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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의 여름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2년 5월
평점 :
츠지무라 미즈키의 장편소설 《호박의 여름》을 읽었다. 두꺼운 책의 매력을 알아가고 있는 요즘이다. 연달아 방대한 분량의 책을 읽고 있는데 하나같이 다 재밌다. 특히 이번에 읽은 작품, 상반기 1위를 차지할 만하다! 사실 츠지무라 미즈키의 작품은 어떤 건 너무 재밌는데 다른 건 너무 재미없는 경우도 있어서 걱정을 좀 했다. 다행히 《호박의 여름》은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을 것 같다.
변호사 노리코는 어린 시절 여름방학마다 ‘미래 학교’라는 곳에서 시간을 보냈다. 미래 학교는 일반 학교와는 다른 점이 많다. 문답이라는 방식을 활용하여 아이들 스스로 문제와 해답을 깨우치게 하고 청소나 빨래를 직접 하며 가치를 배운다. 또 자연을 체험하며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평온함을 경험한다.
이렇게 장점을 나열하니까 미래 학교가 무척이나 좋은 곳 같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어두운 것도 존재한다. 미카는 노리코와 다르게 미래 학교에서 산다. 미래 학교의 규칙에 따라 부모님을 만날 수 없다. 미카는 방학 때 온 노리코를 만나 자신의 쓸쓸함을 털어놓는다. 자연을 체험하는 것이 점점 신격화되며 미래 학교에 있는 샘물을 정수 처리를 하지 않고 판매하여 식중독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것이 크게 문제가 되어 미래 학교는 사이비 종교 취급을 받게 된다.
츠지무라 미즈키의 《호박의 여름》은 교육에 대해 여러 논점을 제시하는 소설이다. 참된 교육은 무엇인지, 어떤 교육이 아이들에게 필요한지 긴 분량을 할애하여 독자들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제시한다. 교육자로서 질문이 참 아팠다. 현재의 교육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은 일본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입시 위주의 경쟁 사회에 내몰린 아이들은 점점 지쳐간다. 그러나 이에 정반대에 서 있는 듯한 미래 학교도 부모의 부재와 문답을 가장한 세뇌라는 비판도 이해가 간다. 어떤 길이 옳은 길인지 판단하는 것이 참 어렵다.
치열한 의견 다툼이 벌어지는 와중에 이 작품의 가장 큰 강점은 감정의 울림이다. 미카와 노리코의 관계는 기어코 눈물을 맺히게 했다. 《츠나구》와 《아침이 온다》에서 느꼈던 츠지무라 미즈키만의 강점이 여기서도 느껴졌다. 많은 주제를 담고 있는 만큼 읽는 개개인에 따라 다양한 생각이 오갈 것 같다. 츠지무라 미즈키의 《호박의 여름》을 진심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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