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내게 선택의 여지가 있나? 나는 뜨거운 물줄기를 맞고 서서 그때 일을 머릿속으로 다시 떠올려본다. 상황은 냉혹하고 실재적이고 무자비하다. 돈은 바닥났고, 마저리와 나와 우리 아이들에게는 시간이 없다. 어떻게 해서든 빨리 취직을 해야 한다. - P33

나와 사정이 비슷한 이들이 많다. 가장 먼저 나를 뽑아줄 회사가 없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중략). 하지만 나 같은 사람은 넘쳐나고 일자리는 너무 적다. - P33

나는 샤워를 마치고 옷을 챙겨 입은 후 다시 사무실로 들어간다. 나는명단을 훑기 시작한다. 같은 주에서 며칠 간격으로 두 사람을 죽이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당국에게 패턴을 읽히면 곤란하다.
하지만 내게는 시간이 없다. - P34

4

원래 컴퓨터는 가족 공용이지만 언제부터인가 빌리 전용이 돼버렸다. 이제 컴퓨터는 녀석의 방 한구석을 당당히 차지하고 있다. 1994년, 나는가족에게 컴퓨터를 선물했었다. 구조조정으로 해고당하기 1년 전, 경제적으로 안정권에 들어 있었을 때, 그때는 지출이 많았다. - P35

찰스 디킨스는 『데이비드 코퍼필드』에서 이렇게 말했다. "1년 소득이 20파운드, 1년 지출이 19파운드 6펜스면 행복한 사람이다. 1년 소득이 20파운드, 1년 지출이 20파운드 6펜스면 불행한 사람이다." 그는 1년 소득이 제로까지 떨어지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얘기하지 않았다. 하긴 그런걸 굳이 말로 설명할 필요가 있겠나? - P35

나는 컴퓨터가 제공하는 다양한 서체와 크기로 회사의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가 적힌 그럴 듯한 용지를 만들었다. (내 계획의 첫 번째 단계는 집에서 30킬로미터 이상 떨어진마을에 사서함을 빌려놓는 것이었다.)

B. D. 산업 용지
사서함 2900
와일드베리, 코네티컷 06899 - P36

그런 다음, 나는 페이퍼맨의 안내 광고 담당 부서로 전화를 걸었다. (중략). 그들은 45달러를 받고3개월간 광고를 실어주기로 했다. 외지 인력을 끌어다 써본 경험이 적은소규모 공장이라고 설명하자 잡지사의 직원은 회사 수표 대신 우편환으로 지불해도 된다고 했다. - P37

내 광고는 2월 마지막 주에 발행된 3월 호에 실렸다. 3월 첫 번째 월요일까지 총 97명이 사서함 2900번으로 이력서를 보내왔다.
"뒤에 0을 몇 개 붙이니 우편물이 쏟아지네요."
우체국 직원이 말했다. 우리는 그 말에 함께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업계자들에 관한 업계지를 만들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 P37

"행운을 빌어요"
그녀가 말했다. 나는 고맙다고 했고,
"요즘엔 직접 사업에 뛰어드는사람이 많아졌더군요. 그거 못 느꼈나요?"
나 역시 느꼈다고 대답했다.
우편물의 양은 나날이 줄어갔다. 하지만 이후로도 『페이퍼맨』의 새 이슈가 발행된 직후에는 예외 없이 뜨거운 반응이 쏟아졌다. 마지막으로 내 광고가 실린 5월 호는 무려 231명으로부터 이력서를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 - P38

기술자들은 빈손으로 돌아오게 됐죠. 멍한 기분으로 말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살아남고, 성공하는 데 반드시 알아야할 한 가지를 모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한 가지는 바로 이겁니다. 아무도 우리를 초대하지 않았다는 것. 아무도 우리에게 빚을 지지 않았다는것 일자리와 봉급과 중산층의 멋진 삶은 권리가 아닌, 싸워서 쟁취해야하는 전리품입니다.  - P39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상기시켜야 하죠. ‘그들은 나를 필요로 하지 않아. 내가 그들을 필요로 하고 있는 거야.‘ 당신은 무엇을 요구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닙니다. - P39

내가 받아 본 이력서들 중 4분의 1에서 그런 거만함과 짜증이 묻어났다. 하지만 대부분 이력서의 문제점은 그보다 훨씬 단순하다. 그들의 목표가 잘못된 것이다. - P40

5

내가 결정권자라면 나보다는 그를 채용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화학공학 학사 학위의 위력이다.
또한 그는 자기 확신에 차 있다. 한 직장에서 25년간 근무했다는 건 그가 능력 있고, 헌신적인 직원이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가 몸담았던 회사는 사악하고, 신의 없는 곳이라는 게 확인된 셈이고) - P42

마저리는 두 곳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한다. 그리고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에는 그중 한 곳에 나가야 한다. (중략). 아내가 실질적으로 집에 가져오는 돈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아내는 집을 나와무언가를 한다는 자체가 좋은 모양이다. 아내 덕분에 항상 공짜로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것도 좋은 점이기는 하다. - P43

(지난주 에벌리를 그렇게 남겨둔 채 현장을 떠나온 후로 지금껏 아무소식도 접하지 못했다. 궁금해 미치겠지만 섣불리 알려고 나서다가는 위험할 수 있다. 「뉴욕타임스」에 실릴 만한 사건은 아니었다. 그리고 내가즐겨보는 지역 주간지 『저널』은 폴 시티까지 배달되지 않는다. 우리 집케이블 서비스에는 지역 뉴스가 포함돼 있지 않다. 하지만 왠지 에벌리 사건姿이 텔레비전 뉴스에서 다뤄졌을 것 같지는 않다.) - P44

릭스의 집 옆으로는 텅 빈 벌판이 펼쳐져 있다. 관목과 키 작은 소나무로 덮인 벌판에는 빨간색 바탕에 흰색으로 ‘매물‘이라고 적힌 표지판이 하나서 있다. 누군가가 검은색 매직펜으로 적어놓은 전화번호도 보인다. - P45

시간은 계속 흘러간다. 허기도 달래야 하고, 6시까지 마저리도 태우러가야한다. 아무래도 오늘은 힘들 것 같다. 이렇게 하루를 날려버린 것이다.
이런 날이 반복되면 곤란하다. (중략).
이젠 어쩌지? 공교롭게도 내일 나는 올버니에 면접을 보러 가야 한다.
포장지와 라벨 제조회사로, 통조림에 두르는 라벨을 주로 생산하는 곳이다. 큰 기대는 걸고 있지 않다. 라벨은 내 전문이 아니다. - P47

6

수북이 쌓인 이력서들을 처음으로 훑던 날,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나는 기분 좋은 권력을 즐겼던 것 같다. - P49

하지만 그 도취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결국 내게는 수많은 질문들만 남겨졌다. (중략). 나보다 조금씩 나은 이들의 이력서들을 보고 있노라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중략). 게다가 이게 다 몇 명이야? 제공되는 자리는 몇 개 안 되는데. - P49

자살은 선택 사항이 아니다. 나는 단 한 번도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이들 중 몇몇은 자살 충동에 휩싸여본 적이 있을 것이고, 그중 누군가는 그것을 실행에 옮길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15년전에 시작됐다. 항공 교통 관제관들이 집단으로 정리해고됐을 때, 그 그룹의 자살률은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지금 우리보다 훨씬 더 외로움을 탔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 P50

문제의 『펄프』 기사는 뉴욕 주 아카디아라는 마을에 자리한 공장에서 쓰고 있는 획기적인 공정에 관한 것이었다. - P51

업튼 ‘레이프‘ 팰런은 내가 있어야 할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기사를 읽고 또 읽어봐도 내 생각은 달라지지 않았다. 공정한 경쟁을 통해 내가 충분히 차지할 수 있는 자리였다. - P52

필요하다면 그를 죽여야 했다. - P52

과연 내가 그를 죽일 수 있을까? 진지하게 묻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정당방위일 수도 있다. 내 가족, 내 인생, 내 대부금, 내 미래, 나 자신, 내 삶을 살리는 일이니까. 명백한 정당방위다.  - P53

내가 그걸 할 수 있을까? 내가 사람을 죽일 수 있을까? 하루에도 사건은 숱하게 발생한다. 나라고 못할 거 있나? 게다가 내게는 걸려 있는것도 많잖아. 무엇보다도 내 인생. 그보다 더 절박한 게 또 있나? - P54

물론 나는 그보다 나은 자격을 갖추고 있다. 우리 둘만의 경쟁이라면그 자리는 당연히 내 차지가 될 것이다. (중략).
또 다른 누군가가 내 자리를 노릴지 모른다. - P54

그렇게 뒤척이다가 세 시간 만에 깨어난 내게 서늘한 의식이 찾아들었다.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알고 있었다. - P55

7


(전략).
면접. 물론 이번에도 나는 일자리를 잡는 데 실패했다. 통조림 라벨에대해 익히게 될 일이 없어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롱홈으로 향한다.
나는 채용되지 않았다. 기대도 하지 않았고, (후략). - P56

나는 요란스럽게 친분을 과시하는 타입도 아니고, 겉치레로 친절을 베푸는 타입도 아니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세일즈맨 시절나는 수많은 새로운 농담들을 배워 달달 외운 후 고객들에게 적절히 써먹었다. 오후의 전화 상담을 앞두고는 긴장을 풀기 위해 보드카를 곁들여 점심을 먹었다. 그러니 술에 절어 지내는 날이 많았을 수밖에. - P57

내게 충분한 재능이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과거에 공들여 닦아놓은세일즈의 기술은 보나마나 사라졌거나 많이 녹슬었을 것이다. (중략).
또다시 그 유치한 농담을 외워뒀다가 면접관들에게 써먹어야 하나? (후략). - P57

내게도 딱 한 번 기회가 올 것이다. 업튼 레이프 팰런이 불운하게 세상을 떠난 후 아카디아 프로세싱의 면접관에게 그간 익혀온 농담들을 신나게 풀어놓을 것이다. (중략).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나는 기필코 나를 팔아치우고말 것이다. - P58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내 뒤로 차 한 대가 바짝 다가와 멈춰 선다. 백미러에 눈에 익은 회색 차가 큼직하게 떠오른다. (중략).
월요일에 나를 노려보고 지나쳐 갔던 바로 그 여자다. 럭스 부인! 어떻게 된 일이지? 독심술사인가? - P59

그녀가 내 말을 막고 빽 소리친다.
"내가 당신 아내를 찾아갈 수도 있다는 걸 몰라요? 주니가 뭐라 하든간에 말이에요. 당신은 자존심도 없어요? 왜, 왜, 왜 그 앨 내버려두지 않는 거죠?"
"난 당신이 생각하는 그 사람이...?
"당신이 그 애 아버질 죽이고 있다고요!" - P60

나는 몸을 쓰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감독 생활만 16년을 했던 사람이다. 그 기간 동안 내가 몸을 움직여 한 일이라고는 책상에 앉고, 현장을 슬슬 둘러보고, 차를 몰고 출퇴근한 것뿐이었다. 실직 후에는 더욱 움직일 일이 없어졌다. - P61

온몸이 덜덜 떨린다.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갑자기 오싹해진다. 더 이상쥐고 있을 수 없는 루거를 스포츠 재킷 안주머니에 쑤셔 넣고 왼쪽 팔뚝으로 잘 덮은 채 빠르게 걸음을 옮기기 시작한다.
차들이 분주히 지나다니고 있을지도 모른다. 수천 명의 구경꾼들이 몰려들어 나를 지켜보고 있을지, 아니면 개미 한 마리 찾아볼 수 없을지 알길이 없다. - P63

끔찍하다. 정말로 끔찍한 일이다. 하지만 내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있었나? 그녀가 내 레인코트를 걷어내는 순간부터 내가 취할 수 있는 다른 선택이 있었나?
대체 나는 여기서 무엇을 시작한 걸까? 앞으로는 또 어떤 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 P64

8

할 일은 정해졌다. 잠 못 이루는 절망의 밤을 보낸 후 나는 세 차례에 걸쳐 이력서를 다시 훑었다. 이번에는 보다 냉혹하고, 비판적이고 현실적이 돼보기로 했다. - P65

나는 처음부터 내 계획의 아이러니를 깨닫고 이 일을 시작했다. 그들, 여섯 명의 관리 전문가들, 허버트 콜먼 에벌리와 에드워드 조지 릭스와 나머지 후보들은 내적이 아니었다. 업튼 레이프 팰런 역시 내 적이 아니었다. 내 적은 기업가들이다. 내 적은 주주들이다. - P65

주주들의 관심이 오로지 투자 수익에만 묶여 있으니 회사에 별 애착이 없는 임원들만신이 날 수밖에. (요즘에는 여성 임원의 수도 부쩍 는 것 같은데) 그런 이유로, 작업 현장은 점점 더 척박해져가는 것이고, 그들은 회사나 스태프나 제품이나 고객에 대해 신경을 전혀 쓰지 않는다. - P66

민주주의의 밑바닥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다. - P66

. 그런 이유로 항상 흑자를 내고 주주들에게 두둑한 배당액을 보장하는 우량 기업들이 한 푼의 이윤이라도 더 뽑아내기 위해, 그래서 임원들의 백만 달러, 천만 달러, 2천만 달러짜리 보상 패키지를 보장하기 위해 수천 명의 직원을 해고한다. - P66

9

예상대로 릭스 부부 살인 사건은 텔레비전 뉴스에서 보도됐다. 아무래도 허버트 에벌리 때보다는 훨씬 극적인 부분이 있었으니 그들을 살해한지 아홉 시간이 흘렀다. - P67

하지만 느낌이 이상하다. 뭔가가 잘못된 것 같다. 그녀가 사용하는 표현들, 이를테면 ‘잔인한‘, ‘야만적인‘, ‘무정한‘ 같은 표현들이 시청자들에게 잘못된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중략).
하지만 중요한 건 그들이 용의자를 붙잡았다는 사실이다! - P68

뉴스가 끝이 난 후, 저녁을 먹기 전, 마저리가 주방으로 향하는 동안 나는 늘 그랬듯 내 사무실로 향한다. 다음 표적을 선택할 시간이다. 이제 네명 남았다. 그리고 팰런・・・・・・
하지만 지금 내게는 그런 생각을 할 여유가 없다. 캐비닛 서랍을 열고 이력서가 담긴 폴더를 꺼낼 정신도 없다. 이유 모를 실의가 나를 짓누르고있다. - P69

제지 업계가 마지막으로 대량 인력 삭감을 단행했던 건 2년 전이었다. 나도 그때 해고됐고, 내게 이력서를 보내온 이들 대부분도 비슷한 시기에 해고를 당했다. - P70

하지만 인원 삭감은 주기적인 것이고 언젠가는 되돌아올 일이다. 서두르지 않으면, 빨리 경쟁자들을 제거하지 못하면, 팰런을 없애지 못하면, 그 자리를 내 것으로 확실히 만들어놓지 못하면 머지않아 이보다 몇 배 많은 이력서들 속에서 허우적거리게 될지도 모른다. - P70

10


이 모든 게 시작되기 전,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확실히 알게 된 후로도 나는 한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이론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린 후로도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충분히 생각을 해봤고, 철저히 계획을 세웠고, 꼼꼼히 준비를 마쳤지만 백 퍼센트 확신이 들지 않았다. - P72

웨이트리스가 나와 유리창 사이로 들어와 테이블을 치우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에게 말을 걸어보았다.
"저쪽에 앉았던 친구 말입니다. 혹시 레이프 팰런 아니었습니까?"
"오 맞아요"
그녀가 대답했다.
"그런 것 같았습니다. 몇 년 전에 만났었죠. 그런데 오늘 보니 잘 모르겠더군요. 뭐 아무튼, 지금 괜찮으면 여기 계산좀 해주세요."
나는 말했다. - P75

11

루링어가 자살했다! 누가 이런 일을 예상이나 했을까? - P76

뉴스를 아무리 유심히 보고 들어도 루 링어가 죽었다고 안타까워하는 이는 없는 것 같다. 모두들 결국 이렇게 종결된 것을 무척 다행이라고 여기는 것 같다. 깔끔한 수습이니까. 더 이상 의심의 여지가 없어졌으니까. 그는 정부의 부모인 럭스 부부를 살해한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증명 끝.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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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일부 젠더 이론가들은 이러한 암묵적 규칙을 남성의 행동방식을 제한한다는 의미로 ‘맨박스‘Man Box 라고 지칭한다. - P54

사회과학 문헌을 꼼꼼히 뒤져보면 심리학자들이 ‘자아해석‘self-construals 이라 부르는 주제에 대해 쓴 수십년간의 논문들을 발견할수 있다.¹¹ - P54

11 이 점에 대한 중요하고 (지금은) 유명한 심리학 논문이 있다. Susan E.Cross and Laura Madson: Models of the self: Self-construals and gender. - P429

많은 연구결과가 남성은 ‘독립적‘인 자기 개념으로 자기 자신을 표현할 가능성이 여성보다 훨씬 높다는 점을 반복해서 보여준다 - P55

‘유해한‘ 남성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자, 나는 갑자기그 남성성에 갇혀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그 자동차 광고가 구현하려 한 ‘진짜‘ 남자라는 협소한 모델을 내면화하고 있었다. 나에게 성공은 물질이었지 관계가 아니었다.  - P55

데수치가 질문을 던져 나를 당황시킨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왜 당황했는지 감을 잡지 못했다. 그는 "왜 친구가 필요할까요?"라고 물었다. 지금 떠올려보면, 우정에 관한 책을 쓰는 사람에게그런 질문을 던지는 것은 자연스러웠지만 그때의 나는 당황스러워했다. 내 정체가 탄로 난 것처럼 느꼈기 때문이다.  - P56

친구는 왠지 불편하고 성가신 존재가 되어버렸다. 또는 일종의 사치품 같았다. 내게 아직 친구들이 있었던 당시에 그들은 맥스디킨스 주식회사의 담보물 같은 존재였다. - P57

셀프 사보타주

(전략).
오랜 기간 나는 남자들과 유지하던 나쁜 우정을 놓아버린 상태였다. 심벌즈를 쨍하고 한방 치는 듯한 결정적 사건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저 10년 동안 실망감이 점점 조용히 부풀어가더니 남자는 그다지 좋은 친구가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 P60

‘농담‘이라는 단어는 더이상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다. - P61

여러분은 내가 사용한 ‘농담‘의 뜻을 알 것이다. 남성들이 관계를 맺는 특수한 방식이자, 선의의 놀림이라는 사전적 정의를 넘어서는,* 더 나아가 삶의 태도를 결정하는 요소다. 그럴싸하게 포장하자면 ‘반항적 유희를 즐기는 실존적 태도‘ 정도랄까. 



* 미국 녀석들의 말을 빌리자면 알 깨기 (ball breaking), 상대방을 기죽이는 공격적 행을 뜻하는 미국 속어ー옮긴이다. - P62

유머는 남성우정에 있어 토템과도 같으며, 우정은 유머의 축복과 좌절에서 생겨난 소우주다. 농담은 익살이라는 활을 가득 채운 화살통을 메고 인생의 굳건한 성벽 위에 서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 P63

이런 이유에서 젠더 이론가들은 남성성을 ‘취약성‘으로 묘사한16다. 너무나 많은 제로섬 게임이 있다.¹⁶ 남성에게 삶은 일련의 남성성 경쟁이다. 남자다움은 다른 남자들을 성적, 육체적, 지적, 경제적으로 능가하는지에 따라 평가된다. - P64

16 다시 테리 리얼의 말을 인용한다. "우리(남성들)는 성과와 타인의 의견, 우리가 가진 것을 기준으로 자신을 판단한다. 이는 자존감의 외부에 존재하는 것들이다. 특히 남성은 성과에 기반한 자존감에 의존한다. ‘취약한 남성자아‘라고 말하는 것이 바로 그 자이다. 이 자아는 내적인 자존감이 없기 때문에 취약하다. 모든 것은 특정한 날,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 P430

일반적으로 남성우정에서 이루어지는 주요 경쟁은 농담이다. ‘오줌 멀리 갈기기‘처럼, 농담이 단순한 재미나 조롱이 아니라 뭔가를 보여주기 위한 퍼포먼스로 이루어지는 경우, 농담은 지위의 도구, 즉 서열을 보여주는 도구가 된다. 이때 활용되는 방어 전략이 아이러니다. - P64

온 세상이 무대


이따금씩 농담을 던지는 건 괜찮다. 내가 참을 수 없는 것은 집요함이다. 개별적 농담으로 끈질기게 이어지는 업신여김은 농담이 누적되며 그 힘을 발휘한다. - P65

고프먼에 의하면 우리는 모두 끊임없이 ‘인상관리‘를 한다.¹⁶ 우리에게는 ‘무대 앞 자아와 ‘무대 뒤 자아가 모두 존재한다. 우리는 타인에게 일련의 가면을 보여주고, 상호작용하는 대상에 따라 자신이 누구인지 보여주는 가면을 바꾼다. - P66

18 Goffman, Erving. The Presentation of Self in Everyday Life. New York: AnchorBooks, 1959. - P430

왜 남자들은 무대 뒤에 많은 것을 남길까? 왜 편협하고 과장된 사회적 페르소나를 구축할까? 왜 헝클어지고 다차원적인 자신을 온전히 보여주지 않는 것일까? - P67

그래서 남자는 자신의 개성을 모노톤으로 밋밋하게 만든다. - P67

내가 가진 남성성에 대한 불안은 건설노동자들과의 관계에서 드러난다. 이는 그들이 DIYDo it yourself 스킬, 육체 능력과 ‘강직도‘(나는 기껏해야 단단쫄깃한 알덴테 상태의 파스타 면 정도의 강도다)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과 관련되어 있다.  - P70

 흠… 내가 데리고 다니는 남성성 부장님은 손에 석고를 묻히고 작업복에 페인트가 묻은 사람인 것 같다.²¹ - P-1

21 Perry, Grayson. The Descent of Man. London: Allen Lane, 2016. 이렇게 실체가 없는 목소리는 아이 시절부터 남자로 살아온 평생 동안에 걸쳐 흡수한 남성 도상의 e-fit(Electronic Facial Identification Technique, 컴퓨터로 합성한 범인 몽타주-옮긴이) 콜라주다. (고풍스러우면서도 기묘하게 현대적인느낌의 단편적 패션으로 스스로를 업데이트하는) 이런 프랑켄슈타인 같은남자는 우리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우리는 그저 이 남자의 목소리와 우리 자신의 목소리 간 차이를 더 잘 깨닫게 될 뿐이다. - P431

구조 서비스

(전략).
한가지 문제가 있다. 내가 숫총각이라는 사실이다. 그해 입학전 여름, 나는 동정을 거의 잃을 뻔한 비통한 일이 있었는데, 내가아직까지도 모든 인터넷 사이트 비밀번호로 사용하는 이름을 가진 한 여학생과의 사건이었다. 아무도 이 사건에 대해 모른다. 다만 모든 동정 남녀, 특히 동정남이 루저라는 사실은 모두가 안다. 나는 이 진실게임에서 절대 루저가 될 수 없다! 독자 여러분, 이후 나는 섹스계의 ‘전설‘이 되었다! - P77

 우두머리 수컷 오소리는 원샷을 명령하고, 별명을 할당한다. 그는 호전적 외향성으로 꽉 채운 보름달과 같은 ‘농담 왕‘이다. 우리 모두는 그를 중심으로 공전한다. 오소리에게는 그 공허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을 한데 이끄는묘한 카리스마가 있었다. - P78

여자와 오랜시간 어울리는 남자를 묘사하기 위해 스웨프schweff라는 뜻도 없는말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물론 애정이 담긴 단어는 아니었다. -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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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는 지금껏 사람을 죽여본 적이 없다. 살인을 하거나 누군가의 숨통을 끊어놓은 적이 없다는 얘기다. - P7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아버지는 보병으로 참전했었다. 1944년에서 1945년 사이 프랑스를 가로질러 독일로 진입하는 마지막 진군이 있었다. 그때 아버지는 짙은회색 모직 군복 차림의 적들에게 총을 쏴봤을 것이고, 타격을 입혔을 것이며, 그 과정에서 몇 명을 사살하기도 했을 것이다. - P7

오늘이 바로 운명의 날이다. 사흘 전, 그러니까 지난 월요일에 나는 마저리에게 펜실베이니아 해리스버그의 작은 공장에 면접을 보러 가야 한다고 얘기해두었다. - P8

그럼 그냥 탄창을 꽂아 넣고 표적을 겨눈 후 방아쇠만 당기면 되는 건가 위험하진 않을까? 모르는게 많으면 겁도 많아진다. 그래서 나는 쇼핑몰의 서적 체인점으로 달려가 권총 사용 설명서를 사 왔다. (예기치 못했던 비용!) 책은 여러 부품에 기름을 쳐둘 것을 권했다.  - P10

지난달, 그러니까 화창했던 4월의 어느 날, 나는 루거를 테스트해보기위해 집에서 서쪽으로 50킬로미터쯤 떨어진 곳으로 차를 몰았다. (중략).
권총이 든 스포츠 재킷 주머니는 묵직했다. (중략).
놀라운 경험이었다. 손안에서 루거가 튀어 올랐다. 하마터면 얼굴이 날아갈 뻔했다. 반동을 예상하지도 못했고, 책에서 반동에 대해 읽은 기억도없었다. - P11

세 발 연습은 그것으로 충분했다.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온 나는 루거를 잘 닦고, 기름을 쳤다. 탄창에는 부족한 탄약 세 발을 보충해 넣었다.  - P12

요즘 각광받는 새로운 직종이 하나 있다.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구직에 나선 실업자들을 모아놓고 교육을 시키는 프로그램이다.  - P14

지금껏 봐온 이력서 중 최고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흠잡을 데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럭저럭 봐줄 만하다고 할까. 이 정도 이력서라면 특수 중합체 용지 제품의 제조와 판매에 충분한 경력을 갖춘 관리자급 직원을 찾고 있는 제지회사에서 면접을 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질 것이다. - P14

마저리는 내가 바람을 피우고 있다고 오해할 것이다. 11년 전, 그녀에게 들켰던 딱 한 차례의 외도를 제외하고는 나는 성실하게 아내만을 바라보며 살아왔다. - P15

 오해를 푸는방법은 그것뿐이니까.
"개인적인 용무가 있었어. 허버트 콜먼 에벌리라는 사람을 죽이러 갔던거야. 우리 가족을 위해서." 결국에는 이렇게 털어놓게 될 것이다.
하지만 함께 나누는 비밀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게다가 마저리에게 이런 문제로 부담까지 주고 싶지는 않다.  - P13

그녀는 내 마지막 근무일까지 기다리지 않았다. 내 해직 수당이 바닥날때까지 기다릴 타입도 아니었다. 내가 일시 해고 통지서(분홍색이 아니라 노란색 종이다)를 내민 순간부터 마저리는 긴축에 들어갔다. - P16

그녀는 먼저 헬스클럽과 원예 연수 모임을 취소했다. HBO와 쇼타임 케이블 채널을 끊고, 기본 채널만을 남겨놓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코네티컷의 언덕이 많은 동네에서는 안테나 수신이 불가능해서 케이블 채널이 필요한데도 말이다. 식단은 양고기와 생선 대신 닭고기와 파스타로 꾸며졌다. 잡지 구독도 연장하지 않았다. 백화점 쇼핑도 그만뒀고, 스튜 레너드 슈퍼마켓에서 더 이상 카트를 느릿느릿 밀지 않았다. - P16

폴 시티의 북서쪽 언덕의 집들 대부분은 크고 차분한 분위기를 풍긴다. 옅은 색 외벽에 짙은 색 덧문이 붙어 있는 전형적인 뉴잉글랜드풍 집들로 나무가 우거진 광활한 대지에 자리하고 있다. (중략).
이곳 사람들 중 몇 명이나 지금 내 처지를 이해할 수 있을까? 차를 몰다보니 그런 의문이 든다. 깔끔하게 깎인 저 잔디를 떠받치고 있는 땅이 얼마나 얇고 위험천만한지 알고 있을까? 봉급날을 한 번 지나치면 불안감에잠을 이룰 수 없다. - P18

요즘 나는 우편물이 배달될 때마다 항상 집을 지키고 있다. 언제 좋은소식이 찾아들지 모른다는 기대 때문이다. (중략).
지금쯤 그도 창밖을 내다보며 우편물을 기다리고 있겠지? 안타깝게도 오늘은 좋은 소식이 없어. 오늘은 나쁜 소식뿐이야. - P19

남자가 우편함에서 편지, 고지서, 카탈로그, 잡지 들을 꺼낸다. 우편함을 닫은 그가 천천히 다가오는 나를 발견하고 눈썹을 추켜세우며 고개를돌린다.
나는 그가 마흔아홉 살이라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내 눈에는 그보다훨씬 나이 들어 보인다. 실업자로 살아온 지난 2년간의 세월이 남긴 흔적때문일 것이다. - P21

나는 그의 앞에 차를 세우고 환히 미소를 짓는다. 나는 말한다.
"에벌리 씨?"
"네?"
나는 일을 벌이기 전에 확실히 해두고 싶다. - P21

나는 레인코트 밑에서 루거를 꺼내 열린 유리창 밖으로 불쑥 내민다.
"이거 보여?"
그가 총을 빤히 쳐다본다. 보나마나 많은 가능성을 떠올리고 있을 것이다. 이 총 살래요? 오다가 찾았는데 당신 총입니까? 마지막 순간에는 어떤 생각이 그의 뇌리를 스치게 될지 모르겠다. - P22

 오늘 밤 나는 올버니 인근의 싸구려 모텔에서 묵을 계획이다. 물론 계산은 현금으로 해야지. 내일 오후에는 펜실베이니아의 해리스버그에서 면접을 망치고 돌아온 척하며 집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 정도 연기야 식은 죽 먹기다. - P23

2

나는 11개월간 꾹 참고 그들의 방식을 따랐다. 마지막 5개월까지 더하면 총 16개월이다. 내가 노란색 용지를 받고 나서부터 내 업무에 발전이뚝 멎어버렸을 때까지. 카운슬링을 마치고, 이력서 작성 기술을 한창 배우던 기간이었다.  - P24

지난 1~2년간 대량 인원 삭감에 대한 소문이 돌았었다. 실제로 두 차례에 걸쳐 소수의 직원들이 해고를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사전 준비에 불과했고, 모두가 그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1995년 10월, 급료 지불 수표와 함께 노란색 용지가 도착했을 때 나는 크게 놀라지 않았다. - P24

퇴직금은 후한 편이었다. 당시에는 후하고 합리적인 액수라는 생각을했었다. 해고된 직원들에게는 2년씩 묶어 한 달치 봉급이 지급됐다. 그것도 현재 임금 수준으로. (중략). 그중 2개월치의 액수는 조금 차이가 났다.  - P25

나는 그저 그들이 양심적으로 정산해주었기를 바랐을 뿐이다. 아무튼 내게 쥐어진 건 4,716달러 22센트짜리 수표였다. 22센트가 아니라 19센트였다 해도 나는 그 차이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못했을 것이다. - P25

해고된 직원들 대부분은 자신들의 처지를 그저 예기치 못했던 휴가 정도로만 생각한다. 그리고 즉시 다른 회사에 취직이 될 거라고 믿는다. 하지만 요즘은 사정이 다르다.  - P25

실직자는 매일 수천 명씩 늘어나고 일자리는 점점 줄어만 간다. - P26

또한 업계지도 여러 개 구독한다. 해고되기 전까지 고용주가 대신 구독해주었던 잡지들. 유감스럽게도 잡지 구독은 해직 패키지에 포함돼 있지않다. (중략).
그 두 잡지에는 구인·구직 광고란이 있다. 그리고 항상 구직 광고가 구인 광고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 P26

나는 광고들을 유심히 살핀 후 이력서를 보내보았다. 아무 답이 없었다. 질문만 늘어갈 뿐이었다. 내가 희망 봉급을 너무 높게 불렀나? 이력서에 세련되지 않은 부분이 있었나? 뭔가 중요한 사실을 빼놓진 않았나? - P27

가끔 관리직 사원을 뽑는다는 채용 공고가 올라온 이후 『펄프』와 『페이퍼맨』에 짧은 관련 기사가 실리곤 한다. 능글맞게 웃는 행운의 사나이의사진까지 넣어서 내가 지원했던 바로 그 자리다. 나는 그를 유심히 들여다본다. 그의 얼굴을, 그의 눈을, 그의 미소를, 그의 넥타이를 왜 그가 뽑혔지? 왜 난 안 되는 거지?
가끔 여자나 흑인의 사진이 실린 기사가 올라올 때도 있다. 채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차별을 없애기 위해 마련된 할당제 덕분이다. - P29

이 모든 건 바로 그런 생각에서 출발했다. 대체 그들의 이력서엔 뭐가 담겨 있나? 그들이 나보다 나은 게 뭐가 있나? 그래서 나는 슬그머니 내 광고를 내렸다. - P30

3

어제 나는 허버트 콜먼 에벌리를 죽였다. 그리고 오늘 나는 펜실베이니아 해리스버그에서 면접을 보고 집으로 돌아온다. 오후 4시에 도착해보니 마저리가 거실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그녀는 소설을 읽는 척하고 있다. - P31

나는 말한다.
"편지 온 건 없고?"
갑자기 에벌리 생각이 들어서다.
"없어요. 중요한 편지는 없었어요."
(중략).
나와 같은 상황에 놓인 많은 사람들은 가족, 특히 아내에게 화풀이를하곤 한다. 중산층 실직자들의 아내 폭행은 심각한 수준이다. 나 역시 험악한 충동에 휘둘릴 때가 있다. 뭔가를 부숴놓고 싶은 충동, 가까운 표적에 대고 맹렬히 화풀이를 해대고 싶은 충동.
하지만 나는 마저리를 사랑한다. 아내도 나를 사랑한다. 우리 결혼 생활에는 단 한 번의 풍랑도 없었다.  - P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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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LLY NO-MATES by Max Dickins

Copyright
Max Dickins 2022

All rights reserved. - P-1

들어가며



이 책을 집어든 당신, 탁월한 선택이다! 솔직히 책 제목을 두고 고민이 많았다. 남자는 왜 친구가 없을까라는 제목이 달린 책을 자랑스럽게 내놓고 읽을 독자가 있을까? (원제는 ‘Billy No-Mates, 직역하자면 ‘외톨이 빌리‘-옮긴이) 출판사 편집자는 그럴 거라고 장담했다. 내가 제안한 제목 『방 안의 코끼리 : 거대한 성기를 달고 성공하는 방법』은 거부당했다! - P8

혹시 지금 이렇게 생각하지는 않았는가? ‘나이가 들면서 친구가 없어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까?‘라고. - P9

영화는 내레이터가 원작 소설의 마지막 대사를 타이핑하면서 마무리된다.
"나는 열두살 이후로 그런 친구를 한명도 사귈 수 없었다. 그럴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있기나 할까?"¹
이 대사는 왜 깊은 울림을 줄까? 많은 사람들이 이 말에 담긴 진실을 알고 두려움을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 P10

들어가며


1 로브 라이너(Rob Reiner) 감독, 영화 「스탠 바이 미」, Act III Productions, 1986. - P425

남자에게는 우정에 대한 이해가 없다. 크게 보면 우리 문화 전체에서 남성우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남자들의 우정 자체를 하찮게 여기는 것이 아니라, 우정을 진지하게 대하는 태도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듯하다. - P11

그래서 무슨 말을 하자는 거야? 요약하자면, 남성우정에 대한 이런 반응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게 아니라는 말이다. - P11

주의사항!

이 책은 남자에 관한 책이다. 그러나 남자라고 다 같은 남자가아니다. 뭣이라고?! 이 책은 나의 개인적 경험을 다루었기에 그 범위가 백인, 중산층, 이성애자 등에 제한되어 있다. 내가 탐구했던 ‘남자 경험‘에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중략). 나의 한계를 겸허하게 인정한다. - P12

1장

총 맞은 것처럼


사람은 홀로 존재하는 섬이 아니다. 모든 사람은 대륙의 한쪽, 본토의 일부다.
-존 던 『헌신]Devotions(1624)


인생에서 불가능해 보였던 일들이 점점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어가는 걸 보면 참 흥미롭다. - P17

마찬가지로, 내가 결혼하는 부류의 인간일 거라 상상조차 안 해봤다. 결혼에 어떠한 가치를 부여한 적도 없다. 지나고 보니 이건 원칙이라기보다는 하나의 태도였다. 마치 20대가 파티에서 우쭐대며 결혼제도를 비판하는 모습이랄까. (당신도 이런 사람들을 만나본 적이 있을 것이다. 무신론에 관한 책을 다섯권 읽었다고 마치 ‘무신학자‘로 거듭난 듯 떠벌리는 종류의 인간 말이다.) - P18

내가 이런 종류의 남자사람이 될 줄은 몰랐다! 예전엔 약혼 반지는 전혀 로맨틱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줏대 없이 따라 하는 인습이자 극복의 대상일 뿐, 보석산업계의 거대한 사기 행각처럼 도보였고, 마음 같아서는 몬스터 먼치(반지 모양 과자-옮긴이)로 프러포즈하고, 남은 돈은 멋진 휴가에 한방울도 남김없이 쫙쫙 싸지르고 싶었다. - P21

필리파와 호프는 이리저리 현란하게 손가락을 놀리며, 나오미에게 프러포즈 계획을 말하지는 않더라도, 언제 할지 힌트 정도는 주는 게 좋겠다고 말한다.
"그래야 미리 매니큐어를 칠하고 오지." 호프가 알려준다.
매니큐어를 왜 칠하고 싶어할까..?
"인스타그램용이지." 마치 중세 양치기에게 디지털 방송 스카이플러스를 알려주듯 느릿한 설명이 이어진다. - P22

그후 우리는 4시간 반 동안, 숍 여덟곳에 들러, 반지 300개를 보고 나서야 와인 한잔을 마실 수 있었다.*


• 쇼비뇽 블랑을 마셨는데 메뉴판에서 가장 저렴해서 주문했다. 피니시가 짧았으며, 염소 오줌으로 목구멍을 싹 씻어내는 맛이었다. - P23

우정 자가진단


그날 밤, 나는 나오미와 함께 살고 있는 집으로 돌아왔다. 혼자종이와 펜을 들고 앉아서 들러리 후보 명단을 작성했다. 열명을적는 데 30분 넘게 걸렸다. 명단을 쭉 읽어본다. 절반은 일 때문에 만나는 사람들인데 업무 외에는 거의 연락하지 않는다. 나머지는2년 이상 연락을 안 한 사람들이다. 이건 현실이 아니야! 혹시 어떤 친구들은 너무 가까운 나머지 잠시 까먹은 게 아닐까? - P24

나는 패닉에 빠져 ‘결혼하는데 신랑 들러리가 없어요‘라고 구글에 검색한다. 인터넷이 어깨를 으쓱하며 모른다고 답할 줄 알았는데, 무려 9억 9천4백만건의 검색 결과를 보여줬다. 대부분 들러리 없는 예비 신랑들이 올린 게시물이다. - P25

더 검색해보니 우정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이 많았다. 외로움은 코로나19 팬데믹 전부터 이미 서구 전역에서 ‘전염병‘으로 묘사되고 있었다. 지금은 상황이 더 악화되었을 것이다. 『이코노미스트』의 2018년 연구에 따르면 영국 성인의 23퍼센트가 ‘항상 또는자주 외로움을 느낀다.‘¹ - P26

1장 총 맞은 것처럼

1 DiJulio, Bianca et al. ‘Loneliness and Social Isolation in the United States, the United Kingdom, and Japan: An International Survey‘, Henry J KaiserFamily Foundation, August 2018. - P425

남성이 여성보다 더 외로운 것은 아니지만, 외로움은 성차를 보인다.³ 건강 악화, 은퇴, 실업, 사별 등의 외로움 위험요인은 모든 사람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다. - P27

3 외로움 연구에 대한 최근의 메타분석에 따르면 남성과 여성은 비슷한 정도로 외로움을 느낀다. 하지만 남성은 외로움을 느낀다고 인정할 가능성이 더 낮기 때문에 남성의 외로움이 실제보다 낮게 보고된다고 생각하는사람들이 많다.(Maes et al. ‘Gender Differences in Loneliness Across the Lifespan: A Meta-Analysis. European Journal of Personality, 33(6), 2019) - P425

따라서 중요한 질문은 ‘남성이 여성보다 더 외로운가?‘가 아니라 ‘남성들은 왜 외로운가?‘다. - P27

남성이 직면한 문제는 두가지다. 첫째, 남성들은 축구친구, 술친구, 직장동료 등 친구들이 있긴 하지만 친밀감이 부족한 경향이 있다. (중략).
두번째 문제는 사회학자들이 주로 쓰는 말로 ‘네트워크 축소‘다. - P27

한 연구에 따르면 남성과 여성 모두 사교 네트워크가 20대 중후반에 정점을 찍고 축소되는데, 특히 남성에게서 더욱 급격한 감소세를 보인다. 20대 중반에는 평균적으로 남성의 사교 네트워크가 여성보다 더 크지만, 40대가 되면 이 상황이 역전될 정도로 남성의 네트워크 감소세가 크게 나타난다.⁷ - P28

7 Bhattacharya et al. ‘Sex differences in social focus across the life cycle inhumans, Royal Society Open Science, 1 April 2016. 이 현상에 대해 사회과학자들이 쓴 많은 논문이 있다. 로버트 퍼트넘의 저명한 저서 ‘나 홀로 볼링」에서 이렇게 썼다. (이 책의 개정판: New York: Simon & Schuster, 2020, p.94) 직업 또는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비업무적 사회관계는 여성에게서훨씬 빈번하게 나타난다". 결론으로(p.95) 요컨대, 여성은 남성보다 사교적 자본에 대해 더욱 열정을 가진다". - P426

친구들과 만나지 않을 이유를 만들어내는 건 무척 쉬웠다. - P28

나는 항상 고독에 낭만적인 애착을 품고 있었다. 달빛이 가득 내린 밤바다를 쓸쓸하게 거니는 것은 나의 최애 시간 중 하나다. (역시 나는 밤에 잘나간다!) - P29

외로움은 나를 닮지 않았다고 믿었다. 내 머릿속에서 외로움은 항상 나 자신과는 다른 이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 P30

『가디언』에서 ‘주말의 외로움‘이라는 현상에 대한 기사를 읽고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지 알게 되었다.⁸ - P30

8 Cocozza, Paula. The agony of weekend loneliness: "I won‘t speak to another human until Monday", Guardian, 16 January 2020. - P426

『데일리 메일』 온라인에 게재한 추가 동영상에서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회사 팀에서 가장 외향적인 사람인 것 같아요. 팀에서 익살스러운 조커 역할을 하죠. 그런데 금요일 5시가 되면 20대 팀원들이 다들 한잔하러 가는데, 저는 그때만 되면 슬그머니 집으로 꽁무니를 빼요."⁹ 이 사연 또한 사교적인 한 남성이 의도치 않게 외톨이 혼술남으로 전락한 ‘주말의 외로움‘의 사례다. - P31

9 Rach, Jessica. "The epidemic of middle-aged men with NO friends" Daily Mail, 18 December 2018. - P426

(전략). 가이스포드의 동영상에는 아래와 같은 댓글이 달렸다.

정말 한심하군.
징징대는 걸 보니 왜 왕따인지 알겠네.
이 남자는 테스토스테론 충전이 좀 필요한듯.
남자답게 굴어. 완전 빠졌어.

심각할 정도로 남자스러운 반응이었다. 가이스포드의 동영상은 상처를 감춰야 한다는 금기를 깨고 진심을 고백한 것이었다. - P32

 설사는 우리 모두에게 공통으로 발생하니까. 반면 외로움은특정인에게만 발생하는 만성 질병처럼 여겨진다. 또라이들이나 외로운 거야. 나는 침묵하기로 마음먹는다. - P33

며칠 후 나는 필리파와 호프에게 메시지를 보내 반지를 고를 때 도움을 줘서 고맙다고 했다. 동시에 약혼 계획 취소도 알렸다.
"내가 정말 원하는지 확신이 서지를 않아." - P33

작별


3일 후 나는 친구 제임스의 추모식에 참석했다. 제임스와 나는오픈 마이크 코미디(대중이 모인 장소에서 누구나 무대에 올라 선보일 수 있는 코미디 공연-옮긴이)에 참여하면서 처음 만났고, 몇년간 친구로지냈다. 그리고 제임스는 직업 때문에 캐나다로 이주했다. 나는몰랐지만 그 친구는 최근 영국으로 돌아왔고, 몇 달 뒤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 P34

우리는 잠시 침묵한다. 메인 홀에서 흘러오는 떠들썩한 대화소리가 복도를 지나며 톤 낮춰진 소음처럼 들린다. 귀에 거슬린다. 모두 목이 타는지 강박적으로 술을 마시고 있다. 긴장감이 느껴진다. - P35

어색함이 가시고, 둥글게 모인 이들은 떠나버린 친구에 대해 따뜻하고 감동적인 말을 한마디씩 한다. 모든 클리셰가 동원된다.  - P36

나오미와 함께 사는 아파트로 돌아가기 위해 이스트크로이던으로 가는 전철에 앉아서, 익명 게시판에 글을 올려 외로움을 토로하던 남자들을 생각한다. 자살하는 사람의 넷 중 셋이 남성이며, 자살이 45세 미만 남성의 가장 큰 사망 원인¹¹인 이유가 무엇일지 짐작해본다. - P37

11 Schumacher, Helene. ‘WhyFuture, 18 March 2019, more men than women die by suicide‘, BBC - P426

외로움이 우울증으로 이어지며 우울증은 다시 외로움으로 이어진다는 연구도 떠올려본다.*


* 권위 있는 2012년 사마리아인 자살 보고서(Samaritans Suicide Report)는 남성 자살의 가장 큰위험요인 중 하나로 친밀한 사회관계와 가족관계의 부족을 꼽았다. 최근 『이코노미스트』에서 대규모로 실시한 외로움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열 명 중 세 명이 외로움 때문에 자해할 생각을 했다고 답했다. (미주 2번 참조) 같은 사마리아인 보고서에 따르면 남성은 친구, 친지 또는 광범위한 커뮤니티 등으로부터 받는 모든 종류의 사회적 지원에 대한 접근성이 낮다. 이 점이 남성 자살 사례에서 ‘대형 잠복(big build, 고통을 다루지 못한 채 한계점에 이를 때까지 방치됨을 의미-옮긴이)‘ 효과가 관찰되는 이유다. 남성은 자신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위기지점에 이를 때까지 도움 없이 방치된다. - P37

이 분야에서 선구적인 연구로 ‘외로움 박사‘로 알려진 신경과학자 존 카치오포John Cacioppo의 말이다. 그는 외로움은 기본적으로 사회적 배고픔이며, 선천적 결함에서 오는 징후가 아니라 돌봄이 필요하다는 몸의 신호일 뿐이라고 말한다. - P38

2장

맨박스: 남자의 굴레

(전략).
내가 ‘유해한‘ 남성성을 가졌다고는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이 용어를 들어본 적은 있다. 그리고 유해한 남성성이 많은 부정적 현상의 원인으로 비판받는다는 사실도 안다. - P44

솔직히 말하자면, 난 내가 남자라는 사실을 의식한 적이 별로 없다. 그건 내겐 두발로 걷는 것처럼 특별할 게 없는 사실이니까. 하지만 그 점이 바로 남성의 특권일지도 모른다.  - P46

나는 전문가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남성성이란 남성에게 기대되는 행동방식에 대한 문화적 표현이죠."
페르난도 데수치 Fernando Desouches가 말한다. 그는 광고대행사BBD 퍼펙트 스톰 소속으로, (후략). - P46

진짜 남자?

전철을 타고 집에 가는 긴 시간 동안, 내가 오디션에서 의기소침해진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풀어야 할 것이 많았다. 첫째, 여성성을 드러내는 기호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았다. 젠더학을 살짝 맛만 본 나조차 이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후략). - P52

우리는 이런 종류의 수사에 익숙하다. 하지만 내가 주목하는 것은 도리어 남자 쪽이다. 훤칠한 키에 탄탄한 몸매, 큰 야망과 동시에 고독함을 품은 이 사나이에게 자동차는 그저 장난감 같은 소품일 뿐이다. 그에겐 언제든 살포할 수 있는 현금 또한 가득하다. 그래서 한 여자를 발견하고 순식간에 정복한다.  - P52

학자들은 남성성에 대한 정의가 역사, 문화 등 맥락에 따라 다양하기 때문에 남성성에 ‘선천적이거나 ‘자연스러운‘ 면이 있다고 말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한다.⁴ - P53

2장 맨박스: 남자의 굴레


4 Wood, Wendy, and Alice H. Eagly. Biosocial Construction of SexDifferences and Similarities in Behavior". Advances in Experimental SocialPsychology, 46, 2012. 코델리아 파인 또한 이 주제에 대해 술술 읽히는 두권의 책 (Delusions of Gender (London: Icon, 2010) and Testosterone Rex(London: Icon, 2017))을 저술했으며, 마거릿 미드(Margaret Mead)의 지서는 많은 젠더학자들이 애독한다. 미국의 사회학자 트리스탄 브리지스(Tristan Bridges)는 이렇게 표현한다.
"남성성에서 중요한 것은 그것이 움직이는 표적이라는 점이다. 무엇이 남성성이라고 간주되는지는 간단한 방법으로 측정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남성성은 유연하고 적응력이 뛰어나다. 우리가 어떤 사람들이 ‘남성성을 가지고 있다(즉, 그 사람들이 남자답다)‘고 할 때, 이 점은 후속 질문으로 가장 잘 검증할 수 있다. 어느 점이? 어디가 남성적인가? 젠더는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다. 무엇이 남성적인 것으로 간주되는지는 (때로는 미묘하게, 때로는 거대하게) 문화, 세대, 나이, 상황에 따라 변한다." (JamesMesserschmidt and "Masculine Resources", Inequality by (Interior) Designblog.wordpress.com, 20 December 2013) - P428

이런 것들이 사교세계와 어떻게 관련되는지는 1976년 출간된심리학자 로버트 브래넌Robert Brannon의 에세이 『49퍼센트 다수 TheForty-Nine Percent Majority를 읽자 명확해졌다. 브래넌은 이 책에서 남자다움에 대한 문화적 청사진을 제시한다.⁷ - P53

7 분명히 모든 사람이 이 정의에 부합하게 살기를 원한다거나 그렇게 할 수있는 것은 아니다. 래윈 코넬은 다양한 종류의 남성성이 존재하지만, 대부분의 남성이 판단을 받고 스스로 판단을 내리는 데 기준이 되는 ‘헤게모니적‘ 남성성은 한가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우리는 젠더 사상가들이 교차성(intersectionality)‘이라고 부르는저 깊은 곳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이곳에서는 내가 헤엄칠 수 있는 영역은없다. (아주 짧게 요약하자면, 흑인 남성의 남성성은 백인 남성의 남성성과 같지 않을 테고, 게이 남성과 이성애자 남성의 남성성, 중산층 남성과 노동계급 남성의 남성성도 같지 않을 것이다. 이는 트랜스젠더 남성이나 선천적 젠더 논바이너리 (남성 또는 여성 하나로 규정되는 성구분을 벗어나는 성별-옮긴이)에 대한 논의를 포함하기도 전의 논의다. - P429

브래넌은 이렇게 설명한다.

1. 계집스러운 것 금지: 개방성, 연약함 등 모든 전형적인 여성적 성향에 대해 낙인 찍음
2. 대형 바퀴: 성공, 지위, 존경 욕구
3. 튼튼한 오크 나무: 거친 남성적 분위기, 자신감, 자립정신
4. ‘지옥‘의 맛을 보여주마! : 공격적 아우라, 폭력성, 대담함⁸ -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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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설 도출에서 핵심적인 인과관계의 규명은 얼마나 고되고 힘든 작업일까? - P179

까인과관계 규명이 어려운 이유

형이상학적 쟁점과는 별개로 인과관계 규명은 과학자에게 매우 어렵고 힘든 문제다. 이는 감염 질환이나 유전 질환을 제외하면 아직까지 병인이 명쾌하게 밝혀진 질병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 P180

또한 원인 인자를 몇 개로 보느냐에 따라 실험 설계의 복잡도가 달라진다. 왜냐하면 원인을 하나로 추정하는 단순 가설은 하나의 변수만 통제하는 실험을 설계하면 되지만, 원인이 둘 이상 되는복합 가설이라면 상황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¹¹ - P180

11 이런 점은 실험 연구의 한계로도 작용한다. 원인 인자 혹은 독립변수가 3~4개 이상만 되더라도 실험 설계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으로서전산생물학적 접근의 중요성이 강조되기도 한다. - P195

(전략).
또 다른 외적 이유로는 실험 방법의 원리와 한계 및 상세한 절차를 제대로 파악하고 숙지하는 것 역시 어렵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 부분이 부족하면 실험 데이터를 제대로 해석할 수 없기 때문에 가설을 세우는 데에도 덩달아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다. 뿐만아니라 연구원의 역량, 연구비의 규모, 실험 기자재의 운용 및 확충과 같은 현실적 고민과 공동 연구가 활발하게 일어나는 최근 과학계의 작동 경향도 무시할 수 없다.¹³ - P181

13 Simonton DK. After Einstein: Scientific genius is extinct. Nature. (2013) 493, 602;Fortunato et al. Science of science. Science, (2018) 359, eaa00185 - P195

좋은 가설을 위한 조건들

가설을 잘 세우려면 적어도 몇 가지 문제를 우선 고민해야 한다. 첫째 분자 기전을 밝히는 문제, 둘째 원인과 결과의 본성 또는 속성을 규정하는 문제, 셋째 조작적 정의 operational definition 를 내리는 문제 그리고 마지막으로 논문 게재의 필요 조건과 관련된 문제다. - P182

셋째, 일반적으로 가설은 상당히 관념적이고 추상적이라는 데서 문제가 생겨난다. 개념적 정의 conceptual definition의존해서는에 관찰 현상을 측정할 수 없기 때문에 조작적 정의가 필요하다.¹⁶ - P183

16 조작적 정의에 대한 논의는 1946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퍼시 브리지먼PercyBridgman에 의해 체계적으로 이루어진 바 있다.: https://plato.stanford.edu/entries/operationalism/ - P195

마지막으로 논문 게재의 필요 조건에 대해 잘 숙지하고 있어. 과학 연구의 결과는 논문의 형태로 학술지에 실리고 유통될 때 의미를 갖는다.¹⁶ 논문이 학술지에 게재되려면 신규성과 중요성 등의 측면에서 호소력이 있어야 한다. 특히 과학자들은 발견의 우선권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는 점을 감안할 때 연구 결과의 신규성은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된다.¹⁸ - P183

17 전주홍, 《논문이라는 창으로 본 과학》, 지성사. (2019) pp29-37

18 Cohen BA, How should novelty be valued in science? Elife. (2017) 6, e28699; Fang& Casadevall. Competitive science: is competition ruining science? Infect Immun.
(2015) 83, 1229-1233 - P195

연구 경향은 순수한 학문적 동기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정치적·경제적 이유에 의해 구성되는 면이 크다.²⁰ - P183

20 Mandel & Vesell. From progress to regression: biomedical research funding. JClin Invest. (2004) 114, 872-876; Epstein JA. Politicizing NIH funding: a bridgeto nowhere. J Clin Invest. (2011) 121, 3362-3363; Rull V. The most important application of science. EMBO Rep. (2014) 15, 919-922 - P195

멘델의 유전 법칙 등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발견의 중요성은 시간의 함수로 발견이 시의적절해야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중요성과 영향력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²¹ 또한 페니실린이나 방사선 동위원소 등의 사례처럼 발견 당시에는 임상적 중요성을 모르는 경우도 허다하다. - P184

21 Casadevall & Fang. Impacted science: impact is note 01593-15importance, mBio. (2015) 6, - P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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