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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트 : 환영의 집
유재영 지음 / 반타 / 2025년 11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유재영 작가의 장편소설 《호스트: 환영의 집》을 읽었다. 청림호 옆 적산가옥에 사는 사람들에게 벌어지는 이상한 일을 다룬 소설이다. 1945년과 1999년, 2025에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번갈아 이어진다.
처음에 소설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조예은 작가의 《적산가옥의 유령》이 생각났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가 나오고 그 과거가 지금 현재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연히 적산가옥에 유령이 나온다는 설정도. 그러나 소설을 읽을수록 이 작품만의 매력이 빛나기 시작했다.
일단 문장들이 참 좋았다. 그동안 수많은 작품을 읽으면서 책을 더럽히면 안 된다는 생각에 책에 절대 밑줄이나 메모 같은 것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처음으로 좋은 문장들에 밑줄을 그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았지만.) 요즘 좋은 문장이란 무엇일까 고민하던 차에 모범 답안을 본 것만 같은 소설이었다. 표현이 반짝반짝한 문장들을 보며 이런 게 소설가의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서히 조여오는 공포도 좋았다. 사실 직전에 비슷하게 하우스호러를 다룬 일본 소설을 읽었는데 그 작품도 재밌게 읽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호스트: 환영의 집》에서 훨씬 더 깊은 독서가 가능했다. 감추고 있는 것이 많은 이 소설이 하나씩 비밀을 벗겨낼 때 그다음이 너무나 궁금해졌다. 수많은 '환영'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이 집에 나타나는 것인지 알고 싶은 마음에 다음 장을 계속 넘겼다.
외적인 상황도 내 마음도 여유가 없어 독서가 어려운 상황에서 이런 작품을 만날 수 있어 행운이었다. 연말에 섬뜩한 소설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어쨌든 내 현실은 이 소설보다는 더 낫다는 말일 테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