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좋은 일요일이라, 오랜만에 역까지 산책해보기로 했다. 보통은 버스를 이용할 때가 많으나 걸어도 30분 남짓한 거리다. 역 앞으로 나가 제일 먼저 책방에 들어갔다. 여기서 미스터리 문고판을 산 다음 파친코에 들렀다가 돌아오는 게 이때의 내 계획이었다. - P45
과열 경쟁에 살아남지 못한 사례일 수도 있겠으나 그 분야 자체의 인기가떨어진 점도 원인이리라. 그 예가 과학 잡지다. 한때는 여러 회사에서 냈었는데 요즘은 줄어들었다. 여기서도 이과계 외면 경향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리라. 애독하던잡지가 휴간해 나처럼 쓸쓸한 심정을 품은 사람도 있겠으나아무래도 소수인 듯하다. - P46
나는 활자 애호가이기는 하나 그렇다고 양장본을 사는 일은 없다.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는 가격이 비싸다. 조금 기다리면 싸게 문고판이 나오는데 굳이 비싼 돈을 내는 사람의 심리를 모르겠다. - P46
그런 이유로 나는 이날도, 한눈팔지 않고 문고판 책장을향해 가고 있었다. 그런데-. 쌓아 올려진 신간 앞을 지날 때 불가사의한 감각이 나를덮쳤다. 음산한 표현을 쓰자면 유령이 뺨을 쓰다듬은 듯한감각이었다. 다만 차갑지 않았다. 따뜻한 감촉이었다. 나도모르게 그쪽을 봤다. - P47
「이과계 살인사건」에서
살인 현장인 연구실에 놓여 있는, 칠판 크기의 공동 작업용 컴퓨터 디스플레이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 P48
"이건 노환 같은데요. 상당히 고령이었던데다 외상도 없고, 독극물이 들어간 흔적도 없습니다." 하지만 노구치 박사는 고개를 저었다. "이 연구소 연구원들의 건강 상태에 대해서는 완벽하게 점검이 이루어지고 있소. 이치이시 박사는 분명 고령이나 아직시한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었소." "그러나 노화는 자기도 모르게 찾아오는 법이죠." - P49
"그런 이유로 이치이시 박사가 노환으로 죽을 만큼 노화했는지 아닌지는 우리가 더 잘 파악하고 있단 거요. 그리고 그런 사실은 없다고 단언할 수 있소. 그러니까 타살이오. 알겠나?" - P51
"몇 번이나 똑같은 소리를 해야 한단 말이오! 이치이시 박사의 혈관은 그렇게 노화되지 않았다고 하지 않았나?" "그럼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뇌혈전을 일으켰단 말입니까?"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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