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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보는 그림 - 시끄러운 고독 속에서 가만히 나를 붙잡아 준 것들
김한들 지음 / 원더박스 / 2019년 12월
평점 :
그림을 좋아하시나요? 미술관에는 얼마나 자주 가십니까? 저는 그림을 좋아하지만 미술관에는 자주 못 갑니다. 그래도 1년에 계절 바뀔 때마다 잊지 않고 미술관에 가보려고 노력은 합니다. 몇 년 전 휴가를 런던하고 파리로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늘 로망이던 미술관 투어였죠. 대가들의 작품을 직접 볼 수 있어서 저는 정말 좋았는데 아이들에게는 날씨도 너무 더웠고 매일 미술관이라 그 그림이 그 그림 같아서 고역이었을 겁니다. 그때 저는 여러 작가들의 작품을 엄청나게 많이 봤는데 고흐의 해바라기와 자화상, 모네의 수련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그림을 보고도 사람이 이렇게 심장이 쿵 내려앉을 수가 있구나 싶었답니다. 이렇게 감동을 받을 수 있구나 싶었습니다. 휴가 마치고 돌아가자마자 그림 공부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막상 사는 게 바쁘다 보니 쉽지 않더라고요. 그림에 대한 열망은 그대로인데 그걸 못 채워주니 늘 목이 마른 것처럼 갈증이 납니다. 그래서 이 책도 읽게 되었는데요.
이 책은 현직 큐레이터면서 대학교에서 강의도 하시는 저자가 자기가 정말 아끼는 작가와 그림들을 소개해주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책입니다. 그림 이야기도 있고 경험했는 이야기도 있고 일상의 느낌도 있습니다. 그래서 쉽더라고요. 술술 잘 읽힙니다. 저는 사실 미술이라고는 1도 몰라서 이 책에서 소개해주시는 네 명의 작가들을 아무도 모르겠더라요. 전병구, 박광수, 팀 아이텔, 엘렉스 카츠.. 진심으로 처음 들어보는 이름들이었습니다. 수많은 그림을 접하는 저자도 늘 그림에 대하여 감동을 받는 건 아니구나. 마음을 끄는 그림은 따로 있구나 싶은 게 제 마음을 안심시킵니다. 미술관에서 그림을 볼 때마다 뭔가 작가의 의도를 깨달아야 하고 감동을 받아야 할 것 같은 중압감을 느꼈는데 이제 그런 것에서 좀 자유로워져도 될 것 같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랑 같이 막걸리를 마시고 차를 마시고 대화를 하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네요. 그 작가의 인간적인 모습으로 인해 작품이 더 좋아질지 더 이해가 될지 궁금하네요. 그런 게 큐레이터라는 직업의 큰 매력인 것 같습니다.
그림에 대하여 알고 싶고 큐레이터라는 직업에 대하여 더 알고 싶은 분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고.. 젊고 감각적으로 쓰인 책이라 요즘 젊은이들의 생각이 궁금한 분들도 읽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책으로 미술관에 가는 게 더 홀가분해진 것 같아서 좋습니다. 다른 분들도 읽어보고 어떤 느낌이 들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