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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섬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이은선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9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조이스 캐럴 오츠의 소설집 《제로섬》을 읽었다. 호러 소설을 주로 쓰는 작가인데 노벨문학상 후보로 자주 거론되는 것에 흥미로워서 작가에 대한 관심이 있었다. 그러나 처음으로 읽었던 《언니의 실종에 관한 48 단서들》은 실망스러웠다. 너무 모호한 이야기가 재미를 가져다주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읽은 《제로섬》은 단편집으로 열두 편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일단 저번에 읽은 《언니의 실종에 관한 48 단서들》보다는 명확한 이야기들이 있어서 좋았다. 첫 번째 이야기이자 표제작인 [제로섬]은 대학원생인 'K'를 내세워 불안한 내면을 제대로 보여준다. 교수 'M'의 뒤풀이 모임에 초대된 그녀는 애초에 자신이 사실은 초대받지 못한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울리지 않는 자리에서 가시방석을 경험한 기억이 자연스레 떠오르면서 더욱 몰입이 되었다.
그리고 이야기는 M의 딸 '허서'로 이어간다. 어딘가 기묘한 구석이 있는 허서와 K의 대화는 처음에는 즐거운 듯 보이다가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느낌이 들어 특별한 말없이도 긴장감을 자아내었다. 대화에 덧붙여진 설명이나 내면의 묘사 중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이 많아서 좋았다. 문장을 잘 쓰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엄청나게 많은 단편을 써온 작가답게 확실히 단편에서 더 그녀의 강점이 드러나는 것 같다. 특히 일상에서의 공포나 불안을 집요하게 탐색하여 공감을 불러 모았다는 점에서 이 소설의 가치가 느껴졌다. 과연 조이스 캐럴 오츠가 노벨문학상을 받게 될 날이 올지 궁금하다. 다음에는 《흉가》나 《인형의 주인》도 읽어보고 싶다. 앞으로 기괴한 이야기가 필요할 때 찾으면 좋을 작가로 기억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