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이 책을 읽었던 적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왜 기록에는 전혀 없다고 나오는 것일까.

책은 재밌다. 일단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니까. 그렇기에 내용은 평이하다.

분류를 추리소설보단 블랙-코미디 부분으로 했으면 좋겠다.







「살인의 제복」 제3회

스기야마 발레단의 사무국장인 나카야마 하루코는 평소보다 30분 일찍 스기나미에 있는 발레단에 출근했다. 사무소는 연습실과 같은 건물 안에 있었다. - P161

그건 틀림없는 백조 의상이었다. 다만 의상만이 아니었다.
의상을 입은 여자가 쓰러져 있었다. 그가 프리마돈나 유미카와 히메코라는 사실을 안 순간, 나카야마 하루코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유미카와 히메코의 가슴에는 단검이 박혀 있었다. 소량의출혈이 하얀 의상을 검게 물들이고 있었다. - P162

‘나카야마 하루코는 비명을 질렀다‘라고 치려는데 현관 벨이 울렸다. 구식 워드프로세서 앞에 있던 마쓰이 기요후미는 책상 위의 시계를 봤다. 오후 2시 13분이었다.  - P162

"앗, 정말 고맙습니다. 감사드려요. 잘 먹겠습니다." 마쓰이는 고개를 여러 번 숙였다.
"오호, 글 쓰고 있었나 보군. 연재 3회 원고인가?" 엔도는 워드프로세서 화면을 보며 물었다.
"네. 도무지 생각대로 되진 않지만 말입니다."
"아니, 마감까지는 시간이 많으니까 초조할 필요는 없지.
그런데 이번 달 『소설 긴초』는 받았나?" - P163

엔도는 그것을 펄럭펄럭 넘기더니 지난달 마쓰이가 쓴 살인의 제복 제2회를 펼쳤다.
"이제까지의 전개는 그럭저럭 좋아." 엔도가 말했다. "1회에서 갑자기 사체가 등장하는 것도 좋았어. 간호사가 병원에서 목 졸려 죽다니, 영상으로서도 아주 자극적이었지." - P164

"그런데 말이야, 장사라는 입장에서는, 어느 쪽이 더 팔리냐 하면, 얘기가 또 달라져, 조금 엉망이라도 전개가 흥미로운 쪽이 더 잘 팔리는 게 현실이야. 독자는, 보라고, 그렇게사소한 부분까지는 제대로 읽지 않아. 작은 데 매달리지 않으니까." - P165

엔도는 그렇게 말하고 뭔가 생각난 듯한 표정을 짓고 가져온 가방에서 한 장의 종이를 내밀었다. 신문스크랩이었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 신문을 정리하다가 재미있는 기사를봤네. 아주 크게 다뤄지지 않아서 실렸을 때는 몰랐던 것 같아." - P166

하지만 바로 일에 집중할 수 없었다. 엔도에게 들은 말이 마음에 걸렸다.
임팩트……… 라………….
그게 그렇게 쉽게 나오면 고생하지 않겠지, 그는 한숨을쉬었다.
마쓰이 기요후미가 작가로 데뷔한 것은 3년 전이다. 『소설 긴초』가 모집한 신인상에 응모해 가작으로 입선한 게 계기였다. - P167

『살인의 제복』은 연쇄살인을 다룬 추리소설이다. 범인은간호사, 백화점 여직원, 발레리나 등 독특한 제복이나 의상을 입는 여성만을 살해한다. 주인공은 처음 살해된 간호사의 연인이자 신문기자이다. 그가 경찰과는 전혀 다른 방향에서진상에 다가가 마침내 진범과 대결한다는 게 중요한 줄거리다. - P168

"그렇습니다. 무슨 일이죠?"
"아, 실은 수사에 협조해주셨으면 해서요." 경찰 수첩을 내보였다.
마쓰이는 놀라 눈을 크게 떴다. "무슨 말씀이죠?"
"잠깐 시간 좀 내주실 수 있습니까?" 뚱뚱한 형사는 실내를 가리켰다. - P169

"살해당한 것은 오미야에 있는 만푸쿠 백화점에서 일하는엘리베이터 걸입니다. 뒷덜미를 송곳 같은 것으로 찔렸습니다. 즉사한 것으로 보입니다."
"예?" 마쓰이는 말문이 막혔다.
"물론 아시겠죠." 모토키 형사는 그렇게 말하고 『소설 긴초』를 들어 올렸다. "어제 발매한 이 소설 잡지에 실린, 당신소설 그대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 P170

마쓰이는 형사가 왔던 일을 엔도에게 보고하러 왔다.
"그런데 경찰이 사건과 자네 소설의 유사성을 잘도 알아냈네. 소설 긴초의 애독자라도 있나?" - P170

 마쓰이는 바로 부정했다. "자랑할 것도 아니지만, 데뷔 이래 팬레터 같은 것도 악평 같은 것도 받은 적없습니다. 제가 어떤 소설을 발표하든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습니다." - P171

"하지만 이 상황을 이용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이용이라니?"
마쓰이가 묻자 "둔하네"라며 인도가 얼굴을 찡그렸다.
"보라고. 소설대로 사람이 죽었다고. 재밌지 않아?"
"그야 그렇지만.‘ - P171

그런데 그 아는 신문기자는 엔도만큼 흥분하지 않은 모양이다. 며칠이 지나도 마쓰이에게 신문기자로부터 전화 한 통오지 않았다. 다른 매체가 다루려는 기미도 없다. - P172

엔도가 툭 내뱉었다. "또 하나, 오지 않을까…………
"네?"
"아니, 그게, 그러니까." 엔도는 아무도 들을 사람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입가를 가리고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살인 사건이 한 번 더 일어나지 않을까? 게다가 자네 소설대로 말이야." - P172

그런데 그로부터 2주일-.
 우유와 토스트로 간단하게 아침을 먹으면서 신문을 읽던마쓰이는 사회면을 펼쳤다가 우유를 뿜을 뻔했다.
‘프리마돈나 칼에 찔려 살해되다‘라는 머리기사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 P173

수화기를 들자 엔도의 목소리가 날아왔다.
"신문 봤어?"
"봤습니다." 마쓰이가 말했다. 놀랐습니다."
"됐어! 이제 언론도 자네 소설에 주목할 거야. 이제부터 바빠질 걸세."
"그런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나죠? 제 소설대로 사람이 죽어나가다니, 너무 기분이 나쁩니다." - P174

"우선 묻고 싶은건, 왜 간호사, 엘리베이터걸, 발레리나를 죽였냐는 겁니다. 물론 당신 소설 얘기죠." 모토키가 말했다.
"왜냐고 물으셔도 참 곤란합니다. 이번 소설에서는 다양한제복을 입은 여성을 노리는 범인을 그릴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간호사나 엘리베이터 걸을 죽이면 재밌겠다고……………" - P175

"다음은 어떻습니까? 어떤 여성이 살해되는지, 이미 정했습니까?" - P176

"아니, 뭐, 그렇다는 건데. 그런 당신의 소설대로 사람이죽는다는 게 아무래도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입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범인의 마음을 통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싶다면 더 유명한 작가의 작품을 모방하는 게 좋을 텐데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 P176

"어쨌든 당신의 알리바이를 묻겠습니다. 아, 우선은 간호사가 살해된 날부터 말씀해주십시오."
형사가 사라진 후에도 마쓰이의 불쾌한 마음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왜 내가 알리바이를 대야 한단 말인가. 내가죽이기라도 했단 말인가. 너무 어처구니없네. - P177

옆에서 다른 남성 리포터가 질문했다. "무엇보다 소설 속에서 왜 제복을 입은 여성만을 죽였습니까?"
"앗, 그게, 그건・・・・・"
"당신 취향입니까?"
"아니, 그건 아닙니다. - P178

"무슨 말씀이라니, 『소설 긴초』가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어. 게다가 자네가 전에 발표한 단행본도 이미 증쇄에 들어갔다고."
"예? 증쇄?" 마쓰이는 절로 등을 꽂꽂이 폈다. "정말입니까?" - P179

마쓰이는 다리에서 힘이 쭉 빠지는 것만 같았다. 믿을 수없는 숫자였다.
"어이! 이 정도로 감격해선 곤란해. 아무리 책이 안 팔리는시대라 해도 10만 부씩 파는 작가도 많아. 우리도 목표를 높이 둬야지."
"하지만 그렇게 팔린 적이 없어서." - P180

이런 일도 있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마쓰이는 신문을 잡아당겼다. 하지만 지나치게 생각할 필요는 없으리라. 엔도가말했듯 이 기회를 살리는 것만 생각해야 할지도 모른다. - P181

"나, 범인인데요." 그렇게 말하고 남자는 킥킥대고 웃었다.
"범인?"
"제복 여성 연쇄살인의 범인, 당신 소설대로 범행을 저지르는 범인 말이야."
"설마………. 농담은 그만둬."
"정말 내가 죽였어. 나 때문에 당신도 유명해져서 좋지?"
"장난 전화에 어울릴 시간은 없어."
"장난 아닌데, 내가 처음 경찰에 전화해 사건과 소설의 유사성을 알려줬다고." - P182

"잠깐만! 왜 내가 당신이 시키는 대로 해야하지?"
"끝까지 내 말을 들어. 당신이 그렇게 쓰면 이번에도 나는그대로 치어리더를 죽일 거야. 그럼 또 세상은 시끄러워지겠지 당신 소설과 이름도 주목받을 게 분명해. 어때? 나쁜 얘기는 아니잖아? 이제까지는 내가 당신 소설대로 죽일 상대를 골랐어. 그러니까 이번에는 내가 죽이는 대로 당신이 소설을 쓰라고." - P183

『소설 긴초』 발매일은 매달 20일이다. 살인의 제복 제4회가 실리는 이 잡지가 발매된 날 아침, 몇몇 서점 앞에 긴 줄이 생겼다. 이런 일은 인기 아이돌이 화보집을 낼 때 정도뿐이다. 각 서점의 점원들조차 예상치 못한 일이라 당황했다. - P184

"여러 대학과 고등학교에서 민원이 왔어, 응원단 소속 여학생이 무서워 탈퇴한다면서. 물론 무시했지. 범인이 우리 소설을 모방하는 건 우리 책임이 아니니까. 어쨌든 반응이대단해. 다들 소설 잡지가 이렇게 팔린 건, 수십 년 만이래." - P184

그 엔도의 바람이 이루어진 것은 『소설 긴초』가 발매되고나흘 뒤였다. 스기나미구에 있는 맨션의 어떤 방에서 여대생이 죽은 것이다. 소설에 그려진 상황과 완벽하게 똑같이 치어리더 의상을 입은 채 침대에서 교살됐다.
지난달과 마찬가지로 같은 일이 되풀이되었다. 즉 형사가마쓰이를 찾아와 끈질기게 사정청취를 했고 다음으로 언론 관계자가 달려왔다. 다만 그 수가 두 배로 늘었다. - P185

 하지만 보통 그런 상대를 죽이면, 경찰은 피해자들의 공통점 같은 남자를 찼다는 점을 알아차릴 우려가 있다. 그래서 소설 줄거리대로 범행을 저지르는정신이상자의 짓으로 보이게 함으로써 자신에게 혐의가 오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다. 아마도 마쓰이의 소설 예고편을 읽고 착안한 게 분명하다. - P186

사흘 후, 다시 형사들이 찾아왔다.
"다음 소설 줄거리는 정하셨습니까?" 모토키 형사가 물었다.
"아뇨, 아직, 지금부터 생각하려고 합니다."
"그럼 이러면 어떨까요? 혹시 우리 바람을 들어주실 수 있겠습니까?"
"연재를 쉬라거나 살인 장면을 넣지 말라는 요구라면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 P187

형사의 질문에 마쓰이는 당황했다. 사실대로 말하면 범인의 범행이 어려워진다. 잘못하면 체포될 수도 있다.
".......스튜어디스입니다." 생각 끝에 그가 대답했다.
"그렇군요. 대표적인 제복이죠." 형사들은 이해한 표정으로 돌아갔다. - P188

그리고 소설대로 『소설 긴초』가 발매된 닷새 후, 지지부의 산속에서 모 상사에 근무하던 안내데스크 여직원이 사체로 발견되었다. 사체는 에르메스 스카프로 목이 졸려 있었다.
흉기 또한 소설대로였다. - P188

드디어 올 것이 오고 말았다는 느낌이었다. 당분간 소설속에 살인 장면을 쓰지 말아 달라고 긴초샤 측이 얘기한 것이다.
"권력에 굴하자는 겁니까?" 마쓰이가 말했다. - P189

그리고 그날 밤, 범인에게 전화가 왔다. 이번에는 버스가이드를 죽이라는 지시였다.
"높은 낭떠러지에서 떨어뜨려 살해돼. 머리가 깨져 피가뿜어져 나온다든가, 어쨌든 잔혹한 묘사를 넣어." 범인은 명백히 즐기고 있었다. - P190

"그렇군, 알았어, 알려주지. 내가 버스 가이드를 죽이는 곳은.…………." 범인은 그 장소를 말했다. 후쿠이현의 경치 좋기로 유명한 곳이었다. - P190

조금 있다가 사람 그림자가 나타났다. 젊은 여자였다. 버스 가이드 복장을 하고 있었다. 역시 생각했던 대로네. 마쓰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범인은 경찰을 따돌리고 『소설 긴초』발매 전날에 살인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었다. - P191

그는 이번에 자신이 쓴 소설 내용을 반추했다. 실은 이번이 살인의 제복마지막회였다. 그 안에서 범인은 절벽에서몸을 날려 자살했다.
오늘 여기서 범인을 잘만 떨어뜨리면 경찰은 틀림없이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범인은 소설대로 범행을 저질러왔다. - P192

그때였다. 바로 뒤에서 기척이 났다.
"잘도 배신했네."
낯익은 그 목소리를 들었을 때 목소리의 주인공이 마쓰이의 등을 밀었다. - P192

"자기 책대로 사건이 일어나면 이름이 알려진다고 생각한겁니까?" 여성 편집자가 물었다.
"아, 그런 셈이지. 그 생각을 하면 조금 책임감이 느껴져.
어떻게든 화제가 되어야 한다고 너무 몰아붙인 게 아닐까." - P193

"그러게나 말이야. 그 마지막 원고를 받았을 때는, 설마 그게 그의 유서가 될 줄 상상도 하지 못했어." - P193

마카제관 살인사건 (최종회, 마지막 다섯 장)

(전략) 이것들은 사실, 단 하나의 진실만 알아내면 쉽게 풀 수있는 수수께끼였습니다. 그 진실이란." 그는 모두의 얼굴을둘러봤다.
(아아, 약해, 너무 약해. 끝내 좋은 아이디어를 생각하지못한 채 여기까지 와버렸어. 으악, 정말 큰일이야. 벌써 이번이 마지막 회인 데다 이제 남은 매수도 다섯 장뿐이야.
(후략) - P237

아니, 담당인 오모리씨가 잘못한 거야. 밀실 살인을 써달라고 해서 쓰긴 했는데핵심인 트릭을 생각하지 못했으니까. 피로 쓴 글자도 마찬가지야 서스펜스 분위기를 고조하려고 다잉 메시지를 꺼냈는데 특별한 의미는 없었어. - P238

"즉 그 시계탑 문자판에 구멍이 있었습니다. 그걸 범인이교묘하게 이용한 것입니다." 다카야시키의 말에 일동이 수련거리기 시작했다.
(이거 분명히 비난받을 거야. 밀실 살인이라고 요란을 떨어놓고 구멍이 있었다는 건 말이 안 되지. 역시 이건 아니야.
(중략) - P238

알려주고 싶은 건 바로 나야. 누굴 범인으로 해야 좋을까.
마지막에 가장 의외인 인물을 범인으로 하는 게 좋겠다고 오모리 씨는 무책임하게 말했는데 어떤 놈을 범인으로 삼아도 의외성은 없단 말이야 이거 곤란해.  - P239

"그럼 알려드리죠. 악마적인 두뇌를 이용해 무시무시한 범행을 저지른 인물, 즉 이곳의 주인 이와카제 씨를 살해한 범인은 - P239

[작가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정말 죄송하지만, 이 연재는 여기서 종료합니다. 편집부] - P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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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호를 변호하는 첫 의견서는 12포인트 더블 스페이스로쓰였다. 그런 규격은 법률이 정하지 않았다. 판사들 중에 노안이 많을 따름이다. 총 여덟 장이 나왔다. 논지는 간단했다. 검사는 사실관계를 오인했다. - P57

물론 그 모든 문장을 공손한 존댓말로 썼다. 언급할 필요도없지만, 판사가 읽을 의견서를 존댓말로 작성해야 한다고 규정한 법률도 없다. 그런 규칙들은 법률보다 강력하고 우선적으로 작용해서 명시되어 있지 않아도 누구나 지킨다. - P58

나는 출력한 의견서에 표지를 덧대고 스테이플러를 찍어 비서에게 넘겼다. 그녀는 한 시간 후에 법원에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의견서에 첨부한 증거 목록은 없었다. 첨부할 증거가 없었다. - P58

"피고인이 자기 아들을 경찰이 죽였다고 주장한다고 하셨죠?"
"네. 이걸 읽어보세요."
나는 준형이 쓴 보고서의 사본을 주민에게 넘겼다. 주민은 빠른 속도로 읽어 내려갔다. 장을 넘길 때마다 날숨의 리듬으로 서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다 읽는 데 5분이 걸리지 않았다. - P59

"이 사건 담당인 홍재덕 검사는 악명이 높죠. 공안 출신으로 제기하는 공소마다 학계에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어요.
굳이 그 검사를 고소한다면 검사의 판단이 경찰에 대한 기소불행사이나, 피고인에 대한 기소남용이냐를 따져봐야 할 거예요. 이 부분은 학설만이 난립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때에도검사를 고소할 수 있는 법률적 주체는 피고인이 아닌 피해자가 됩니다. 그냥 잊으시죠." - P59

"이 사건을 고대 법대 모의법정에 맡길 순 없어요."
"신의 뜻에 맡겨야겠지요. 참, 홍재덕 검사가 가진 수사자료를 열람해보셨습니까?"
"어제 신청을 했습니다. 48시간 이내로 회신이 올 겁니다 - P60

"검사가 진압경찰을 무혐의 처리한 것에 대해 항고를 고려해보셨나요?"
"저는 국선전담변호사입니다. 국가가 선정한 소송만 진행할수 있어요." - P61

"맞아요. 마찬가지로 형소법 개정 이후 쭉, 재정 사건의 재판관들은 불성실한 검찰의 태도에 모욕감을 느껴왔죠. 재정사건의 재판관이 검사에게 가진 자료를 내놓으라고 윽박지르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그건 정치적 성향과는 상관없이 판사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문제거든요. 그렇게 되면 거기서 뭐가나올지 모릅니다. 윤 변호사님이 박재호 씨의 무죄를 변호하는 현재 소송에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자료가 있을 수도 있죠." - P61

"박재호 씨가 피고인인 현재의 사건에서는, 입증요건에 따라 윤 변호사님이 진압경찰의 폭행치사 혐의를 입증해야 합니다. 하지만 재정신청을 거쳐 고등법원으로 이송된 사건에서는검사가 경찰의 폭행치사 혐의를 입증해야 하지요. 판사의 명령을 따라 울며 겨자 먹기로요. 검찰이 공짜로 윤 변호사님의 소송증거자료를 퍼다 주는 겁니다. 그만큼 유능한 조사관을 고용할 수 있겠어요?" - P62

홍재덕 검사의 문장은 정중했다. 답신에서 그는 정중한 태도로, 내가 신청한 자료의 열람 등사를 모조리 거부했다. 그는 수사자료의 공개가 박재호 외 다른 철거용역 쪽 피고인의수사에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주장했고, 짧게 유감을 표명한 뒤, 내 요청을 거부하는 근거가 적시된 형사소송법 조항을 밝혔다. - P62

"결국 제가 가진 사실이 하나도 없군요."
"난 변호사님께 이미 사실을 다 말했습니다."
"아드님을 경찰이 죽였다는 사실을 얼마나 확신합니까?"
옳은 질문이 아니었다. 변호사가 할 질문이 아니었다. 박재호는 망설임이 없었다.
"내 아들이 죽었다는 사실만큼 확신해요." - P63

박재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입을 열었다. 나는 노트와펜을 꺼내 적어 내려갔다. 이야기는 작년으로 돌아갔다. 재개발사업을 위한 특별법이 입법됐다. - P64

"시에서 제소전 화해를 유도했다고요? 오성건설과 세입자사이의 제소전 화해를요?"
"어쨌든 난 서명은 안 했소. 어느 쪽이든 이주 보상금은 턱이 없었죠. 거기엔 권리금이 포함되지 않았소. 돈을 받아 죽을시기를 미루란 소리나 다름없었어요." - P64

제소전 화해란, 당사자들이 법원에서 제소와 화해의 형식적 절차를 미리 밟는 것을 말한다. 제소전 화해가 이루어지면 외관상으로 당사자들의 자발적 의사에 따라 법원에서화해가 이루어진 것이므로 향후의 제소 권한은 종료되어버린다. 반면 제소전화해의 내용 자체는 법원 판결과 동등한 집행력을 부여받게 된다. -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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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색문제는 위상보다는 그래프 이론이라고 말을 하는 것이 좋았을 건데, 물론 그 둘이 호혜적이긴 하다만.




비아르케 잉겔스 그룹(BIG: Bjarke Ingels Group)은 위상학을 직접적으로 설계 방법론으로 사용하는 건축 그룹이다. 이들이 설계한 8 집합 주거(8 house, 2009)는 8자모양의 경사 동선을 갖는 집합주거인데, 이동선은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건물전체를 하나의 연속적인 루프로 연결하고 있다. - P169

해양 박물관(Maritime museum, 2013) 역시 경사로를 통해서 무한 루프를 실현하려고하는데, 경사판 두 개가 겹쳐지는 지점은 렘 콜하스의 쿤스트할을 의식하고 있는것이 느껴진다. TEK 건물(2009)에서는 ‘클라인의 병‘의 연결 구조를 건물에 직접적으로 적용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 P169

스톡홀롬 도심 슬러센(Slussen) 재정비 계획(2008)에서는 인터체인지들에 의해서 보행자 동선이 끊어지고 공공 공간이 없는 대지에, 기울어진 바닥판으로 끊어진 도시적 동선과 상황을 연결하면서 연결적 다이어그램으로 도시 프로젝트를 재조직한다. 콜하스가 위상학을 암시적인 방법으로 설명한 반면, BIG는 직접적으로 위상학적 다이어그램을 설계 전면에 내세운다. - P169

 하지만 연결적 다이어그램과 위상학적 사고를 사용하면, 도시 교통의 하부구조는 새로운 구조의 건축을 만드는 좋은 기회가 된다. 지상에는 건물의 형태를 설계하고, 지하에는 건물의 형태와 독립적인 교통 하부구조를 숨겨진 상태로 위치시키는 롭과 레온 클리에 (Rob& Leon Krier)의 전통적 도시 계획안들과는 대조적으로, 도시 인프라들의 연결적다이어그램으로부터 계획된 프로젝트에서는 교통 네트워크의 구조들과 관계들이 건물 그 자체가 된다. - P171

전통적인 관점에서 다뤄지기 어렵고, 건축가의 영역 바깥으로 여겨지던 네트워크와 복잡한 관계의 현대 도시의 상황들이 위상적인 사고 속에서는 특이하고 흥미롭고 영감을 주고, 도시를 구조적으로 볼 수 있게 해주는 자극제가 된다. 이런 복잡한 도시 상황을 기회로 받아들여서 만들어진, 도시 하부구조와 건축, 네트워크와 건축이 더 이상 떨어질 수 없는 상황의 건축을 인프라건축(infrarchitecture),
네트워크-건축(network-architecture)라고 부를 수 있다. - P171

링크, 네트워크 이론

이런 네트워크에 대한 생각은 현대에 와서 더욱 밀도 있게 연구되고 있다. 바라바시(Albert-Laszlo Barabasi)는 네트워크의 연결 상태의 다이어그램이 일상적 인간 관계, 인터넷의 문제, 경제 문제, 생물학의 문제에까지 어떻게 침투되어 있는지를 잘설명하고 있다.¹¹


11) 라즐로 바라바시, 『링크(Link)』, 2002 - P172

그의 연구는 연결적 다이어그램이 어떻게 양자역학의 이론이나 복잡계 이론과 접목될 수 있는 가능성을표현한다. 연결적 다이어그램이 연결상태가 복잡해지면서 단순한 기계적인 그래프가 아니라 생명체의 논리에 근접하고 있음을 설명한다.¹²

12) 네트워크 이론과 생명체의 논리에 대해서는 4권에서 다룬다. - P172

1980년대 초에 영국의 빌 힐리어 (Bill Hillier)와 줄리안 핸슨(Julienne Hanson)은네트워크 분석으로 공간의 통합성과 연결성의 그래프를 표현할 수 있는 ‘공간 통사론(Space Syntax)‘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공간 통사론(space syntax)‘은 연결 상태와 접근 상태, 통행량을 예측해 시각화해준다. - P172

위상학의 유명한 문제인 4색 칠하기 문제처럼 집합론적 다이어그램은 이질적 영역들 간의 위상학적 관계에 관여한다. 건축에서 각각의 영역은 다른 프로그램, 외부성, 속도, 밀도, 투명성의 정도에 의해서 규정된다. 영역들 간의 질적인 차이가 보다명확할 때, 불리언 연산은 보다 명확하게 새로운 관계를 표현할 수 있다. - P173

집합적 다이어그램은 건축의 매우 다양한 영역까지 관련된다. 공적/사적 영역문제,보이드/솔리드의 문제, 자연/인공의 문제, 외부/내부의 문제 등의 건축과 도시의 핵심적인 주제들이 모두 집합적 다이어그램의 문제로 설명된다. - P173

집합론적 다이어그램은 여러 프로그램들이 어떻게 섞일 수 있는가, 어떤 관계로 엮일 수 있는가에 관여하므로 도시에서의 조닝(zoning)의 문제와 직결된다. CIAM의아테네 현장의 4개의 기능 구분 (주거, 노동, 순환, 여가)에 의한 도시가 어떤 한계를 지니며, 어떻게 현대의 복합적인 도시가 어떻게 새롭게 배치될 수 있을지에 대한 문제 역시 집합적인 다이어그램으로 사유된다. - P174

하나의 도시를 여러 다른 관점의 집합적 다이어그램으로 그려낼 수 있다. 구조적다이어그램으로 명확하게 드러나지 못했던 공적/사적 영역, 보이드/솔리드, 자연/인공, 외부/내부, 프로그램의 배치 등의 문제뿐만 아니라 둘러쌈과 분위기의 문제까지도 집합적 다이어그램을 통해서 명확하게 밝혀지고 사유할 수 있다. - P175

루이스 칸은 ‘연결의 건축의 사고를 통해서 볼륨 간, 영역간의 관계를 연구하였다. 그의 교회 프로그램의 다이어그램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이 연구는 기하학적 구성(composition géométrique)에 대한 것이라기보다는, 볼륨 간의 관계에 대한 위상학적 연산(opération topologique)으로 여겨진다. 그의 건물은 고전적이고 기하학적인 외관과는 달리 위상학적인 구상방식에 의해 조직된다. - P176

MVRDV가 설계한 유트레히트의 더블 하우스(double house,1997)은 이런 집합론적 다이어그램을 통해서 이루어진 예이다. 두 가정은 모두 공통적으로 도로, 정원,
지붕, 공원으로의 접근을 요구하였으며, 한 가정은 거실 앞의 어린이 놀이방과 넓은 정원을 원했고, 다른 가정은 상층부의 작업실과 침실을 원했다. 두 개의 가정의서로 다른 요구가 절충, 타협하면서 인접성, 접근성에 대한 조건이 바뀌고, 집합론적 다이어그램이 변형되어 주택의 최종적인 다이어그램에 도달한다.¹³


13) MVRDV, 『FARMAX』, p.583 - P177

‘SANAA‘의 건축은 프로그램으로 그려지는 다이어그램이 거의 그대로 건물로 구현되는 특이한 경우이다. SANAA (카즈오 세지마와 류에 니시자와)의 카네자와(Kanazawa) 미술관은 전시/이동, 외부/내부의 영역이 어떤 새로운 배치를 가질 것인지에 대한 생각으로부터 출발하여 새로운집합적 관계를 만들어 내고, 동시에 동선의 연결 관계가 새로운 연결적 다이어그램을 그린다.  - P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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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 지속가능성, 환경

물론 식습관과 입맛은 지속적인 성장을 추구하는 인간의 욕구가 담긴 우리의 생활양식이 대지와 강과 바다, 대기에 영향을 끼치는 여러 차원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 P440

또한 경제성장의 초기 단계에 있는 나라들이라면 어디든 환경파괴를 겪기마련이지만 1인당 소득이 어느 수준에 이르면 환경은 자연스럽게 개선될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그 근거로 제시한다(예컨대 Chua, 1999 참조).  - P441

 그들은 1인당 소득 증가가 오염을 줄이는 결과를 보여주는 연구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도 많다고 주장한다(예컨대 Harbaugh 외, 2002 참조). 환경이 좋아지는 1인당 소득은 4,000~1만 3,000달러로 추정된다. - P441

그렇다면 우리는 앞으로도 성장을 가속화할 필요가 있으며, 더 많은 돈과 더 새로운 기술이 결국 환경파괴를 완화시킬 것이라고 믿어야 할까? 아니면 환경파괴를 초래하는 그런 활동들을 줄이기 위해 우리의 경제적·사회적 삶을 바꾸려고 노력해야 할까? - P441

중국은 1980년대에 의도적으로 서양의 경제성장 모델, 주로 미국식 모델을 모방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가장 중대한 결정 가운데 하나가 자동차산업 중심의 경제를 수립하는 것이었다 (예컨대 Gallagher, 2006:Leslie, 2007 참조). 그들은 자동차산업이 미국과 일본, 대한민국 경제의근간이라고 생각했으며, 그것이 일자리를 창출하고 관련 산업들의 발전을 부추길 거라고 믿었다. - P441

하지만 구형 자동차가 미국과 일본, 유럽에서 생산된 신형 자동차보다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고 환경을 더 많이 오염시킨다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Gallagher, 2006 참조). - P442

중국의 도로는 이미 세계에서 가장 혼잡하고 위험하기로 정평이 나있다. 해마다 교통사고로 25만 명이 죽는다. 이는 미국의 6배에 해당하는데 미국은 중국보다 자동차가 18배나 많다(Leslie, 2007). - P442

중국의 (중략)
환경오염도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오염이 심한 나라 20개국 가운데 16위가 중국이다. 중국 정부가 추정한 바에 따르면 해마다 40만 명의 국민이 호흡기질환으로 죽는다고 한다. 대기오염이 증가한 탓도 일부 있다. - P442

중국은 이미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양의 철광석, 강철, 구리, 주석, 아연, 알루미늄, 니켈을 수입하는 나라다. 또한 석탄과 냉장고, 곡물, 휴대전화, 화학비료, 텔레비전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하기도 한다(Leslie, 2007). - P442

인도는 중국과 합하면 전 세계 인구 가운데 3분의 1을 차지하는데 경제성장의 형태도 중국과 같은 모습을 보인다. 예컨대 자동차는 2009년에 매달 10만 대씩 팔렸다(Choudhury, 2009). - P442

 부의 증가와 인도 중산층의 부상은 혼수품의 규모와 종류를 크게 확대했다. 특히 귀금속에 대한 수요가 많아졌다. 전 세계의 귀금속 수요가 치솟는 가운데 인도와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80퍼센트에이른다. 2008년 인도에서만 전 세계 귀금속의 47퍼센트가 팔렸다(Perlezand Johnson, 2009, 60쪽). - P443

금반지 하나를 만들기 위해 30톤의 암석을 파내고 희석된 청산염을 뿌린 흙을운반해야 한다. 날마다 50만 톤의 흙을 파내고 운반하는 광산들도 있다.
금을 채취하고 난 뒤 남는 청산염은 주변의 토양과 물로 스며들어 핵폐기물과 비슷하게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폐기물을 만들어낸다(Perlez andJohnson, 2009, 58쪽). - P443

지속가능성 문제와 국가

환경문제는 소비자들이 "이제 그만하면 충분해"라고 말하고 더는 소비를많이 하지 않으면 쉽게 완화될 수 있다. 실제로 그동안 전 세계에서 소비를 줄이자고 사람들을 설득하는 사회운동이 많이 전개되었다. - P443

1990년대 중반 지구의 벗이라는 환경단체의 네덜란드 지부는 네덜란드 사람들이 2010년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전 지구적 차원에서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 얼마나 소비를 줄여야 하는지를 정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그 결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3분의 2로 줄이기 위해서는한 사람이 평균 하루에 탄소 기반의 연료를 1리터까지만 쓸 수 있도록 제한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 P444

조지 비오(2009)는 우리가 단순히 구매 습관을 바꾼다고 해서 환경파괴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헛된 기대라고 주장한다. 그는 동네 슈퍼마켓에 재활용품을 갖다 주고 받은 많은 상품권으로 비행기를타고 카리브 해안으로 휴가여행을 다녀왔던 한 영국인 부부의 사례를들어 설명한다. 그 항공여행은 그들이 재활용으로 줄일 수 있었던 것보다 수천 배가 넘는 온실가스를 배출했기 때문이다. - P444

1962년 미국에서 디디티DDT가 환경에 끼친 파괴적인 영향을 기록한 레이철 카슨의 『침묵의 봄』이 출간된 뒤유권자들은 정부가 깨끗한 대기와 물을 보장하고 그 밖의 여러 환경자원을 보존하는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했다. 더 깨끗한 환경을 바라는 국민의 이런 요구는 1970년 대기청정법과 1972년 연방수질오염관리법 제정으로 이어졌다. - P445

따라서 전 세계의 민주 정부들은 딜레마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그들정부는 환경보호를 주장하는 시민의 요구와 반면에 기업의 이익과 경제성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으려는 기업가들의 압력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Kroll and Robbins, 2009 참조) - P445

지속가능한성장이라는 개념은 1987년 노르웨이 수상 그로 할렘 브룬틀란이 이끈한 위원회가 발표한 보고서로 명성을 얻었다(The World Commission onEnvironment and Development, 1987). - P445

이런 의미에서 그들은 지속가능성은 정부의 개입으료 겅장을 지속한다거나 환경을 오염시킬 수 있는 권리를 시장에서 사고판다거 나 조직화된 정치적 행동을 막을 정도까지만 오염 수준을 낮추는 것과같은 여러 가지 뜻을 내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조직화되지 않은 시민들의 행동은 ‘혼돈의 무정부주의‘라고 간단히 무시하면 끝이다(Hartwickand Peet, 2003, 209쪽). - P446

예컨대 돌고래 떼가 참치의 남획으로 위험에 처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을 때 미국정부는 돌고래를 보호하기 위한 법률을공포하고 이런 법률을 따르지 않는 나라들에서는 참치 수입을 금지하는조치를 취했다. 멕시코는 이 법률이 WTO의 규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미국이 그것을 폐지하거나 미국 수출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해달라고WTO에 제소했다.  - P446

WTO는 돌고래를 보호하는 법률이 교역을 가로막는 불필요한 장벽이라고 선고했으며, 따라서 미국은 돌고래 보호를 위한 법률을 폐지해야만 했다. WTO의 관련 조항(20조)은 협정문에 "인간과 동물, 식물의 생명이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 하거나 "고갈될 수 있는천연자원의 보존과 관련된 ・・・・) 조치들을 당사국들이 채택하거나 집행하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조항은 아무것도 없음을 보장한다. - P446

따라서 각국 정부는 환경보호문제가 경제성장과 충돌하는 경우 그 재판권을 WTO의 분쟁위원회에 위임함으로써 시민들의 환경보호 요구를들어주지 못하는 데 따르는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 - P446

대니얼 C. 에스티와 마리아 H. 이바노바 (2003)가 제안했던 세계환경기구GEM의 설립 노력이 난항을 겪었다는 것이 그 대답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각국 정부들이 WTO를 지지했던 것만큼 강력하게 GEM의발전을 지지하지 않은 것은 전 세계 정부가 무엇을 우선시하고 있는지를잘 보여준다. - P447

 1970년대 초 샤론 베더(2002)가 세계를 대상으로 한 정보조작 환경주의에 대한 기업의 습격 Global Spin: The Corporate Assault on Environmentalism에서 상세하게 보여준 것처럼 기업들은 자신들이 환경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대중에게 설득하기 위한 홍보에 엄청난 돈을 쓴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정부 규제를 최소화하고 환경파괴와 그에 따른 인류 보건의 악화와 관련된 과학적 발견에 대응하는 데도 수백만 달러를 쓰기시작했다. - P447

하지만 나오미 오레스케스(2004)는 여러 과학저널에서 심사중인 기후변화와 관련된 928편의 논문을 연구한 결과, 지구온난화가 진행 중이며 그것이 인간의 활동 탓이라는 일반적 합의에 반대하는 논문은 하나도 없다는 중요한 사실을 발견했다. 또한 주요 언론매체(예컨대 『뉴욕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월스트리트 저널』,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서 나온 3,500개가 넘는 지구온난화 관련 기사들에 대한 또 다른 연구 (Boykoff and Boykoff,
2004)에 따르면 ‘균형 잡힌 보도‘를 위해 그 기사들 가운데 53퍼센트가 지구온난화가 인간의 활동 때문이라는 견해와 자연의 변화 때문이라는 견해를 얼추 비슷하게 다루었다. - P447

포스터는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렸다(1993, 19쪽).

근본적인 변화가 요구되는데도 시스템 안에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위기는 잠재되어 시간이 흐를수록 심화되기 마련이다. 이런 현상은오늘날 생태계에서 특히 명백하게 나타난다. 지구의 환경위기는 본질적으로 지구 전체의 운명과 대단히 복잡하게 얽힌 사회적 · 생태적 문제들이 오늘날 유력한 생산 형태로까지 이어지는 모든 것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만일 생산, 분배, 기술, 성장의 근본 문제들이 지구적 차원에서 다루어지지 않는다면 세계의 환경위기가 점점 더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없다. 그런 문제들이 쌓이면 쌓일수록 자본주의는 생태적으로든 경제적으로든 정치적으로든 도덕적으로든 지속 불가능하며 폐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더욱 명백해진다.


•존 벨라미 포스터 - P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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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좋은 일요일이라, 오랜만에 역까지 산책해보기로 했다. 보통은 버스를 이용할 때가 많으나 걸어도 30분 남짓한 거리다.
역 앞으로 나가 제일 먼저 책방에 들어갔다. 여기서 미스터리 문고판을 산 다음 파친코에 들렀다가 돌아오는 게 이때의 내 계획이었다. - P45

과열 경쟁에 살아남지 못한 사례일 수도 있겠으나 그 분야 자체의 인기가떨어진 점도 원인이리라.
그 예가 과학 잡지다.
한때는 여러 회사에서 냈었는데 요즘은 줄어들었다. 여기서도 이과계 외면 경향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리라. 애독하던잡지가 휴간해 나처럼 쓸쓸한 심정을 품은 사람도 있겠으나아무래도 소수인 듯하다. - P46

나는 활자 애호가이기는 하나 그렇다고 양장본을 사는 일은 없다.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는 가격이 비싸다. 조금 기다리면 싸게 문고판이 나오는데 굳이 비싼 돈을 내는 사람의 심리를 모르겠다. - P46

그런 이유로 나는 이날도, 한눈팔지 않고 문고판 책장을향해 가고 있었다.
그런데-.
쌓아 올려진 신간 앞을 지날 때 불가사의한 감각이 나를덮쳤다. 음산한 표현을 쓰자면 유령이 뺨을 쓰다듬은 듯한감각이었다. 다만 차갑지 않았다. 따뜻한 감촉이었다. 나도모르게 그쪽을 봤다. - P47

「이과계 살인사건」에서

살인 현장인 연구실에 놓여 있는, 칠판 크기의 공동 작업용 컴퓨터 디스플레이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 P48

"이건 노환 같은데요. 상당히 고령이었던데다 외상도 없고, 독극물이 들어간 흔적도 없습니다."
하지만 노구치 박사는 고개를 저었다.
"이 연구소 연구원들의 건강 상태에 대해서는 완벽하게 점검이 이루어지고 있소. 이치이시 박사는 분명 고령이나 아직시한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었소."
"그러나 노화는 자기도 모르게 찾아오는 법이죠." - P49

"그런 이유로 이치이시 박사가 노환으로 죽을 만큼 노화했는지 아닌지는 우리가 더 잘 파악하고 있단 거요. 그리고 그런 사실은 없다고 단언할 수 있소. 그러니까 타살이오. 알겠나?" - P51

"몇 번이나 똑같은 소리를 해야 한단 말이오! 이치이시 박사의 혈관은 그렇게 노화되지 않았다고 하지 않았나?"
"그럼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뇌혈전을 일으켰단 말입니까?"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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