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을 내세우기 위해 여성성의 관습 같은 억압적인 사회적 관습에 굳이 반할 필요조차 없다. (중략). 한국의 한 성형외과는 뷰티 인플루언서의 얼굴을 빌려 이런 광고 멘트를 내세운다. "나다움이란? 내 안에 감춰진 또 다른 나 진짜 나를 마주하는 순간."⁵¹ - P204

51 [W]원진성형외과X리] 진정한 나 다움을 찾는새로운 브랜드필름, Find MyTrue Self  당신만 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yz6fEc2HjyY. - P370

외로움은 돈이 된다

감정적 즐거움과 가장 개인적인 형태의 진정성을 강조하는 현대적 행복의 윤리는 욕망의 출처와 결과, 욕망의 정치적 성격을 질문하기보다는 욕망을 무비판적으로 긍정하는 태도를 일반화함으로써 소비주의의 엔진에 무한한 동력을 공급한다. - P205

집을 사기는커녕 전세금 구할 돈조차 없을지라도 온라인 플랫폼 오늘의 집과 가구 브랜드 이케아의 상품으로 무장한 예쁜 집에서 ‘행복할‘ 수는 있다. - P206

가령 폭식은 음식이 주는 즐거움과 행복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물론 이런 주장에도 일말의 진실이 있지만, 심리학 연구들은 폭식증이 외로움 같은 감정적 결핍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도 한다.⁵³ ⁵⁴ - P207

53 Laura Cortés-García, Rubén Rodríguez-Cano and Tilmann von Soest, "ProspectiveAssociations between Loneliness and Disordered Eating from Early Adolescence to Adulthood", International Journal of Eating Disorders, 55 (12), 2022, pp. 1678~1689.
54 Eleni Makri, Ioannis Michopoulos and Fragiskos Gonidakis, "Investigation of Loneliness and Social Support in Patients with Eating Disorders: A Case-Control142~157.
- P370

결핍은 돈이 된다. - P207

외로움은 더많이 가질수록 행복하다는 물질주의적 사고방식에도 강한 영향을 미친다.⁵⁵ - P207

55 Rik Pieters, "Bidirectional Dynamics of Materialism and Loneliness: Not Justa Vicious Cycle",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40(4), 2013, pp. 615-631. - P371

외로울수록 레트로 제품이나 Y2K* 상품처럼 향수를 자극하는 물건을 소비하는 경향이 높다는 것은 이를 보여주는 한 예시이다.⁵⁶ - P208

56 Huey S. Loh, Sanjaya S. Gaur and Piyush Sharma, "Demystifying the Link betweenEmotional Loneliness and Brand Loyalty: Mediating Roles of Nostalgia, Materialism, and Self-Brand Connections", Psychology & Marketing, 38(3), 2021, pp. 537-552. - P371

패션 상품 등의 전통 소비재부터 서비스 회원권이나 약물, 건강식품, 심지어는 특정한 인격체까지 비호의 대상이 되는 상품은 실로 다양하다. (중략).
이렇게 시장은 점점 더 희미해지는 인간적 유대와 연대 대신 비어버린 우리의 정체성을 새로 쓴다.  - P209

이런 상품들은 우리에게 유대감과 행복을 약속한다. 그러나 이러한 상품을 기획하고 만드는 이들은 우리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외롭기를, 그리하여 계속해서 이 상품을 소비하기를 바랄 따름이다. - P210

7장

상품이 되어버린
인간


우리가 연애 프로그램과 남사친 유튜브에 열광하는 이유


이른바 ‘짝짓기 예능‘이라고도 불리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꾸준히 제작되어 온 포맷이지만, (중략).
그런데 <러브 아일랜드> <투 핫!> <솔로지옥>처럼 글로벌한 흥행을 거둔 프로그램들의 형식에는 상당한 유사성이 있다.  - P211

계속해서 상대가 바뀌고, 새로운 상대가 공급되면서 설렘과 흥분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그야말로 ‘도파민‘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에 있는 예비 연인들의 이야기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독자의 관심을 사로잡는 유서 깊은 서사 형식이다. - P212

서사가 아니라 계속되는 설렘과 흥분 자체를 소비하는 우리의 모습에는 이미 하나의 유행이 되어버린 데이팅 앱을 통한 관계 맺기를 연상시키는 측면이 있다. - P212

개인의 자아와 정체성이 하나의 서사라는 관점은 우리가 타인을 대할 때도 적용해야 마땅할 관점이다. - P213

가상 세계에서의 관계 맺기

(전략). 상품화된 데이팅이 만들어내는 고스팅과 시츄에이션십 같은 무책임한 행동과 과한 요금에 질린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데이팅 앱은 세계적으로 인기를 잃고 있는 추세다.⁵⁹ - P214

59 Marni Rose McFall, "Is Gen Z Killing the Dating App?", Newsweek, 2025. 7. 3,
https://www.newsweek.com/gen-z-dating-app-usage-decline-evolution-hinge-tinder-feeld-bumble-2092939. - P371

현대문화의 치유적 에토스를 완성하는 것은 어쩌면 심리학자와 정신과 의사들이 아니라 ‘무해한‘ 삶을 강조하는 문화와 대단히 잘어울리는 기술과 상품들의 등장인지도 모른다. - P215

미디어 학자 닐 포스트먼의 선구적인 연구 《죽도록 즐기기 Amusing Ourselves to Death》는 즉각성과 즐거움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설계된 기술을 사용하며 우리가 무엇을 잃어버리고 있는지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 - P216

(전략).
그렇다면 의사소통이 온갖 밈이 지배하는 즉각적이고 편리한 메시지로 축소되고, 이미지의 중요성이 모든 것을 압도하는 소셜 미디어는 인간관계의 내용과 우리의 사고방식을 어떻게 바꿀까? - P217

소셜 미디어에서 우리는 타인을 장바구니에 넣지는 않아도 타인의 삶을 쇼핑몰 상품 페이지를 넘기듯이 가볍게 스크롤하고, 타인의 삶을 축약한 프로필과 이미지들을 꼼꼼히 들여다보며 일방적으로 이런저런 평가를 내리곤 한다.  - P218

우리의 소셜 미디어 프로필을 가꾸기 위해 우리가 하는 일은 마치 노동이 아니라 우리의 즐거움을 위한 일인 것처럼 제시된다.  - P219

심리학과 정신의학보다는 경영학과 경제학에 기반하는 듯 보이는 (그러나 종종 양자 모두를 차용하는) 좀 더 노골적인 자기 계발 매체들은 타인을 당신의 심리적 자본은 물론 경제적 자본을 증진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는 ‘인맥‘으로 볼 것을 제안하기도 한다.  - P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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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록 씨! 저거 바늘인가요?"
"맞습니다. 석기를 사용해서 순록의 가지진 뿔을 끌로 깎아 만들었다고 신사분들은 생각하십니다." 크록이 재빨리 대답했다.
"빙하기에요?"
"재클러 박사님이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 P73

람벤트가 큰 소리로 말했다.
"우리 터널은 아직 동굴까지 들어가진 못했습니다만, 화약을 터트리면 못 뚫을 길이 없어요. 우리가 어떻게 위쪽에서 동굴로 파고내려갔는지 보여드리겠습니다!" - P74

페이스의 손을 꼭 잡은 하워드가 까치발로 서서 지하의 수직 통로 윗부분을 들여다봤다.
람벤트가 소리쳤다.
"아하! 우리의 젊은 운동선수가 저 바구니의 견적을 내고 있구나!
저기 잠깐 타보고 싶습니까, 선생님?" 람벤트는 목사를 흘끗 보며 말했다. - P75

"제가 따라가면 하워드도 갈 거예요." 페이스가 충동적으로 아버지에게 속삭였다. 물론 아버지가 페이스를 보며 이렇게 말했더라면더 좋았을 것이다. 페이스, 난 네가 이걸 봤으면 좋겠구나. 너도 여기 참여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지금 페이스가 할 수 있는 건 동생에게 묻어가는것이었고, 그럴 기회가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 - P76

페이스 주위는 온통 과거로 둘러싸여 있었다. 그 과거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과거는 죽은 게 아니라 살아 있는 것처럼 느껴졌고, 그녀가 그렇듯이 세상을 궁금해하는 것 같았다. - P77

바구니가 갑자기 격렬하게 흔들리다가 한쪽으로 기울어지면서 멈췄다. - P78

그때 바구니가 더 빨리 올라가기 시작했고, 다시 사람들이 손을 뻗었는데 이번에는 페이스의 손과 팔을 움켜쥐었다. (중략).
그 후에 난리가 났는데 주로 다혈질에 깜짝 놀란 람벤트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그는 이 지역 치안판사로 이 일의 책임자를 경찰에 신고해야 했지만 곧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게 밝혀졌다. - P79

크록이 말했다.
"제 현장에서는 어떤 숙녀분도 저런 무서운 일을 당해선 안 됐는데. 절 용서해주세요, 아가씨." - P80

5

두개골과 크리놀린

선더리 가족은 집에 와서 옷을 갈아입고, 방금 일어난 일에 대해 언쟁을 벌였다. 한동안 머틀은 화가 나서 람벤트가 초대한 다과회에가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 P81

머틀은 ‘선더리 가족의 숙녀분들‘에게 보낸 초대에 페이스도 포함됐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 P81

자리가 자리니만치 머틀은 페이스의 ‘연습용 코르셋‘을 평소보다1인치 더 조이는 데 동의했다. 하지만 페이스가 어른처럼 평소보다 조금 더 긴 스커트를 입고 싶다고 했을 때는 들어주지 않았다.  - P83

람벤트의 저택은 발굴 현장에서 채 2킬로미터도 떨어지지 않은곳의 꼭대기에 있었다. - P82

람벤트는 사냥감 전시실처럼 보이는 방으로 그들을 안내했다. 붉은색과 흰색의 체크무늬 바닥에는 돌 부스러기들과 개털들이 여기저기 보였다. - P83

평소처럼 쏟아지는 사람들의 과찬에 목사는 고집스럽게 침묵으로 응한 반면, 머틀만 분주하게 매력을 발산하며 그 칭찬을 받아들였다. - P81

"두개골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페이스가 속삭였다. - P84

박사가 계속해서 자신의 두개골 수집품에 대해 떠드는 동안 페이스는 배 속이 뒤틀리는 심정으로 들었다. - P85

페이스는 그런 식으로 사람들에게 거부당하는 것에 지쳐서 더 이상 칭찬받거나 진지한 대우를 받으려고 애쓰지 않았다.  - P86

박사는 설명을 계속하면서 자신의 연구 주제를 되풀이하여 말했다. "두개골이 클수록 뇌도 더 크고 지능도 높지. 남자와 여자의 두개골 크기 차이만 봐도 알 수 있어요. 남자 두개골이 더 커서 지능의 왕이란 점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지." 의사는 자신의 말이 사회적으로 적절하지 못하다는 걸 의식한 것 같았다.  - P86

페이스 바로 뒤에서 어떤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 또 그 타령이시네. 재클러 박사님이 우리 여자들 머리가 작다고 또 매도하고 계시는군요!" - P87

박사는 날이 선 목소리로 계속 이야기를 이어가려 했다.
"전 그저 전능하신 하느님이 우리 각자에게 정해진 자리에 맞게 우리를 만드셨다는 말을…………." - P88

(전략).
클레이는 주저하지 않고 곧바로 반박했다.
"모두 노아의 홍수 때 죽었죠. 아니면 그 비슷한 재난에 목숨을 잃었거나 우리의 주님은 여러 번에 걸쳐 이 세상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보셨고, 매번 자신이 만드신 세상에서 유쾌하게 지내시기 위해 새로운 종들을 만들어내셨습니다."
"하지만 화석들이 있잖아요. 대부분은 적어도 수천수만 년 전의 것입니다. 노아의 홍수가 일어나기도 전에 있었던." - P89

재클러 박사는 불편해 보였다.
"10년 전에는 내가 그렇게 말했을지 모르지. 클레이..………… 지난 10년 사이에 모든 게 변했네." - P90

그 노인이 계속해서 말했다.
"난 목사의 뉴 펄튼 화석을 검사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처음에 온사람들 중 하나야. 그걸 봤는데 거기에 화석화된 인간의 어깨와 거기에 희미하게 펼쳐진 날개의 흔적이 있는 걸 봤을 때………… 얼마나경이로웠는지 몰라. 난 그게 뭔지 알았어. 난 말했지. ‘이게 바로 고대의 네피림(구약성서에 등장하는 거인 종족-옮긴이)이야. 이건 진품이야. 내 명성을 걸고 보장할 수 있어!‘라고." - P91

페이스는 다른 여자들을 따라가면서 낙심했다. 머릿속에서 잔인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게 너의 미래야. 넌 용납되지 않는 과학적인 모임에서 빠져줘야 하는 거지. - P92

박제한 몽구스 한 마리가 똬리를 튼 검은색과 노란색이 섞인 뱀속에서 영원히 얼어붙어 있었다. (중략).
한가운데 있는 라벨에 ‘자연이 낳은 괴물들‘이라고 적혀 있었다.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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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의 시선이 잡목림 가장자리에 있는 땅딸막한 탑에 쏠렸다. 대낮에 보자 페이스는 그 폴리가 낮고 뭉툭한 단층 건물로 가늘게 빛이 새어 들어오는 창문들이 모르타르와 담쟁이덩굴로 막혀 있고, 석조건물 자체는 홍차 얼룩이 진 것처럼 갈색인 것을 볼 수 있었다. - P55

페이스는 다시 해변으로 돌아왔다. - P55

하워드가 달려와서 누나가 손으로 가리키는 방향을 실눈을 뜨고 보다가 자신의 총 밑에 있는 동굴들을 찾아냈다.
"저 동굴 속에 괴물들이 있어?" 하워드가 생각에 잠겨 물었다.
"아마도."
"우리 배 타고 저기 가서 볼 수 있어?" - P56

전날 밤에 아버지는 저기서 신비로운 식물을 보살피며 몇 시간씩 시간을 보냈다. 어제는 아버지가 그저 혼자 있고 싶은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제 마차에서 자신의 자리를 뺏은 그 ‘잡다한 스크랩 기사들‘이 들어 있는 상자에서 찾아낸 사실이 떠올랐다. - P57

페이스는 조심스럽게 폴리 속으로 한 발짝 들어가 부츠 신은 발로 축축하고 미끌미끌한 석제 바닥을 디딘 채 작고 둥근 방의 그늘 속을 들여다봤다. - P57

아버지는 보이지 않았지만 대신 하워드가 잡목림을 향해 권총을 겨냥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낯선 남자 하나가 고사리 덤불 사이를 터벅터벅 걸어오고 있었다.
그 남자는 페이스 집의 하인이 아니었다. 언뜻 봐도 알 수 있었다. - P58

지금까지 14년간 살아오면서 습득된 두려움이 솟구쳐 페이스는 정신없이 도망쳤다. - P58

페이스가 하워드를 내려놓고 헐떡거리며 설명했다. 머틀이 얼른 하워드를 살펴보면서 호들갑을 떨자 하워드는 자신이 다쳤다고 생각하고 곧바로 울음을 터트렸다.
"하워드 좀 봐라, 페이스, 내가 아버지에게 말하마." - P59

낯선 남자에 대한 페이스의 설명을 들었을 때 벨렛 부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그건 톰 패리스 같은데요."
"왜 그 패리스란 남자가 우리 땅을 마음대로 드나드는지 이유를좀 말해봐요." 목사의 목소리는 냉정하기 그지없었다. - P59

목사가 아주 엄격하게 말했다.
"앞으론 누구도 내 땅에 무단 침입하는 걸 허락할 수 없어요. 나는 아내와 자식들과 온실에 있는 귀중한 표본들을 안전하게 지켜야해요. (중략). 내가 이 땅을 임대하고있는 한 여기에 무단 침입하는 사람들은 모두 밀렵꾼으로 간주할 겁니다. (후략)." - P60

하지만 마음을 가라앉히고 보니 아버지의 질문에 다른 뜻이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 남자가 폴리에 얼마나 가까이 다가왔니? - P60

4

음침한 동굴

오후 2시에 마차 한 대가 도착했다.  - P61

"목사님! 이렇게 만나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왕립 협회 저널>에실린 목사님의 글은 다 읽었습니다!"
마일스 삼촌이 자기도 자연과학에 잠시 손을 댔고, (후략). - P61

페이스는 조금 불편한 심정으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페이스는 의사가 언급한 사건이 뭔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 P62

"이 근처에서 찾아봐, 페이스"
아버지가 서서 바다를 보고 있는 동안 페이스는 둥근 돌들 사이를 어렵게 돌아다녔다. - P63

"이건 화석이란다. 아주 예쁜 거야. 이 순간을 기억해라, 페이스너의 첫 화석을 발견한 순간을 잊지 마."
그로부터 훨씬 후에 페이스는 그 발견을 다룬 신문 기사를 읽었다.  - P63

재클러 박사는 유쾌한 농담을 해보려고 시도했다.
"자, 그 후로 다른 화석은 발견한 적이 없나요?"
페이스는 고개를 저었다. 그 말이 비수처럼 페이스의 마음을 찔렀다. 그녀의 첫 화석이 마지막 화석이 됐다. 아버지는 그 후로 다시는 화석을 찾는 여행에 페이스를 데려가지 않았다. - P64

가족 소풍을 간다고 잔뜩 흥분했던 하워드는 바다에 배 타고 나가는 게 아니란 걸 알고 크게 실망했다. - P64

머틀은 몹시 화가 난 표정으로 페이스를 보며 말했다.
"페이스 누나가 농담한 거야, 아가! 지금은 파도가 너무 높아. 하워드, 아버지가 연구하시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니?" - P65

"전 거기서 인간의 유해가 나오길 바라고 있습니다. 두개골 같은거면 더 좋고요. 전 두개골 전문가거든요. 목사님."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목사님이 오셔서 우리를 옳은 방향으로 인도해주실 테니 아주 기뻐요." 의사는 재빨리 페이스의 아버지를 곁눈으로 흘끗 보면서 말을 이어갔다 - P66

재클러 박사가 톱밥이 뿌려진 길로 선더리 가족을 인도해서 가다보니 마침내 가장 가까운 협곡이 내려다보였다. 아래를 보자 캔버스천으로 만든 텐트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 P67

과거로 들어가는 터널이야, 페이스는 생각했다. - P68

"절 용서해주세요! 제가 워낙 가만 못 있고 날뛰는 체질이라서 항상 움직여야 직성이 풀린답니다."
"그러면 밤에 자는 것도 아주 힘들지 않나요?" 머틀이 물었다. - P69

"안녕!" 그는 허리를 숙여서 하워드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바짝들이댔다. "여기 군인 아저씨가 한 분 계셨네? 아니면 운동선수인가? 선생님은 큰 사냥감을 잡는 사냥꾼인가요?"
하워드는 얼어붙어서 구레나룻을 기른 람벤트의 큰 얼굴을 빤히들여다보며 자신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P69

하지만 페이스는 아직 앉을 마음이 없었다. 오랜 시간이 흐른 후 마침내 발굴 현장에 왔잖은가! 진정한 과학 발굴 현장에 온 것이다. 페이스는 외바퀴 손수레에 담겨 있는 돌무더기까지 포함해 주위에 있는 모든 것에 매료돼 정신없이 둘러봤다.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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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수프리모


버니 에클스턴에게 엔초 페라리를 존경할 이유는 차고 넘쳤다. - P76

에클스턴은 타고난 세일즈맨 기질을 발휘하여 생애 처음으로자전거를 장만했고, 곧 그 관심은 오토바이에 대한 열정으로 이어졌다. - P77

그는 속임수도 불사하는 열정을 불사른 끝에 드디어 런던 남동부 외곽 벡슬리히스에 번쩍이는 새하얀 전시장을 열었다.  - P77

머지않아 에클스턴은 런던의 멋쟁이들을 상대로 자동차를 파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차를 살 수 있도록 직접 자금을 빌려주기까지 했다. - P78

특히 절친이었던 스튜어트 루이스에번스Stuart Lewis-Evans가 1958년 모로코그랑프리에서 화상을 입고 사망한 이후, 그는 영영 레이싱을 포기했었다.
하지만 이 세계를 완전히 떠날 생각은 없었다. 루이스에번스의 친구이자 매니저이기도 했던 에클스턴은 결국 에이전트 업무로 - P78

그렇게 1972년 시즌을 앞두고 팀 브라밤을 10만 파운드(현재가치로 200만 달러에 조금 못 미친다)에 인수해 마침내 포뮬러 1클럽의 일원이 되었다.
그런데 막상 인수하고 보니 브라밤은 너무나 엉망이었다 - P76

에클스턴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자동차 제작자, 엔초 페라리를 만난 것도 바로 이 무렵이었다.  - P79

두 사람은 의견 충돌을 일으키는 법이 없었는데, 그것은 사실 언어 장벽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에클스턴과 페라리 두 사람 모두레이싱 팬들이 무엇을 보러 오는지 일찌감치 알아챈 인물이었다. - P80

에클스턴에 관한 수많은 기록과 영상이 있다. - P81

허점을 파고드는 예리한 눈과 팀 오너로서의 타고난 기질을 바탕으로, 이 모든 영역에서 점차 지배력을 키워가던 에클스턴은 이제 포뮬러 1의 규모를 전 세계로 확대한다는 원대한 꿈을 꾸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엄청난 부를 끌어모았다.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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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야 한다는 훈령은 역설적으로 실패했다는 실망감과 수치심에 사로잡히게 함으로써 또 다른 불행을 생산하고, ‘나는 행복한가?"라며 끊임없이 자기 감시 행위를 하도록 만든다. - P192

 심리학자들은 행복이 직업적 성공이나 높은 소득, 좋은 인간관계, 신체적·정신적 건강의 결과물이 아니라 원인이 된다고 주장³⁰함으로써 행복하지 않은 상태를 이중으로 낙인찍기도 한다. - P192

30 Cabanas, Rekindling Individualism, Consuming Emotions: Constructing ‘Psytizens‘in the Age of Happiness", Culture & Psychology, pp. 467-480.  - P367

그러나 행복을 절대시하는 사회에서는 항상 행복하지만은 않은 절대다수 사람들 그리고 나에게 행복을 주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공감과 연민 또한 줄어들 수밖에 없다. 우정과 유대의 정의가 함께함으로써 행복한 것‘으로 축소되고 마는 것이다.  - P193

이 행복관의 문제는 불행의 타자화에 그치지 않는다. - P193

우리의 내적 삶은 쾌와 불쾌, 세로토닌과 세로토닌의 부재, 무언가의 빈도와 강도로 환원할 만큼 단순하지 않으며, 개인의 노력만이 아니라 타인, 나아가 공동체나 사회와 맺는 관계의 양상에 좌우되는 대단히 복잡한 사회적 경험이다.  - P194

철학자 마크 피셔는 현대 젊은이들 다수가 우울증적 쾌락에 빠져 있다고 말한다.  - P194

 흔히 ‘돈 많은 백수‘가 되면 행복할 것이라고들 한다. - P195

그렇다면 감정의 사회성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행복을 재정의하면 어떨까? 다시 말해 타인을 단순히 행복의 한 구성 요소로 설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타인과 공동체가 중심이 되는 방식으로 행복을 정의하면 어떨까?  - P195

그러나 이러한 논의와는 별개로, 우리는 근본적 차원에서 행복을 절대적 가치로 떠받드는 문화 자체에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행복을 충만한 삶의 필연적 부산물이 아니라 그 자체로 목적으로 삼는 문화는 필연적으로 인간을 비롯해 다양한 가치를 도구화하는 문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P196

"가난하지만 행복하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빈곤이 부정의가 아닌 것은아니다. - P196

존엄할 권리 대신 행복해질 권리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사회는이런 질문에 답할 수 있는 능력, 타인과 사회를 염려하는 인간의 능력을 심각하게 손상한다. - P196

투옥당하고 고문당하는 것을 자아실현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타인을 진실로 사랑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 P197

나는 소비한다. 고로 존재한다

행복은 좋을수록 달아나는 역설적 성질이 있는 것만 같다. 행복 비결을 판매해야 하는 전문가들에게는 좋은 일일 것이다.  - P198

개인을 철저한 소비자로 만들어내는 것은 사회의 모든 영역을 시장 논리로 포섭하는 신자유주의의 주된 특징 중 하나다. - P199

소비주의적 생활 방식을 장려하고 강요하는 소비자 사회에서 소비는 권리일 뿐만 아니라 의무이기도 하다.  - P199

모든 것을 경제화하는 현대 사회에서, 소비자 지출 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정부 경제 정책의 주된 목적이 된다.³⁸ - P199

38 Jeremy Gilbert, "Against the Commodification of Everything: Anti-ConsumeristCultural Studies in the Age of Ecological Crisis, Cultural Studies, 22(5), 2008, pp.
551-566. - P369

고작 몇 달간 유행하는 음식들, 1년도 안 되어 유행에 뒤처지는옷과 화장품, 2년이면 수명이 다하도록 설계한 전자 제품, 고작 몇 년 만에 ‘퇴물‘이 되는 아이돌과 캐릭터 상품들 틈바구니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새로운 트렌드에 부응하기 위해 반강제로, 돈을 빌려서라도 소비해야 한다.  - P200

모든 어린이가 갈 수 있는 장소인 놀이터는 줄어들고, 키즈 카페나 드러그 스토어처럼 상업화된 장소가 그 자리를 대체하는 현상은 소비주의 문화의 영토 확장을 보여주는 대표적 예시다. (중략). 저출생 시대라 아이들이 없어서일까? 그렇다기에는 키즈카페시장은 성장세에 있다.⁴¹ - P200

41이해진, "키즈카페 2시간 3만원・・・ 돈 없으면 못 놀아요", <머니투데이>, 2018.11. 13,
https://news.nate.com/view/20181113n03526. - P369

소비는 성인들만의 의무가 아니다. 요즈음에는 열 살 남짓 되는어린이들이 올리브영에 삼삼오오 모여 화장품을 쇼핑하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 P200

사회학자질 리포베츠키가 지적하듯이 오늘날의 소비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욕망은 지위재를 차지하려는 욕망보다도 정서적 차원의 욕망, 감성적이고 감각적인 체험을얻고자 하는 욕망이다.⁴⁶ - P201

46 질리포베츠키, 《행복의 역설》, 정미애 옮김, 알마, 2009, p. 103 (Gilles Lipovetsky, Lebonheur paradoxal: Essai sur la société d‘hyperconsommation, Gallimard, 2006). - P370

셀프케어라는 단어의 현대적 용례에 내·외면을 가꾼다는 이중적 의미가 있는 것이 우연은 아닌 셈이다. - P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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