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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형제의 숲
알렉스 슐만 지음, 송섬별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12월
평점 :
서평] 세 형제의 숲

나의 유년은 굴곡없는 편안함 속에서 동생들과의 관계에도 그다지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고 성장했다. 나의 생각이다. [세 형제의 숲]에 등장하는 형제들처럼 마음속에 어떤 상처나 아픔들이 있었을 수도 있지 않을까? 나로 인해 어떤 불편한 일들이 있지는 않았는지 생각하게 된다.
소설[세 형제의 숲]은 어머니의 장례를 치른날 어머니의 유해를 들고 자신들이 자랐던 공간으로 돌아가게 되는 이야기이다. 하루동안의 여행길과 세형제의 어린시절을 교차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어린시절 그들이 경험했던 일들이 어쩌면 추억이 되기도 하고, 어떤 일들은 아픔이 되어 남는다. 상처가 된 일들을 드러내 놓고 이야기 하지 않고 마음속에만 품게 되면서 생기는 오해들은 깊은 상처로 남게 된다. 이로 인해 늘 함께했던 어린 시절이지만 성장 한 후 각자의 삶 속에서 어린 시절의 함께라는 개념은 사라지고 만다. 베냐민이 꺼낸 과거의 일들은 자신이 함께 했던 형제의 관계가 개선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지 않을까?
[세 형제의 숲]은 등장인물들 하나하나 마다의 마음속에 안전하고 편안한 공간이 될 수도 있고, 숨겨진 어떤 사건이 되는 공간이기도 하다.
소설에 그려진 숲과 호수, 세 형제의 여행길의 묘사등은 소설속으로 함께 걷는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등장 인물 각자의 마음에 담겨진 두려움까지도 함께 경험하게 한다.
끝날때까지 끝난게 아니라는 말이 있다. 이 소설은 책을 덮는 순간이 되어서야등장 인물들 마음속에 품은 이야기들을 이해 할 수 있다.
소설을 읽어 가면서 아이들의 마음을 다독여 주고 싶어지기도 하고, 부모의 마음도 살펴보게 된다. 소설에 숨겨진 충격적인 사건을 발견하는 반전 매력도 크다.
<줄거리 일부>
베냐민의 부모는 사이가 그다지 좋지 않지만,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가족이다. 어느날 가족과 나들이에서 자동차 사고가 일어나고 엄마가 사랑하는 개 몰 리가 탈출하게 된다. 숲속 변전소에서 발견된 몰리는 전기에 감전되 죽었고, 베냐민은 자신이 감전된 채 홀로 깨어나 몰리를 안고 귀가한다. 어머니는 몰리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하고, 이후 집안은 정리가 안된 상태이고, 아이들의 양육에도 문제가 생긴다. 그러다 세 형제가 각자의 길을 찾아 떠나게 되는데 베냐민에게는 형의 독립이 어떤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성장 후 각자의 삶을 살아내는 형제에게 어머니가 유언을 남긴다. 세형제는 그들의 어린 시절을 보내던 숲속 별장으로 어머니의 유해를 들고 떠나게 되는데.
<도서내용 중>
p91. 어쩌면 엄마가 자신들보다 개를 더 아낀다는 생각에 질투를 느낀 것 같기도 했다. 엄마는 몰리를 몹시 사랑하면서도 내킬 때만 사랑을 표현했기에 몰리는 더 불안해했다. 엄마는 몰리를 다른 가족과 공유하지 않고 독점하려 할 때가 있는가 하면, 몰리에게 쌀쌀맞을 때도 있었다. 때로 베냐민은 몰리가 외톨이 같다고 생각했다. 이는 피에르와 닐스의 무관심, 아빠의 체념, 엄마가 보이는 돌연한 무관심이 낳은 결과였다.

p136. 베냐민 안에 깃든 이 숲을 그는 오랜 세월 언제나 가슴에 품고 살았다 그는 이곳의 바위 하나. 배배꼬인 오솔길이며 쓰러진 자작나무 하나하나까지 안다. 모든 것이 기억보다 더 가깝다. 한때는 끝도 없이 으스스했던 습지는 일곱 발짝이면 건널 수 있는 곳이다.


p201. 그는 닐스가 집을 떠나는 즉시 무언가가 단숨에, 영영 무너져 버릴 것임을 알았다. 식구 중 한사람이 사라지면 어떻게 가족이 다시 하나가 될 수 있을까? 그는 닐스가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베냐민 자신에게도 위험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p285. 세 소년은 양 팔로 서로를 물속에서 꼭 끌어안고 입김을 불어 서로의 얼굴을 따뜻하게 데워주었다, 서로의눈을 바라보고 있으니 더는 겁이 나지 않았다.

p316. 베냐민은 자신이 어른이 되어서도 슬픈 이유는 어린 시절 우리 모두에게 일어난 일들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자 피에르가 웃음을 터뜨리더니 “난 매일 아침 샤워하면서 휘파람을 불고 잊어”라고 했다.-어쩌면 세 형제 중 그 사건을 극복하지 못한 건 베냐민 혼자뿐일 수도 있다. 요즈음 형제들과 함께 있을 때 지독하게 괴로운 건 그 때문일까?
p320. 난 너희들이 너희들 자신을 위해 그렇게 해주었으면 한다. 함께 차에 올라 먼 길을 가거라. 내가 상상하고 싶은 너희 셋의 모습이니까. 차 안에서, 외딴 호숫가에서, 또 저녁나절 사우나 안에서 다른 누구도 없이 오로지 너희 셋이서만 시간을 보내는 모습 말이다. 우리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일, 서로 대화를 나누는 그 일을 너희들이 해주었으면 한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