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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는 출근합니다 ㅣ 소원라이트나우 7
김선희 외 지음 / 소원나무 / 2024년 3월
평점 :
소설집 《오후에는 출근합니다》를 읽었다. 다섯 명의 작가가 참여하였으며, 인형탈부터 전단지, 편의점 등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소년이 등장한다. 소설을 읽으며 처음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날이 생각났다. 학생 때는 아니고 수능이 끝나고 졸업식 전까지 학원에서 보조 일을 했었다. 어렵진 않은 일이었다. 복사와 채점, 타이핑 등이 전부였다. 시급은 오천 원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최저시급이 오천 원이 채 안 되던 시절이었으니 나름 괜찮은 아르바이트였다고 할 수 있겠다.
생각해 보면 운이 좋았던 것 같다. 고등학생 때 다녔던 텝스 학원 강사님의 보조 일을 했기 때문에 이미 서로 아는 사이였고 학원을 다닐 때도, 아르바이트를 했을 때도 잘 챙겨주시던 그런 선생님이었다. 분명 처음 하는 아르바이트라 답답한 일이 많았을 텐데 화내는 일 없이 알려주시던 기억이 난다. 그럼에도 사회 초년생으로써 순간순간 움찔하던 기억도 같이 떠오른다. 종종 실수를 해서 눈치를 보던 그런 기억 같은.
이 작품의 주인공들은 청소년부터 일종의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일을 시작하면 남의 돈을 버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알게 된다. 각자 사정과 이유는 다르지만 그렇게 사회의 쓴맛을 맛본다. 그 아이들이 기특하면서도 안쓰러웠다.
앞의 두 작품을 인상적으로 읽었다. [인형 탈을 쓰면]은 제목처럼 인형 탈을 쓰고 홍보하는 아르바이트 일을 하는 청소년의 이야기다. 내성적인 성격도 인형 탈을 쓰면 적극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이 사실일지 궁금했다. I 성향이 100프로인 나도 인형 탈을 쓰면 광란의 춤을 출 수 있을까. 눈에 뵈는 게 없을 것 같긴 하다. 탈을 통해 본 세상을 묘사하는 방식이 좋았다.
[마법소녀 계약주의보]는 통통 튀는 상상력도 좋았지만 꼬여있는 플롯이 마음에 들었다. 불공정한 계약을 무찌르고 응징하기 위해 만들어진 존재가 불공정한 계약을 한다는 아이러니가 모순적으로 느껴져서 인상적이었다. 게다가 빌런조차 공정한 선 위에 놓여있지 못하다는 것까지 완벽했다.
큰 기대 없이 읽었던 소설이었는데 어느새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는 아이들을 응원하게 되었다. 청소년 때 일한 그 경험을 바탕으로 어른이 되어서도 멋지게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