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원 (반양장) - 제13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96
백온유 지음 / 창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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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서평] 유원 / 백온유 / 창비문학상 수상작

 

높은 곳에 서려면 용기가 필요했다.”

 

소설 유원은 우리가 한번쯤 접했을 수 있는 의인과 그의 도움으로 살아남은 아이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세월호사건이 떠오른다.

이 책의 마지막 표지를 덮으면서 세월호에 관련된 그들도 트라우마로부터 슬기롭게 극복해 가기를 바래본다.

 

유원은 화재현장에서 살아남은 아이와 아이를 구한 의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리는 쉽게 우리사회의 영웅, 그리고 기적적으로 살아남아 많은 사람들의 기대와 격려속에서 매우 성공적으로 잘 성장하고 있을 거라고 상상한다.

그러나 소설 유원은 목숨을 빚졌으니 감사하고, 도움 받은 아이에게 키다리 아저씨 같은 감정으로 격려도 하고, 뭐 그런 뻔한 스토리를 이야기 하지 않는다.

열여덟살이 된 유원, 유원을 살리고 질식사로 세상을 떠난 언니, 11층 아파트에서 떨어지는 유원을 받아내 다리가 불편해져 버린 아저씨. 그리고 유원의 가족, 아저씨의 가족들. 그 관계속에서 유원이 겪는 상처는 우리가 너무 쉽게 간과해 왔던 모습이 담겨있다.

 

주인공 유원의 마음은 기적적으로 살아남았지만 언니를 잃은 상처로 인해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먼저 받는다. 부모님과 주변사람들로부터 받는 사랑의 무게보다는 죄책감의 무게가 더 무겁다. 그렇다고 누구를 원망하거나 비관하지는 않는다. 가끔 언니가 살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만 한다.

 

어린시절부터 감당해야 하는 무게와 상처들을 편안하게 그리고 자극적이지 않게 풀어간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성장해 가는 유원.

 

나는 주인공 유원과 함께 수현, 그리고 수현의 동생 정현이 성장해 가는 모습을 응원한다. 더불어 하교시간까지 잠을 자는 이상인 또한 응원한다.

 

 

<줄거리 일부>

 

열여덟 살 주인공 유원’. 유원은 매년 화재사건에서 자신을 살리고 세상을 떠난 언니의 생일날 많은 사람들이 모여 언니를 추모한다. 11층 아파트에서 떨어지는 자신을 받아 내면서 몸도 삶도 망가져 버린 아저씨는 가끔 유원의 집을 찾아와 식사도 하고 돈을 요구한다. 그러나 그녀의 부모는 그런 아저씨를 소홀히 대하지 않는다.

유원은 많은 이들에게 자랑스러운 존재였던 언니몫까지 잘살아야 하고, 행복해야 한다는 말들로 인해 더 힘이 든다.

자신 때문에 부모님이 아저씨로부터 부당한 요구에 쩔쩔매는 것도 싫다.

학교에서는 화재현장에서 기적처럼 살아남은 아이, 마음에 상처를 가진 아이로 주변의 배려속에서 그저 무난하게 공부잘하는 아이로 생활한다.

그러나 혼자 있는 것이 편해 가끔 올라가던 학교 옥상에서 아저씨의 딸 수현을 만나 친해진다. 그리고 그녀 역시 마음에 아픔이 있고 그 아픔을 유원과 공유하고 공감해 가면서 유원은 성장해 간다.

 

<도서내용 중>

 

p84. 그날 이후, 이전에 나를 몰랐던 사람들조차도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나를 위로하고 축복했다. 그러나 그들은 내가 웃을 때면 생전 처음 보는 풍경을 보는 것처럼 낯설어하고 약간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내 행복을 바랐다면서도 막상 멀쩡한 나를 볼 때면 워낙 뜻밖이라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알 수 없다는 듯 당황했다.

p113. “너보고 언니 몫까지 행복하라고 하지? 두배로 열심히 살라고, 그런 말 안해?”

적당히 행복하기도 힘든데, 어떻게 두배나 행복하게 살라는 거야

 

p126. 나는 나를 살린 우리 언니가 싫어.

나는 나를 구해준 아저씨를 증오해.

 

p130. 혹시 수현이 옥상에 나를 데리고 다닌 건 기억하게 하기 위함인가? 수현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 나만 다 잊고 편안히 지내는 건 불공평하니까. 나는 어쩌면 고소공포증을 느끼기에 타당한 사람, 마땅히 죄책감을 느껴애 하는 사람, 아저씨 뒤에 어떤 사람들이 있었는지 살펴야 했던 사람.

 

p152 “나는 싸워 본 적이 없어서, 화해해 본 적도 없어. 우리가 싸운 건지, 화해를 해야 하는 상황인 건지, 화해하면 회복할 수 있는 종류의 일인 건지도 모르겠어…….

 

p221. “유원, 너 나한테 처음으로 말 걸었네.”“앞으로도 집 가기전에 나 깨워 주라

내가 왜 그래야 하는지 물으려다가 그래, 그게 뭐 어려운 일이라고. 그까짓거 해주지 뭐. 생각했다. 너그러워진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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