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미래


미래사회는 근대사회에 들어 발달하기 시작한 과학과 기술변화에 따라 변화할 것이다. 특히 19세기 후반 이후 과학과 기술이 급속히 발달하여 사회변동 시기는 3·4·5차 산업혁명처럼 점차 짧아지고 있다. - P267

20세기 초반의 컨베이어 벨트와 대중매체는 대중사회를 가져왔고, 20세기 후반의 반도체와 인터넷 기술은 정보사회를 초래하였다. 그리고 AI를 바탕으로 한 4차 산업혁명은 새로운 노동시장 구조와 문화생활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 P267

20세기의 컨베이어 벨트를 기초로한 2차 산업혁명은 포디즘으로 명명되는데, 포드자동차는 조립공장에 컨베이어 벨트를 도입하여 공정 간에 이동을 자동화하여 생산량을 급속히 늘렸다. - P268

이러한 형태는 포스트 포디즘으로 불리며 포디즘 시기와 구별되는 노동시장 구조와 노동특성을 초래하였다. 즉 자동화의효과로 인한 생산성 증대로 제조업 인구는 정체 또는 감소하였고 단순노동은 로봇이 대체하였으나, 서비스산업에는 많은 인구가 집중되었다. - P268

 4차 산업혁명은높은 사회경제적 지위에 있는 전문직의 일들을 AI가 대체할 것이라고 미래학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판검사, 변호사, 의사와 약사, 회계사, 교수 등 지식관련 직업들을 AI가 대신한다고 한다. - P268

둘째, 20세기는 소비산업이 발달하였다는 점에서 19세기까지와는 구별된다. 20세기는 대중사회라고 불리는데, 이는 대도가 발달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 P269

 20세기에 방송국들이 생기면서사람들은 음악, 드라마, 스포츠 등을 즐기면서 산다. 그리고 도시의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고, 광고에서 선전된 상품들을 시장에서 산다. 그리고 도시의 술집이나 카페에서 사람들을 만나면서 생활한다. - P269

20세기 후반 자본에 의한 소비수단의 발달로 소비사회는 한층 발달하였다. 대중매체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첨단매체들로 바뀌었고, 대중문화는 개성을 존중한 특정집단들의 문화들로 바뀌게 되었다. - P269

사회학자조지 리처(George Ritzer)는 이러한 현상을 맥도날드의 변천과정인 맥도날드화 현상으로 설명한다.  - P269

셋째, 과학 및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사회관계의 변화를 들수 있다. 사회관계의 변화는 노동시장 구조의 변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 P270

 산업혁명에 의한 산업사회로의 변화는 19세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사관계의 대립으로 나타났고, 이는 노동 관련 정당과 사회주의에 대한 논쟁 형태로 발달하였다. 20세기에 들어 가장 큰 변화는 노동삼권의 제도화, 노동 관련 정당의집권, 공산 국가의 출현 등을 들 수 있다. - P270

산업 선진국의 경우 제조업 중심의 노사관계 대립과 이데올로기적 갈등은 20세기 후반 제조업이 정체하고 정보산업과 소비산업이 확장되면서 크게 바뀌었다 - P270

그러나 공산체제의 몰락으로 자본주의체제는 공고해졌으며 이는 민주주의와 모순되는 제도로 사회관계에서 큰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심해지고 있으며, 작업과정에서는 권위주의와 억압적 인간관계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 P271

 68혁명은 전쟁, 성차별, 인종차별, 권위주의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저항운동으로 신사회 운동이라 칭하기도 한다. 이 운동은 20세기 초반에 일어난 양차 세계대전, 유대인 대량학살, 핵전쟁, 냉전 등 과학과 기술의 발달 시기에 일어난 인간의 비극에 대한 반성이며, 지식과 이성에 대한 회의이기도 하다. - P271

 인간이 사는 사회는 과학과 기술의 발달에 따라 자연재해의 영향보다 사회에 의해 발생하는 재해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 사회가 될것이다. 사회는 복잡한 요인들의 영향으로 이루어지는데 자본의 영향이 매우 크다. - P272

 그리고 자동화에 의한 노동력의 대체로 비정규직의 노동력은 계속 증대하고 실업 현상도 증대할 것이다. 자본 만능의 자유주의에 의존한다면 사회는 빈익빈 부익부의 양극화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는 대립하고 있다. - P272

 인간의 불평등은 인간이 정착 생활을 하면서 주인이 없는 땅을 사유화하면서 시작되었다. 인간이 자연을 개척하고 농사를 짓고 사유하는 것은 정당한 행위이다.
이러한 결과물은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자기 소유, 세금, 약탈 등의 형태로 배분되었다.  - P273

이러한 기대와는 반대로 1970년대 이후 사회현상은 부정적이다. 신자유주의로 인해 자본의 힘은 강화되고 노동의 힘은약해지고 있다. 금융자유화, 조세율 감소, 국제기구의 영향력 미약, 노동조합의 쇠퇴, 비정규직의 증대로 민주주의는 글로벌 자본주의에서 후퇴하고 있다.¹



1)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로버트 커트너 저, 박형신 역의 『민주주의는 글로벌 자본주늬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가』, 한울, 2020 참조 - P273

 인간은 생명체로 생존하기 위해 극단적인 상황에서ㅠ살기도 하지만 인간은 인권을 가진 존엄한 존재여야 한다. 인간의 하루는 일하고 놀고 자는 시간으로 구성된다. 인간은 생존을 위해 일을 준비하거나 일을 해야 한다. 그래서 노동은 매우 중요하다. - P274

이윤이나 권력보다 노동하는 인간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것이 경제민주주의이고 산업민주주의이다. 노동과정에서 인간의 기본권이 정착되어야 하고, 노동조직에서 민주주의가 정착되어야 한다. - P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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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열차는 일찌감치 플랫폼으로 들어섰다. 그 무렵 당신은 물론 침대차는 타지 않았다. 커다란 보따리를 몇 개씩 든 육중한 몸집의 여자들과 함께 딱딱한 의자에 앉아 흔들리며 밤새 달려갈 작정이었다. - P48

열차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 후로도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복도에서 이어졌다. 얼마쯤 지나자 인상이 험악한 남자 하나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당신을 보고 예의상 겉웃음을 지었지만 웃는 모습이 오히려 더 안 좋았다. - P48

. 당신은 방해되지 않게 꼬고 있던 다리를 슬며시 풀었다. 남자는 또다시 히죽 웃었고, 당신의 손목시계, 청바지, 신발을 한차례 훑어보더니 난데없이 달러가 있느냐고물었다. 러시아어는 아니었지만 슬라브어인 것은 틀림없었고, 당신은 모른 척하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없다고 거짓말을 했다. - P49

 남자는 자기 혼자 덥석 베어 물었다. 소리가 전혀 안 나게 품위 있게 먹었다. 다 먹고 난 후, 창을 열고 뼈를 집어던졌다. 그리고 비닐봉지에서 작은 보드카 병을 꺼내더니 또다시 당신에게 권했다.
당신은 거절하고 계속 책을 읽는 척했다. - P49

그때 승무원이 제복 차림의 남자들을 데리고 나타났다. 당신은 기차표와 여권을 건네주었다. 제복을 입은 남자들은 당신의 여권을 돌려읽더니 어린애처럼 웃으며 뭐라고 농담을 주고받았다. 맞은편 남자는 기차표만 건넸다.  - P49

남자는 한숨을 내쉬고, 자기는 여권이 없다고 당신에게 말했다. 당신은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남자는 문지도 않았는데, 자기는 이런 짓을 해서 여권이 없다며 칼로 사람을 찌르는 몸짓을 했다. - P50

당신은 책에 열중하는 척하며 생각했다. 설령이 남자가 끔찍한 악인이라도 내게는 아무런 나쁜 짓을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뿐인가, 좋은 행동만 할지도 모른다.  - P50

꿈속에서 텅 빈 투명한 병들이 선로 위에 수없이 늘어서 있었다. 열차가 지나간 흔적이 병이 된 걸까, 아니면 이제 열차가 와서 그 병들을 산산이 깨뜨리는 걸까. - P50

이제 십 분 후면 베오그라드에 도착하니 거기에서 커피를 사고 싶다고 했다. 당신은 실은 일초라도 빨리 밤의 냄새에서 도망치고 싶었지만, 끝내 거절하지 못하고 말았다. - P51

 주위에도 보드카를 마시는 남자들이 보였다. 얼마쯤 지나자 목도리에 턱을 파묻은 야윈 남자가 다가와 당신의 동행에게 말을 건넸다. 당신의 동행이 손목시계 세 개를 주머니에서 꺼내 보이자, 지폐를 몇 장인가 건네고 사들이더니 아무 말없이 사라졌다. 커피는 쓰기만 할 뿐 향이 없었다. - P51

당신은 친구와 유스호스텔에서 만나기로 했다고거짓말을 했다. 남자는 시선을 피했다. 그때 당신은 남자의 왼쪽 눈 옆에 있던 상처 딱지가 거의 다 벗겨져서 대롱거리는 것을 알아챘다. - P51

남자가 허둥지둥 당신의 팔을 붙들더니 기다리라고, 이제 레스토랑에 가자고했다. 당신이 이제 갈 시간이라고 말하자, 순식간에 위협적인 표정으로 변하더니 레스토랑에 꼭 가야 한다고 말했다. 집게손가락이 이상한 갈고리 형태로 변해 있었다.  - P52

남자가 기다리라고 말했다.
이젠 가야 한다고 당신은 더 큰 목소리로 말했다. 사람들이 여러 명 모여들었다. 남자는 갑자기 정치가 같은 표정을 지어 보이더니, 잘 가, 고마워, 라고 말했다. 주위 사람들은 당신과 남자의 얼굴을 흥미진진하게 관찰했다. 당신은 역 출구를 향해 걸음을 내디뎠다.  - P52

다섯번째 바퀴
베이징으로

당나귀 한 마리에실을 정도의 짐을 어깨에 짊어지고 걸어가는 여자가 있다. 아이의 손을 이끌고 조급한 발걸음으로 걸어가는 남자가 있다. 일행인 두 남자.
허리가 굽은 노인, 영화배우처럼 이마가 반짝이는 젊은이, 길가에 지장처럼 늘어선 것은 구두닦이 소년들이다. - P53

당신은 운동화와 배낭에 붙은 상표를 감춰주는 땅거미가 고마웠다.
절대 고가품은 아니지만, 아직 1980년대인지라 자본주의국가 회사의 제품을 몸에 걸친 것만으로도 외국인임이 드러나고 만다. - P53

 자기가 탈 열차를 찾고 있는 사람은 아무래도 당신뿐이 아닌 듯하다. 두리번거리며 갈팡질팡하는 사람들이 더 있다. 눈앞에 열차가 멈춰 서 있지만, 타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알 수가 없다. - P54

당신은 주머니에서 투명할 정도로 얇은 차표를 꺼내본다. 열차번호가 흐릿한 잉크로인쇄되어 있다. 이게 정말 차표일까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혹이 스쳐지나갔다. 만약 아니라면, 속았으니 다시 돈을 내고 새 차표를 살 수밖에 없다. 속는 게 가장 좋은 공부라고 누군가 말했었다. - P54

이렇게 어두운 역은 처음이었다. 표찰처럼 보이는 부분으로 다가가보니, 단순한 얼룩이었다.
차체 아랫부분에 암호 같은 숫자가 적혀 있지만, 이건 기술자에게나 볼일이 있는 기호일 테지. - P54

역무원 제복 같은 옷을 입은 여성이 눈에 띄어 기차를 가리키며 "베이징?" 하고 물어보았다. 여자는 자기 아이를 대하듯 허물없이
‘어머, 뭐라는거야, 발음을 통 못알아듣겠네. 지금 바쁘니까 방해지 마‘라고 말하듯 당신을 떨쳐버렸다.  - P54

어쩔 줄 몰라하고 있는데, 뒤에서 누가 등을 만졌다. 뼈와 뼈 사이의묘한 틈새로 손가락을 집어넣듯이. 흠칫몸서리를 치며 돌아보니, 어제 만난 눈썹이 아름다운 학생이 서 있었다.
어제 시안 중심가에서 그 학생이 말을 건넸다. 7개 국어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야간열차 차표를 사려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자기가 사다줄 테니 당신은 관광이라도 하는 게 좋을 거라고 하기에, 큰돈을 건네고는 저녁에 호텔 로비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헤어졌다. - P55

경찰에 얘기해봐야 비웃음만 사겠지. 우리 나라에서도 낯선 이에게 돈을 건네고 뭘 사다달라는 부탁은 하지 않는다. 왜 그런 짓을 저지르고 말았을까. 일주일간 먹고살 수 있는 금액이었다. - P55

어학 실력이 좋은 것은 분명하지만, 어학이 그렇게 뛰어난 게 오히려 더 수상쩍지 않은가. 착실하게 생활하려는 사람이 7개 국어나 공부할까. - P55

섬세한 손가락, 나긋나긋한 목, 부드러운 목소리, 살짝 수줍어하는 듯한 미소, 나쁜 짓은 못할 것 같은 얼굴이긴했다. 하지만 양의 스웨터를 빌려 입은 호랑이도 있기 마련이다. 말을 번지르르하게 잘하는 인간 중에 도덕적으로 뛰어난 인간은 없다고 옛중국의 현자가 말하지 않았던가. - P56

당신은 끝내 저녁에 배탈이 나고 말았다.
안절부절못하며 일찌감치 로비로 내려가 기다리고 있자니, 학생이 약속시간에 맞춰 나타났다. 낮에 봤을 때와 똑같이 해맑은 눈썹으로 야간열차 차표와 거스름돈을 당신에게 건넸다. 거스름돈은 예상보다 많았다. - P56

학생은 당신이 어느 열차를 타야 할지 모르면 곤란하겠다는 생각에 일부러 와준 게 틀림없다. 학생이 검은 열차를 손으로 가리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은 열차에 올라탔다. 창밖에서 학생이 손을 흔들었다. - P56

지불한 요금으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호화로운 침대차였다.
계급 없는 사회의 일등칸이었다. 당신은 새하얀 시트가 덮인 눈빛 침실로 혼자 들어가, 아래쪽 침대에 누워 문고본을 읽기 시작했다. - P56

손목시계를 보니 새벽 두시가지나 있었다. 입구에 체격 좋은 남자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피부에 지방층이 있는 듯 보이는 건 조명 때문일까. 인사를 주고받았다.  - P57

 남자가 베이징에서는 어느 호텔에 묵을 예정이냐고 거만한 말투로 물어서 모르겠다고 무뚝뚝하게 대답해두었다. 당신은 누워 있다보니 출구를 가로막고 선 상대에게 위압감을 느꼈지만, 그렇다고 일어나서 얘기할 마음도 들지 않았다. 상대는 불만스러운 듯이 콧소리를 울리며 맥주를 마시겠느냐고 물었지만, 당신은 몸이 안 좋아서 마실 수 없다고 대답했다. - P57

얼마쯤 지나자 화사한 두 여성의 목소리가 뒤엉키며 가까이 다가왔다. 옅은 분홍빛 요염함이 감도는 아가씨가 문을 열고 당신에게 미소를 건넸다. 그 등뒤로 엇비슷한 여자 한 사람이 또 나타났다. - P58

그런데 이 두 사람은 이렇게 화려한 옷차림에 화장도 했다. 대체 그녀들은 뭘 하는 사람일까. 당신은 그녀들을 정의할 수 없어, 복숭아 농원에서 야간열차로 잘못 올라탄 요정이라 여기기로 했다. - P58

문가에 선 채로, 위쪽 침대에 누워 있는 복숭아요정들과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남자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듯말할 때마다 두 사람은 깔깔거리며 웃었다. 웃음소리 사이사이에 말도 섞여 있었다. - P58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남자는 문을 닫고 모습을 감췄다. 아무래도 남자는 다른 객실의 침대를예약한 듯했다. 당신은 마음이 놓였다. 머지않아 승무원이 와서 차표를 검사하고, 불을 끄고 나갔다.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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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하기 싫다.





한나 아렌트는 『활동적 삶Vita activa』이라는 책에서 사색적 삶을 우위에 놓는 전통적 입장에 맞서 활동적 삶의 가치를 복구하고 그 내적 다양성을 새롭게 표현하려고 시도한다. 그녀의 견해에 따르면 활동적 삶은 전통적으로 단순히 조급함, nec-otium, a-scholia * 로 부당하게 폄하되어왔다.¹⁹

* (옮긴이) 여유 없음을 의미하는 라틴어와 그리스어 표현 - P37

 죽음의 가능성은 행위를 제약하고 자유를 유한한 것으로 만든다. 반면 한나 아렌트에게 행동의 가능성은 탄생을 지향한다. 이는 행동의 영웅성을 더욱 강조하는 효과를 낳는다. - P38

아렌트에 따르면 근대사회는 인간을 노동하는 동물로 격하시키는 노동사회로서 행동의 모든 가능성을 파괴해버린다. - P38

이제는 사유도 계산이라는 뇌의 기능으로 전락한다. 제작과 행동을 아우르는 활동적 삶의 모든 형식은 노동의 수준으로 떨어진다. 그것이 근대를 보는 아렌트의 관점이다.  - P39

그녀는 개인의 삶이 근대에 와서 "인류 전체를 지배하는 삶의흐름 속에 완전히 잠겨버렸으며 아직 남아 있는 능동적인 개인적 결단의 가능성은 오직 더 잘 "기능" 할 수 있도록 "말하자면 자기 자신을 놓아버리는 것, 자신의 개성을 포기하는것"뿐이라고 주장한다.²¹ - P39

근대가 낳은 노동하는 동물에 대한 아렌트의 서술은 오늘날 성과사회에 대한 관찰 결과와 일치하지 않는다. 후기근대의 노동하는 동물은 노동을 통해 인류의 익명적 삶의 과정 속에 용해되어버릴 만큼 자신의 개성이나 자아를 걸코 포기하지 않는다. - P40

그런데 후기근대의 노동하는 동물은 정확히 말해서 전혀 동물적이지 않다. 그는 과도하게 활동적이고 신경과민상태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 P41

유사 이래 삶이 오늘날처럼 덧없었던 적은 없었다. 극단적으로 덧없는 것은 인간 삶만이 아니다. 세계 자체도 그러하다. 그 어디에도 지속과 불변을 약속하는 것은 없다. 이러한 존재의 결핍 앞에서 초조와 불안이 생겨난다. - P41

죽음의 기술로서 죽음에 대한 공포를 덜어주고지속의 감정을 불러일으켜야 할 종교도 이제 그 시효가 다 되었다. 세계는 전반적으로 탈서사화되었으며 Entnarrativisierung* 이로 인해 허무의 감정은 더욱 강화한다.


* (옮긴이) 근대에 이르러 삶의 가치와 의미를 부여해 줄 이야기가 붕괴되었다는 의미 - P41

 이미 니체가 말했듯이 신의 죽음 이후에는 건강이 여신의 자리에 등극한다. 만일 벌거벗은 생명 자체를 넘어서는 의미 지평이 존재한다면, 건강의 가치가 이토록 절대화될 수는 없었을 것이다. - P42

호모 사케르는 본래 어떤 범죄로 인해 사회에서 추방당한 자를 뜻한다. 사람들은 처벌을 두려워하지 않고 얼마든지그를 죽일 수 있다. 호모 사케르는 아감벤에 따르면 절대적으로 죽일 수 있는 생명이다. - P42

후기근대의 성과사회가 우리 모두를 벌거벗은 생명으로 환원시켜버린다면, 사회의 변방이나 예외 상태에 있는 사람들, 그러니까 배제된 사람들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예외 없이 호모 사케르인 셈이다. - P43

과잉활동, 노동과 생산의 히스테리는 바로 극단적으로 허무해진 삶, 벌거벗은 생명에 대한 반응이다. 오늘날 진행 중인 삶의 가속화 역시 이러한 존재의 결핍과 깊은 관련이 있다. - P43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은 모두가 자유롭고 빈둥거릴 수도 있는 그런 사회로 귀결되지 않는다. - P43

이러한 강제사회에서는 모두가 저마다의 노동수용소를 달고 다닌다. 그리고 그 노동수용소의 특징은 한 사람이동시에 포로이자 감독관이며 희생자이자 가해자라는 점에 있다. 그렇게 인간은 자기 자신을 착취한다. - P44

우리는 후기근대에 신경 질환을안고 살아가는 노동하는 동물 역시 일종의 무제만이 아닌가하는 의심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물론 이들은 강제수용소의 무제만과 달리 영양 상태가 좋고 몸에 지방이 과다한 경우도 드물지 않긴 하지만 말이다. - P44

한나 아렌트는 활동적 삶의 마지막 장에서 노동하는 동물의 승리를 다룬다. - P44

 그녀는 체념적 태도로 이제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소수에 국한되어 있다는 사실만을 확인할 뿐이다. 이어서 그녀는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불쑥 사유의 힘에 호소한다. - P45

그리하여 그녀는 다음과 같이 마무리한다.
"사유의 체험에 관해 잘 아는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카토의 경구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겉보기에 아무것도하지 않을 때보다 더 많은 활동을 하는 때는 없으며, 홀로 고독에 빠져 있을 때만큼 덜 외로운 때도 없다." 그런데 이러한 결론은 다소 임시변통으로 보인다. - P45

원래 이 경구는 키케로가 『공화정에 대하여』에서 자기 말의 근거로 삼은 것으로, 아렌트가 인용한 부분에서키케로는 "광장"과 "북적대는 군중" 에서 벗어나 사색적 삶의고독 속으로 돌아갈 것을 독자에게 촉구하고 있다. 그는 카토 - P46

카토가 이야기하는 사색적 삶의 고독도 아렌트가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행동하는 인간의 힘과 무리없이 연결될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까 그녀는 활동적 삶의 마지막부분에 가서 자기 의도와는 달리 사색적 삶에 손을 들어주고있는 셈이다. - P46

 그녀는 바로 사색적 능력의 상실이야말로 무엇보다 활동적 삶의 절대화와 관련이 있으며 근대적 활동사회의 히스테리와 신경증을 낳은 요인 가운데 하나라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 - P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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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일!







『건전한 사회』에서 20세기 사회변동의 주요 특성으로 산업생산의 혁명적 증대, 자본 집중과 기업 및 정부의 거대화, 소유와경영의 분리, 노동자 계급의 정치적 경제적 지위 향상, 일과 사무에 있어 업무처리 방식의 변화를 들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특성에서 인간은 자신을 자기 세계의 중심체나 자기 행위의 창조자로 느끼지 못하고, 자신과 외부를 생산적으로 연결하지 못한 소외된 존재가 된다. - P95

자크 엘륄(Jacques Ellul)에 의하면 현대사회는 측정과 계산과 같은 기술에서 가치선택의 자율성, 기술 종사자들의 기하급수적인 증대로 인한 기술 자체적 전제와 결론, 정치 경제 사회문화 등 사회 전 부분의 기술 적용과 이들의 유기적 연결에 의한 기술사회로 특징지어진다. - P96

이들은 자체적으로 중립적인 특성을 가지나 그것의 이용은 사회적 특성에 따라 달라진다. 전체주의 사회에서 과학과 기술은 지배계급의 목적에 따라 사용되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들은 자본가 계급의 이익을 위해 사용된다. - P96

헤르베르트 마르쿠제(Herbert Marcuse)에 의하면 기술에 의해 지배되는 새로운 통제 형태의 사회는 일차원적 사회이다. 선진 산업사회는 사회를 조직, 관리, 안정화하는 관료적 기구가 발달하였다. - P96

기능적 합리성에 기초한 일차원적 사회는 완전히 통제된 사회이다.
이러한 총체적인 지배의 사회에서 인간들은 일차원적 인간으로변화한다. 일차원적 인간은 기존의 사고와 행동을 좇고 자신의 자유와 개성을 잃게된다. - P97

 사람들은 환경문제나 불평등에 눈감고 사회에서 소외된 일상적 노동과 삶을 당연시하고 수용하면서 소비사회의 즐거울을 추구한다. 노동자들도 개성을 상실하고 무기력하고 무비판적인 존재로 변화된다. 그래서 마르쿠제는 선진산업사회 문제들의 해결을 위해 허구적 욕구를 버리고 해방을 위한 진정한 욕구를 추구할 것을 주장하였다. - P97

위르겐 하버마스(Jurgen Habermas)에게 생활세계의 식민화는 소외의 한 형태이다. 생활세계에서 공적 영역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사회문제를 토론할 수 있는 생활영역이다. - P97

그는 과학적 관심 영역을 실증주의와 경험주의의 기술적 관심 영역, 해석학적 역사적 지식의 실제적 관심 영역,
비판과학에서의 변증법적인 해방적 관심 영역으로 구분한다. 그에 따르면 현대사회는 역사적으로 기술적 과학이 가치중립성과 객관성을 바탕으로 다른 지식의 영역을 지배하여 정당성의 위기를 맞고 있다. - P98

3. 다문화주의의 발달과 소외

소외에 대한 마르크스주의와 다원론적 관점의 논의에서 주요 관심들은 자본주의와 전체주의 사회에서의 사회적 특성, 사회변동에 따른 산업사회의 도시화, 그리고 조직 및 인간관계의 변화들이다. - P98

 68혁명은 인권, 인종과 성의 평등, 공동체주의, 생태주의 등 기존의 권위주의적 문화와 산업사회의 문제에 대한 도전이었다. 그리고 이를 산업사회의 노동운동과 구분하여 신사회운동이라 일컫는다. - P99

다문화 이론은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홀로코스트와 같은 인종 대량학살(제노사이드)의 경험, 그리고 이데올로기 전쟁, 권위주의 정책, 인종차별의 사회적 배경에서 일어났다. 이는 근대성과 과학기술의 발달이 해결하지 못한 권위주의 문화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되었다. - P99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달로 사이버문화의 확대유ㅏ 시공간의 구분이 없어졌다. 그리고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인해 이동과 교류가 증대하였고, 소비사회로의 변화로 인해 지성보다는 감성 문화와 문화상대주의의 사고가 발달하였다. 이러한 20세기 후반의 사회변동으로 다문화주의와 다문화이론은 확대되고 발전되었다. - P99

 다문화주의 국가들은 북아메리카와 오세아니아의 이민 국가와 유럽 국가들의 유형으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이민 국가는 원주민이 사는 지역에 이주민들이 이주하여 지배계층으로 자리 잡고, 다른 이주민들을 수용하여 다양한 문화를 가진 국가이다. - P100

(전략) 그리고 19세기 후반에는 동유럽에서 이주하였고, 20세기에 들어서는 아시아에서 마주하였다. 이리하여 미국은 다민족 국가가 되었고 국가 정체성을 세우고 다민족을 통합하기 위해 용광로 이론(Melting Fot Theory)을 주장하였다. - P100

유럽 국가들은 이민 국가와는 달리 제국주의 시대의 식민제개척과 노동력의 부족으로 식민지의 이민과 제3세계의 이민을 수용하였다. - P100

 사회적 소수자의 일상생활에서의 인권은 중요시되지 않고 있다가 다문화주의가 발달하면서 이들의 인권문제가 중요시되었다. 인종 문제를 보면 미국의 경우 남북전쟁 이후 노예는 해방되었으나 남부 흑인들의 분리 현상은 1950년대까지 제도적으로 계속되었다. - P101

하나는 타문화를 존중하여 서로의 문화적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다. 즉 다민족으로 구성된 국가에서 춤, 노래, 음식 등 다양한 문화 축제를 통해 다문화를 인식하게 하고 결속시키는 것이다. - P101

즉 다민족으로 구성된 국가에서 춤, 노래, 음식 등 다양한 문화 축제를 통해 다문화를 인식하게 하고 결속시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문화에 따른 차별을 줄이는 것이다. 차별은 문화뿐만 아니라 사회구조요인과 연관되어 있다. - P101

다문화 이론은 사회 소수자의 입장을 견지함으로써 사회에무비판적이고 보편적인 사회이론을 거부한다. 이 이론은 상층,
백인, 남성 중심의 지식과 문화에 반대하고, 과학자와 지식인의 이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 P102

이러한 환경에서 다문화 이론은 보편적 이론에 대해 비판하고 권력자의 관점이 아닌 사회적 소수자의 관점에서 사회를 보는 이론을 옹호한다. 그리고 다문화 이론은 사회적 소수자가 처한 역사와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참여하는 방법으로 연구하고, 개방적이고 다양성을 지닌 사회를 지향한다. - P102

다문화 이론은 강자의 관점이 아닌 약자가 처한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세상을 보고, 약자들의 문화를 인정하고 이들의 관점에서 해결책을 추구한다.  -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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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월말, 할 일이 많다.




진실

몽골은 고려에 부마국을 강요한 적이 없다. 오히려 고려 왕실은 싫다는 원나라 황실에 박박 우겨서 자발적으로 사위국이 됐다. 이로써 고려는 정치적 문화적 자주성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 P153

고려가 대몽골제국을 상대로 벌인 대몽항쟁 (1231~1270)의 실체는 이 책에서 논할 주제가 아니다. 다만 단행본 책 한 권 분량은 될만큼 잘못 알려진 일들이 이 대몽항쟁 역사에 관해 쌓여 있다. - P155

 그런데 한국에서는 이 고려와 원나라 결혼동맹에 대해 폄하하는 것이 무슨 지성의 조건처럼 생각되어 왔다. 또 원나라가 고려왕에게 강압적으로 결혼을 강요하였고, 그 결혼동맹이 원나라의 식민지가 되는 지름길로 알고 있다.¹⁰² - P155

사실이 아니다. 고려는 결혼동맹을 강요당한 적이 없다. - P155

1206 년 건국 이후 불과 50년 만에 모스크바를 넘어 폴란드와 헝가리까지 집어삼킨 몽골이었다. 그런데 이 작은 나라 고려는 정복하지 못했다. 1225년 1월, 서경(평양)에 왔던 몽골 신고가 귀국길에 압록강을 건너자마자 누군가에게 피살됐다.  - P157

민심은 천도 거부였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평소 침착하고과묵하면서도 겸손하던¹⁰³ 종2품 문신 참지정사유승단이 입을 열었다. "섬에 숨어 구차하게 세월을 연장하면서 백성과 장정을 칼과 화살에 죽게 만들고 노인과 아이들을 노예와 포로가 되게 하는 것은 나라를 위한 장계가 아니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 P157

그런데 정작 항쟁을 결정한 권력자 최우는 공무원 월급 운반수레인 녹전거車 100대를 징발해 자기 재물을 싣고 강화도로 떠났다.¹⁰⁴ - P158

섬으로 숨은 지 21년이 흐른 1253년 강화를 주장하는 관료들이 고종 둘째 아들 왕창몽골로 보내자고 결정했다. 고종이 머뭇댔다. 참지정사 최린이 말했다. "아들이 중요한가. 지금 백성 중 살아남은 자가 열에 두셋이다.
강화 한 곳을 지킨들 어찌 나라가 되겠는가.¹⁰⁵ - P158

지옥 그리고 항복

긴 항쟁에 지쳐 있던 고종은 항복을 준비하고 있었다. 몽골은 고려 왕실에 공물과 인질은 물론 입조를 요구했다. 왕이 공식적으로 항복하고 속국이 되라는 것이다. - P158

1253년 항복 요구에 쫓긴 고종이 승천부(현 개풍군)에 새 궁궐을 짓고 몽골 사신 뭉구다이 만났다. 뭉구다이가 말했다. "우리를 대군이 고려 땅에 들어온 이래 하루에 죽는 이가 몇 천, 몇 만을헤아린다. 왕은 어찌 자기 몸만 아끼고, 만민 목숨은 돌아보지 않는가 일찍 육지로 나와 맞이했다면 무고한 백성이 간과 내장을 땅에 쏟아내며 죽었겠는가. 지금부터 만세토록 화친을 맺자.¹⁰⁶ - P158

5년이 흐른 1258년 3월 26일 마침내 고종 측근인 대사성 유경,
낭장 김인준, 별장 차우가 최씨 무신정권 마지막 권력자 최의를죽였다. 이들은 무신정권에 종지부를 찍고 권력을 왕 고종에게 반환했다.¹⁰⁹ - P159

재위만 45 년이었다. 병들고 지친 그 긴 세월 끝에 무신정권을 타도하고 왕좌를 탈환했다. 평화를 되찾겠다는 의지도 있었다. - P159

열리는 지옥문

태자가 대륙으로 떠난 사이 고려는 침몰 직전이었다. 6월 10일 몽골 사신이 와서 왕에게 강화도에 설치된 성곽을 허물라고 요구했다.¹¹¹ 항복 의사를 눈으로 확인시켜달라는 뜻이다. - P160

6월 18일에는 사신들이 외성까지 허물라고 요구했다. 고려 정부는 이들에게 뇌물을 바치고 서둘러 성곽을 허물었다. 이를 보던 많은 사람들이 앞 다퉈 배를 사는 바람에 배값이 폭등했다. - P160

쿠빌라이와 세자의 만남

태자가 국경을 넘고 황당한 일이 일어났다. 항복을 받아야 할 몽골 황제 현종이 죽어버린 것이다. 바로 헌종 동생들 사이에 권력투쟁이 벌어졌다. - P160

그런데다 아버지 고종까지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왔다. 그래서 태자 일행이 고려로 귀국하는 길에 바로 이 쿠빌라이를 찾아간 것이다. 쿠빌라이는 아리크부카가 칸으로 선출됐다는 소식을 듣고 군사를 끌고 북상 중이었다. - P161

그래서 태자 일행이 고려로 귀국하는 길에 바로 이 쿠빌라이를 찾아간 것이다. 쿠빌라이는 이리크부카가 칸으로 선출됐다는 소식을 듣고 군사를 끌고 북상 중이었다. - P161

당장 항복하라던 강경한 예전 어투와는 딴판이었다. 이뿐 아니었다. 두 달 뒤 쿠빌라이는 다시 명을 내렸다.
"고려는 의관은 본국 풍속을 따르고 위아래로 모두 고치거나 바꾸지 말라. 또 개경 환궁은 서두르지 않아도 좋다. 내 진심을 말하였으니 의심하면서 두려워하지 말라."¹¹⁴ - P163

고려 국가 체제를 그대로 유지시킨다는 이 「불개토풍不改土風」정책은 몽골이 멸망할 때까지 유지됐다.
쿠빌라이로서는 태자 왕전은 수세에 몰렸던 권력투쟁을 역전시킬 수 있었던 은인이었다. 하지만 권력이 안정되면 언제 바꿀지 모를 불안하기 짝이 없는 약속이 아닌가. - P163

1270년 2월 원종은 몽골로 직접 가서 군사를요청했다. ‘아직도 속을 썩이는 무신 잔당을 함께 제거해주면 개경으로 환도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곧바로 자기 아들을 사위로 맞아달라고 쿠빌라이에게 요청한 것이다.
"우리나라가 귀국에 청혼한 것은 영원히 좋은 인연을 맺자는 것으로 분수에 넘는 일인가 하여 오랫동안 청하지 못하였습니다. 이제 원하는 바를 모두 이루어주셨으며 마침 세자도 입조하여 있으니엎드려 바라건대 공주를 세자에게 내려주셔서 혼례를 이룰 수 있다면 우리나라는 만세토록 영원히 제후로서의 직분을 충실히 수행할것입니다."¹¹⁵ - P164

무시할 수 없는 요구이긴 했다. 자기를 황제로 만들어준 사람이 바로 이 네 살 아래 원종이었으니까.  - P164

황당한 요청에 세조는 관료들과 논의 끝에 "서두르지 말고 찬찬히 생각하자"며 미뤘다. 딸들이 다 결혼했다는 핑계도 붙였다. 사실은 쿠빌라이에게는 아속진眞후궁)이 낳은 쿠툴룩켈미시忽都魯揭라는 열한 살짜리 딸이 있었다. - P165

그러자 충렬왕을 수행한 몽골 사신이 다루가치에게 말했다. "우리가 돌아가 (네 무례함을) 황제께 보고하면 죄가 없을 것 같은가?"¹¹⁷ - P165

 역대 몽골황실은 고려 배짱을 거부하지 못했다. 이를 세조 쿠빌라이가 만든옛 제도, 「세조구제世???」라고 한다.¹¹⁸
이후 고려왕은 황실 부마 자격으로 황실회의에 서열 7위로 참석해 의결권을 행사했다.  - P166

이후 충선왕은 방탕한 생활을 거듭하다 고려 출신 몽골 환관과고려 왕실 출신인 인종 후비에게 권력을 빼앗기고 티베트로 유배됐다가 죽었다. 충선왕을 축출한 인종 후비 바얀후투그[伯顔忽篤. 백안]홀는 충선왕의 여섯 번째 왕비 준비가 전남편 사이에서 낳은딸이다. 그러니까 충선왕의 의붓딸이다. - P167

고려는 그 억압구조를 역이용해 천하무적 몽골로부터 국내외 정치와 국제정세를 좌지우지하던 국가였다. 말기로 갈수록 썩어간 내부 부패가 문제였지, 고려는 대단한 나라였다. 태자 왕전을 쿠빌라이에게 보낸 그 고려 고종은 지금 강화도에 묻혀 있다. - P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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