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의 시선이 잡목림 가장자리에 있는 땅딸막한 탑에 쏠렸다. 대낮에 보자 페이스는 그 폴리가 낮고 뭉툭한 단층 건물로 가늘게 빛이 새어 들어오는 창문들이 모르타르와 담쟁이덩굴로 막혀 있고, 석조건물 자체는 홍차 얼룩이 진 것처럼 갈색인 것을 볼 수 있었다. - P55

페이스는 다시 해변으로 돌아왔다. - P55

하워드가 달려와서 누나가 손으로 가리키는 방향을 실눈을 뜨고 보다가 자신의 총 밑에 있는 동굴들을 찾아냈다.
"저 동굴 속에 괴물들이 있어?" 하워드가 생각에 잠겨 물었다.
"아마도."
"우리 배 타고 저기 가서 볼 수 있어?" - P56

전날 밤에 아버지는 저기서 신비로운 식물을 보살피며 몇 시간씩 시간을 보냈다. 어제는 아버지가 그저 혼자 있고 싶은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제 마차에서 자신의 자리를 뺏은 그 ‘잡다한 스크랩 기사들‘이 들어 있는 상자에서 찾아낸 사실이 떠올랐다. - P57

페이스는 조심스럽게 폴리 속으로 한 발짝 들어가 부츠 신은 발로 축축하고 미끌미끌한 석제 바닥을 디딘 채 작고 둥근 방의 그늘 속을 들여다봤다. - P57

아버지는 보이지 않았지만 대신 하워드가 잡목림을 향해 권총을 겨냥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낯선 남자 하나가 고사리 덤불 사이를 터벅터벅 걸어오고 있었다.
그 남자는 페이스 집의 하인이 아니었다. 언뜻 봐도 알 수 있었다. - P58

지금까지 14년간 살아오면서 습득된 두려움이 솟구쳐 페이스는 정신없이 도망쳤다. - P58

페이스가 하워드를 내려놓고 헐떡거리며 설명했다. 머틀이 얼른 하워드를 살펴보면서 호들갑을 떨자 하워드는 자신이 다쳤다고 생각하고 곧바로 울음을 터트렸다.
"하워드 좀 봐라, 페이스, 내가 아버지에게 말하마." - P59

낯선 남자에 대한 페이스의 설명을 들었을 때 벨렛 부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그건 톰 패리스 같은데요."
"왜 그 패리스란 남자가 우리 땅을 마음대로 드나드는지 이유를좀 말해봐요." 목사의 목소리는 냉정하기 그지없었다. - P59

목사가 아주 엄격하게 말했다.
"앞으론 누구도 내 땅에 무단 침입하는 걸 허락할 수 없어요. 나는 아내와 자식들과 온실에 있는 귀중한 표본들을 안전하게 지켜야해요. (중략). 내가 이 땅을 임대하고있는 한 여기에 무단 침입하는 사람들은 모두 밀렵꾼으로 간주할 겁니다. (후략)." - P60

하지만 마음을 가라앉히고 보니 아버지의 질문에 다른 뜻이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 남자가 폴리에 얼마나 가까이 다가왔니? - P60

4

음침한 동굴

오후 2시에 마차 한 대가 도착했다.  - P61

"목사님! 이렇게 만나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왕립 협회 저널>에실린 목사님의 글은 다 읽었습니다!"
마일스 삼촌이 자기도 자연과학에 잠시 손을 댔고, (후략). - P61

페이스는 조금 불편한 심정으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페이스는 의사가 언급한 사건이 뭔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 P62

"이 근처에서 찾아봐, 페이스"
아버지가 서서 바다를 보고 있는 동안 페이스는 둥근 돌들 사이를 어렵게 돌아다녔다. - P63

"이건 화석이란다. 아주 예쁜 거야. 이 순간을 기억해라, 페이스너의 첫 화석을 발견한 순간을 잊지 마."
그로부터 훨씬 후에 페이스는 그 발견을 다룬 신문 기사를 읽었다.  - P63

재클러 박사는 유쾌한 농담을 해보려고 시도했다.
"자, 그 후로 다른 화석은 발견한 적이 없나요?"
페이스는 고개를 저었다. 그 말이 비수처럼 페이스의 마음을 찔렀다. 그녀의 첫 화석이 마지막 화석이 됐다. 아버지는 그 후로 다시는 화석을 찾는 여행에 페이스를 데려가지 않았다. - P64

가족 소풍을 간다고 잔뜩 흥분했던 하워드는 바다에 배 타고 나가는 게 아니란 걸 알고 크게 실망했다. - P64

머틀은 몹시 화가 난 표정으로 페이스를 보며 말했다.
"페이스 누나가 농담한 거야, 아가! 지금은 파도가 너무 높아. 하워드, 아버지가 연구하시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니?" - P65

"전 거기서 인간의 유해가 나오길 바라고 있습니다. 두개골 같은거면 더 좋고요. 전 두개골 전문가거든요. 목사님."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목사님이 오셔서 우리를 옳은 방향으로 인도해주실 테니 아주 기뻐요." 의사는 재빨리 페이스의 아버지를 곁눈으로 흘끗 보면서 말을 이어갔다 - P66

재클러 박사가 톱밥이 뿌려진 길로 선더리 가족을 인도해서 가다보니 마침내 가장 가까운 협곡이 내려다보였다. 아래를 보자 캔버스천으로 만든 텐트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 P67

과거로 들어가는 터널이야, 페이스는 생각했다. - P68

"절 용서해주세요! 제가 워낙 가만 못 있고 날뛰는 체질이라서 항상 움직여야 직성이 풀린답니다."
"그러면 밤에 자는 것도 아주 힘들지 않나요?" 머틀이 물었다. - P69

"안녕!" 그는 허리를 숙여서 하워드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바짝들이댔다. "여기 군인 아저씨가 한 분 계셨네? 아니면 운동선수인가? 선생님은 큰 사냥감을 잡는 사냥꾼인가요?"
하워드는 얼어붙어서 구레나룻을 기른 람벤트의 큰 얼굴을 빤히들여다보며 자신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P69

하지만 페이스는 아직 앉을 마음이 없었다. 오랜 시간이 흐른 후 마침내 발굴 현장에 왔잖은가! 진정한 과학 발굴 현장에 온 것이다. 페이스는 외바퀴 손수레에 담겨 있는 돌무더기까지 포함해 주위에 있는 모든 것에 매료돼 정신없이 둘러봤다.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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