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색문제는 위상보다는 그래프 이론이라고 말을 하는 것이 좋았을 건데, 물론 그 둘이 호혜적이긴 하다만.




비아르케 잉겔스 그룹(BIG: Bjarke Ingels Group)은 위상학을 직접적으로 설계 방법론으로 사용하는 건축 그룹이다. 이들이 설계한 8 집합 주거(8 house, 2009)는 8자모양의 경사 동선을 갖는 집합주거인데, 이동선은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건물전체를 하나의 연속적인 루프로 연결하고 있다. - P169

해양 박물관(Maritime museum, 2013) 역시 경사로를 통해서 무한 루프를 실현하려고하는데, 경사판 두 개가 겹쳐지는 지점은 렘 콜하스의 쿤스트할을 의식하고 있는것이 느껴진다. TEK 건물(2009)에서는 ‘클라인의 병‘의 연결 구조를 건물에 직접적으로 적용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 P169

스톡홀롬 도심 슬러센(Slussen) 재정비 계획(2008)에서는 인터체인지들에 의해서 보행자 동선이 끊어지고 공공 공간이 없는 대지에, 기울어진 바닥판으로 끊어진 도시적 동선과 상황을 연결하면서 연결적 다이어그램으로 도시 프로젝트를 재조직한다. 콜하스가 위상학을 암시적인 방법으로 설명한 반면, BIG는 직접적으로 위상학적 다이어그램을 설계 전면에 내세운다. - P169

 하지만 연결적 다이어그램과 위상학적 사고를 사용하면, 도시 교통의 하부구조는 새로운 구조의 건축을 만드는 좋은 기회가 된다. 지상에는 건물의 형태를 설계하고, 지하에는 건물의 형태와 독립적인 교통 하부구조를 숨겨진 상태로 위치시키는 롭과 레온 클리에 (Rob& Leon Krier)의 전통적 도시 계획안들과는 대조적으로, 도시 인프라들의 연결적다이어그램으로부터 계획된 프로젝트에서는 교통 네트워크의 구조들과 관계들이 건물 그 자체가 된다. - P171

전통적인 관점에서 다뤄지기 어렵고, 건축가의 영역 바깥으로 여겨지던 네트워크와 복잡한 관계의 현대 도시의 상황들이 위상적인 사고 속에서는 특이하고 흥미롭고 영감을 주고, 도시를 구조적으로 볼 수 있게 해주는 자극제가 된다. 이런 복잡한 도시 상황을 기회로 받아들여서 만들어진, 도시 하부구조와 건축, 네트워크와 건축이 더 이상 떨어질 수 없는 상황의 건축을 인프라건축(infrarchitecture),
네트워크-건축(network-architecture)라고 부를 수 있다. - P171

링크, 네트워크 이론

이런 네트워크에 대한 생각은 현대에 와서 더욱 밀도 있게 연구되고 있다. 바라바시(Albert-Laszlo Barabasi)는 네트워크의 연결 상태의 다이어그램이 일상적 인간 관계, 인터넷의 문제, 경제 문제, 생물학의 문제에까지 어떻게 침투되어 있는지를 잘설명하고 있다.¹¹


11) 라즐로 바라바시, 『링크(Link)』, 2002 - P172

그의 연구는 연결적 다이어그램이 어떻게 양자역학의 이론이나 복잡계 이론과 접목될 수 있는 가능성을표현한다. 연결적 다이어그램이 연결상태가 복잡해지면서 단순한 기계적인 그래프가 아니라 생명체의 논리에 근접하고 있음을 설명한다.¹²

12) 네트워크 이론과 생명체의 논리에 대해서는 4권에서 다룬다. - P172

1980년대 초에 영국의 빌 힐리어 (Bill Hillier)와 줄리안 핸슨(Julienne Hanson)은네트워크 분석으로 공간의 통합성과 연결성의 그래프를 표현할 수 있는 ‘공간 통사론(Space Syntax)‘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공간 통사론(space syntax)‘은 연결 상태와 접근 상태, 통행량을 예측해 시각화해준다. - P172

위상학의 유명한 문제인 4색 칠하기 문제처럼 집합론적 다이어그램은 이질적 영역들 간의 위상학적 관계에 관여한다. 건축에서 각각의 영역은 다른 프로그램, 외부성, 속도, 밀도, 투명성의 정도에 의해서 규정된다. 영역들 간의 질적인 차이가 보다명확할 때, 불리언 연산은 보다 명확하게 새로운 관계를 표현할 수 있다. - P173

집합적 다이어그램은 건축의 매우 다양한 영역까지 관련된다. 공적/사적 영역문제,보이드/솔리드의 문제, 자연/인공의 문제, 외부/내부의 문제 등의 건축과 도시의 핵심적인 주제들이 모두 집합적 다이어그램의 문제로 설명된다. - P173

집합론적 다이어그램은 여러 프로그램들이 어떻게 섞일 수 있는가, 어떤 관계로 엮일 수 있는가에 관여하므로 도시에서의 조닝(zoning)의 문제와 직결된다. CIAM의아테네 현장의 4개의 기능 구분 (주거, 노동, 순환, 여가)에 의한 도시가 어떤 한계를 지니며, 어떻게 현대의 복합적인 도시가 어떻게 새롭게 배치될 수 있을지에 대한 문제 역시 집합적인 다이어그램으로 사유된다. - P174

하나의 도시를 여러 다른 관점의 집합적 다이어그램으로 그려낼 수 있다. 구조적다이어그램으로 명확하게 드러나지 못했던 공적/사적 영역, 보이드/솔리드, 자연/인공, 외부/내부, 프로그램의 배치 등의 문제뿐만 아니라 둘러쌈과 분위기의 문제까지도 집합적 다이어그램을 통해서 명확하게 밝혀지고 사유할 수 있다. - P175

루이스 칸은 ‘연결의 건축의 사고를 통해서 볼륨 간, 영역간의 관계를 연구하였다. 그의 교회 프로그램의 다이어그램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이 연구는 기하학적 구성(composition géométrique)에 대한 것이라기보다는, 볼륨 간의 관계에 대한 위상학적 연산(opération topologique)으로 여겨진다. 그의 건물은 고전적이고 기하학적인 외관과는 달리 위상학적인 구상방식에 의해 조직된다. - P176

MVRDV가 설계한 유트레히트의 더블 하우스(double house,1997)은 이런 집합론적 다이어그램을 통해서 이루어진 예이다. 두 가정은 모두 공통적으로 도로, 정원,
지붕, 공원으로의 접근을 요구하였으며, 한 가정은 거실 앞의 어린이 놀이방과 넓은 정원을 원했고, 다른 가정은 상층부의 작업실과 침실을 원했다. 두 개의 가정의서로 다른 요구가 절충, 타협하면서 인접성, 접근성에 대한 조건이 바뀌고, 집합론적 다이어그램이 변형되어 주택의 최종적인 다이어그램에 도달한다.¹³


13) MVRDV, 『FARMAX』, p.583 - P177

‘SANAA‘의 건축은 프로그램으로 그려지는 다이어그램이 거의 그대로 건물로 구현되는 특이한 경우이다. SANAA (카즈오 세지마와 류에 니시자와)의 카네자와(Kanazawa) 미술관은 전시/이동, 외부/내부의 영역이 어떤 새로운 배치를 가질 것인지에 대한 생각으로부터 출발하여 새로운집합적 관계를 만들어 내고, 동시에 동선의 연결 관계가 새로운 연결적 다이어그램을 그린다.  - P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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