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
김지윤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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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윤 작가의 장편소설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을 읽었다. 힐링 소설을 읽는 건 언제나 즐겁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이유와 같은 것 같다. 조금은 뻔한 설정도 너그럽게 넘어갈 수 있을 만한 미덕이 그 안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연남동에는 24시간 무인 빨래방이 있다. 산뜻한 시그니처 섬유유연제 향이 좋은 그 빨래방에는 다이어리가 있다. 빨래하러 온 사람들이 다이어리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고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이가 준 위로는 상대방을 단단하게 만들어 준다.


이야기의 포문을 여는 것은 ‘장 영감’이다. 반려동물 진돌이와 함께 사는 장 영감은 이불에 실례한 진돌이 때문에 빙굴빙굴 빨래방에 갔다가 ‘미라’를 만난다. 전세 문제와 가족 문제로 힘들어하던 미라 가족은 장 영감과 소중한 인연을 맺는다.


모르는 사람한테 더 솔직해질 때가 있다. 한번 보고 말 사람이니까 현재의 감정에만 충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빙굴빙굴 빨래방의 작은 연두색 다이어리 역시 익명성을 무기로 사람들 사이를 열심히 이어준다.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이 수많은 힐링 소설 사이에서 가지고 있는 강점은 관계성이다. 빨래방의 특성상 동네 주민들이 이용하다 보니 서로 알아가기가 쉽다. 점점 깊은 관계를 맺은 이들이 하나의 목표를 위해 열심히 협력하는 장면이 참 좋았다.


비판받기 쉬운 장르지만 이렇게 재밌게 쓰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다. 읽으면서 미소가 나온다면 그것만으로도 대성공 아닐까. 우리 동네에도 이런 빨래방이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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