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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간입니다
원장경 지음 / 그래비티북스 / 2022년 9월
평점 :
서평] 나는 인간입니다./원장경
나는 공포를 유발하는 호러, 좀비를 다룬 소설과 영화를 선호하지 않는다.
호러, 좀비물을 보게 되면 주인공이 처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과정에서 나오는 섬뜻함이 내 기분을 유쾌하게 하지 않는다. 상당한 시간이 흐를때까지 불쾌한 감정이 나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인간입니다]라는 소설은 꽤 오랜시간 고민을 했던 책이다.
괴물로 변한 가장, 그렇다면 좀비라는 존재를 등장시키는 소설일거라는 생각에서 읽고 나면 내내 나를 힘들게 하지 않을까 싶어서.
그러나 가장이라는 존재, 가족이라는 가치를 생각하게 한다는 부분에서 읽어보자 싶었고, 그렇게 길지 않는 양에 읽어보자 손을 들게 되었다.
[나는 인간입니다.]에 등장하는 좀비들은 영화보다 자극적이지 않다. 주인공이 우리가 알고 있는 가장의 모습이고, 의식이 남아있어 인간의 정체성을 잃지 않기 위해 애쓰고, 좀비마저 인간의 사고로 대하려고 하는 모습등이 좀비바이러스와 버물려져 무겁지만은 않다. 주인공이 마주하게 되는 좀비떼도 비릿한 느낌을 약하게 표현해 주었다.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인간들의 탈출과정도 자극적이지 않다. 가족이라는 소중한 존재를 찾아가는 과정도 눈물샘을 자극하지 않고 쿨하다. 그리고 깨달은 것 하나. 이 소설에는 좀비라는 단어가 없다. 단지 바이러스에 감염된 괴물들의 모습이 내가 알고 있는 좀비의 모습이 연상되어 내가 좀비라고 표현한 것일 뿐이다.
주인공은 바이러스에 점차 변해 가면서도 본능적으로 가족을 먼저 생각하고, 자신은 괴물이 아니라고 스스로 생각한다. 그러나 사람들이 보는 시선에는 그는 괴물이다. 주인공이 아내를 만나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위로를 들으면서 다행이다. 는 결론에 다다른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바이러스연구소에서 벌어지는 일들, 그 일에 가담하는 사람들, 실험대상자들. 그들은 괴물일까? 사람일까?
<줄거리 일부>
가장인 주인공 박복한은 회식 후 음주운전을 하다 사고로 정신을 잃게 된다. 얼마후 정신을 차리고 그는 자신이 어떤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로 엉망이 된 세상을 확인하게 된다. 다른 감염자와 달리 자신은 인간의 의식은 남아 있고, 가족을 찾아 집으로 향한다. 그의 집에 있어야할 가족은 보이지 않고, 안전지대에 피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가족을 찾아 나선다. 그길에서 괴물들의 대장역할을 하는 사내 구정빈을 만나게 되고, 그 일가를 사살한 사람이 복한의 아내인 것을 군부대 서류에서 발견한다. 구정빈이 아내를 해칠 것을 우려한 주인공은 아내와 가족을 찾는 여정을 서두른다. 그 과정에서 그를 위협하는 좀비떼, 가장 큰 위협인 구정빈과의 목숨을 건 사투. 그리고 좀비떼를 막아내야 하는 군대까지 등장하게 되는데..
<도서내용 중>
p9. 회사는 가장을 좋아했다. 월급이 필요한 사람이고, 더 부려 먹어도 되니까. 내 값싼 비굴함은 상습적 야근만큼이나 당연했다. 연봉계약서는 21세기 노비 문서였다.
p33. 난 아파서도, 앓아 누워서도 안되는 사람이다. 회사 다녀야 하고 월급 받아야 한다.
p114. 그랬었다. 그 또한 발버둥 쳐왔던 거다. 그래서 그렇게 더 외로운 사람이었나 보다
p140. 녀석들은 생각을 못한다!. 이제 와 보니, 지금까지 내가 위기를 모면하고 살아 남을 수 있었던 건, 저들과 달라 난‘생각’을 하기 때문이었다.
p253. 저것 봐, 해님도 제시간에 퇴근이란 걸 하잖아. 나는 꽤 피곤했다. 나도 해를 따라 퇴근하고 싶었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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