 원귀를 잡아 저승으로 보내는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이후 같은 학급에 아이들이 이상한 현상을 겪게 되는 일이 발생하는데.

<도서내용 중>

p20. 어른들은 자식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면, 정해진 공식처럼 사춘기란 단어를 입에 올리곤 한다. 이해하려는 노력보다 사춘기의 반항으로 치부하는 것이 훨씬 더 편하기 때문이다. 그때는 원래 그래, 금방 지나갈 거야, 라고 하면서.

p21. 그래서 사춘기라는 단어 속에는 청소년들의 불안과 걱정, 고민, 분노, 두려움 같은 것들이 뭉뚱그려져 있다. 그것은 마치 스크래치와 같았다. 온통 검은색으로 똑같아 보이지만, 날카로운 송곳으로 살살 긁다보면 그 아래 각기 다른 그림이 숨어 있는 스크래치 말이다.

p84. 온종일 학교에서 보내는 학생에게 또래 관계는 상상 이상의 파급력을 가진다. 누군가 시온을 향해 “이상해”라고 하는 순간, 시온은 이상한 아이가 되고 마는 것이다. 그건 마치 낙인과 같아 쉽게 지워지지도 않는다.

p87. “정말로 평범하지 않아도 괜찮은 걸까?”

p113. “걔들이 네 인생의 방향을 정하게 두지마. 네 인생은 네거야.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면서 살 필요는 없어.”

p173. 원귀에 홀리지도 않았으면서 그런짓을 스스럼 없이 한다는게 기분 나쁘지 않냐? 자기 의지로 다른 사람을 해코지한다는 거잖아. 어떤 흉악한 원귀보다도 살아있는 인간이 가장 무서워.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