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

 난롯가, 그리고 샐러맨더

불태우는 일은 즐겁다.
불꽃은 춤추면서 천천히, 그러나 결코 멈추는 일 없이 무엇이든 자기 것으로 만들어 간다.  - P15

그의 흐릿한 머리를 감싸고 있는 헬멧에는 ‘451‘이라는 숫자가 커다랗게 아로새겨져 있다.  (중략).
그는 딱정벌레 등 껍데기 같은 헬멧을 벗어서 정성스럽게 문질렀다. 회색 먼지가 뽀얗던 헬멧은 곧 본래의 검은 광택을 드러내었다. 그는 자신의 방화복을 깔끔하게 펴서 헬멧과 함께 벽에 걸었다. - P16

그는 밖으로 나와서 밤이 깊어 가는 거리를 따라 걸으며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땅 밑에는 프로펠러식 열차들이 소리 없이 미끄러지며도시의 이곳저곳을 연결하고 있다. 마찰이 없도록 잘 닦여진 열차 통로를 한동안 지난 뒤 몬태그는 뜨거운 김과 함께 열차에서 내려 우윳빛 에스컬레이터에 몸을 맡겼다. - P17

그러나 오늘 밤 그는 발걸음을 거의 멈추다시피 했다. 이미 모퉁이 반대쪽을 떠올리고 있는 그의 마음은 희미한 속삭임 같은 소리를 듣고 있었다. 숨쉬는 소리? 아니면 그저 누군가가 서 있는 것만으로도주위 공기가 부대껴서 가냘픈 비명을 지르는 걸까? - P18

소녀는 몬태그의 직업을 나타내는 옷의 장식들에서 눈을 들었다.
"방화수(fireman)이지요?"
소녀의 목소리가 한동안 끌리다가 멈췄다.
"흐흠, 어떻게 그걸?"
"나는 음, 난 눈을 감고서도 알 수 있었어요." - P19

"집에 가는 길이시면 같이 가도 될까요? 저는 클라리세 매클런이에요."
"클라리세. 나는 가이 몬태그요. 같이 갑시다. 이 늦은 시간에 여기서 뭘 하고 돌아다닌 거지요? 몇 살이나 되었어요?" - P20

그들은 계속 걸었다. 한동안 침묵이 계속되다가 소녀가 생각 끝에다시 말했다.
"저는 아저씨가 하나도 무섭지 않아요, 아시죠?"
몬태그는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죠?"
"사람들은 대개 무서워해요. 제 얘긴 방화수들을 무서워한다는 거예요. 그렇지만 아저씨도 결국은 사람들 중에 하나일 뿐이잖아요. 결국......." - P21

"그 동안 태웠던 책들 중에서 읽어보신 것은 없나요?"
몬태그는 웃었다.
"그건 법을 어기는 거지!" - P22

"보람 있는 일이죠. 월요일에는 밀레이 (미국의 시인-옮긴이)를, 수요일에는 휘트먼, 금요일에는 포크너를 재가 될 때까지 불태우자. 그리고 그 재도 다시 태우자. 우리들의 공식적인 슬로건이죠." - P22

소녀는 열심히 얘기를 계속했다.
"(전략). 삼촌이 한 번은고속도로에서 천천히 달려 봤대요. 시속 60킬로미터로. 근데 그랬다고 잡혀가서 이틀 동안 감옥에 있었어요. 재미있지 않아요? 또 어떻게 보면 서글프기도 하고요. 안 그래요?" - P24

. 그녀가 말했다.
"아저씬 행복하세요?" - P25

물론 나는 행복하다. 도대체 그 아이는 무슨 생각을 한 걸까? 내가 행복하지 않다고? 그는 텅 빈 방에다 대고 물었다.  - P26

소녀는 놀라운 능력을 지녔다. 자기 자신의 인상을 이처럼 뚜렷하게 남에게 줄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다. 소녀는 꼭두각시 인형극의 무대 바로 앞에 앉아서 아주 열심히 인형극을 구경하는 사람 같다.  - P27

계속 어둠에 싸인 채 몬태그는 이 방이 지금 어떤 모습일까 상상해봤다. 침대 위에는 아내가 잠옷도 제대로 걸치지 않고 몸을 쭉 펴고 누운 채 잠들어 있을 것이다. 마치 무덤가에 널브러져 있는 시체처럼.
(중략).
아까 발로 찼던 물체가 몬태그의 침대 구석에서 반짝거리고 있다. 수면제가 담겨 있던 유리병이다. 낮에만 해도 수면제 알약 서른 개가 담겨 있던 그 병은 지금 텅 비고 뚜껑도 달아나버린 채 희미한 불빛속에 뒹굴고 있다. - P31

그들은 기계를 가져왔다. 그들은 사실 기계를 두 대나 가져왔다. (중략).
그들은 담배를 피우며 서 있다. 담배 연기가 그들의 코 근처를 맴돌아 눈에까지 뻗쳤지만 그들은 눈을 깜박이거나 얼굴을 돌리지도 않는다.
(중략).
"아, 물론 댁의 부인은 아무 문제없을 겁니다. 우리는 항상 알맞은 장비들을 가지고 다니니까. 지금 당장은 저렇지만 이제 안심해도 됩니다. 내가 말했다시피 묵은 것을 털어 내고 새 것을 채워 넣으면 아무 문제없다고요." - P33

우리는 너무나 많은 껍데기를 뒤집어쓰고 있어. 우리는 수십 수백억의 가면들을 쓰고 있어. 너무 많아, 너무.  - P34

"더 이상 아무것도 모르겠어."
몬태그는 수면제 한 알을 입에 털어 넣었다. - P37

밀드레드는 몬태그의 입술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어젯밤에 무슨 일이 있었어요?"
"기억이 안 나?" - P38

그녀는 다시 대본으로 눈길을 돌렸다.
"그래, 오늘 오후엔 뭘 방송하지?"몬태그는 심드렁하게 물었다.
그녀는 대본에서 눈길을 떼지 않았다. - P40

"내 1년치 봉급의 3분의 1이군."
"2000달런데 뭘. (중략). 네 벽을 전부 텔레비전으로 바꿔버리면 우린 집에 가만히 앉아서 매일매일 이국적인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잖아요. (후략)."
"그래, 당신 말마따나 간단하게 세 번째 벽을 텔레비전으로 바꾼게 불과 두 달 전이잖아, 기억 안 나?"
"그러면 충분하단 말인가요?" - P41

몬태그도 답례를 하면서 한 마디 덧붙였다.
"그 연극은 어떻게 끝나지? 행복하게 끝나나?"
"아직 다 안 읽어봤어요."몬태그는 그녀에게로 걸어갔다. 그는 대본의 마지막 쪽을 들어 잠시 읽어보더니 고개를 끄덕거렸다. - P42

빗방울은 많이 가늘어졌다. 소녀는 고개를 하늘로 쳐든 채 보도 한복판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 위로 빗방울들이 떨어졌다. 소녀는 몬태그를 보고는 생긋 웃었다.
(중략).
소녀는 몬태그의 턱을 유심히 쳐다보더니 얼굴을 찌푸렸다.
(중략).
"안타깝네요, 아저씨는 아무하고도 사랑을 하고 있지 않아요." - P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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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자기 연민은 추호도 섞이지 않은, 크나큰 안식과 체념에 관한 시다. 무시무시할 정도로 가까이 다가선 문제를 눈앞에 두고도, 그녀는 여전히 예술가라는위치를 지키며 실제적인 과제에 몰두하고 있다. 각 이미지가 저마다의 소리 없는 충만한 생명을 발현하도록 이끄는 일에만 전념하는 것이다. - P77

모든 게 예정대로만 되었더라면, 아래층 남자가소녀에게 문을 열어 주지 못할 정도로 가스에 중독되지만 않았더라면, 실비아는 분명 구출되었을 것이다.
나는 그녀도 그렇게 되길 바랐으리라 생각한다. - P79

. 요컨대, 예술가의 세계에서는 때로 자연이 예술을 모방한다. - P80

 시가 그녀의 내부에 갇힌 죽음을 구체화해 내놓았던 것이다. 그것도 몹시 생생하고 창조적인 방법으로, 죽음에 관하여 쓰면 쓸수록 그녀의상상 세계는 더 강렬해지고 풍요로워졌다. - P81

그녀는 자신의 고통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다소 조현병적인 방식으로나마 그 고통을 떨쳐 버리고그것이 존재하지 않는 척할 수 있는 사람인 것처럼 여겨졌다. - P83

제2장

자살의 역사적 배경


제2장

자살의 역사적 배경

(전략). 엘리자베스 시대의 법률가인 풀벡은1601년에 쓴 글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자살자의 "시체는 말에 이끌려 치욕의 형장으로 끌려가고 거기서교수대에 달아 놓는데, 치안판사의 허가 없이는 아무도 시체를 끌어내리지 못한다." 말하자면 자살은 가장흉악한 범죄와 다를 바 없는 흉악한 행위였다. - P91

. 자살자의 매장지로 선택하는곳은 대개 공개 처형이 이뤄졌던 십자로였으며, 매장할 때는 죽은 사람의 얼굴 위에 돌을 올려놓았다. - P91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서로 비슷한 시체 모독이 유럽 곳곳에서 행해졌다. - P92

유럽에서는 이런 원시적 보복이 법률에 의해 공식적인 권위를 갖게 되었고, 그에 따라 국가경제적에 이익까지 가져다주었다. - P92

이러한 공식적·법적 부조리는 악독하고도 뿌리깊었던 이 오래된 편견이 (다행히도) 마지막으로 피워올린 창백한 불꽃이었다. 그 형벌의 잔인함은 자살이라는 행위에 대한 공포에 비례하는 것일 테다. 그렇다면 본질적으로는 그토록 개인적이라 할 수 있는 자살행동이 어떤 이유로 그러한 원시적 공포와 미신을 불러일으킨 것일까? - P95

자살자를 십자로에 묻어야 한다고 제정한 그 박식한 법학자들은 바간다의 마법사와 똑같은 편견을 갖고있었다.⁷ - P96

7. Fedden, op. cit., pp. 27~48 - P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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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장

드위트 앤드 롱스트리트 사
9월 5일 토요일 오전 9시


토요일 아침, 섬 경감이 드위트 앤드 롱스트리트사의 출장소에 들어섰을 때 긴장된 분위기는 그다지 감돌지 않았다. 직원들과  고객들이 바람처럼 들어선 경감을 놀란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 P80

"네, 안나 플랫이라고 해요. 사 년 반 동안 롱스트리트 씨의비서 일을 해왔습니다." - P81

"사실대로 말씀드리죠. 롱스트리트 씨는 언제나 드위트 씨를 못살게 굴었어요. 드위트 씨가 사업적인 면에서 자신보다 뛰어났기 때문에 그것이 늘 마음에 안 들었던 거죠. 그래서 드위트씨를 못살게 굴었고, 비록 회사에 손해가 날지라도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았어요." - P81

"롱스트리트는 그렇게 많은 현금으로 대체 뭣을 했을까요?
이 회사에서만도 굉장한 수입이 있었을 게 분명한데 말이오."
안나 플랫의 갈색 눈이 빛났다.
"아마도 롱스트리트 씨만큼 돈 씀씀이가 헤펐던 사람은 없을거예요." - P83

"결국 드위트는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고, 롱스트리트는 그의 단물만 빨아먹었다는 거로군요? 알 만하오!" - P84

. 경감이 던지는 유도신문에 호락호락 걸려들지만은 않는 영리한 아가씨였다. 경감은 나직하게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얌전하게 앉아 있는 단발머리 아가씨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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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의 기술과 퀴어 예술
잭 핼버스탬 지음, 허원 옮김 / 현실문화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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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와 아이 사이의 교환이 지닌 리비도적 에너지는 교사와 학생 사이의 리비도로 충만한 관계처럼 시스템에 충격을 주어 안주할 수 없게 만들어야 한다. - P53

 이 책에서 내가 선호하는 텍스트들은 우리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주거나 문화산업에서 해방시켜주지는 않지만, 존재와 행위, 인식 면에서 이상하고 반자본주의적인 논리를 제공할지도 모르며, 그 텍스트들은 은밀한 퀴어 세계와 공공연한 퀴어 세계를 모두 품을 것이다.  - P54

애니메이션을 연구하는 과정이는 대중문화, 컴퓨터그래픽스, 애니메이션의 역사와 기술, 세포생물학을 따라 추적하는 지식의 길이다)에서 우리는 벤야민이 잘 알고 있었듯 계급화된 쾌락의 양태와 문화적 전파 기술을 공부하게 된다.  - P55

에스더 레슬리는 『할리우드라는 이차원 세계』의 「미키 마우스와 유토피아」라는 장에서 이렇게 말한다. "(중략). 만화는 문명처럼 보이는 것이 실은 야만성이라는 사실을 폭로한다. 거기 나오는 동물-인간들과 정령들은 휴머니즘이 그저 이데올로기일뿐임을 암시한다."⁴⁸ 

48 Esther Leslie, Hollywood Flatlands, 2004, p. 83. - P56

디즈니 만화는 ‘교양‘의 힘에 굴복했고, 젠더 규범적이고 계급에 어울리는 도덕적 우화를 내놓기 시작했으며, 1930년대에는 나치 선전기관이 애용하는 도구가 되기까지 했다. - P57

 하지만 디즈니 후기작들처럼 픽사의 후기작들도 <월-E>(2008)의 경우에서 보듯 희망의 서사, 그리고 인간성의 서사에 동참하고, 부르주아 휴머니즘을 비판하되, 결국 그것의 귀환을 확인하며 끝난다. - P57

엉성한 리터럴리즘literalism이 팽배한 요즘에는 사회 풍자도 위험부담이 큰 듯하다. - P58

삶의 방식으로서의 실패

더 많은 실패를 연습하라!
-LTTR 행사 제목, 2004



결국 이 책은 인식과 존재의 대안적 방법에 관한 것으로, 지나치게 낙관적이지는 않지만 위태로운 궁지라는 염세주의에 빠져 있지도 않다. 이 책은 잘 실패하기, 자주 실패하고 배우기, 사뮈엘 베케트의 말을 빌리면 더 낫게 실패하기에 관한 책이다. - P60

(전략). 그런 목적에서 나는 이 책이더 넓은 층의 독자들에게 읽을 만하고 접근 가능한 책이 되기를 바란다. 학계 바깥의 일부 독자에게는 내 정식들이 너무 난해하고, 또 학계의 일부 독자에게는 내 주장들이 너무 뻔해 보일지라도 말이다. - P61

 우리는 방황하고, 즉흥적으로 만들어내고, 결핍된 채, 같은 자리를 맴돌며 움직일것이다. 우리는 길을 잃고, 자동차를 잃고, 어젠다를 잃고, 어쩌면 정신도 잃겠지만, 잃음으로써 의미를 만들어내는 다른길을 찾아낼 것이다. - P62

1장. 반란을 극화하기, 반란의 애니메이션


닭들이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
- <치킨 런>에서 ‘미스터 트위디‘의 대사


어린이용 애니메이션 영화는 실패라는 영역을 즐겨 다룬다. 애니메이션이 어린이 관객을 사로잡으려면 성공과 승리, 완성의 영역만 다룰 수는 없다.  - P63

 만약 우리 모두가 욕망이나 성향, 존재 양식 면에서 애초부터 이미 규범적이고 이성애적이라면, 결혼과 자녀 양육, 이성애적 재생산 같은 공통의 운명을 따르도록 지도하는 엄격한 부모의 지침 따위는 필요 없다고 가정해도 될 것이다. 아이들에게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믿는다면 그들이 이미 항상 무정부적이고 반항적이며 무질서하고 뒤처져 있는 존재라고 가정하고 인정하는 것이다. - P65

신무정부주의적 서사 형식은 어떻게 어린이용 오락영화에이르게 되었으며, 성인 관객은 거기서 무엇을 얻을까? 더 중요하게는, 애니메이션은 혁명과 무슨 관계에 있을까? - P67

먼저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그것이 일반적으로 갖는 잠재력, 픽사반란 장르가 인간과 비인간을 상상하고 체현과 사회관계를 재고하는 방식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해보자. - P68

 <토이스토리>는 CGI라는 새로운 장르의 파라미터를 정립하려는 듯보이기도 한다.  - P69

더 급진적으로 독해해본다면, 이런 서사는 아이들이 가능하고 바람직하다고 여전히 믿고 있는 실제적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 려준다는 점에서 유토피아적이다.  - P70

퀴어적 독해 역시 애니메이션의 급진적 주제론을 ‘유치한‘ 것으로 치부하길 거부하며, 변혁에 대한 희망을 미성년기의 특질로 귀속시키고 제 기능을 못하는 현재를 수용하는 것이 규범적 성인기의 핵심이라고 주장하는 시간적 순서를 문제시한다. - P70

‘반란을 일으키는 닭들‘에 관한 영화인 <치킨 런>은 어떻게 유토피아적 대안을 상상해낼까? - P70

펭귄 러브

동물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사회성에 접근함으로써 새로운 세계를 건설하는 것은 동물을 인간의 어리석음에 대한 도덕 우화 속 알레고리적 대리물로 만드는 문학(예컨대 조지 오웰의『동물 농장』) 속 흔한 등식과 다르다. - P73

그런데 애니메이션에서 ‘동물‘의 지위는 어떠한가?  - P74

 트랜스생물학은 혼종적 개체 혹은 중간적 존재상태in-between state of being를 만들어내 우리가 몸과 몸의 변형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을 미묘하게, 심지어는 확연하게 바꿔놓는다. 여성 사이보그나 유전자 이식 쥐, 프랭클린이 연구한 재생산 과정이 ‘재배치되고 재배열된‘ 복제 양, 셰리 터클이 연구한 다마고치 장난감, 그리고 내가 여기서 다루는 새로운 형식의 애니메이션 등은 모두 인간과 동물, 기계, 삶과 죽음, 생동animation과 소생reanimation, 생활, 진화, 되기becoming와 변형되기를 가르는 인위적 범주의 의미와 용어, 위치를 질문하고 또 바꿔놓는다.  - P75

예컨대 동시대인의 욕망과 로맨스를 그리는 『뉴욕 타임스」의 인기주간 칼럼인 ‘근대적 사랑 Modern Love‘에서 가장 인기 있는 꼭지중 하나인 「행복한 결혼에 관해 고래가 가르쳐준 것」에서에이미 서덜랜드는 어떻게 동물원에서 배운 동물 조련 기술을 집에서 남편에게 적용했는지 설명한다.⁸

8 Amy Sutherland, "What Shamu Taught Me about aNew York Times, 25 June 2006, Style section. Happy Marriage," - P76

서덜랜드의 글은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다. 사랑하는 남편이 집 안에서 형편없는 습관을 갖고 행동하는 것에 불평한 다음 그는 수컷들의 분류 체계에 의거한 일련의 훈련 기술을 사용하기로 한다. - P77

. 예컨대 서덜랜드는 기꺼이 자신과 남편을 동물 훈련의 세계 속 외래 동물로 소환한다. - P79

 동물 사육animal husbandry을 유머러스하게도 남편 훈련에 적용하는 그녀의 작업에는 이제 주석을달 필요가 있을 것 같다. - P79

실로 해러웨이는 동물을 인간이 연장된 존재 혹은 인간보다 도덕적으로 우월한 존재로 보는 ‘근대적 사랑‘의 패러다임에 힘을 실어주는 듯 보이기도 한다. - P81

 반려동물 사랑에 관한 그의 설명은 성적억압과 특권의 위계를 나타내는 새로운 도표와, 20여 년 전에게일 루빈이 「성을 사유하기」에서 이성애적 특권과 동성애 억압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설명하며 제시한 모형을 대체할 새로운 모형을 요청한다.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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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생이 여성단체의 수장이 될 때쯤 여성단체가 많아지며 거대해져 큰 힘을 내기 시작했다. 양성평등이 아니라 남자에 대한 역차별을 더욱 키웠다. - P90

이들은 자신들의 세력을 넓히고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남자에대한 혐오를 계속했다. <‘관음‘의 발생학: 한국 남성성의 불완전변태과정(homomorphism)의 추이에 대한 신물질주의적 분석> 이라는 논문이 대표적이다. - P91

사랑은 서로에게 무언가를 주는 것을 행복이라고 느끼는 것인데,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 남자들이 헌신하면 최소한 "수고했어, 고마워."라는 말이라도 들어야 하는데, 돌아온 것은 "자기 때문에 독박육아하고 내 인생이 망했어."하는 원망과 비하뿐이었다. - P92

위한 비용, 가사 등을 철저히 나누었다. 남편이 외벌이를 하면 남편은 가사를 도울 필요도 없고 전업주부인 아내가 집안일을 모두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다시 1960년대로 돌아간 것과 같다. 아니, 1950년대 가정으로 돌아갔다. - P93

6

(전략).
웃음. 갑자기 민수원 선배의 얼굴이 스쳤다. 항상 웃는 얼굴, 항상 사람 좋은 면만 보는 선배. 큰딸을 만나러 갔다고? 선배에게 들어 큰딸이 대충 어디에 있는지 안다. 대구는 왕복만 해도 여섯 시간, 막 밟아야 다섯 시간 안에 갔다 올 수 있다. - P96

선배는 웃음기를 지우고 물었다. 나는 담배를 한 모금 빨고 길게내뿜었다. 담배의 회색 재가 애처롭게 매달려 있다가 바람에 떨어졌다.
"우리 부부, 섹스리스예요."
"섹스리스? 그게 뭔데?" - P98

"이해가 안 되는 게, 여자가 임신하고 출산하려면 남편이 있어야하는 거 아니야? 당연히 남편이 보호자가 되는 거고."
난 선배 질문에 웃었다. - P100

"호랑이와 곰을 생각해보세요. 호랑이와 곰의 암컷은 번식기에만 수컷을 받아들이고 번식기가 끝나면 수컷을 쫓아버려요, 안 가려고 하면 물어버리고요, 호랑이와 곰, 수컷이 새끼들 키우는 것봤어요? 다 암놈이 키우잖아요. 수컷 곰은요, 새끼를 데리고 가는암컷 곰을 보면 한 번 더 하려고 일부러 새끼도 죽여버려요. (후략)." - P101

"성욕의 차이예요. 선배도 느끼잖아요, 남자의 성욕이 여자의 성욕보다 높다는 것을요. 남자의 성욕이 얼마나 높냐면 그대로 놔두면 사회문제가 되기도 하죠. (후략)." - P101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판다고 성욕이 높은 남자가 여자에게 구애할 수밖에 없잖아요. 성욕을 잘 참는 여자에게 선택권이 있는 거죠. 구애하는 남자는 여자에게 너와 아기가 클 때까지 부양할 수있는 능력과 책임지겠다는 것을 보여줘야 했죠. 이것이 진화를 거치면서 DNA에 오롯이 새겨졌죠. (후략)." - P103

"(전략). 유전자에 깊게 새겨진 책임감과 성실함이란 진화의 흔적으로 우리가 지금 여기에 있는거고요. 남편의 책임감과 성실함의 보답은 당연히 아내의 성관계고요."
선배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 P103

"항상 남자에게 사랑을 확인받고 애교를 부렸죠. 옛말에 이런 말이 있잖아요. (중략). 남자에게서 입으로 ‘사랑해‘라는 말을 하게 함으로써 다른 여자를 견제하고 남자가 나를 사랑한다고 느끼게 세뇌하는 거죠. (후략)." - P104

"당연하죠. 지금은 법이 여자를 보호해주잖아요. 사회적으로 이혼하면 여자가 더 유리하고요. 이혼하면 선배는 개털이잖아요. (후략)." - P105

"사랑이요? 계속 이야기하잖아요. 여자는 진화적으로 자신과 자식을 경제적으로 보호해줄 남자를 찾는다고요. 사랑이라는 감정은 경제적 능력이 보장되어야 생기는 감정이에요. (후략)." - P106

"중세 귀족이 일부다처제로 권력과 부를 유지하니깐, 그것을 약화하려고 로마 교황청에서 일부일처제를 강제했어요. 만약 교황청이 아니었으면 지금 우리는 매춘부나 찾아다니고 있었을 거예요. 아니면 남자를 찾던지요." - P107

"야 그래도 결혼을 성매매로 생각하는 것은 너무 나간 것 아니야?"
"약간 그렇죠. 너무 나간 것 같기도 하고요."
나는 미소 지어 보였다. - P109

"그래 우리나라는 자유대한민국이다. 저 북괴 공산주의와 다른 자본주의를 택하고 있지!"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선배는 힘주어 말했다. - P110

"맞아요, 프러포즈는 유럽에서 여자에게 결혼하자고 남자가 여자 앞에서 고백하는 행동인데 한국에 잘못 들어와 결혼식 전에 여자를 감동하게 하는 허례허식으로 바뀌었어요. (중략).
이런 이상한 문화, 프러포즈하는 커플이 얼마나 많은지 유명 호텔 레스토랑이 프러포즈 패키지를 내놨는데 얼마인지 알아요?" - P111


"이야기가 재미있기는 한데, 성매매하고 섹스리스하고 무슨 상관이 있냐?" - P114

"아까 성매매는 인류의 가장 오래된 본능에 따라 생긴 직업이라고 설명했잖아요? (중략). 만약 우리나라였어 봐요, 인간의 ‘기본욕구‘라면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냐면서 쓰레기 취급을 하죠.
(중략).
성매매 여성의 자립을 돕는 자활프로그램 신청 건수가 14명이에요. (후략)." - P115

"힘든 일은 하기 싫은 거죠. 뭘 배웠어야 좋은 직장에 들어가죠.
 (중략). 들으면 선배 열받을건데, 이런 여자들에게 정부에서 이천만 원 정도 지원금 주는 것 알아요?"
"그게 말이 돼! 무슨, 성매매가 권장할 일이냐? 지원금을 주게." - P117

"선배 생각처럼 같은 구조가 아니에요. 마약사범처럼 성매매를 알선하고 주선하는 행위는 최대 십 년의 징역에 처해요. 얻은 이익도 모두 추징되고요. 만약 여자가 강압 때문에 성매매했다면 처벌되지 않아요." - P119

"여성단체에서는 ‘성매매가 본질적으로 사회적 약자인 여성이 금전적 필요 때문에 자신의 신체를 상대방의 지배 아래 예속시키는 것‘이라면서 성매매 방지법에서 성을 판매한 여자의 처벌을 아예 빼자고 주장하고 있어요. 또 ‘자발적 성매매가 성폭행‘이라고 이상한 논리를 퍼트리고요. 
(후략)." - P120

"정치인이 자신의 판단이 잘못되었다고 인정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야. 깨끗이 인정하고 이것을 받아주는 국민, 미국이 초강대국이 될 수밖에 없지." - P123

"(전략).
직장에서 시달린 남자는 집에서 아내에게 불안한 감정을 위로받고 싶어해요. (중략).
여자들은 이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요. 자신의 불만 사항, 조건들을 관철하기 위해 이것을 이용해 목을 죄는 거죠. (중략). 거기에 아내가 나를 발정 난 개처럼 취급하면, 순간 아내를 죽여버리고 싶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럼 어떻게 할 것 같아요?" - P126

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결혼한 부부의 섹스리스는 40%다. 신혼부부를 제외한다면 사십 대 이상의 부부는 70% 이상 섹스리스라는 것이다. 열 명 중 일곱이다. 다들 웃고 있고 부부관계에 자 신있다지만 속으로 곪고 있다. - P128

"여성단체들이 성매매를 금지한 이유는 남성들의 이런 불안함을알고 정확히 파고든 거예요. (중략). 우리나라가 오이시디 국가 중에서 자살률 1위인 것 아시죠?" - P129

"형수는 선배님이 가족을 부양해주는 것만으로도 사랑하고 사랑의 감정을 느끼니깐 그렇게 착각하실 수도 있죠. 선배님 세대의 형수들은 참 현명하시고 헌신적이고 참 고마운 분이세요. 형수님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꼭 해주세요."
고개만 돌려 선배에게 웃어 보이고 다시 고개를 숙였다.  - P130

"(전략). 사실 그런 드라마 보고 여자들이남편과 남친을 남자 주인공하고 비교하는데 누가 좋아하겠어요.
남자가 아내와 여친을 포르노에 나오는 여자 주인공과 비교하면어떻게 되겠어요? 바로 헤어지거나 이혼이겠죠. 자신들은 비교당하는 것을 제일 싫어하면서 남자들을 비교하는 것을 왜 즐기는지이해가 안 가요.
(후략)." - P131

"(전략). 우리나라 여성단체들은 비혼주의를 주장하는 페미니스트들이 많아서 그런가, 남녀가 함께 하하 호호 하며 잘사는 것을 배가 아파 볼 수가 없거든요."
선배도 웃고 나도 웃었다. - P134

"그것도 있겠죠. 요즘 유행하는 것에는 독박육아예요. 자신들이 집에 들어가 전업주부를 해서 자신의 커리어가 망가지고 꿈도 포기했다는 거예요."
"독박육아는 직장여성들이 집안일도 하고 애도 보고 하는 것을 말하는 것 아니야? 전업주부가 무슨 독박육아야." - P135

"선배님, 제가 근거 없이 그러겠어요? 2019년에 서울대 하고 카카오하고 행복지수를 조사했는데 이삼십 대 여성들의 행복지수가가장 낮았대요. (후략)." - P137

"(전략). 《82년생 김지영》을 본 와이프가 어느 날 나에게 독박육아로 힘들다면서 불만을 토로하더라고요. (후략)." - P138

"간혹 저런 주장하는 여성단체들을 보면 북괴의 지시를 받고 암약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그래, 출산율 바닥 내 남한이 자연히 사라지게 만들고 국군 장병 사기를 저하하여 국가 안보를 위협하니깐." - P142

선배 말에 나도 폰을 꺼내 들었다. 안테나 표시선이 모두 들어와있었다. 죽었던 통신이 살아났다.
"띠리링~."
바로 전화가 왔다. 화면에 ‘민수원 검사관‘이란 이름이 떴다.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참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 - P143

7

(전략).
이혼 도장을 찍고 전 형수가 모든 짐을 빼서 집을 나갔을 때 모습. 어두컴컴한 거실 한쪽에 쓰러지듯 앉아 있던 선배 망연자실 풀어진 눈으로 어두운 거실만 응시하던 그때의 모습.  - P145

"우리에게는 잠시나마 마음의 위안을 주는 담배, 도파민이 있잖아."
선배는 불을 붙이며 말했다. - P150

(전략). 아무것도 모르는 여덟 살, 열 살 딸들에게는 아빠가 엄마를 떼어놓으려 한다고 거짓말까지 했다. 어린 딸들까지 위험한 상황이었다.
급해진 선배는 사이비종교연구소를 찾아가 물었다.
세뇌에 빠져나오는 방법은 격리뿐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그들과 떨어져 두 달 정도 지나면 대부분 제정신으로 돌아온다고 설명했다. - P152

타인을 위해 자기 가족을 위험에 빠트릴 모험을 하는 남자가 있을까?
결국 우리에게까지 연락이 왔다. 민수원 검사관과 함께 약속 장소로 갔다. - P153

"그래, 힘들어. 어쩌겠어, 식구는 지켜야지. 나만 믿고 시집왔는데, 내가 아니면 누가 지켜주겠어. 그게 남자들이 사는 방법이잖아. 나중에 봐."
선배는 창문을 올리고 떠났다. 그것이 두 달 전이었다. 해결이 잘 안 되었는지 한 달을 더 연장한 상태였다. - P154

"(전략). 준호야, 내비게이션 아가씨 말 잘 듣고, 안전운전 부탁해. 자고로 우리나라는 여자 말 잘 들어야잘된다."
대현 선배는 눈을 감고 몸을 뒤로 눕히며 말했다.
"선배님 그거 여성 차별적 발언인 거 아시죠? 어디서 그런 말씀하시면 안 돼요." - P156

"꿈순이는 분홍색에 머리띠를 하고 있고, 꿈돌이는 노랑색에 넥타이를 하고 있잖아요. 여성가족부가 이걸 지적해서 성차별적인 마스코트라고 한 거예요. 여성스러워서, 남성스러워서 하고 단서를 달면 다 성차별적인 것이 되는 거죠." - P157

"김준호 검사관이 관리소로 잘 가고 있는지 노파심에 전화했어요. 관리소로 잘 돌아가고 있지요?"
스피커폰을 통해 흘러나오는 소장님의 목소리가 차 안을 채웠다. 수원 선배는 몸을 웅크리며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 P161

"아까 민수원 검사관은 안 보이던데, 관리소에 있나요?"
"네, 관리소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을 겁니다."
뒷자리 수원 선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 P162

"지금 부대 관사에서 소현이 남편이 목매달아 죽었어. 부부싸움 후에 소현이가 하룻밤 나갔다가 다음 날 돌아왔는데, 목매달아 죽어 있었대."
차 안은 침묵했다.
"아이, 시발. 야, 형진아, 걔 남편이 죽은 것하고 준호가 무슨 상관이야?" - P165

. 아직도 꿈에 그때가 연상되면 잠에서 깬다. (중략)
군에서 중대장 보직을 맡았을 때였다. 진급도 얼마 남지 않았다.
당연히 진급이었다. (중략).
그 화려한 순간은 일순간 멈추었다. (중략).
멈춘 이유는 여자 후배의 성희롱 신고였다. - P166

허탈감에 여성 센터에 전화해서 이런 내용도 성희롱이 되냐고 물으니, 상담사가 말했다.
"이제는 회사에 가면 날씨 이야기와 업무 이야기만 하셔야 해요. 말 한 마디가 다 증거가 돼요. 그런 분들을 너무 많이 봤어요. 힘내시라는 말밖에 해줄 수 없네요."
처분이 나오려면 빨라야 육 개월 길면 일 년이다.  - P167

관계의 단절, 신고되는 순간 업무정지가 되고 부대원들로부터 격리가 되었다. 처분까지 6개월, 길면 일 년 동안 부대원들로부터 격리되어 사무실에 갇혀 있어야 했다.  - P168

여기에 ‘성‘ 범죄자라는 낙인이 찍히면 인간 쓰레기로 전락해버린다. 그동안 쌓아놨던 명예가 모두 사라진다. - P168

격리되어 있을 때 동기생이 찾아왔다.
"대체 어떻게 하고 다녀서 이렇게 되었었어? 너 이렇게 안 봤는데 뭐 하는 짓이야!" 하고 나를 호되게 혼냈다. - P169

유력한 진급 대상이라지만 진급 심사에서도 제외된다.
나중에 행정심판으로 무혐의가 나와도 지나버린, 놓쳐버린 기회는 다시 얻을 수 없다. 군대, 공직에 실망하여 떠나려 해도 떠날 수가 없다. 모든 처분이 끝나야 한다.  - P169

군에서 성희롱은 인지 수사다. 피해자가 신고하지 않았어도 수사관이 성희롱이 있다고 인지하면 수사를 할 수 있다. (중략).
또한 성희롱 신고하는 아이들은 십년치 일을 한꺼번에 터트리는 경향이 강하다. 좋았을 때 한 덕담과 농담도 모두 써낸다. 그때는 웃고 떠들었던 일이 처벌해달라는 증거로 돌변한다. - P170

신고되었다는 것을 인지한 때부터 나 스스로 검열하게 되었다. - P171

"준호 검사관, 힘들었을 거야. 내가 아쉬운 것은, 힘든 군대 생활이었는데, 준호 검사관 사안은 상대방을 괴롭힌 것이 없잖아. 단순히 기분 나쁘다고 한 거고, 상고하고 조금 더 버텨보는 것이 낫지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아." - P172

"(전략). 1심에서 변호사 비용, 2심에서 변호사 비용,
또 행정심판, 돈도 없거니와 2심까지 오는 데도 일 년 반이 걸렸어. 군대는 이런 신고가 들어가면 일 안 시키고 격리하거든. 최소 일년 반이야. (후략)." - P175

"성희롱 신고가 굉장히 무서운 거네요. 아예 여자하고 믿지 못할 후배하고는 말을 섞지 않는 게 좋겠어요."
수원 선배는 의자에 몸을 붙이며 말했다. - P177

"박봉에도 버틸 수 있게 해준 것은 교육자로서 자부심이었는데, 이런 자부심이 하루아침에 쓰레기가 되어버리고 파렴치한 성범죄자가 되었으니 살 의미가 없는 거지? 내가 그 마음 이해한다. 그렇지, 준호야?" - P178

"이런 문제가 하도 많이 발생해서 이제 공무원 사회에서는 신입공무원이 입사해도 신입이 먼저 말을 걸지 않는 이상 이야기를 하지 않는대요." - P180

"문화대혁명을 성 혁명으로 비유했으면 홍위병은 누구야? 여성단체야?"
수원 선배의 물음에 모두 크게 웃었다. - P182

대현 선배의 손가락이 어둠에 싸인 고속도로 한쪽을 가리켰다. 노란 불을 밝힌 터널에서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붉은색과 파란색 경광등을 켠 경찰차 하나가 그 앞에 서 있었다. - P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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