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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세, 미혼출산
가키야 미우 지음, 권경하 옮김 / 늘봄 / 2019년 4월
평점 :
혹시 결혼하셨어요? 아이는 있으신지요? 저는 28살에 결혼했습니다. 제가 지금 40대 중반인데 제 나이대에는 28살은 평균 결혼연령이었습니다. 아이를 결혼하고 3년 반 만에 낳았습니다. 32살에 낳았네요. 아이를 낳아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아이를 낳는 순간 전쟁의 시작입니다. 육아에 대한 스트레스뿐만 아니라 부부간의 갈등도 최고조에 달하게 됩니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더군요. 이제껏 한 번도 배우지 못하고 경험하지 못한 일이 자주 벌어집니다. 혼이 다 빠져나가는 기분입니다. 정상적으로 결혼하여 아이를 낳는 것도 그렇게 힘든 일인데 40세에 미혼이 출산이라뇨.. 이 책 제목 그대로의 일이 나에게 벌어진다면 저는 어떻게 해야 될지.. 정말 상상도 하기 싫은 일입니다.
39살의 유코는 여행사의 과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예기치 않게 임신을 하게 됩니다. 더군다나 아이의 아빠는 결혼할 생각이 하나도 없는 28살의 연하입니다. 임신이라는 것 자체도 놀랍고 떨리는 일인데 더 군다나 미혼이니 얼마나 더 놀랐겠습니까. 그러나 처음부터 유코는 아이를 낳으려고 생각합니다. 대단한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유코가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40세가 가까이 오면 여자들은 이제 내가 아무리 원해도 아이를 낳지 못하는구나 나는 이제 여자가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 역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고 몹시 우울해졌습니다. 40이 되기 전에 우연히 임신을 하게 되었고 아이를 선물같이 여길 수 있는 것 역시 유코가 젊지 않은 나이라 가능한 것 같습니다. 임신을 했다는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았을 건데 본의 아니게 사무실에 소문이 다 나고 고향에도 소문이 다 나고 그 심정이 어떻게 어땠을지.. 사람들이 수군거리면서 내 얘기를 하는 거를 듣고 있어야 되다니..맘이 짠하네요. 우리나라처럼 일본도 미혼모에 대한 시선이 너그럽지 못한 것 같습니다. 출산율이 낮다고 걱정만 할 게 아니라 아이 낳기 좋은 환경을 마련해주고 육아를 모두 다 도와주어야 할 것입니다. 해피엔딩으로 끝나서 다행입니다. 유코에게 선물 같은 아이가 생기고 유코의 아이도 아빠는 없지만 엄마와 외가의 넘치는 사랑을 받고 자랄 수 있으니 말이죠.
책 제목을 보고 처음에는 너무 답답한 내용이겠거니 싶었는데 모두 다 행복해져서 다행입니다. 살다 보면 나와 다른 누군가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게 참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나와 다르게 생활하고 여러 형태의 가족이 존재할 수 있으니 이해까진 아니더라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을 길러야겠습니다. 이 책에서 참으로 여러 가지 형태의 가족을 봤습니다. 그렇게도 지낼 수 있겠구나 그렇게도 가족이라 부를 수 있겠구나 싶은 책이네요. 머지않은 우리들의 모습 같기도 합니다. 가족이라는 의미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라서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