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그림 우케쓰 이상한 시리즈
우케쓰 지음, 김은모 옮김 / 북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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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케쓰의 《이상한 그림》을 읽었다. 괴담을 좋아하는 나에게 축복 같은 작가다. 재밌게 읽었던 전작 《이상한 집》은 영화로도 나올 계획이라고 한다. 《이웃 사냥》과 이번 작품 《이상한 그림》까지 흥미진진한 괴담을 자주 볼 수 있어 행복한 요즘이다.


저번에는 '이상한 집' 이야기였다면 이번에는 '이상한 그림'이 등장한다. 오컬트 동아리원이 한 남자의 블로그에서 이상한 그림을 발견한 것이다. 일러스트레이터인 아내가 그린 아이의 미래 모습이다. 아내는 출산 도중 사망했고 남자는 한참 후에 블로그에 그림의 비밀을 알아차렸다는 글을 마지막으로 남긴다.


평범한 소재로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만드는 작가의 재주는 이번 작품에서도 놀라운 효과를 발휘한다. 그냥 봐서는 절대로 알 수 없는 비밀이 하나씩 밝혀질 때 정말 놀라웠다. 그림의 비밀이 무엇인지 꼭 직접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이번 작품이 좋았던 이유는 한층 더 강렬해진 기괴함과 높아진 완성도에 있다. 장편을 더 선호하여 처음에 읽을 때 단편인줄 알고 살짝 실망했다. 그러나 이야기가 모두 이어지며 하나의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 것을 알고 매우 만족스러웠다. 왜 전작보다 더 발전했다고 홍보했는지 이해가 됐다. 또한 괴담의 수위 역시 무척이나 강렬해서 좋았다. 작정하고 만든 이야기란 느낌이 들었다.


우케쓰의 가장 큰 장점은 뛰어난 흡입력에 있는 것 같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번 작품도 하루만에 다 읽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아직 상상력이 많이 남아있는 느낌마저 든다. 작가가 앞으로 보여줄 수많은 괴담이 정말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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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갇힌 외딴 산장에서 히가시노 게이고 산장 3부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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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장편소설 눈에 갇힌 외딴 산장에서를 읽었다. 정말 많은 작품을 집필하면서도 완성도도 고른 편인 작가는 정말 대단하다. 이번 작품 역시 일본에서는 1992년에 출간됐다. , , , , , , 고 일곱 명이 소설을 쓰고 있다는 루머가 생각난다.

 

산장이 들어가는 다른 작품인 가면 산장 살인 사건은 충격적인 작품이었다. 그 몰입감과 반전이 놀라웠다. 이번 작품 역시 보통은 절대 아니다. 오디션에 합격한 일곱 명의 배우가 산장에 모인다. 그리고 직접 각본가, 연출가, 배우가 되어 연극을 만들게 된다. 실제로는 코앞에 버스정류장이 있고 날씨도 좋지만, 연극에서는 폭설로 오도 가도 못 한 채 산장에 갇힌 설정이다. 그 사이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꾸며내라는 것이다.

 

90년대에 쓰인 작품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매력적인 설정이다. 어떻게 하면 매력적인 등장인물이 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그들 사이에서 진짜로 사건이 벌어지고 사람들은 혼란에 빠진다. 진실은 무엇이고 또 범인은 누구인지 추리가 시작된다.

 

클로즈드 서클, 한정된 공간 속에서 벌어지는 서스펜스 작품을 정말 좋아한다. 눈에 갇힌 외딴 산장에서는 그중에서도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실제로는 바깥으로의 이동도 연락도 가능하지만, 연극을 위해 이들은 스스로를 가둔다. 진짜 살인 사건이 일어났는지 아니면 연극의 일종인지 헷갈리는 상황 속에서 독자 역시 무엇이 진실인지 흥미를 높인다.

 

아마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중 아직 번역되지 않은 것이 많은 것 같다. 앞으로도 꾸준히 그의 작품을 한국에서 만나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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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지에서 생긴 일
마거릿 케네디 지음, 박경희 옮김 / 복복서가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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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거릿 케네디의 장편소설 휴가지에서 생긴 일을 읽었다. 무너진 절벽 아래 흔적도 없이 사라진 호텔이 있었다. 스무 명이 넘는 사람들이 지냈던 그곳에서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을까. 이 소설은 토요일에 시작해서 금요일에 끝난다. 호텔이 무너지기 전까지 있었던 수많은 관계와 갈등이 낱낱이 드러난다.

 

소설을 읽기 전에는 휴가지에서 사람들이 한 명씩 죽는 스릴러를 상상했다. 클로즈드 서클처럼 한정된 공간에서 일어나는 살인 사건이 생긴 걸까 궁금했다. 의외로 소설은 어떠한 사건보다는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관계에 집중한다. 성향도 상황도 다른 이들이 한곳에 모이게 되면서 화학 작용이 일어나는 것이다.

 

호텔에서 일하는 직원부터 손님까지 개성이 뚜렷하다. 등장인물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워낙 잘 빚어진 덕에 얼굴이 그려질 정도로 잘 상상되는 느낌이었다. 수도 없이 일어나는 갈등에 읽으면서 나까지 피곤해졌다. 분명 행복해지려고 이곳에 방문했을 텐데 왜들 그렇게 불평하고 싸우는지 답답하기도 했다.

 

소설이 진행될수록 호텔이 언제 무너질지 괜히 긴장되었다. 사람들의 갈등과 재난 사이에는 관련이 없지만, 생사가 오락가락하는 상황이 닥쳐오는데 이들이 벌이는 논쟁에는 영양가 없는 것이 대부분이라 더 대비되어 보였다. 자연 앞에서는 인간이 얼마나 하찮은 존재인지도 다시 한번 느꼈다.

 

우아한 매력이 있었던 이야기, 휴가지에서 생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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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디베어는 죽지 않아 안전가옥 오리지널 27
조예은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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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예은 작가의 장편소설 테디베어는 죽지 않아를 읽었다. 전작 칵테일, 러브, 좀비를 읽고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했는데 이번 작품 역시 몰입감이 아주 높은 소설이었다.

 

엄마의 복수를 꿈꾸는 화영과 그녀를 도우려는 도하의 이야기다. 아직은 보살핌이 필요한 나이인 두 명은 상황이 조금 다르다. 화영은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 후 가출한 아이들이 같이 사는 아파트에 거주하며, 도하는 끔찍한 가정폭력 속에서 하루하루 버티고 있다. 이렇게 가혹한 설정 속에서 사는 두 명이 참 안쓰러웠다.

 

단단한 두 캐릭터는 목표를 향해 계속 달린다. 화영은 복수를 위해 2000만 원을 모은다. 당장 오늘 먹을 음식 걱정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녀가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참 안타까웠다. 그럼에도 화영은 쓰러지지 않는다. 그 의지와 집념이 참 대단했다. 도하 역시 화영에 대한 죄책감으로 그녀를 열심히 돕는다. 그 순수한 마음이 인상적이었다.

 

이 피도 눈물도 없는 이야기에서 테디베어가 숨구멍 역할을 한다. 어떠한 사건으로 도하의 영혼이 곰 인형 속으로 들어간 것이다. 이 조그만 곰 인형이 화영을 여러 위기 상황에서 구해낸다. 잔혹한 이야기에 어울리지 않는 테디베어가 대비되어 더 강렬한 느낌을 만들어낸다.

 

화영의 복수는 참으로 쉽지 않은 여정을 거친다. 여러 사람에게 배신을 당하며 죽을 위기에 놓인 그녀가 맞는 결말은 무엇일까. 쉼 없이 달려가는 소설, 테디베어는 죽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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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
김지윤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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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 작가의 장편소설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을 읽었다. 힐링 소설을 읽는 건 언제나 즐겁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이유와 같은 것 같다. 조금은 뻔한 설정도 너그럽게 넘어갈 수 있을 만한 미덕이 그 안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연남동에는 24시간 무인 빨래방이 있다. 산뜻한 시그니처 섬유유연제 향이 좋은 그 빨래방에는 다이어리가 있다. 빨래하러 온 사람들이 다이어리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고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이가 준 위로는 상대방을 단단하게 만들어 준다.


이야기의 포문을 여는 것은 ‘장 영감’이다. 반려동물 진돌이와 함께 사는 장 영감은 이불에 실례한 진돌이 때문에 빙굴빙굴 빨래방에 갔다가 ‘미라’를 만난다. 전세 문제와 가족 문제로 힘들어하던 미라 가족은 장 영감과 소중한 인연을 맺는다.


모르는 사람한테 더 솔직해질 때가 있다. 한번 보고 말 사람이니까 현재의 감정에만 충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빙굴빙굴 빨래방의 작은 연두색 다이어리 역시 익명성을 무기로 사람들 사이를 열심히 이어준다.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이 수많은 힐링 소설 사이에서 가지고 있는 강점은 관계성이다. 빨래방의 특성상 동네 주민들이 이용하다 보니 서로 알아가기가 쉽다. 점점 깊은 관계를 맺은 이들이 하나의 목표를 위해 열심히 협력하는 장면이 참 좋았다.


비판받기 쉬운 장르지만 이렇게 재밌게 쓰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다. 읽으면서 미소가 나온다면 그것만으로도 대성공 아닐까. 우리 동네에도 이런 빨래방이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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