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청년, 호러 안전가옥 FIC-PICK 3
이시우 외 지음 / 안전가옥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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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가옥에서 출간한 도시, 청년, 호러를 읽었다. 여섯 명의 작가가 도시와 청년을 주제로 호러 소설을 써냈다. 아직 6월인데도 무더운 지금 딱 읽기 좋은 소설이다. 많은 청년이 맞닥뜨리는 문제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아마 경제적 문제가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고시원에서 돈을 아껴가며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는 [분실]의 석진도, 행복한 자취의 꿈을 이루는 데 방해를 받는 [복층 집]의 혜화나 [보증금 돌려받기]의 성아 역시 돈이 문제다. [아래쪽]역시 돈을 위해 맨홀 밑에서 일을 하는 위험을 택한다.

 

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얼마나 많은 청년이 살기 위해 아등바등 살아가는 걸까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밖에서 아무리 힘들었어도 나만의 공간에 오면 위로가 되기 마련이다. 그 작은 위안마저 앗아가는 열악한 상황이 좌절될 것 같다. 가장 안전해야 할 집이 가장 무서운 공간이 되는 [복층 집]은 결말을 보는 순간 섬뜩해졌다. 역시 귀신보다 무서운 건 사람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보증금 돌려받기] 역시 마찬가지다. 전세 사기나 집주인과의 갈등은 정말 현실적인 이야기다. 점점 이상해지는 성아의 상황에 공감할 수 있었다. 영화 같은 전개가 제일 마음에 들었다. 결말까지 보고 나면 긴 여운이 남을 것이다. [분실]은 가장 답답한 이야기였다. 석진의 꼬일 대로 꼬여버린 상황이 진짜 일어날 법해서 더 답답함이 크게 다가왔다. 보이스피싱을 당해 목숨을 끊은 청년의 기사가 생각나 씁쓸하기도 했다.

 

경제적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행복은 보장되지 않는다. [Not Alone]은 외로움을 다룬 이야기다. 소속되고 싶은 마음이 결국 파국을 부르는 이야기인데 반전까지 숨어 있어 이야기를 읽는 재미가 있다. 전반적으로 길지 않은 분량에 완성도도 나쁘지 않아 쉽고 빠르게 즐길 수 있었다. 점점 더워지는 여름날 추천하고 싶은 추리소설, 도시, 청년, 호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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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이 불안할 때, 에리히 프롬 - 내 안의 힘을 발견하는 철학 수업 서가명강 시리즈 24
박찬국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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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우울하던 때에 읽은 사는 게 고통일 때, 쇼펜하우어는 많은 위로가 되었다. 서울대 교수진의 강의를 책으로 낸 이 서가명강 시리즈에 흥미가 생겼다. 이번에 읽은 시리즈는 참을 수 없이 불안할 때, 에리히 프롬이다. 자유로부터의 도피라는 책을 쓴 에리히 프롬은 20세기 철학자 중 대중의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처음에는 자유로부터 도피한다는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인간은 누구나 자유를 원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에리히 프롬이 왜 제목을 그렇게 지었는지 깨달았다. 프롬은 자유란 인간이 자신의 실존적 욕망을 이성적인 방식으로 구현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사람은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을 지는 것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오히려 자유를 짐으로 생각하며 비이성적 권위에 자신을 내맡기고 싶어 하게 된다는 것이다.

 

대학에 입학하고 비슷한 감정을 느낀 적 있다. 자유로부터 도피하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해놓고 나 역시 수동적인 삶에 익숙해져 있던 것이다. 무엇을 공부할지 명확하게 알려주는 고등학교 생활이 하나부터 열까지 내가 알아서 해야 하는 대학 생활보다 더 편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도 사업을 하는 것보다 주어진 일을 하는 직장인 생활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물론 권위에 복종하는 것이 모두 나쁜 것은 아니다. 프롬은 비이성적인 권위에 복종할 때 문제가 생긴다고 보았다. 그럼 어떻게 살아야 진정한 자유를 찾을 수 있을까? 여기에는 세 가지 삶의 자세가 필요하다. 소유욕에서 벗어나야 하고, 모든 생명을 사랑하고 존중해야 하며, 과거와 미래에서 벗어나 지금 여기에 완전히 존재해야 한다. 사실 말로는 쉬운데 실천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왜 에리히 프롬이 대중의 많은 사랑을 받았는지 알 수 있었다.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은 따뜻한 철학 같다. 삶이 고통일 때 쇼펜하우어를 찾은 것처럼 삶이 불안할 때 에리히 프롬을 찾아봐야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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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12
요 네스뵈 지음, 문희경 옮김 / 비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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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네스뵈의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12, 을 읽었다. 바로 전에 데뷔작 박쥐를 읽어서 해리가 20년의 세월 동안 어떻게 달라졌을지 궁금한 마음이 컸다. (심지어 박쥐에는 아직 라켈이 등장하지 않는다!) 박쥐도 읽으면서 참 독한 작품이라 생각했는데 이번 작품 은 정말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엄청난 소설이었다.

 

해리가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는 존재, 라켈이 목숨을 잃었다. 소설의 제목과 같은 칼에 찔려 숨을 거두었다. 지금까지 여러 잔혹한 사건을 해결해 온 해리도 이보다 더 큰 절망을 겪진 않았다. 처음에는 무언가 속임수가 있으리라 생각했다. 라켈이 이렇게 쉽게 죽을 리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라켈은 사실 살아있었고 해리는 멋지게 진상을 간파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되찾는 결말을 예상했다. 그러나 그런 꿈같은 일은 존재하지 않았다.

 

더 망가질 부분이 있을까 싶었던 해리는 끝이 없는 추락을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라켈을 죽인 범인을 알아내기 위해 집요하게 추적한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용의자가 떠오르고 해리가 이를 하나씩 확인하는 장면은 정말 긴박감이 넘친다. 이번 작품에 유독 범인 같은 인물이 많이 등장하여 도대체 누가 진범인지 끝의 끝까지 도달해도 알 수 없었다.

 

기나긴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해리가 마침내 찾아낸 진실이 정말이지 너무 끔찍했다. 작가가 도대체 어떤 마음으로 소설을 집필한 건지 궁금하다. 해리를 얼마나 더 괴롭힐 작정인 걸까. 다시는 미소짓지 못할 것 같은 해리가 안쓰러웠다.

 

이미 13번째 해리 홀레 시리즈가 여름에 노르웨이에서 공개된다고 하는데 어떤 충격적인 사건이 있을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동시에 너무너무 기대된다. 한국에 번역되어 소개될 때까지 부지런히 아직 읽지 않은 해리 홀레 시리즈를 복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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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의 여름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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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지무라 미즈키의 장편소설 《호박의 여름》을 읽었다. 두꺼운 책의 매력을 알아가고 있는 요즘이다. 연달아 방대한 분량의 책을 읽고 있는데 하나같이 다 재밌다. 특히 이번에 읽은 작품, 상반기 1위를 차지할 만하다! 사실 츠지무라 미즈키의 작품은 어떤 건 너무 재밌는데 다른 건 너무 재미없는 경우도 있어서 걱정을 좀 했다. 다행히 《호박의 여름》은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을 것 같다.


변호사 노리코는 어린 시절 여름방학마다 ‘미래 학교’라는 곳에서 시간을 보냈다. 미래 학교는 일반 학교와는 다른 점이 많다. 문답이라는 방식을 활용하여 아이들 스스로 문제와 해답을 깨우치게 하고 청소나 빨래를 직접 하며 가치를 배운다. 또 자연을 체험하며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평온함을 경험한다.


이렇게 장점을 나열하니까 미래 학교가 무척이나 좋은 곳 같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어두운 것도 존재한다. 미카는 노리코와 다르게 미래 학교에서 산다. 미래 학교의 규칙에 따라 부모님을 만날 수 없다. 미카는 방학 때 온 노리코를 만나 자신의 쓸쓸함을 털어놓는다. 자연을 체험하는 것이 점점 신격화되며 미래 학교에 있는 샘물을 정수 처리를 하지 않고 판매하여 식중독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것이 크게 문제가 되어 미래 학교는 사이비 종교 취급을 받게 된다.


츠지무라 미즈키의 《호박의 여름》은 교육에 대해 여러 논점을 제시하는 소설이다. 참된 교육은 무엇인지, 어떤 교육이 아이들에게 필요한지 긴 분량을 할애하여 독자들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제시한다. 교육자로서 질문이 참 아팠다. 현재의 교육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은 일본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입시 위주의 경쟁 사회에 내몰린 아이들은 점점 지쳐간다. 그러나 이에 정반대에 서 있는 듯한 미래 학교도 부모의 부재와 문답을 가장한 세뇌라는 비판도 이해가 간다. 어떤 길이 옳은 길인지 판단하는 것이 참 어렵다.


치열한 의견 다툼이 벌어지는 와중에 이 작품의 가장 큰 강점은 감정의 울림이다. 미카와 노리코의 관계는 기어코 눈물을 맺히게 했다. 《츠나구》와 《아침이 온다》에서 느꼈던 츠지무라 미즈키만의 강점이 여기서도 느껴졌다. 많은 주제를 담고 있는 만큼 읽는 개개인에 따라 다양한 생각이 오갈 것 같다. 츠지무라 미즈키의 《호박의 여름》을 진심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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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라의 비밀 약방
사라 페너 지음, 이미정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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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 페너의 장편소설 넬라의 비밀 약방을 읽었다. 요즘 책을 고르는 안목이 좋아진 것 같다. 많은 책을 읽는 것에 비해 마음에 드는 책을 만나는 확률이 낮다고 생각했는데 읽는 책마다 재밌다. 이번 작품 넬라의 비밀 약방도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장르 소설을 좋아한다면 하빌리스라는 출판사를 주목해도 좋겠다.

 

총 세 사람의 시선으로 서술되는 소설이다. 1791년의 약방을 운영하는 넬라와 고객 엘리자, 현재의 캐롤라인이다. 캐롤라인은 여행을 왔다가 우연히 넬라가 쓰던 약병을 발견하고 과거에 있었던 일을 뒤쫓기 시작한다. 넬라는 오직 여성을 위해 독약을 만드는 일을 하는데, 손님으로 엘리자가 오면서 여러 격동적인 사건들이 시작된다.

 

완벽한 여성 서사 소설이라는 것에 이견이 없을 것 같다. 과거의 넬라와 엘리자도, 현재의 캐롤라인도 주체적인 인물로 자신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을 위해 행동에 나선다. 세 인물 모두 남성에게서 받은 상처가 있다. 각자 그 상처를 극복하는 방식이 어떻게 다른지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캐롤라인이 도서관에 방문해 알게 된 직원 게이너까지 여성 간의 연대가 따뜻하게 그려진다.

 

넬라의 비밀 약방은 장르 소설로서의 재미도 훌륭하다. 불법적인 일을 하는 만큼 언제 들킬지 모르는 상황에 놓인 넬라와 엘리자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숨죽이고 봐야 할 정도로 급박하게 돌아간다. 특히 후반부 경찰에 모든 일을 들킬 위기에 처할 때 페이지를 정신없이 넘기게 된다. 캐롤라인 역시 의도치 않게 큰 곤란에 놓이는데 이 장면 역시 너무나 개연성이 충분하다. 장르 소설 특유의 과도한 힘주기가 느껴지지 않아 더 좋았다. 6월의 첫날이지만 아마 이번 달에 읽을 작품 중 3위 안에 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역사가 그들을 지워버릴지라도 나는 그럴 수 없었다.’ (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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