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LLY NO-MATES by Max Dickins

Copyright
Max Dickins 2022

All rights reserved. - P-1

들어가며



이 책을 집어든 당신, 탁월한 선택이다! 솔직히 책 제목을 두고 고민이 많았다. 남자는 왜 친구가 없을까라는 제목이 달린 책을 자랑스럽게 내놓고 읽을 독자가 있을까? (원제는 ‘Billy No-Mates, 직역하자면 ‘외톨이 빌리‘-옮긴이) 출판사 편집자는 그럴 거라고 장담했다. 내가 제안한 제목 『방 안의 코끼리 : 거대한 성기를 달고 성공하는 방법』은 거부당했다! - P8

혹시 지금 이렇게 생각하지는 않았는가? ‘나이가 들면서 친구가 없어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까?‘라고. - P9

영화는 내레이터가 원작 소설의 마지막 대사를 타이핑하면서 마무리된다.
"나는 열두살 이후로 그런 친구를 한명도 사귈 수 없었다. 그럴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있기나 할까?"¹
이 대사는 왜 깊은 울림을 줄까? 많은 사람들이 이 말에 담긴 진실을 알고 두려움을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 P10

들어가며


1 로브 라이너(Rob Reiner) 감독, 영화 「스탠 바이 미」, Act III Productions, 1986. - P425

남자에게는 우정에 대한 이해가 없다. 크게 보면 우리 문화 전체에서 남성우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남자들의 우정 자체를 하찮게 여기는 것이 아니라, 우정을 진지하게 대하는 태도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듯하다. - P11

그래서 무슨 말을 하자는 거야? 요약하자면, 남성우정에 대한 이런 반응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게 아니라는 말이다. - P11

주의사항!

이 책은 남자에 관한 책이다. 그러나 남자라고 다 같은 남자가아니다. 뭣이라고?! 이 책은 나의 개인적 경험을 다루었기에 그 범위가 백인, 중산층, 이성애자 등에 제한되어 있다. 내가 탐구했던 ‘남자 경험‘에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중략). 나의 한계를 겸허하게 인정한다. - P12

1장

총 맞은 것처럼


사람은 홀로 존재하는 섬이 아니다. 모든 사람은 대륙의 한쪽, 본토의 일부다.
-존 던 『헌신]Devotions(1624)


인생에서 불가능해 보였던 일들이 점점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어가는 걸 보면 참 흥미롭다. - P17

마찬가지로, 내가 결혼하는 부류의 인간일 거라 상상조차 안 해봤다. 결혼에 어떠한 가치를 부여한 적도 없다. 지나고 보니 이건 원칙이라기보다는 하나의 태도였다. 마치 20대가 파티에서 우쭐대며 결혼제도를 비판하는 모습이랄까. (당신도 이런 사람들을 만나본 적이 있을 것이다. 무신론에 관한 책을 다섯권 읽었다고 마치 ‘무신학자‘로 거듭난 듯 떠벌리는 종류의 인간 말이다.) - P18

내가 이런 종류의 남자사람이 될 줄은 몰랐다! 예전엔 약혼 반지는 전혀 로맨틱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줏대 없이 따라 하는 인습이자 극복의 대상일 뿐, 보석산업계의 거대한 사기 행각처럼 도보였고, 마음 같아서는 몬스터 먼치(반지 모양 과자-옮긴이)로 프러포즈하고, 남은 돈은 멋진 휴가에 한방울도 남김없이 쫙쫙 싸지르고 싶었다. - P21

필리파와 호프는 이리저리 현란하게 손가락을 놀리며, 나오미에게 프러포즈 계획을 말하지는 않더라도, 언제 할지 힌트 정도는 주는 게 좋겠다고 말한다.
"그래야 미리 매니큐어를 칠하고 오지." 호프가 알려준다.
매니큐어를 왜 칠하고 싶어할까..?
"인스타그램용이지." 마치 중세 양치기에게 디지털 방송 스카이플러스를 알려주듯 느릿한 설명이 이어진다. - P22

그후 우리는 4시간 반 동안, 숍 여덟곳에 들러, 반지 300개를 보고 나서야 와인 한잔을 마실 수 있었다.*


• 쇼비뇽 블랑을 마셨는데 메뉴판에서 가장 저렴해서 주문했다. 피니시가 짧았으며, 염소 오줌으로 목구멍을 싹 씻어내는 맛이었다. - P23

우정 자가진단


그날 밤, 나는 나오미와 함께 살고 있는 집으로 돌아왔다. 혼자종이와 펜을 들고 앉아서 들러리 후보 명단을 작성했다. 열명을적는 데 30분 넘게 걸렸다. 명단을 쭉 읽어본다. 절반은 일 때문에 만나는 사람들인데 업무 외에는 거의 연락하지 않는다. 나머지는2년 이상 연락을 안 한 사람들이다. 이건 현실이 아니야! 혹시 어떤 친구들은 너무 가까운 나머지 잠시 까먹은 게 아닐까? - P24

나는 패닉에 빠져 ‘결혼하는데 신랑 들러리가 없어요‘라고 구글에 검색한다. 인터넷이 어깨를 으쓱하며 모른다고 답할 줄 알았는데, 무려 9억 9천4백만건의 검색 결과를 보여줬다. 대부분 들러리 없는 예비 신랑들이 올린 게시물이다. - P25

더 검색해보니 우정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이 많았다. 외로움은 코로나19 팬데믹 전부터 이미 서구 전역에서 ‘전염병‘으로 묘사되고 있었다. 지금은 상황이 더 악화되었을 것이다. 『이코노미스트』의 2018년 연구에 따르면 영국 성인의 23퍼센트가 ‘항상 또는자주 외로움을 느낀다.‘¹ - P26

1장 총 맞은 것처럼

1 DiJulio, Bianca et al. ‘Loneliness and Social Isolation in the United States, the United Kingdom, and Japan: An International Survey‘, Henry J KaiserFamily Foundation, August 2018. - P425

남성이 여성보다 더 외로운 것은 아니지만, 외로움은 성차를 보인다.³ 건강 악화, 은퇴, 실업, 사별 등의 외로움 위험요인은 모든 사람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다. - P27

3 외로움 연구에 대한 최근의 메타분석에 따르면 남성과 여성은 비슷한 정도로 외로움을 느낀다. 하지만 남성은 외로움을 느낀다고 인정할 가능성이 더 낮기 때문에 남성의 외로움이 실제보다 낮게 보고된다고 생각하는사람들이 많다.(Maes et al. ‘Gender Differences in Loneliness Across the Lifespan: A Meta-Analysis. European Journal of Personality, 33(6), 2019) - P425

따라서 중요한 질문은 ‘남성이 여성보다 더 외로운가?‘가 아니라 ‘남성들은 왜 외로운가?‘다. - P27

남성이 직면한 문제는 두가지다. 첫째, 남성들은 축구친구, 술친구, 직장동료 등 친구들이 있긴 하지만 친밀감이 부족한 경향이 있다. (중략).
두번째 문제는 사회학자들이 주로 쓰는 말로 ‘네트워크 축소‘다. - P27

한 연구에 따르면 남성과 여성 모두 사교 네트워크가 20대 중후반에 정점을 찍고 축소되는데, 특히 남성에게서 더욱 급격한 감소세를 보인다. 20대 중반에는 평균적으로 남성의 사교 네트워크가 여성보다 더 크지만, 40대가 되면 이 상황이 역전될 정도로 남성의 네트워크 감소세가 크게 나타난다.⁷ - P28

7 Bhattacharya et al. ‘Sex differences in social focus across the life cycle inhumans, Royal Society Open Science, 1 April 2016. 이 현상에 대해 사회과학자들이 쓴 많은 논문이 있다. 로버트 퍼트넘의 저명한 저서 ‘나 홀로 볼링」에서 이렇게 썼다. (이 책의 개정판: New York: Simon & Schuster, 2020, p.94) 직업 또는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비업무적 사회관계는 여성에게서훨씬 빈번하게 나타난다". 결론으로(p.95) 요컨대, 여성은 남성보다 사교적 자본에 대해 더욱 열정을 가진다". - P426

친구들과 만나지 않을 이유를 만들어내는 건 무척 쉬웠다. - P28

나는 항상 고독에 낭만적인 애착을 품고 있었다. 달빛이 가득 내린 밤바다를 쓸쓸하게 거니는 것은 나의 최애 시간 중 하나다. (역시 나는 밤에 잘나간다!) - P29

외로움은 나를 닮지 않았다고 믿었다. 내 머릿속에서 외로움은 항상 나 자신과는 다른 이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 P30

『가디언』에서 ‘주말의 외로움‘이라는 현상에 대한 기사를 읽고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지 알게 되었다.⁸ - P30

8 Cocozza, Paula. The agony of weekend loneliness: "I won‘t speak to another human until Monday", Guardian, 16 January 2020. - P426

『데일리 메일』 온라인에 게재한 추가 동영상에서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회사 팀에서 가장 외향적인 사람인 것 같아요. 팀에서 익살스러운 조커 역할을 하죠. 그런데 금요일 5시가 되면 20대 팀원들이 다들 한잔하러 가는데, 저는 그때만 되면 슬그머니 집으로 꽁무니를 빼요."⁹ 이 사연 또한 사교적인 한 남성이 의도치 않게 외톨이 혼술남으로 전락한 ‘주말의 외로움‘의 사례다. - P31

9 Rach, Jessica. "The epidemic of middle-aged men with NO friends" Daily Mail, 18 December 2018. - P426

(전략). 가이스포드의 동영상에는 아래와 같은 댓글이 달렸다.

정말 한심하군.
징징대는 걸 보니 왜 왕따인지 알겠네.
이 남자는 테스토스테론 충전이 좀 필요한듯.
남자답게 굴어. 완전 빠졌어.

심각할 정도로 남자스러운 반응이었다. 가이스포드의 동영상은 상처를 감춰야 한다는 금기를 깨고 진심을 고백한 것이었다. - P32

 설사는 우리 모두에게 공통으로 발생하니까. 반면 외로움은특정인에게만 발생하는 만성 질병처럼 여겨진다. 또라이들이나 외로운 거야. 나는 침묵하기로 마음먹는다. - P33

며칠 후 나는 필리파와 호프에게 메시지를 보내 반지를 고를 때 도움을 줘서 고맙다고 했다. 동시에 약혼 계획 취소도 알렸다.
"내가 정말 원하는지 확신이 서지를 않아." - P33

작별


3일 후 나는 친구 제임스의 추모식에 참석했다. 제임스와 나는오픈 마이크 코미디(대중이 모인 장소에서 누구나 무대에 올라 선보일 수 있는 코미디 공연-옮긴이)에 참여하면서 처음 만났고, 몇년간 친구로지냈다. 그리고 제임스는 직업 때문에 캐나다로 이주했다. 나는몰랐지만 그 친구는 최근 영국으로 돌아왔고, 몇 달 뒤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 P34

우리는 잠시 침묵한다. 메인 홀에서 흘러오는 떠들썩한 대화소리가 복도를 지나며 톤 낮춰진 소음처럼 들린다. 귀에 거슬린다. 모두 목이 타는지 강박적으로 술을 마시고 있다. 긴장감이 느껴진다. - P35

어색함이 가시고, 둥글게 모인 이들은 떠나버린 친구에 대해 따뜻하고 감동적인 말을 한마디씩 한다. 모든 클리셰가 동원된다.  - P36

나오미와 함께 사는 아파트로 돌아가기 위해 이스트크로이던으로 가는 전철에 앉아서, 익명 게시판에 글을 올려 외로움을 토로하던 남자들을 생각한다. 자살하는 사람의 넷 중 셋이 남성이며, 자살이 45세 미만 남성의 가장 큰 사망 원인¹¹인 이유가 무엇일지 짐작해본다. - P37

11 Schumacher, Helene. ‘WhyFuture, 18 March 2019, more men than women die by suicide‘, BBC - P426

외로움이 우울증으로 이어지며 우울증은 다시 외로움으로 이어진다는 연구도 떠올려본다.*


* 권위 있는 2012년 사마리아인 자살 보고서(Samaritans Suicide Report)는 남성 자살의 가장 큰위험요인 중 하나로 친밀한 사회관계와 가족관계의 부족을 꼽았다. 최근 『이코노미스트』에서 대규모로 실시한 외로움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열 명 중 세 명이 외로움 때문에 자해할 생각을 했다고 답했다. (미주 2번 참조) 같은 사마리아인 보고서에 따르면 남성은 친구, 친지 또는 광범위한 커뮤니티 등으로부터 받는 모든 종류의 사회적 지원에 대한 접근성이 낮다. 이 점이 남성 자살 사례에서 ‘대형 잠복(big build, 고통을 다루지 못한 채 한계점에 이를 때까지 방치됨을 의미-옮긴이)‘ 효과가 관찰되는 이유다. 남성은 자신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위기지점에 이를 때까지 도움 없이 방치된다. - P37

이 분야에서 선구적인 연구로 ‘외로움 박사‘로 알려진 신경과학자 존 카치오포John Cacioppo의 말이다. 그는 외로움은 기본적으로 사회적 배고픔이며, 선천적 결함에서 오는 징후가 아니라 돌봄이 필요하다는 몸의 신호일 뿐이라고 말한다. - P38

2장

맨박스: 남자의 굴레

(전략).
내가 ‘유해한‘ 남성성을 가졌다고는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이 용어를 들어본 적은 있다. 그리고 유해한 남성성이 많은 부정적 현상의 원인으로 비판받는다는 사실도 안다. - P44

솔직히 말하자면, 난 내가 남자라는 사실을 의식한 적이 별로 없다. 그건 내겐 두발로 걷는 것처럼 특별할 게 없는 사실이니까. 하지만 그 점이 바로 남성의 특권일지도 모른다.  - P46

나는 전문가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남성성이란 남성에게 기대되는 행동방식에 대한 문화적 표현이죠."
페르난도 데수치 Fernando Desouches가 말한다. 그는 광고대행사BBD 퍼펙트 스톰 소속으로, (후략). - P46

진짜 남자?

전철을 타고 집에 가는 긴 시간 동안, 내가 오디션에서 의기소침해진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풀어야 할 것이 많았다. 첫째, 여성성을 드러내는 기호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았다. 젠더학을 살짝 맛만 본 나조차 이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후략). - P52

우리는 이런 종류의 수사에 익숙하다. 하지만 내가 주목하는 것은 도리어 남자 쪽이다. 훤칠한 키에 탄탄한 몸매, 큰 야망과 동시에 고독함을 품은 이 사나이에게 자동차는 그저 장난감 같은 소품일 뿐이다. 그에겐 언제든 살포할 수 있는 현금 또한 가득하다. 그래서 한 여자를 발견하고 순식간에 정복한다.  - P52

학자들은 남성성에 대한 정의가 역사, 문화 등 맥락에 따라 다양하기 때문에 남성성에 ‘선천적이거나 ‘자연스러운‘ 면이 있다고 말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한다.⁴ - P53

2장 맨박스: 남자의 굴레


4 Wood, Wendy, and Alice H. Eagly. Biosocial Construction of SexDifferences and Similarities in Behavior". Advances in Experimental SocialPsychology, 46, 2012. 코델리아 파인 또한 이 주제에 대해 술술 읽히는 두권의 책 (Delusions of Gender (London: Icon, 2010) and Testosterone Rex(London: Icon, 2017))을 저술했으며, 마거릿 미드(Margaret Mead)의 지서는 많은 젠더학자들이 애독한다. 미국의 사회학자 트리스탄 브리지스(Tristan Bridges)는 이렇게 표현한다.
"남성성에서 중요한 것은 그것이 움직이는 표적이라는 점이다. 무엇이 남성성이라고 간주되는지는 간단한 방법으로 측정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남성성은 유연하고 적응력이 뛰어나다. 우리가 어떤 사람들이 ‘남성성을 가지고 있다(즉, 그 사람들이 남자답다)‘고 할 때, 이 점은 후속 질문으로 가장 잘 검증할 수 있다. 어느 점이? 어디가 남성적인가? 젠더는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다. 무엇이 남성적인 것으로 간주되는지는 (때로는 미묘하게, 때로는 거대하게) 문화, 세대, 나이, 상황에 따라 변한다." (JamesMesserschmidt and "Masculine Resources", Inequality by (Interior) Designblog.wordpress.com, 20 December 2013) - P428

이런 것들이 사교세계와 어떻게 관련되는지는 1976년 출간된심리학자 로버트 브래넌Robert Brannon의 에세이 『49퍼센트 다수 TheForty-Nine Percent Majority를 읽자 명확해졌다. 브래넌은 이 책에서 남자다움에 대한 문화적 청사진을 제시한다.⁷ - P53

7 분명히 모든 사람이 이 정의에 부합하게 살기를 원한다거나 그렇게 할 수있는 것은 아니다. 래윈 코넬은 다양한 종류의 남성성이 존재하지만, 대부분의 남성이 판단을 받고 스스로 판단을 내리는 데 기준이 되는 ‘헤게모니적‘ 남성성은 한가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우리는 젠더 사상가들이 교차성(intersectionality)‘이라고 부르는저 깊은 곳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이곳에서는 내가 헤엄칠 수 있는 영역은없다. (아주 짧게 요약하자면, 흑인 남성의 남성성은 백인 남성의 남성성과 같지 않을 테고, 게이 남성과 이성애자 남성의 남성성, 중산층 남성과 노동계급 남성의 남성성도 같지 않을 것이다. 이는 트랜스젠더 남성이나 선천적 젠더 논바이너리 (남성 또는 여성 하나로 규정되는 성구분을 벗어나는 성별-옮긴이)에 대한 논의를 포함하기도 전의 논의다. - P429

브래넌은 이렇게 설명한다.

1. 계집스러운 것 금지: 개방성, 연약함 등 모든 전형적인 여성적 성향에 대해 낙인 찍음
2. 대형 바퀴: 성공, 지위, 존경 욕구
3. 튼튼한 오크 나무: 거친 남성적 분위기, 자신감, 자립정신
4. ‘지옥‘의 맛을 보여주마! : 공격적 아우라, 폭력성, 대담함⁸ -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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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설 도출에서 핵심적인 인과관계의 규명은 얼마나 고되고 힘든 작업일까? - P179

까인과관계 규명이 어려운 이유

형이상학적 쟁점과는 별개로 인과관계 규명은 과학자에게 매우 어렵고 힘든 문제다. 이는 감염 질환이나 유전 질환을 제외하면 아직까지 병인이 명쾌하게 밝혀진 질병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 P180

또한 원인 인자를 몇 개로 보느냐에 따라 실험 설계의 복잡도가 달라진다. 왜냐하면 원인을 하나로 추정하는 단순 가설은 하나의 변수만 통제하는 실험을 설계하면 되지만, 원인이 둘 이상 되는복합 가설이라면 상황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¹¹ - P180

11 이런 점은 실험 연구의 한계로도 작용한다. 원인 인자 혹은 독립변수가 3~4개 이상만 되더라도 실험 설계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으로서전산생물학적 접근의 중요성이 강조되기도 한다. - P195

(전략).
또 다른 외적 이유로는 실험 방법의 원리와 한계 및 상세한 절차를 제대로 파악하고 숙지하는 것 역시 어렵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 부분이 부족하면 실험 데이터를 제대로 해석할 수 없기 때문에 가설을 세우는 데에도 덩달아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다. 뿐만아니라 연구원의 역량, 연구비의 규모, 실험 기자재의 운용 및 확충과 같은 현실적 고민과 공동 연구가 활발하게 일어나는 최근 과학계의 작동 경향도 무시할 수 없다.¹³ - P181

13 Simonton DK. After Einstein: Scientific genius is extinct. Nature. (2013) 493, 602;Fortunato et al. Science of science. Science, (2018) 359, eaa00185 - P195

좋은 가설을 위한 조건들

가설을 잘 세우려면 적어도 몇 가지 문제를 우선 고민해야 한다. 첫째 분자 기전을 밝히는 문제, 둘째 원인과 결과의 본성 또는 속성을 규정하는 문제, 셋째 조작적 정의 operational definition 를 내리는 문제 그리고 마지막으로 논문 게재의 필요 조건과 관련된 문제다. - P182

셋째, 일반적으로 가설은 상당히 관념적이고 추상적이라는 데서 문제가 생겨난다. 개념적 정의 conceptual definition의존해서는에 관찰 현상을 측정할 수 없기 때문에 조작적 정의가 필요하다.¹⁶ - P183

16 조작적 정의에 대한 논의는 1946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퍼시 브리지먼PercyBridgman에 의해 체계적으로 이루어진 바 있다.: https://plato.stanford.edu/entries/operationalism/ - P195

마지막으로 논문 게재의 필요 조건에 대해 잘 숙지하고 있어. 과학 연구의 결과는 논문의 형태로 학술지에 실리고 유통될 때 의미를 갖는다.¹⁶ 논문이 학술지에 게재되려면 신규성과 중요성 등의 측면에서 호소력이 있어야 한다. 특히 과학자들은 발견의 우선권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는 점을 감안할 때 연구 결과의 신규성은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된다.¹⁸ - P183

17 전주홍, 《논문이라는 창으로 본 과학》, 지성사. (2019) pp29-37

18 Cohen BA, How should novelty be valued in science? Elife. (2017) 6, e28699; Fang& Casadevall. Competitive science: is competition ruining science? Infect Immun.
(2015) 83, 1229-1233 - P195

연구 경향은 순수한 학문적 동기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정치적·경제적 이유에 의해 구성되는 면이 크다.²⁰ - P183

20 Mandel & Vesell. From progress to regression: biomedical research funding. JClin Invest. (2004) 114, 872-876; Epstein JA. Politicizing NIH funding: a bridgeto nowhere. J Clin Invest. (2011) 121, 3362-3363; Rull V. The most important application of science. EMBO Rep. (2014) 15, 919-922 - P195

멘델의 유전 법칙 등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발견의 중요성은 시간의 함수로 발견이 시의적절해야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중요성과 영향력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²¹ 또한 페니실린이나 방사선 동위원소 등의 사례처럼 발견 당시에는 임상적 중요성을 모르는 경우도 허다하다. - P184

21 Casadevall & Fang. Impacted science: impact is note 01593-15importance, mBio. (2015) 6, - P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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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

경애하는 소장님, 지금껏 많은 자술서를 직접 읽었고 여태까지 나의 자백에 대한 소장님의 기록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인지 이 자술서는 필시 소장님께서 읽기에 익숙한 유형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 P130

나는 내가 감당했던 실제 위험 요소들과 사소한 두통거리들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농노처럼, 복지 혜택을 받을 기회만이 직업상의 특전인 난민처럼 살았습니다. 
- P131

나는 장군이 말한 바에 따르면 클로드가 참석할 예정인, 장군의 주류 판매점 개업식이 지날 때까지 내 회신을 암호화하는 일을 미뤘습니다. 그때껏 전화로는 몇 차례 이야기를 했지만, 사이공을 떠난 이후에는 클로드를 본 적이 없었습니다.  - P131

개업식은 사이공 함락 혹은 해방 혹은 둘 다의 기념일과 일치하도록 시기를 맞춰 4월 말에 열릴 예정이었습니다. - P132

 웨이트리스도 자기 머리카락과 어울리는 빛바랜 밀집 색 풀잎 치마를 입었고, 비키니 상의는 윤을 낸 코코넛으로 만든것이었습니다. 각자 세 잔씩 마시고 나서 얼마 후 미즈 모리가 오른손으로 턱을 괴고 팔꿈치를 카운터에 올린 채, 내게 자기 담배에 불을 붙이도록 허용했는데, 내가 보기에 이는 남자가 여자를 위해 할 수있는 가장 관능적인 전희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 P133

처음에 당신에 대해 듣고 나서 당신을 처음으로 만난 후에 이렇게 생각했어요. 굉장한데, 여기 아시아인 엉클톰, 진짜 배신자, 완전한 하얀 분칠덩어리가 있군. 크래커**는 아니지만, 비슷해. 쌀로 만든 크래커야.


** 중의적인 의미를 사용한 일종의 말장난, 크래커(cracker)에는 ‘얇고 단단한비스킷‘이라는 의미 외에도 ‘가난뱅이 백인, 거짓말쟁이, 허풍쟁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 P134

내가 말했습니다. 미즈 모리, 저는 제가 지금 듣고 있는 얘기에 어안이 벙벙해요. 그녀가 말했습니다. 설마 그럴 리가. 제발 부탁인데, 소피아라고 불러 줘요. - P135

(전략). 그건 『카마수트라』나 『옥보단」이나 우리 사랑하는 학과장님의 저 알아듣지도 못할 동양 주문(呪) 같은 소리와는 아무 관계가 없어요. 내가말했습니다. 당신은 그분을 위해 지금껏 6년 동안 일했지요. 미즈 모리가 말했습니다. 그런 건 나도 알고 있어요.  - P136

그가 말하더군요. 아, 당신은 니세이*로군요. 마치 니세이라는 단어를 아는 게 나에 대해 중요한 무언가를 안다는뜻인 양 말이에요.


*이민 1세대(이세이)인 일본인 부모 밑에서 태어난 일본인 2세를 지칭한다. - P136

내가 목청을 가다듬고 말했습니다. 미즈 모리?
음?
당신과 사랑에 빠질 것 같아요.
소피아라니까. 그녀가 말했습니다.  - P137

그녀는 한 쌍의 연기 기둥을 내뿜었습니다. 그냥 알고있으라는 얘긴데 말이지, 나는 결혼은 좋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자유연애는 좋다고 생각해요.
우연의 일치네요. 내가 말했습니다. 저도 그래요. - P138

해머 교수가 10년 전에 내게 알려 줬다시피, 벤저민 프랭클린에 따르면, 연상의 정부는 굉장히 멋진 존재였습니다. 아니, 이 미국 건국의 아버지가 어떤 청년한테 그런 식으로 조언을 했지요. 이 미국의 현자가 쓴 편지 내용이 전부 기억나지는 않습니다. - P138

이는 프랭클린의 통찰과 아주 동떨어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중략). 그러므로 이 ‘최초의 미국인‘이 젊은 친구에게 쓴 편지에 담은 주장, 다시 말해 우리 모두가 연상의 정부를 둬야 한다는 주장은 옳았습니다. 이는 들리는 것만큼 성차별적이지는 않습니다 - P139

하지만 미즈 모리의 경우에는 그럴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녀의 얼굴은 그다지 나이를 먹지 않았으니까요. - P140

 사실 이 점이 가톨릭교의 역사를 거의 다 설명해 주는 셈이었는데, 가톨릭 교회사에서 동성애나 이성애나 남색 같은 각양각색의 성행위는, 로마 교황청의 카속* 아래 숨겨져 결코 벌어지지 않았던 일로 간주되었습니다. 교황들, 추기경들, 주교들, 사제들, 수도사들이 여자들, 여자아이들, 남자아이들과, 그리고 자기들끼리 관계를 가졌을까요?


* 성직자들이 입고 다니는 발목까지 오는 긴 겉옷 - P140

내 경우에는, 정반대였습니다. 나는 열병에 걸릴 듯했던 청소년기 이래로 줄곧 왕성한 기력으로 부지런히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 P141

우리 아이들이 영혼과 육체가 모두 불확실한 상태인 점잖은 기독교인들을 유혹하지 못하도록아이들에게 옷을 입히려 한다는 종교적인 명목을 내세워 모든 일을다 용인 받았던 겁니다. - P142

(전략). 그러니까 이러한 일탈이 자주 일어났다는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사방이 육지에 둘러싸인 우리 고장에서 오징어는 귀하고 특별한 요리였으니까요. 그 오징어는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선물했는데, 사실은 아버지 자신이 잘 먹기 때문이었지요. - P143

어떤 사람은 틀림없이 이 일화를 역겹다고 생각할 겁니다. 나는 역겹지 않습니다! 대학살은 역겹습니다. 고문은 역겹습니다. 300만 명의 사망자는 역겹습니다. 자위요? 심지어 내가 스스로 인정했듯이 합의하지 않은 오징어를 가지고? 그리 심하게 역겹지는 않습니다. - P144

여전히 나는 투사이기보다는 연인이기는 했지만, 내 정치적 선택들과 경찰 업무로 인해 결국 어린 시절에 딱 한 번 사용했던 나의 일면, 즉 폭력적인 면을 키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 P145

주류 판매점은 할리우드대로의 동쪽 끝, 최신 영화들이 개봉되는이집트 극장*과 차이니스 극장의 카메라가 펑펑 터지는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곳에 있었습니다.


* 할리우드 황금기를 상징하는 극장, 현재는 비영리 영화단체인 아메리카 시네마테크가 사용한다. - P146

의클로드가 말했습니다. 이것 참, 우리가 더 좋은 상황에서 재회한거라면 좋았을 텐데요, 신사 분들. 제가 듣기로는 급하게 빠져나오느라 두 분이 진땀깨나 흘렸다던데요. 장군이 말했습니다. 그건 패 순화된 표현이군요. 내가 말했습니다. 그러는 당신은요? 장담하는데 당신은 마지막 헬리콥터를 타고 빠져나왔겠지요. - P147

나는 대사의 헬리콥터로 예상보다 몇 시간 일찍 빠져나왔어요. 그가 탄식하듯 말했습니다. 절대로 그날을 잊지 못할 거예요. 우리는 지긋지긋하게 오랫동안 때만 기다리다가 결국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했어요.  - P148

(전략). 감사하게도 나는 그들이 지르는 비명이며 야단법석 소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듣지는 못했어요. 나는 안으로 들어가서 술을 한 잔씩 마시곤 했지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어요. 두 분도 그때 무선 수신기에서 들리던 말소리를 들어 봤어야 해요. 저 좀도와주세요. 저는 통역사예요. 이 주소지에 통역사 70명이 있어요. 탈출하게 해 주세요. 도와주세요, 이쪽 거류지 안에 500명이 있어요. - P149

제기랄. 이 일에 대해 얘기하려면 한잔 더 해야겠군요. 고맙습니다. 장군님. 그가 눈을 문질렀습니다. 그게 개인적인 일이었다고 말해두어야겠군요. 비행장에서 당신들을 남겨 두고 떠난 후, 잠을 좀 자러 내 빌라로 돌아갔어요. 킴에게 새벽에 나랑 만나자고 말해 둔 상태였죠. 그녀는 자기 가족을 데려올 예정이었어요. - P150

장군이 각자에게 위스키를 더블로 한 잔씩 더 따라 주는 동안, 우리는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습니다.
클로드, 당신을 위해 내가 그를 위해 축배를 들며 말했습니다. 축하합니다. - P152

철수의 마지막 단계를 알리는 신호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로, 미군 라디오 방송에서 틀기로 되어 있었지만, 심지어 이조차도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우선, 이 노래는 일급 기밀 정보로, 오로지 미국인들과 협력자들만을 위한 신호였지만 바로 그런 이유로 모든 사람이 무엇에 귀 기울여야 할지를 알고 있었지요. - P153

실제로는 모든 게 엉망이지만, 역사가 이모든 혼란을 잊어 주기만을 바랍시다.*


* 상황은 정상─실제로는 모든 게 엉망이지만(Situation Normal Fucked Up)‘이라는 미군 속어와 그 약어(SNAFU)에서 비롯된 표현, 군대는 아무리 대비를 한다고 해도 언제 무슨 사고가 벌어질지 모르는 곳이므로 모든 게 엉망인 것이 오히려 정상적인 상황일 정도라는 의미All - P153

이것은 수많은 장군과 정치인들이 잠자리에 들기 전에 올리는 기도였지만, 어떤 혼란에는 다른 경우보다 더 타당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빈번한 바람‘*이라는 작전명을 보십시오.

* 영어로는 ‘Frequent Wind‘. 베트남 패망 당시 미국이 베트남 잔류 미국인과 미국에 협조한 베트남인 및 몽족 등을 탈출시키기 위해 실시한 최후의 철수 작전명 - P154

당신이 와 줘서 기쁘군요. 클로드. 당신이 온 타이밍은 더 이상 완벽할 수가 없을 정도예요.
클로드가 어깨를 으쓱했습니다. 타이밍 맞추기는 제가 항상 잘하는 일이지요, 장군님.
우리한테 문제가 하나 있어요. 우리가 떠나기 전에 당신이 내게 경고했다시피. - P155

왜 이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거죠?
첫째, 그는 화교(華僑)지요. 둘째, 사이공에 있는 내 정보원들이 말하길 그의 가족이 사이공에서 아주 아주 잘 지내고 있다더군요. 셋째, 그는 뚱뚱해요. 난 뚱뚱한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아요. - P156

나는 알게 된 것들을 일람표로 만들었습니다. 첫째, 나는 아주 유감스럽지만 전적으로 우연히, 애꿎은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데 대성공을 거뒀습니다. 둘째, 장군은 사이공에 정보원들을 두었고, 이는 일종의 저항 세력이 있음을 의미했습니다. 셋째, 비록 직접 연락은 불가능하지만 장군은 자기 쪽 사람들과 연락을 할 수 있었습니다. - P157

가게에는 금전 등록기 옆의 작은 흑백 텔레비전으로 최면을 걸듯파랗게 빛나는 야구장에서 펼쳐지는 경기 영상을 보고 있는 본 말고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 P158

. 그때껏 우리 사회는 제1급 부정 축재 정치 체제여서, 정부는미국인들의 재물을 훔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보통 사람들은 정부의 재물을 훔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우리들 중 가장 나쁜 사람들은 서로의 것을 훔치려고 혈안이 되어 있었습니다. - P158

그 소령이라고? 본이 술병들을 봉지에 담을 때 내가 말했습니다.
넌 진짜로 그가 스파이라고 생각해?
내가 뭘 알겠어? 난 그저 졸병일 뿐이야.
넌 늘 시키는 대로만 하는군. - P159

다시 한번 나는 주변 상황이라는 덫에 빠졌고, 곧이어 다시 한번다른 사람이 주변 상황이라는 덫에 빠지는 것을 보게 될 터였습니다. 나는 슬픔에 빠졌는데, 이에 대한 유일한 보상은 본의 얼굴에 어린표정이었습니다. 그가 1년 만에 처음으로 기쁜 듯이 보인 순간이었습니다. - P160

6장

그날 오후에 개업식이 시작되자, 장군은 술술 수다를 떨고 쉴 새없이 미소 지으면서 성공을 기원하는 사람들과 악수를 나눴습니다. - P161

나는 이 패잔병들에 관한 모든 뒷공론을 파리에 보고했을뿐더러, 그들이 생계를 위해 무슨 일을하는지를 (아니면, 많은 경우에 그랬듯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지를 알고 있었습니다. 가장 성공한 사람은 자신이 유통을 독점한 계피를 채취하는 데 휘하의 정예 부대를 동원한 걸로 악명 높은 장군이었는데 이 향신료 상인은 이제 피자 가게를 호령했습니다. - P162

기꺼이! 무절제한 소령이 활짝 웃었습니다. 그는 음식과 친구를 몹시 좋아하는, 인생을 즐기는 사람, 이 새로운 세계에 장군을 빼면 적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왜 나는 장군에게 이 무절제한 소령의 이름을 언급했던 걸까요? - P164

나는 손도, 즉 별명대로라면 소니를 내가 미국에 있던 마지막 해인 1969년에 마지막으로 보았습니다. 그 역시 차로 한 시간 거리인 오렌지카운티의 한 대학 장학생이었습니다. 거긴 존 웨인의 고향일 뿐 아니라 전범인 리처드 닉슨의 출생지였고, 에이전트 오렌지*가 그곳에서 생산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거나 최소한 그곳을 기념하여 붙인 이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몹시 애국심이 강한 지역이었습니다.


* 베트남 전쟁 중 미군이 가장 많이 사용했던 고엽제의 일종으로 심각한피해를 일으켰다. 당시 미군이 사용한 고엽제는 저장 용기의 색깔에 따라 총 6가지가 있었고, 각각의 색깔에 따라 ‘에이전트 오렌지(오렌지 요원)‘라는 식의 암호명으로 불렸다. - P165

네가 여기 왔다는 얘기 들었어. 소니가 내 손을 움켜잡고 진심 어린 미소를 펼쳐 보이며 말했습니다. 기억에 생생한 자신감이 눈에서 뿜어져 나오면서, 살균된 듯 청결한 입술과 함께 금욕적인 얼굴이 매력적으로 보였습니다. - P166

. 이건 이 새로운 땅에서 제4계급이라는 고도의 예술을 되살리려는 당신의 모든 수고에대한 감사의 표시요, 젊은 친구 양반. 이 말에 나는 권력에 대해 다소과하게 많은 진실을 말했다는 이유로, 우리가 공짜 숙식이라는 선물을 제공했던 기자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 언론계를 가리키는 별칭. 제4권력이라고도 하며, 성직자, 귀족, 평민의 3계급 외에, 언론계가 정치적, 사회적으로 새로운 힘을 형성하게 된 데서 비롯된 말 - P167

나는 일주일 후에 무절제한 소령과 함께 아침을 먹었습니다. 그것은 월트 휘트먼이 소재로 삼아 글을 쓰고 싶어 했을 소박하고 일상적인 장면, 즉 동화되기를 완고하게 거부하는 중국인과 몇몇 잡다한 아시아인들로 가득한 몬터레이 파크의 어느 국수 가게의 뜨거운 쌀죽과 튀긴 꽈배기 도넛들이 특히 눈에 띄는 새로운 미국의 한 단면이었습니다. - P169

이런 사람이, 밀고자라고요? 믿기 힘들지만, 그렇다면 완벽한 첩자가 될 수 있을 만큼 교활한 성격의 소유자인지도 모를 일이었습니다. - P170

아. 가엾은 무절제한 소령! 그날 밤 나는 집에서 본이 38구경 스페셜 권총을 커피 테이블 위에 놓고 청소해서 기름을 친 다음 구리 실탄 여섯 발을 장전해 소파에 딸린 작은 장식용 쿠션에 내려 놓는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권총은 마치 폐위된 왕족에게 줄 선물처럼 번쩍거리는 얼룩투성이 싸구려 붉은색 벨루어 쿠션에 얹혀 있었지요. - P173

 아버지를 위해 복수를 하고 싶었지. 그러다가 사랑에 빠졌고, 린이 아버지나 복수다 더 중요해졌지. - P174

나는 이해했을 뿐 아니라 깜짝 놀랐습니다. 나는 본한테서 그렇게 긴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 P175

우리 나라에서 한 남자를-혹은 여자나 어린아이를 죽이는 것은-조간신문의 한 페이지를 넘기는 일만큼이나 쉬웠습니다. 우리에게는오로지 핑곗거리와 수단만 있으면 됐는데, 사방팔방에서 너무 많은사람들이 둘 다 가지고 있었습니다. 내게는 한 남자가 위장 수단으로걸칠-하느님, 나라, 명예, 이데올로기 혹은 동지들을 지켜야 필요성 같은-정당화에 대한 욕구 혹은 정당화를 위한 다양한 제복이없었습니다. - P175

나는 무절제한 소령은 스파이가 아니라고 장군을 설득하고 싶었지만, 처음에 내가 전염시켰던 생각을 그에게서 지워 버리기는 무척 어려울 터였습니다. - P176

해머 교수가 나를 그다음 주 토요일 밤 자택에서 열리는 만찬에 초대했는데, 이유는 클로드가 곧 워싱턴에 돌아가기 때문이었습니다. 또 한 사람의 손님은 교수의 남자 친구이자, UCLA에서 파리에 거주한 미국 문인들에 대한 학위 논문을 쓰고 있는 내 또래의 박사 과정학생인 스탠이었습니다. - P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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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발적인
도입부 만들기


1장

프롤로그는
예고편이 아니다


이야기를 어떻게 시작할지는 작가로서 내려야 하는 가장중대한 결정 중 하나다. (중략). 이야기를 어떻게 여는 것이 좋을지는 아무래도 문체, 장르, 작가의 창조적 선택에 따라 달라진다. - P23

프롤로그 매혹하기 활용법


프롤로그도 쓰고 첫 번째 장도 쓴다면 이야기의 도입부에매혹하기 수단을 두 번 배치하는 셈이다. 이를 통해 작가는 독자에게 커다란 질문을 두 가지 던질 수 있다. 다만 이때 프롤로그가 첫 번째 장에서 끌어올릴 긴장을 반감하지 않도록 주의해야한다. 작품의 미스터리 요소를 프롤로그에서 밝혀버리는 - P24

이중 매혹하기 구조를 사용할 때는 각각의 매혹하기 내용이 ‘서사에 필요한 서로 다른 질문‘을 겨냥하도록 해야 한다. - P25

어떤 종류의 매혹하기를 활용할지도 중요하다. 프롤로그의 이점은 프롤로그가 있으면 다른 인물의 시점이나 다른 시간 또는 공간에서 이야기를 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중심 서사의 흐름상 인물들은 결코 알 수 없으나 작품의 긴장을 구축하는 데 핵심이 되는 장면을 프롤로그에서 보여줄 수도 있다. - P25

없느니만 못하다면 쓰지 말자

프롤로그는 독자가 작품을 처음 만나는 부분이다. 따라서작가는 독자에게 이 부분이 왜 필요한지 더욱 빈틈없이 따져봐야 한다. 물론 그렇다고 따져보지 않고 넘어가도 되는 부분이 있다는 뜻은 아니다. - P26

그렇다면 인물의 전사를 중심으로 쓴 프롤로그는 언제 필요할까? 인물에게 과거의 트라우마가 있는 경우 독자가 미리 알아야 할 것 같아 프롤로그에 집어넣으려는 작가들이 많다. 하지만 인물의 전사는 대체로 나중에 회상 장면을 통해 제공하는 편이 낫다 - P28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 알아야 하는 요소를 설명보다 훨씬효과적으로 전달한다면 ‘필요한‘ 프롤로그라고 봐도 좋다. 그리고 프롤로그를 인물의 전사 중심으로 쓸 때는 독자가 ‘첫 장‘의 내용을 따라가는 데 필요한 사항만 담는 편이 적절하다. - P29

독자가 싫어하는 설명 끼워팔기

프롤로그에 대해 편집자나 에이전트, 출판사, 독자들로부터 가장 쉽게 날아드는 비판은 설명만 줄줄 늘어놓은 데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SF나 판타지 작품이 이런 비판을 자주 받는다. - P30

미스터리 활용하기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은 ‘1장‘이 1장이라기보다 프롤로그에 가깝다. (중략). 이 설명들이 모여 반쯤 완성된 신비로운 수수께끼를 만들어내고, 이때 독자는 주어진 ‘설명‘ 자체보다 새로 드러난 ‘질문‘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 P31

감정에 호소하기

(전략).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과 《드래곤과의 춤》에서 알 수있듯, 두 소설의 작가들은 서사의 틀을 짜는 데 필수적인 설명만을 전달한다. 즉, 1692년에 제정된 마법사 비밀 법령에 관해 털어놓지 않는다. - P32

짧을수록 좋다

프롤로그의 길이에 관한 한 대다수 편집자와 에이전트가짧은 것이 좋다고 말할 것이다. 예를 들어, <아바타:아앙의 전설>은 프롤로그가 1분 17초밖에 되지 않는다. 하나의 에피소드가 평균 22분인 데 비하면 무척 짧은 프롤로그라고 할 수 있다. - P34

프롤로그를 망친 명작

크리스토퍼 파올리니가 쓴 《유산》 시리즈의 《에라곤》은 드래곤 라이더와 매력적인 요정들의 환상적인 이야기를 천연덕스럽게 그린 작품으로 이 책의 독자 가운데에도 좋아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나도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 P34

J. R. R. 톨킨의 <반지의 제왕> 시리즈 같은 작품들이 판타지 부문의 장르를 정립했기에, 독자들은 별다른 언급이 없는 한 판타지 소설에 대해 당연히 톨킨 풍일 것이라고 가정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 P36

바쁜 작가를 위한 n줄 요약

1

서사의 긴장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하는 두 개의 서로 다른 매혹하기 내용을 프롤로그와 첫 번째 장에 배치하라. (후략).

(중략).

5
무엇보다 자신이 쓰고 싶은 이야기를 써라. 작가의 유일한 책무다. - P37

3장

설명은 필수,
방법은 선택


설명을 전달하는 것은 형제자매의 결혼식장에서 그들에게사랑을 표현하는 것과 비슷하다. 무척 까다롭지만, 꼭 해야 한다. 지금부터 설명에 대해 긴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 P55

설명이란 본질적으로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상황에 대한 정보를 뜻한다. 인물의 전사, 작중 마법 체계의 작동 방식, 또는 어쩌다 반동 인물이 권력을 손에 쥐게 됐는지, SF 작품이라면 어떤 기술이 상용화된 세상인지, 그리고 초지능적 레밍들이 사회를 통치하는 방식, 작중 도시 국가에서 호박에 기초한 경제 체제가 돌아가는 양상 등 거의 모든 것이 설명의 대상이 된다. - P55

 설명은 작가가 창조한 세계와 이야기를 독자가 이해하도록 돕는 중요하고 유용한 정보다. 그렇지만 설명을 이야기의 맥락속에서 재미있고 논리적이며 기억하기 쉽고 수긍이 가도록 쓰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 P56

 이를 중심으로 설명 전달 방식을 세 가지 질문으로 나눠분석해보자.

1. ‘어떻게‘ 설명을 전달할 것인가?
2. ‘무슨‘ 정보를 전달할 것인가?
3. ‘언제‘ 설명을 전달할 것인가? - P56

멋모르는 시점 인물을 통해

설명이 까다로운 까닭은 우선, 작가가 전달해야 하는 정보중 절반은 독자는 모르지만 모든 작중 인물이 이미 아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 P56

그래서 설명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일 많이 쓰는 방법이 상황을 모르는 시점 인물‘을 활용하는 것이다. 이 인물은 마법, 기술, 또는 작가가 만들어낸 세계 자체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어서, 독자와 마찬가지로 하나부터 열까지 쉬운 말로 설명을 해줘야 하는 인물이다. - P57

상황을 모르는 시점 인물은 주인공에게 설명을 해줘야 하는 타당한 이유가 된다. 게다가 상황을 모르는 시점 인물은 독자가할 법한 질문을 똑같이 할 수밖에 없으므로, 독자에게 정보를 전하는 손쉬운 방법이기도 하다. - P57

상황을 모르는 시점 인물이 설명을 접함에 따라 ‘개인적‘ 영향을 받으면 독자도 정보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 P59

상황을 모르는 시점 인물을 활용하는 작가들은 기억 상실장치를 도입하기도 하는데, 자주 눈에 띄지만 조금 안일하다고 할 수 있는 수단이다.  - P59

공짜가 아니면 오히려 좋아

독자란 본래 호기심이 많은 존재로, 이 점을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아주 간단한 비법이 있다. 바로 독자가 노력해야 설명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 P60

교황이 수영을 하는 동안


이제 인물들에게 영향을 주는 것으로 설정하기도 곤란하고 서사적 보상 전략을 쓰기에도 무리가 있는 설명들이 남아 있다. 블레이크 스나이더의 《SAVE THE CAT! 모든 영화 시나리오에숨겨진 비밀》은 시나리오 작가들을 위한 훌륭한 책으로, 이 문제에 대해서도 해결책을 제공한다. 바로 ‘교황이 수영을 하는 동안‘이다. - P62

‘교황이 수영을 하는 동안 전략은 독자가 설명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서도 정보를 거뜬히 받아들이도록 한다. 그렇지만 아무리 놀랍더라도 억지로 꾸며낸 듯 부자연스러운 장면은 만들지 않도록 주의하자. - P63

인물 창조

설명을 전달하는 한 가지 방법은 설명을 인물 창조의 맥락 속에 집어넣는 것이다. - P63

갈등 일으키기

‘교황이 수영을 하는 동안‘ 전략을 활용하는 두 번째 방법은 갈등을 일으키는 방식으로 설명을 담는 것이다. - P66

설명을 전달하는 데 갈등을 이용하면 설명을 하는 인물이누구인지에 따라 그의 개인적 신념을 드러낼 수도 있다. 작중에서 일상적으로 쓰이는 용어들도 자연스럽게 소개할 수 있으며, 설명의 주체가 된 인물의 대사를 어떻게 구성하는지에 따라 갈등에 얼마나 다양한 세력이 엮여 있는지도 보여줄 수 있다. - P67

환경 설명

대다수 작가가 환경 설명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말하지 말고 보여주기‘라고 부르는 규칙을 다룰 때 흔히 나오는 조언이 바로 환경에 대한 묘사를 통해 정보를 전달하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 P67

환경 설명은 인물들 간의 대화로는 자연스럽게 드러내기어려운 세계 설정과 관련된 요소들을 구축하는 데도 특히 효과적이다. - P68

무엇을 설명할지 고르는 법

무슨 정보를 전달할 것인가는 작중 세계를 창조하는 재미에 푹 빠진 작가들이 고심하곤 하는 문제 중 하나다. - P69

문제는 이 모든 사항이 독자에게 중요하거나 흥미롭게 다가갈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자신이 만든 세상의 모든 부분이 독자에게 분명히 전달돼야 할 필요는 없다.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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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의 이란-콘트라 스캔들은 세계사의 과거 수 세기 동안 흔히 사용된 쿠데타 방식이 아닌 합법적 선거로 선출된 공모자가 시민의 권리를 침해한 음모였다. 이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음모론자들이 품어온 우려가 구체화된 사례다. - P67

2010년대에는 2016년 대통령 선거 준비 기간의 광기로는 충분치 않다는 듯이 선거 기간과 트럼프 당선 후 기이한 음모론이 속속 등장했는데, 그중 하나는 트럼프의 유세 현장에서 지지자 중 일부가 ‘Q‘와 ‘QAnon‘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었다는 음모론이다. - P68

또한 이런 음모론은 2016년 ‘피자게이트Pizzagate‘ 음모론으로 이어졌는데, 이 음모론의 주창자는 아무런 증거도 없이 힐러리가 피자 가게에서 아동 성매매 사업을 하고 있다는 황당한 주장을 펼쳤다. 터무니없는 소리 같지만 피자게이트 음모론을 믿은 한 젊은남자가 변태 행위를 척결하겠다며 AR-15 소총으로 한 레스토랑 가게를 난사했다. 다행히 아무도 다치지 않았지만 음모론적 망상의 힘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 P69

거짓은 진보를 가로막을 수 없다

탈진실 시대의 진실스러움에 대한 진실

마이클 셔머 Michael Shermer


어휘는 생각을 구체화한다. 따라서 사전학자들은 어휘의 용법과 의미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추적한다. 그 속에는 문화적 동향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 P151

2017년 1월 22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후, 그의 선임고문인 켈리앤 콘웨이 Kellyanne Conway는 NBC <밋 더 프레스Meetthe Press>에 출연해 백악관 대변인 션 스파이서 Sean Spicer가 취임식관람객 규모에 대해 잘못된 진술을 한 것을 옹호하며 ‘대안적 사실‘이란 단어를 사용했다. (후략).³ - P151

3 Interview with Kellyanne Conway. January 22, 2017. NBC Meet the Press. https://nbcnews.to/2wjC7bB - P164

그해 독일의 언어학자들은 대안적 사실을 ‘올해의 비언어‘로뽑았다. 이후 ‘가짜뉴스fake news‘라는 용어는 한 해 동안 사용량이 365퍼센트 증가하며 일반적인 용어가 되었다. - P152

우리는 정말로 진실스러움, 가짜뉴스, 대안적 사실로 대변되는 탈진실의 시대를 살고 있는가? - P152

하버드대학교의 심리학자 스티븐 핑커는<스켑틱> 21호에 기고한 글 ‘탈진실을 넘어 사실의 세계를 향하여‘에서 왜 그렇지 않은지 설명한다. (중략). "우리는 탈진실의 시대를 살고 있다"라는 문장은 참인가? 만일 그렇다면 이 말은 진실일 수 없다." 다시 말해 당신이 이 말이 참이라고 주장한다면 당신은 논증을 하고 있는 것인데, 이는 당신이 이말이 참인지 아닌지를 결정하기 위해 고심한다는 뜻이고, 따라서 우리는 탈진실의 세계에 속해 있지 않다는 뜻이다.  - P152

정치적 프로파간다로서의 탈진실은 분명 진실이 이용(또는 오용)되는 한 가지 방법으로 핑커와 나 또한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매킨타이어는 핑커(그리고 그 외 다른 사람들)의 탈진실에 대한 주장을 (1) 진리는 중요하지 않으며, (2) 진정으로 진리를 신경 쓰는 사람은 더 이상 아무도 없고, (3) 아무도 진리를 찾을 수 없으며, (4)이 시대가 정말로 탈진실의 시대라면 우리는 그냥 다 포기하는 편이 낫다는 주장으로 일축하며 핑커가 허수아비 때리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 P154

 한나 아렌트가 썼듯이 어떤 사람들은 분명 사실과 허구, 거짓과 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중략). 그러나 사람들이 실재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이 정말로 사실인가? 이들은 다른 정치적 노선을 지지하고자 사실을 왜곡해서 보고 있는 건 아닐까? - P154

언론인인 캐머로타는 범죄율의 장기적인 감소에 주목하고 있지만, 정치인인 깅리치는 사람들이 범죄에 대해 느끼는 두려움에 호소하여 지지자를 결집하려 한다. 깅리치는 시카고 · 볼티모어 · 워싱턴 등 최근 범죄율이 치솟은 도시들의 통계를 인용했고, 이 수치가 사실임을 캐머로타도 인정했다. 두 사람이 인용한 통계는 모두 사실이며, 따라서 최근에 등장한 탈진실스러움의 사례로는 볼 수 없다.  - P156

그보다는 1940년대 이후 등장한 추억의 ‘스핀 닥터**‘가 탈진실스러움에 더 가까운 사례다.


** 정부의 입장과 정책을 국민들에게 설명하는 대국민 언론 담당자. 어떤 사안에대해 정부에 자의적으로 유리한 해석을 내리는 사람을 이르기도 한다. - P156

탈진실이란 개념조차 새로운 것이 아니다. 《옥스퍼드 사전》은 탈진실이란 단어의 연대를 1992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 P157

즉 탈진실스러움이란 별로 새로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소셜미디어를 통해 가용성 편향이 최대치로 증폭됨에 따라 2016년 ‘탈진실‘이란 단어는 그 이용 빈도가 이전 해에 비해 2000퍼센트 급증했고 《옥스퍼드 사전》이 선정한 올해의 단어가 되었다. 《옥스퍼드 사전》은 이 단어를 "여론의 형성에 있어서 감정이나 개인적인 신념에 대한 호소보다 객관적 사실의 영향력이 더 낮은 상황을나타내거나 그와 관련된 단어"로 규정했다. - P159

사전 편집자들이 탈진실 언어가 급증했다고 염려하고 정치 전문가들은 진실의 종말을 고하며 (여러분이 감당할 수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공화국이라고 선언하는 오늘날, 사상의 인터넷은 비이성의비자유주의자들에 대항하기 위한 도구로서 ‘실시간 사실 확인‘을이용해왔다. 정치인들이 연설 중 낡고 오래된 스핀 닥터 기술을 이용해 진실을 이용하려 들면 팩트체커들이 그 연설에서 오류와 거짓말을 추적하고 진실, 대부분 진실, 반쯤 진실, 대부분 거짓, 순거짓말 중에서 등급을 매긴다. - P160

인지과학자 위고 메르시에Hugo Mercier는 2020년 저서 《어제 태어나지 않았다Not Born Yesterday》에서 제이슨 브레넌Jason Brennan의 《민주주의에 반대한다Against Democracy》를 인용하며 "인간은 속기 쉽고 인간의 뇌는 진실을 추구하도록 배선되어 있지 않으며 지나치게 권위에 의존하고 획일적인 의견에 굴복한다는 생각에 반하는 증거"가 무수히 많다고 말했다. - P160

 메르시에가 말하듯이 "기본적으로 우리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접하면 그것에 저항하는 태도를 취한다. 다른 적절한 단서가 없을 때 그 아이디어가 우리의 선입견이나 기존에 우리가 가지고 있던 의도와 맞지 않으면 우리는 그 아이디어를 거부한다. 인간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에 걸쳐 신중히 지속된 신뢰, 명확히 입증된 전문성 그리고 건전한 논증이 필요하다."²¹ - P161

21 Mercier, Hugo. 2020. Not Born Yesterday: The Science of Who We Trust and WhatWe Believe. Princeton, NJ: Princeton University Press, 257, 270-271. Quotes fromrennan are in: Brennan, Jason. 2019. Against Democracy, Princeton, NJ: PrincetonUniversity Press, 8. - P165

메르시에는 왜 잘 속는 동물은 진화할 수 없었는지를 보이며책을 시작한다. - P161

메르시에는 히틀러와 관련해서도 대부분의 독일인이 나치 이념과 나치 정권이 제시한 대부분의 강령을 수용한 것은 아니라는 강력한 증거를 제시한다. - P162

사람들은 흔히 "어떻게 그토록 많은 지적이고 교양 있는 고학력의 독일인이 나치가 될 수 있는가?"라고 묻는다. 정답은 "대부분은 아니다"이다. 소련이나 북한과는 달리 나치 정권은 ‘다원적 무지pluralistic ignorance‘ 위에 세워졌다. 다원적 무지란 어떤 사안에 대해자기 자신은 그것을 믿지 않지만 집단 내 다른 구성원이 그것을 신뢰할 것이라는 믿음을 말한다.  - P163

과학자는 어떻게 가설을 만드는가

전주홍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생리학교실


과학에서 가설의 중요성은 이미 여러 과학철학자가 지적한 바 있다. 칼 포퍼 Karl Popper는 《과학적 발견의 논리Logic of Scientific Discovery》에서 시험할 가설이 없다면 자연을 적절하게 관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 P177

이런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과학자에게 가설이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어딘가 불편한 표정을 지을 것이다. 대개 과학자들은 개별 가설들의 타당성에만 관심을 기울일 뿐 가설 그 자체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고민해볼 일이 잘 없기 때문이다. - P177

무엇을 설명하려 하는가

가설은 과학 연구의 출발점이다. 따라서 가설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연구 목적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과학 연구는 측정결과를 바탕으로 자연 현상을 설명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일반적으로 의생명과학에서 말하는 설명은 법칙보다는 기계론 혹은 기전mechanism에 근거한다.² - P178

2 Bechtel & Abrahamsen. Explanation: a mechanist alternative. Stud Hist Philos Biol Biomed Sci. (2005) 36, 421-441 - P194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은 용어나 개념을 정의하는문제는 대개 철학의 영역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⁵ 실험실에서는 가설, 설명, 기전, 인과관계, 환원주의라는 개념이 서로 끈끈한 유대관계를 맺고 있지만 이 개념들을 명료하게 정의하고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 P178

5 Machamer et al. Thinking about mechanisms. Phil. Sci. (2000) 67, 1-25; CraverCF, Darden L. Mechanisms in biology. Introduction. Stud Hist Philos Biol BiomedSci. (2005) 36, 233-244: Allen GE. Mechanism, vitalism and organicism in latenineteenth and twentieth-century biology: the importance of historical context. Stud Hist Philos Biol Biomed Sci. (2005) 36, 261-283; Nicholson DJ. The concept of - P194

학술지에 투고한 논문이 거절될 때 흔히 접하는 심사 의견 중의 하나가 "기계론적이지 않고 너무 기술적descriptive이다"라는 것이다.⁷ - P178

7 기술적인 것과 기계론적인 것을 구분하는 뚜렷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 과학자나 학술지 편집진도 이런 용어의 개념을 명료하게 정의하여 사용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맥락적 이해가 중요한 문제가 된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의생명과학에서 물리적 정체나 실체를 밝혔던 연구는 대부분 기술적인데, 이는 세포막의 조성이단백질과 지질로 구성되었거나 염색체가 핵산과 단백질로 구성되었음을 밝힌 연구를 떠올리면 금방 이해될 것이다. - P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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