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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푸른 고래 요나 - 제12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김명주 지음 / 다산책방 / 2022년 10월
평점 :
서평]검푸른 고래 요나-제12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나는 이 소설을 빠르게 읽지 못했다.
대부분의 소설들이 흥미롭게 빠르게 흘러가지만 [검푸른고래 요나]는 앞서가려는 나를 자주 눌러 앉혔다.
소설은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이돌 스타 출신의 주인공과 그 주인공을 둘러싸고 있는 가족, 학교, 기획사 그리고 스타를 바라보는 팬들의 소통방식, 인간의 욕망, 그리고 개인 사찰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고래인간 요나를 둘러싼 이야기들에서는 고래를 바라보던 우리의 역사 흐름과 현대사회에서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환경 문제에 대해서도 놓치지 않고 짚어 준다.
케이팝 아이돌스타였던 주미, 보름달이 뜨는 밤 고래로 변신하는 요나.
그 둘의 입장에서 우리는 우리들이 판단하고, 생각하는 것들이외에 다른 면들이 있음을 생각하게 한다. 내가 생각하는 게 다 옳지 않다. 보이는게 다가 아니다. 그들만이 가지고 있는 그들만의 상처에 대해 다른 각도로 살펴봐야 한다는 생각이 이른다.
고래면서 인간인 고래인간 요나. 사람들을 도와주는 선한 고래, 악한 인간을 처벌하는 존재. 단순히 선과 악으로 구별해서 판단하기에는 인간이 가진 다양한 욕망에 대해서 섯불리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검푸른 고래 요나]는 주미의 입장에서 풀어가는 제 1부와, 요나의 비밀을 풀어가는 제 2부는 차분하게 각자의 이야기를 서술해간다. 3부에서는 고래인간을 잡기 위한 인간의 욕심과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기 위해 요나가 등장하게 되면서 스릴로 속도감 있게 독자를 이끈다.
[검푸른 고래 요나]는 혹등고래의 모습을 한 요나가 바다에서 유영하는 모습과 그의 세계에서 함께하는 다양한 장면들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고래들의 세계에서 존재하는 생태계는 어쩌면 인간 군상들과 너무도 흡사하다.
소설을 읽고 소설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소재들은 그저 소설이라고 치부해 버리기에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줄거리 일부>
바둑연구생으로 성공가도를 달리며 주변의 관심을 독차지 하는 주미. 가족여행중 동생이 밤바다에 들어갔다 사라진 후 동생혜미의 일기장을 읽어나간다.
이후 주미는 오디션에 참가하게 되고 남다른 재능을 보이게 되지만 혜미에 대한 기억으로 인해 우울한 상태. 성공적인 데뷔를 하지만 어느날 자동차 사고로 다리를 다치게 되어 더 이상 무대에 서지 못하게 된다.
요나의 어머니는 열일곱에 상상임신이라는 진단을 받지만 3개월 만에 요나를 출산한다. 그리고 요나는 보름달이 뜨는 밤이면 고래로 변신하게 되고, 성장하면서 인간도 고래도 아닌 ‘고래인간’임을 자각하게 된다. 깊은 바다에서 다양한 고래들을 만나 그들과 어울리며, 교육을 받기도 한다.
주미와 요나는 음악을 통해 만남을 이어가게 되고, 요나의 정체를 알게 된다.요나가 더 이상 인간세계에서 지내지 못할 것을 알게된 요나가족과 주미는 요나를 바다에 보내주려고 한다. 그런 그들을 지켜보는 눈이 있는데..
<도서 내용 중>
p71. 내 손을 잡아주는 대표님에게 간신히 예의를 차려 답했지만 훌쩍임은 그치지 않았다. 그 다정한 말과 칭찬은 진정으로 나를 위함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찌하든 회사의 쓸모 있는 상품이 되어야 하는 내 처지를 확인시켰을 뿐이었다.
p145. 엄마 없이는 살지 못할 거라고 안절부절 무서워하던 아이가 이제는 엄마를 떠나서 살고 싶다고 한다. 아이의 되돌릴 수 없는 변신을, 때 이른 독립 선언을 나는 받아들이지 못했다;.
p203. 까무룩 잠결에 빠졌다가 설핏 깨어나는 찰나에 마음이 놓였다. 요나가 자기 비밀을 온전하게 밝히지 않아 다행이라며. 나에게 그 이상의 감정을 꺼내지 않았기에 우리는 앞으로 좋은 친구가 될 거라며. 조금은 슬픈 마음도 함께.
p221. 엄마와 할아버지를 향한 그리움은 묽게 희석되어 하얀 혹등고래와 한없이 바닷속을 순례해도 좋겠다고 순응할 때에, 요나는 깨달았다. 해저 지형은 단지 바다 아래 세상을 덮는 껍질에 불과한 것을. 언젠가 요나 자신이 그곳의 또다른 바다에서 헤엄칠 것을.
p269. 내가 사람을 사랑하게 되면 고래를 위해 싸우듯이 그 사람을 위해 싸워야 한다고 했어. 우리 엄마와 할아버지를 두고 말하는 걸까 했지. 더 이상 사람을 위해 싸우는 복잡한 일을 일으키면 안된다고, 작별을 준비해야 한다는 말인줄 알았어.
p301. 고래이면서 인간이고, 고래가 아니면서 인간이 아닌 요나는 바다와 땅의 두 세계를 자신만의 습성대로 정렬시키고 있었다. 고래를 대하듯 인간을 대하고, 인간을 대하듯 고래를 대하며, 땅의 습성으로 바다를 살아가고, 바다의 습성으로 땅을 살아가는 ......별개의 고래 인간이 되어 있었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