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록 씨! 저거 바늘인가요?"
"맞습니다. 석기를 사용해서 순록의 가지진 뿔을 끌로 깎아 만들었다고 신사분들은 생각하십니다." 크록이 재빨리 대답했다.
"빙하기에요?"
"재클러 박사님이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 - P73

람벤트가 큰 소리로 말했다.
"우리 터널은 아직 동굴까지 들어가진 못했습니다만, 화약을 터트리면 못 뚫을 길이 없어요. 우리가 어떻게 위쪽에서 동굴로 파고내려갔는지 보여드리겠습니다!" - P74

페이스의 손을 꼭 잡은 하워드가 까치발로 서서 지하의 수직 통로 윗부분을 들여다봤다.
람벤트가 소리쳤다.
"아하! 우리의 젊은 운동선수가 저 바구니의 견적을 내고 있구나!
저기 잠깐 타보고 싶습니까, 선생님?" 람벤트는 목사를 흘끗 보며 말했다. - P75

"제가 따라가면 하워드도 갈 거예요." 페이스가 충동적으로 아버지에게 속삭였다. 물론 아버지가 페이스를 보며 이렇게 말했더라면더 좋았을 것이다. 페이스, 난 네가 이걸 봤으면 좋겠구나. 너도 여기 참여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지금 페이스가 할 수 있는 건 동생에게 묻어가는것이었고, 그럴 기회가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 - P76

페이스 주위는 온통 과거로 둘러싸여 있었다. 그 과거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과거는 죽은 게 아니라 살아 있는 것처럼 느껴졌고, 그녀가 그렇듯이 세상을 궁금해하는 것 같았다. - P77

바구니가 갑자기 격렬하게 흔들리다가 한쪽으로 기울어지면서 멈췄다. - P78

그때 바구니가 더 빨리 올라가기 시작했고, 다시 사람들이 손을 뻗었는데 이번에는 페이스의 손과 팔을 움켜쥐었다. (중략).
그 후에 난리가 났는데 주로 다혈질에 깜짝 놀란 람벤트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그는 이 지역 치안판사로 이 일의 책임자를 경찰에 신고해야 했지만 곧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게 밝혀졌다. - P79

크록이 말했다.
"제 현장에서는 어떤 숙녀분도 저런 무서운 일을 당해선 안 됐는데. 절 용서해주세요, 아가씨." - P80

5

두개골과 크리놀린

선더리 가족은 집에 와서 옷을 갈아입고, 방금 일어난 일에 대해 언쟁을 벌였다. 한동안 머틀은 화가 나서 람벤트가 초대한 다과회에가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 P81

머틀은 ‘선더리 가족의 숙녀분들‘에게 보낸 초대에 페이스도 포함됐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 P81

자리가 자리니만치 머틀은 페이스의 ‘연습용 코르셋‘을 평소보다1인치 더 조이는 데 동의했다. 하지만 페이스가 어른처럼 평소보다 조금 더 긴 스커트를 입고 싶다고 했을 때는 들어주지 않았다.  - P83

람벤트의 저택은 발굴 현장에서 채 2킬로미터도 떨어지지 않은곳의 꼭대기에 있었다. - P82

람벤트는 사냥감 전시실처럼 보이는 방으로 그들을 안내했다. 붉은색과 흰색의 체크무늬 바닥에는 돌 부스러기들과 개털들이 여기저기 보였다. - P83

평소처럼 쏟아지는 사람들의 과찬에 목사는 고집스럽게 침묵으로 응한 반면, 머틀만 분주하게 매력을 발산하며 그 칭찬을 받아들였다. - P81

"두개골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페이스가 속삭였다. - P84

박사가 계속해서 자신의 두개골 수집품에 대해 떠드는 동안 페이스는 배 속이 뒤틀리는 심정으로 들었다. - P85

페이스는 그런 식으로 사람들에게 거부당하는 것에 지쳐서 더 이상 칭찬받거나 진지한 대우를 받으려고 애쓰지 않았다.  - P86

박사는 설명을 계속하면서 자신의 연구 주제를 되풀이하여 말했다. "두개골이 클수록 뇌도 더 크고 지능도 높지. 남자와 여자의 두개골 크기 차이만 봐도 알 수 있어요. 남자 두개골이 더 커서 지능의 왕이란 점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지." 의사는 자신의 말이 사회적으로 적절하지 못하다는 걸 의식한 것 같았다.  - P86

페이스 바로 뒤에서 어떤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 또 그 타령이시네. 재클러 박사님이 우리 여자들 머리가 작다고 또 매도하고 계시는군요!" - P87

박사는 날이 선 목소리로 계속 이야기를 이어가려 했다.
"전 그저 전능하신 하느님이 우리 각자에게 정해진 자리에 맞게 우리를 만드셨다는 말을…………." - P88

(전략).
클레이는 주저하지 않고 곧바로 반박했다.
"모두 노아의 홍수 때 죽었죠. 아니면 그 비슷한 재난에 목숨을 잃었거나 우리의 주님은 여러 번에 걸쳐 이 세상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보셨고, 매번 자신이 만드신 세상에서 유쾌하게 지내시기 위해 새로운 종들을 만들어내셨습니다."
"하지만 화석들이 있잖아요. 대부분은 적어도 수천수만 년 전의 것입니다. 노아의 홍수가 일어나기도 전에 있었던." - P89

재클러 박사는 불편해 보였다.
"10년 전에는 내가 그렇게 말했을지 모르지. 클레이..………… 지난 10년 사이에 모든 게 변했네." - P90

그 노인이 계속해서 말했다.
"난 목사의 뉴 펄튼 화석을 검사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처음에 온사람들 중 하나야. 그걸 봤는데 거기에 화석화된 인간의 어깨와 거기에 희미하게 펼쳐진 날개의 흔적이 있는 걸 봤을 때………… 얼마나경이로웠는지 몰라. 난 그게 뭔지 알았어. 난 말했지. ‘이게 바로 고대의 네피림(구약성서에 등장하는 거인 종족-옮긴이)이야. 이건 진품이야. 내 명성을 걸고 보장할 수 있어!‘라고." - P91

페이스는 다른 여자들을 따라가면서 낙심했다. 머릿속에서 잔인한 목소리가 들렸다. 이게 너의 미래야. 넌 용납되지 않는 과학적인 모임에서 빠져줘야 하는 거지. - P92

박제한 몽구스 한 마리가 똬리를 튼 검은색과 노란색이 섞인 뱀속에서 영원히 얼어붙어 있었다. (중략).
한가운데 있는 라벨에 ‘자연이 낳은 괴물들‘이라고 적혀 있었다.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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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의 시선이 잡목림 가장자리에 있는 땅딸막한 탑에 쏠렸다. 대낮에 보자 페이스는 그 폴리가 낮고 뭉툭한 단층 건물로 가늘게 빛이 새어 들어오는 창문들이 모르타르와 담쟁이덩굴로 막혀 있고, 석조건물 자체는 홍차 얼룩이 진 것처럼 갈색인 것을 볼 수 있었다. - P55

페이스는 다시 해변으로 돌아왔다. - P55

하워드가 달려와서 누나가 손으로 가리키는 방향을 실눈을 뜨고 보다가 자신의 총 밑에 있는 동굴들을 찾아냈다.
"저 동굴 속에 괴물들이 있어?" 하워드가 생각에 잠겨 물었다.
"아마도."
"우리 배 타고 저기 가서 볼 수 있어?" - P56

전날 밤에 아버지는 저기서 신비로운 식물을 보살피며 몇 시간씩 시간을 보냈다. 어제는 아버지가 그저 혼자 있고 싶은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제 마차에서 자신의 자리를 뺏은 그 ‘잡다한 스크랩 기사들‘이 들어 있는 상자에서 찾아낸 사실이 떠올랐다. - P57

페이스는 조심스럽게 폴리 속으로 한 발짝 들어가 부츠 신은 발로 축축하고 미끌미끌한 석제 바닥을 디딘 채 작고 둥근 방의 그늘 속을 들여다봤다. - P57

아버지는 보이지 않았지만 대신 하워드가 잡목림을 향해 권총을 겨냥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낯선 남자 하나가 고사리 덤불 사이를 터벅터벅 걸어오고 있었다.
그 남자는 페이스 집의 하인이 아니었다. 언뜻 봐도 알 수 있었다. - P58

지금까지 14년간 살아오면서 습득된 두려움이 솟구쳐 페이스는 정신없이 도망쳤다. - P58

페이스가 하워드를 내려놓고 헐떡거리며 설명했다. 머틀이 얼른 하워드를 살펴보면서 호들갑을 떨자 하워드는 자신이 다쳤다고 생각하고 곧바로 울음을 터트렸다.
"하워드 좀 봐라, 페이스, 내가 아버지에게 말하마." - P59

낯선 남자에 대한 페이스의 설명을 들었을 때 벨렛 부인은 곧바로 대답했다. "그건 톰 패리스 같은데요."
"왜 그 패리스란 남자가 우리 땅을 마음대로 드나드는지 이유를좀 말해봐요." 목사의 목소리는 냉정하기 그지없었다. - P59

목사가 아주 엄격하게 말했다.
"앞으론 누구도 내 땅에 무단 침입하는 걸 허락할 수 없어요. 나는 아내와 자식들과 온실에 있는 귀중한 표본들을 안전하게 지켜야해요. (중략). 내가 이 땅을 임대하고있는 한 여기에 무단 침입하는 사람들은 모두 밀렵꾼으로 간주할 겁니다. (후략)." - P60

하지만 마음을 가라앉히고 보니 아버지의 질문에 다른 뜻이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 남자가 폴리에 얼마나 가까이 다가왔니? - P60

4

음침한 동굴

오후 2시에 마차 한 대가 도착했다.  - P61

"목사님! 이렇게 만나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왕립 협회 저널>에실린 목사님의 글은 다 읽었습니다!"
마일스 삼촌이 자기도 자연과학에 잠시 손을 댔고, (후략). - P61

페이스는 조금 불편한 심정으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페이스는 의사가 언급한 사건이 뭔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 P62

"이 근처에서 찾아봐, 페이스"
아버지가 서서 바다를 보고 있는 동안 페이스는 둥근 돌들 사이를 어렵게 돌아다녔다. - P63

"이건 화석이란다. 아주 예쁜 거야. 이 순간을 기억해라, 페이스너의 첫 화석을 발견한 순간을 잊지 마."
그로부터 훨씬 후에 페이스는 그 발견을 다룬 신문 기사를 읽었다.  - P63

재클러 박사는 유쾌한 농담을 해보려고 시도했다.
"자, 그 후로 다른 화석은 발견한 적이 없나요?"
페이스는 고개를 저었다. 그 말이 비수처럼 페이스의 마음을 찔렀다. 그녀의 첫 화석이 마지막 화석이 됐다. 아버지는 그 후로 다시는 화석을 찾는 여행에 페이스를 데려가지 않았다. - P64

가족 소풍을 간다고 잔뜩 흥분했던 하워드는 바다에 배 타고 나가는 게 아니란 걸 알고 크게 실망했다. - P64

머틀은 몹시 화가 난 표정으로 페이스를 보며 말했다.
"페이스 누나가 농담한 거야, 아가! 지금은 파도가 너무 높아. 하워드, 아버지가 연구하시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니?" - P65

"전 거기서 인간의 유해가 나오길 바라고 있습니다. 두개골 같은거면 더 좋고요. 전 두개골 전문가거든요. 목사님."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목사님이 오셔서 우리를 옳은 방향으로 인도해주실 테니 아주 기뻐요." 의사는 재빨리 페이스의 아버지를 곁눈으로 흘끗 보면서 말을 이어갔다 - P66

재클러 박사가 톱밥이 뿌려진 길로 선더리 가족을 인도해서 가다보니 마침내 가장 가까운 협곡이 내려다보였다. 아래를 보자 캔버스천으로 만든 텐트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 P67

과거로 들어가는 터널이야, 페이스는 생각했다. - P68

"절 용서해주세요! 제가 워낙 가만 못 있고 날뛰는 체질이라서 항상 움직여야 직성이 풀린답니다."
"그러면 밤에 자는 것도 아주 힘들지 않나요?" 머틀이 물었다. - P69

"안녕!" 그는 허리를 숙여서 하워드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바짝들이댔다. "여기 군인 아저씨가 한 분 계셨네? 아니면 운동선수인가? 선생님은 큰 사냥감을 잡는 사냥꾼인가요?"
하워드는 얼어붙어서 구레나룻을 기른 람벤트의 큰 얼굴을 빤히들여다보며 자신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P69

하지만 페이스는 아직 앉을 마음이 없었다. 오랜 시간이 흐른 후 마침내 발굴 현장에 왔잖은가! 진정한 과학 발굴 현장에 온 것이다. 페이스는 외바퀴 손수레에 담겨 있는 돌무더기까지 포함해 주위에 있는 모든 것에 매료돼 정신없이 둘러봤다.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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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수프리모


버니 에클스턴에게 엔초 페라리를 존경할 이유는 차고 넘쳤다. - P76

에클스턴은 타고난 세일즈맨 기질을 발휘하여 생애 처음으로자전거를 장만했고, 곧 그 관심은 오토바이에 대한 열정으로 이어졌다. - P77

그는 속임수도 불사하는 열정을 불사른 끝에 드디어 런던 남동부 외곽 벡슬리히스에 번쩍이는 새하얀 전시장을 열었다.  - P77

머지않아 에클스턴은 런던의 멋쟁이들을 상대로 자동차를 파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차를 살 수 있도록 직접 자금을 빌려주기까지 했다. - P78

특히 절친이었던 스튜어트 루이스에번스Stuart Lewis-Evans가 1958년 모로코그랑프리에서 화상을 입고 사망한 이후, 그는 영영 레이싱을 포기했었다.
하지만 이 세계를 완전히 떠날 생각은 없었다. 루이스에번스의 친구이자 매니저이기도 했던 에클스턴은 결국 에이전트 업무로 - P78

그렇게 1972년 시즌을 앞두고 팀 브라밤을 10만 파운드(현재가치로 200만 달러에 조금 못 미친다)에 인수해 마침내 포뮬러 1클럽의 일원이 되었다.
그런데 막상 인수하고 보니 브라밤은 너무나 엉망이었다 - P76

에클스턴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자동차 제작자, 엔초 페라리를 만난 것도 바로 이 무렵이었다.  - P79

두 사람은 의견 충돌을 일으키는 법이 없었는데, 그것은 사실 언어 장벽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에클스턴과 페라리 두 사람 모두레이싱 팬들이 무엇을 보러 오는지 일찌감치 알아챈 인물이었다. - P80

에클스턴에 관한 수많은 기록과 영상이 있다. - P81

허점을 파고드는 예리한 눈과 팀 오너로서의 타고난 기질을 바탕으로, 이 모든 영역에서 점차 지배력을 키워가던 에클스턴은 이제 포뮬러 1의 규모를 전 세계로 확대한다는 원대한 꿈을 꾸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엄청난 부를 끌어모았다.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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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야 한다는 훈령은 역설적으로 실패했다는 실망감과 수치심에 사로잡히게 함으로써 또 다른 불행을 생산하고, ‘나는 행복한가?"라며 끊임없이 자기 감시 행위를 하도록 만든다. - P192

 심리학자들은 행복이 직업적 성공이나 높은 소득, 좋은 인간관계, 신체적·정신적 건강의 결과물이 아니라 원인이 된다고 주장³⁰함으로써 행복하지 않은 상태를 이중으로 낙인찍기도 한다. - P192

30 Cabanas, Rekindling Individualism, Consuming Emotions: Constructing ‘Psytizens‘in the Age of Happiness", Culture & Psychology, pp. 467-480.  - P367

그러나 행복을 절대시하는 사회에서는 항상 행복하지만은 않은 절대다수 사람들 그리고 나에게 행복을 주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공감과 연민 또한 줄어들 수밖에 없다. 우정과 유대의 정의가 함께함으로써 행복한 것‘으로 축소되고 마는 것이다.  - P193

이 행복관의 문제는 불행의 타자화에 그치지 않는다. - P193

우리의 내적 삶은 쾌와 불쾌, 세로토닌과 세로토닌의 부재, 무언가의 빈도와 강도로 환원할 만큼 단순하지 않으며, 개인의 노력만이 아니라 타인, 나아가 공동체나 사회와 맺는 관계의 양상에 좌우되는 대단히 복잡한 사회적 경험이다.  - P194

철학자 마크 피셔는 현대 젊은이들 다수가 우울증적 쾌락에 빠져 있다고 말한다.  - P194

 흔히 ‘돈 많은 백수‘가 되면 행복할 것이라고들 한다. - P195

그렇다면 감정의 사회성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행복을 재정의하면 어떨까? 다시 말해 타인을 단순히 행복의 한 구성 요소로 설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타인과 공동체가 중심이 되는 방식으로 행복을 정의하면 어떨까?  - P195

그러나 이러한 논의와는 별개로, 우리는 근본적 차원에서 행복을 절대적 가치로 떠받드는 문화 자체에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행복을 충만한 삶의 필연적 부산물이 아니라 그 자체로 목적으로 삼는 문화는 필연적으로 인간을 비롯해 다양한 가치를 도구화하는 문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P196

"가난하지만 행복하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빈곤이 부정의가 아닌 것은아니다. - P196

존엄할 권리 대신 행복해질 권리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사회는이런 질문에 답할 수 있는 능력, 타인과 사회를 염려하는 인간의 능력을 심각하게 손상한다. - P196

투옥당하고 고문당하는 것을 자아실현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타인을 진실로 사랑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 P197

나는 소비한다. 고로 존재한다

행복은 좋을수록 달아나는 역설적 성질이 있는 것만 같다. 행복 비결을 판매해야 하는 전문가들에게는 좋은 일일 것이다.  - P198

개인을 철저한 소비자로 만들어내는 것은 사회의 모든 영역을 시장 논리로 포섭하는 신자유주의의 주된 특징 중 하나다. - P199

소비주의적 생활 방식을 장려하고 강요하는 소비자 사회에서 소비는 권리일 뿐만 아니라 의무이기도 하다.  - P199

모든 것을 경제화하는 현대 사회에서, 소비자 지출 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정부 경제 정책의 주된 목적이 된다.³⁸ - P199

38 Jeremy Gilbert, "Against the Commodification of Everything: Anti-ConsumeristCultural Studies in the Age of Ecological Crisis, Cultural Studies, 22(5), 2008, pp.
551-566. - P369

고작 몇 달간 유행하는 음식들, 1년도 안 되어 유행에 뒤처지는옷과 화장품, 2년이면 수명이 다하도록 설계한 전자 제품, 고작 몇 년 만에 ‘퇴물‘이 되는 아이돌과 캐릭터 상품들 틈바구니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새로운 트렌드에 부응하기 위해 반강제로, 돈을 빌려서라도 소비해야 한다.  - P200

모든 어린이가 갈 수 있는 장소인 놀이터는 줄어들고, 키즈 카페나 드러그 스토어처럼 상업화된 장소가 그 자리를 대체하는 현상은 소비주의 문화의 영토 확장을 보여주는 대표적 예시다. (중략). 저출생 시대라 아이들이 없어서일까? 그렇다기에는 키즈카페시장은 성장세에 있다.⁴¹ - P200

41이해진, "키즈카페 2시간 3만원・・・ 돈 없으면 못 놀아요", <머니투데이>, 2018.11. 13,
https://news.nate.com/view/20181113n03526. - P369

소비는 성인들만의 의무가 아니다. 요즈음에는 열 살 남짓 되는어린이들이 올리브영에 삼삼오오 모여 화장품을 쇼핑하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 P200

사회학자질 리포베츠키가 지적하듯이 오늘날의 소비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욕망은 지위재를 차지하려는 욕망보다도 정서적 차원의 욕망, 감성적이고 감각적인 체험을얻고자 하는 욕망이다.⁴⁶ - P201

46 질리포베츠키, 《행복의 역설》, 정미애 옮김, 알마, 2009, p. 103 (Gilles Lipovetsky, Lebonheur paradoxal: Essai sur la société d‘hyperconsommation, Gallimard, 2006). - P370

셀프케어라는 단어의 현대적 용례에 내·외면을 가꾼다는 이중적 의미가 있는 것이 우연은 아닌 셈이다. - P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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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년대 댈러스에 살았던 고든 콘웨이 Gordon Conway는 젊고, 부유했고, 인기인이었으며, 시크했다.²¹ -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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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여기서 기술한 고든 콘웨이와 그의 어머니 토미 콘웨이에 대한 모든 정보의 출처는 다음 책이다. Raye Virginia Allen, 《Gordon Conway: Fashioning a NewWoman》(Austin: University of Texas Press, 1997). 이 책은 콘웨이 모녀를 다룬훌륭한 전기로서, 이 장에서 묘사한 고든 콘웨이의 일러스트 여러 점이 실려있다. - P375

그런 콘웨이 모녀는 생김새만큼은 서로 딴판이었다. 토미는 고전적인 벨 에포크 시대 미인으로서, 시대에 완벽히 부합하는 예쁘장하고 곡선미 있는 몸과 부드러운 얼굴을 지녔다. - P135

어머니와 정반대로 각진 몸매를 지닌 고든 콘웨이는 키가 크고 날씬했으며 턱이 두드러졌다.  - P135

어린 시절 고든은 가족 스크랩북에서 자기 얼굴을 가위로 잘라내곤 했다. 어머니와 자신의 외모를 비교하면서 꽤 고뇌했던 것 같다. - P136

고든 콘웨이의 삶을 다룬 유일한 전기에는 파티·패션·연애에 관련된 여러 일화가 실려 있다. - P136

(전략).
그러나 고든 콘웨이는 분별없이 마냥 놀기만 하는 여성은아니었다. 노력파에 뚝심 있는 야망가였던 그에겐 진지한 직업적 목표가 있었다. - P137

뉴욕에 도착하고 1년이 지나지 않아, 고든은 엄청난 사람을 멘토로 모시게 된다. 그의 멘토는 나스트 최초의 아트 디렉터, 일러스트레이션을 편집· 광고 분야의 필수 요소이자 수익성 요소로 편입하는 시대적 변화를 주도한 예술가 헤이워스캠벨 Heyworth Campbell 이었다. - P137

콘웨이가 만들어낸 스타일은 과감하고 참신했으며, 패션과 여성성에 관해 과거 몇 세기 동안 굳어졌던 규칙과 선호를 전복시켰다. - P138

하지만 일러스트 속 여성들이 콘웨이를 닮은 건 신체만이아니었다. 그들은 옷을 입고 행동하는 방식도 콘웨이와 같았다. - P138

고든 콘웨이의 여자들은 그냥 사교계 여자가 아니라, ‘플래퍼Flapper‘였다.²³ - P139

23 이 장에 담긴 플래퍼에 대한 정보는 따로 표시하지 않은 이상 다음을 출처로 한다. Linda Simon, 《Lost Girls: The Invention of the Flapper》 (London: ReaktionBooks, 2017); Joshua Zeitz, 《Flapper: A Madcap Story of Sex, Style, Celebrity, and the Women Who Made America Modern》 (New York: Three Rivers Press,
2006). - P375

플래퍼라는 개념은 빠르게 퍼져나가 성인 여성이 어떤 모습을 지니는지, 나아가 성인 여성이 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규정지었다.  - P139

그러나 20세기에 이르러 급진적 변화가 일어났다. 고작몇 년만에 곡선미 있는 여성들은 패션 잡지 페이지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 P139

어느 학자는 말했다. "플래퍼가 스커트를 무릎 위로 올리고 스타킹을 그 아래로 말아 내렸을 때, 로마 제국의 함락 이래 최초로 점잖은 여성의 하체가 맨살로 노출되었다. 두 사건의 관계는 우연으로 보이지 않는다."²⁵ 곡선이 있던 자리를 각이 차지했다. - P140

25 Kenneth A. Yellis, "Prosperity‘s Child: Some Thoughts on the Flapper," (American Quarterly 21), no. 1 (1969): 46. - P375

‘플래퍼‘라는 단어의 어원에는 적어도 두 개의 가능성이있다. - P140

누군가는 플래퍼가 1890년대에 영국에서 미성년자처럼 보이는 (실제로도 주로 미성년자였던) 아주 어린 성노동자를 일컫는 속어로 처음 쓰였다고 주장한다. 어떤 사람들은 이 단어가 아직 신체가 성숙하지 않은, 십대 초반의 서툰 소녀를 일컫는 단어로 잉글랜드에서 시작되었다고 주장한다.  - P140

 과거 수십 년 동안 중산층·부유층 여성들은 몸을 지나치게 많이 쓰지 않으려 했지만, 새로운 시대에 인기를 끈 《훌륭한 여자의 힘과 아름다움 The Power and Beautyof Superb Womanhood》 같은 책에서는 여성이 "남자와 거의 동등한 정도로 운동과 스포츠를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²⁷ - P142

27 Bernarr Macfadden, (The Power and Beauty of Superb Womanhood) (New York:The Physical Culture Publications Co., 1901). - P375

이런 사회적 변화와 더불어 의류 혁명이 일어났다. 시작은 폴 푸아레였다.²⁸ (중략).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그가 빅토리아 시대의 속옷을 내버린 것, 특히 코르셋에경멸을 공표했다는 점이다. (후략).²⁹ - P142

28 푸아레와 샤넬에 대한 정보는 다음에서 찾을 수 있다. Linda Simon, 《LostGirls); Joshua Zeitz, Flappers; Harold Koda and Andrew Bolton, "Paul Poiret(1879-1944)," (The Costume Institute), September 2008, https://www.
metmuseum.org/toah/hd/poir/hd_poir.htm; Hollander, (Seeing ThroughClothes), 156.
29 Port. Zeitz, (Flapper), 150. - P375

하지만 곧 패셔너블한 여성들은 통치자를 갈아치웠다. 가브리엘 코코 샤넬은 1910년에 여성 모자 가게를 열었고, 이윽고 노르망디에 부티크를 열어서 남성복에서 영감을 받은고유한 스타일의 의류를 팔기 시작했다. - P143

샤넬의 디자인은 제1차 세계대전 내내 인기를 이어나갔다. 전쟁터로 떠난 남성들 대신 이런저런 작업을 맡은 여성들이 입기에 실용적이었기 때문이었다.  - P144

물론 마을 농장을 떠나 도시의 가게에서 일하는 젊은 여성들이나 전시 공장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샤넬 진품을 입었던건 아니다. 그들은 ‘짝퉁‘을 입었다. - P144

플래퍼 패션은 분명 인기가 좋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대중에게 널리 수용된 것은 아니다.  - P144

당대 문화에서는 의상이든, 그 아래의 몸이든, 여성스러움을 드러내는 신체적 표지에 저항할 때 가장 매력적으로 여겨졌다. 고든 콘웨이는 이런 여성들을 그렸다. - P145

(전략).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의 패션 지형을 살펴보면, 여전히 플래퍼 스타일이 압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한 세기가 넘도록, 패셔너블한 여성의 몸매는 날씬한 몸매였다.³² - P146

32 Hollander, «Seeing Through Clothes》, 155-56. - P375

패션 역사학자 앤 홀랜더 Anne Hollander는 사진이 발명되기 이전 여성의 몸이 시각적 공간을 차지할 방법은 오로지 지방과 의복을 겹겹이 쌓는 데에 있었다고 적는다. "그렇 - P147

설령 엉덩이 없고 패셔너블한 여성에 관한 전형적인 이야기가 진짜로 해방을 암시했다 하더라도, 실제 현실은 물론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³⁴ - P147

34 해당 문단에 나온 정보는 다음 책들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Valerie Steele, 《TheCorset: A Cultural History) (New Haven: Yale University Press, 2007); ValerieSteele, (Fashion and Eroticism: Ideals of Feminine Beauty from the VictorianEra Through the Jazz Age)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1985. - P376

뉴욕 패션기술대학교Fashion Institute ofTechnology, FIT 박물관의 관장인 밸러리 스틸Valeric Steele은 1920년대에 복잡하고 역설적인 혁명이 일어났다고 이야기한다. (중략). 스틸이 보기에, 1920년대의 새로운 스타일은 사실 하나도 자유롭지 않았다. 오히려 마조히즘적인 자기 통제를, 심지어 자기혐오를 요구했다. - P147

 1912년의 한 연구에서 여성 99명에게 자기 몸에 대한 인식을 물었다.³⁵ 그중 자신의 체중에 만족하는 이는하나도 없었으며 대부분이 자기가 너무 뚱뚱하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걱정하는 건 건강이 아니라 외모였다. - P148

35 "Dieting, Swaying, Hopping to Make Over the Hip Line," (Washington Post), December 4, 1910. - P376

1917년에 발명된 화장실용 체중계는 곧 체중을 감시하는 대중적인 방법으로 등극했다.³⁶ - P148

56 여성이 스스로 몸을 인식하는 방식에 관한 연구, 대중적인 신체 감시 및 다이어트에 관련한 정보는 다음 책에서 발췌했다. Simon, 《Lost Girls》, 205-6. - P376

푸아레가 특히 많이 참고한 건 러시아 발레단 ‘발레 뤼스‘
의 의상(오토만 제국과 아랍 디자인을 양식화한 것)과 상상 속 일본의 개념이었다.³⁷ 19세기 중반에 서양 정부들이 일본과 무역 및 외교 관계를 맺은 뒤 모든 일본적인 것에 열광하는 현상이 일어났고 여기에 ‘자포니슴japonisme‘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 P149

37 Nancy Hass, "How Japonisme Forever Changed the Course of Western Design,"
(New York Times), February 11, 2021, https://www.nytimes.com/2021/02/11/t-magazine/japonisme-paris-western-design.html. - P376

푸아레와 (어느 정도까지는 샤넬의 작업 덕분에 자포니즘은 20세기 초에도 커져나갔다.³⁸ - P149

38 Adam Geczy, (Fashion and Orientalism: Dress, Textiles and Culture from the17th to the 21st Century) (London: Bloomsbury Academic, 2013), 134. - P376

그런데 1920년대 패션이 아시아 모티프를 채택한 데에는또 다른 행간의 이유가 있었다. 20세기 초 대중의 인식 속에서 동아시아 여성들이 고도로 섹슈얼한 존재로 여겨진 것이다. - P150

(전략).
플래퍼는 이렇듯 다면적인 존재였다. 그들은 코코 샤넬의환상 속 엉덩이 없는 여성들이었다. 덕분에 실제로 1920년대의 많은 여성이 곡선의 존재를 감추기 위해 다이어트와 운동과 수술을 동원했다.  - P157

실루엣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불룩한 버슬이든, 직선으로 떨어지는 플래퍼 스타일이든) 미적이면서 동시에 정치적인 제스처다. - P157

4장

평균의 탄생

노마


내가 기억하는 첫 번째 탈의실은, 내가 어릴 적 자란 동네에서 중산층 사람들이 "괜찮은" 물건을 사러 가는 곳이었던디트로이트 허드슨 백화점의 탈의실이다. - P161

거기에 더해, 옷 자체도 ‘올바름‘을물질적으로 구현하는 하나의 방식으로 기능한다. 바지는 우리가 두 손으로 쥘 수 있는 물리적 사물인 한편, 우리 몸에 말그대로 ‘적합하지 않은 부위가 있다고 상기시키는 상징적 도구다.  - P164

노마의 엉덩이¹는 둘레가 29인치다.² - P164

4장. 평균의 탄생

노마

1. 나는 미시간주 내 우생학의 역사를 공부하고 있는 미시간 대학 박사과정 학생케이트 오코너와 대화하던 중에 노마와 노먼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다. 그 뒤마와 노먼 동상을 조사하면서 다음 출처를 참고했다. Peter Cryle and Elizabeth Stephens, (Normality: A Critical Genealogy) (Chicago: University of ChicagoPress, 2018); Julian B. Carter, (The Heart of Whiteness: Normal Sexuality andRace in America), 1880-1940 (Durham, NC: Duke University Press, 2007);Dahlia S. Cambers, "The Law of Averages 1: Norman and Norma," (CabinetMagazine 15) (2004): Mary Coffey, "The Law of Averages 2: American Adonis."
(Cabinet Magazine 15> (2004), 클리블랜드 자연사박물관의 기록학자 조 테이트Joe Tait는 이 장에서 참고한 많은 1차 자료를 발굴하는 데 도움을 주었고, 메리코피Mary Coffey와 그의 에세이 "American Adonis," 《Popular Eugenics: NationalEfficiency and American Mass Culture in the 1930s) (Athens: Ohio UniversityPress, 2006)에 관해 나와 대화를 나누었다.


2 Measurements of Normman and Norma, 1943, Dickinson-Belskie Files, HealthSpace Cleveland Collection, Cleveland Museum of Natural History Archives, Cleveland, Ohio. - P377

노마는 엉덩이뿐 아니라 신체의 모든 부분이 ‘골딜록스goldilocks‘ 지점에, 그러니까 과하지 않은 최적점에 있다. 그는 어느 한 부분도 빼놓지 않고 "딱 적합하다. 적어도 그를 설계한 사람들은 그렇게 믿는다.
노마는 1945년 6월에 뉴욕에 있는 미국 자연사 박물관 전시장에서 처음 공개되었다. - P165

그런데 정상이라는 건 정확히 무엇을 의미했을까? - P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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