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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라의 비밀 약방
사라 페너 지음, 이미정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5월
평점 :
사라 페너의 장편소설 《넬라의 비밀 약방》을 읽었다. 요즘 책을 고르는 안목이 좋아진 것 같다. 많은 책을 읽는 것에 비해 마음에 드는 책을 만나는 확률이 낮다고 생각했는데 읽는 책마다 재밌다. 이번 작품 《넬라의 비밀 약방》도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장르 소설을 좋아한다면 ‘하빌리스’라는 출판사를 주목해도 좋겠다.
총 세 사람의 시선으로 서술되는 소설이다. 1791년의 약방을 운영하는 넬라와 고객 엘리자, 현재의 캐롤라인이다. 캐롤라인은 여행을 왔다가 우연히 넬라가 쓰던 약병을 발견하고 과거에 있었던 일을 뒤쫓기 시작한다. 넬라는 오직 여성을 위해 독약을 만드는 일을 하는데, 손님으로 엘리자가 오면서 여러 격동적인 사건들이 시작된다.
완벽한 여성 서사 소설이라는 것에 이견이 없을 것 같다. 과거의 넬라와 엘리자도, 현재의 캐롤라인도 주체적인 인물로 자신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을 위해 행동에 나선다. 세 인물 모두 남성에게서 받은 상처가 있다. 각자 그 상처를 극복하는 방식이 어떻게 다른지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캐롤라인이 도서관에 방문해 알게 된 직원 게이너까지 여성 간의 연대가 따뜻하게 그려진다.
《넬라의 비밀 약방》은 장르 소설로서의 재미도 훌륭하다. 불법적인 일을 하는 만큼 언제 들킬지 모르는 상황에 놓인 넬라와 엘리자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숨죽이고 봐야 할 정도로 급박하게 돌아간다. 특히 후반부 경찰에 모든 일을 들킬 위기에 처할 때 페이지를 정신없이 넘기게 된다. 캐롤라인 역시 의도치 않게 큰 곤란에 놓이는데 이 장면 역시 너무나 개연성이 충분하다. 장르 소설 특유의 과도한 힘주기가 느껴지지 않아 더 좋았다. 6월의 첫날이지만 아마 이번 달에 읽을 작품 중 3위 안에 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역사가 그들을 지워버릴지라도 나는 그럴 수 없었다.’ (32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