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프텔에 추천으로 이 소설 원작인 동명의 애니메이션이 올라왔다.
옛날엔 라노벨이 7,000원이었다.




"이봐요, 이봐, 이봐, 세이지 씨! 오늘도 왔다고요! 세상에, 문을 안 열어두셨네요! 이래선 제가 못 들어가잖아요!"
경보경보. 집에 스토커가 들이닥쳐 아까부터 내 방문을 쿵쿵두들기고 있다. 인터폰은 장식인줄 아나.
"열쇠가 잠겨 있다고요! 혹시 주무시는 건가요! 어머나, 남자가 잘 때 방문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네요!" - P15

경계경계. 이 자식, 내 뒤를 살그머니 밟은 후 매일같이 찾아오고 있다. 아무리 집에 돌아가라고 해도 들은 척도 않는다. 지금 고함치고 있는 소리도 족히 2천 번은 들었다. - P16

습격 이후 세 시간. 그 여자도 집에 돌아갔거니 생각한 나는 아파트 밑의 편의점에 다녀오기로 했다. 치약과 주간지를 손에 드는 사이에도 엽기녀의 얼굴이 뇌리를 스친다. - P16

저런 엽기녀는 아무리 귀여워도 사양이다. 애인이 없어 환장한 사람이라면 모를까 지금의 나로서는 털끝만큼도 흥미가 없다. 나에게는 이미 그녀가 있으니까. - P16

그런 여자와 매일 얼굴을 맞댈 정도라면 차라리 가지 말아버릴까. 아, 그래, 나에게는 그녀가 있으니까. 그런 여자와는 달리차분하고 무척 어여쁜 그녀가 그녀만 있어준다면 고등학교 따윈 안 가도 돼. 누나네 회사에 알바든 뭐든 좋으니까 써달라고 하곤 다녀볼까. - P17

나는 스스로도 놀랄 만큼 차가운 목소리를 내뱉었다.
"봤구나?"
"아, 저기 전, 그게..…."
그녀의 얼굴에 자리 잡은 것은 평소와는 180도 다른 불안과공포로 가득한 표정. - P18

나는 그녀의 표정을 완전한 절망으로 덧칠하기 위하여 한 번더 목소리를 내뱉었다.
"됐어." - P19

"누나, 그 여자 말고, 그녀 말인데."
"역시 네가 데리고 온 거구나… 괜찮아. 그것도 나에게 맡겨둬. 알겠지? 괜찮아. 내가 있는 한 넌 절대 무서운 일은 안 당할 테니까... 하물며 경찰 따위에게 널 넘기다니 어림없지. 그러니까 안심해." - P19

내가 악당이 되어서 경찰에게 잡히기라도 했다간 그녀가 외로워질 테니 그 길만은 피해야 한다.
부하들이 무표정한 얼굴로 벽에 묻은 피를 닦는 광경을 보면서 나는 푹 퍼진라면을 조용히 위에 쑤셔넣었다.
아아, 이 라면 맛없어.
이것은 몹시 뒤틀린 이야기.
뒤틀린 사랑의 이야기. - P20

 남자는 흡사 악몽 속이라도 헤매는 심정으로 등 뒤로 덮쳐오는 공포의 근원을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그림자 하나가 서 있었다. 말 그대로 그것은 명백한 ‘그림자‘ 였다.
온몸을 까만 슈트로 감쌌는데 쓸데없는 문양이나 엠블럼 같은것이 전혀 없었기에, 그렇지 않아도 까만 복장을 한층 더 진한잉크 속에 담근 듯한 인상을 주었다. 주차장의 형광등을 반사하고 있는 부분만이 겨우 그곳에 무언가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해준다. - P28

더욱 이상한 점은 목 위의 부분으로 그곳에는 기묘한 디자인의 헬멧이 얹혀 있다. 칠흑으로 물든 목 아랫부분에 비해 어쩐지 예술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형태지만, 그럼에도 희한하게별다른 위화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고급차의 미러 글라스마냥 까만 페이스커버는 형광등 불빛을 일그러지게 반사할 뿐 헬멧 안의 모습은 전혀 내비치지 않았다. - P28

남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그 존재는 완전히 마른하늘의 날벼락이었다. 여느 때처럼 지하주차장에 모여 가벼운 작업을 하고돌아간다. ‘상품‘을 납입처에 가져다주고 새로운 ‘상품‘을 입수한다. 단지 그것뿐이다. 평소와 무엇 하나 다를 게 없다.  - P29

우선 표현 그대로 오토바이가 소리도 없이 지나갔다는 점.
타이어가 스치는 소리까지는 모른다 해도, 당연히 나야 할 엔진소리를 전혀 듣지 못했던 것이다. 엔진을 끄고 관성만으로 가로질렀을 가능성도 있지만, 그렇다면 그 직전에라도 엔진 소리가들렸어야만 하는데 아무도 그런 소리를 듣지 못했다.
더욱이 오토바이는 운전자를 포함한 전체가 칠흑으로 칠해져있었고, 엔진과 샤프트는 물론, 타이어 휠마저도 새까맸다. - P29

헤드라이트는 없고 본래 번호판이 있어야 할 부분에는 그저 검은철판이 매달려 있을 뿐이다. 가로등과 달빛을 반사하는 부분을보고서야 겨우 그 물체가 이륜차 같다는 것을 알 정도였다. - P30

으스스해지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공포를 느낀 것은 아니었다.
그와 동시에 동료가 당했다고 분노하는 자도 없었다. 그 집단은어디까지나 작업상으로만 연결되어 있을뿐, 동료의식을 가진자 따위는 누구 하나 존재하지 않았다. - P30

"......."
우지직.
기분 나쁜 소리. 너무너무 기분 나쁜 소리가 났다. 그것은 단순한 불쾌감을 넘어서 어떠한 ‘위험‘을 본능에 호소하는 소리였다. - P31

내리는 동작은 분명히 보였다. 허나 내리는 동작을 취한다는것은 직전까지 다리를 높이 쳐들었다는 뜻이다. 그리고 시력이좋은 몇 명은 또 다른 사실도 알아차렸다.
땅에 닿은 부츠 바닥에 파카 차림의 사내가 쓰고 있던 안경이걸려 있다는 것을. 그러한 정보들 덕에 그들은 즉시 사태를 파악할 수 있었다. - P31

"방금・・・ . 어떤 자세? 어, 어라? 아니... 어떻게 한 거야...?"
혼란에 빠진 남자의 곁을 지나 작업동료 두 사람이 노성을 올리며 오토바이로 다가갔다.
"아, 이봐." - P32

동료 한 사람이 스턴건을 ‘그림자‘에게 들이댔다.
-어라, 가죽점퍼에 전기가 통하던가?
남자가 이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그림자‘의 몸이 흠칫 떨렸다. 보아하니 전기는 통하는 모양이군. 이젠 끝났어. - P33

시종 바르르 떠는 ‘그림자‘ 와는 반대로 경봉 사나이는 몸을 단한 번 격렬하게 떨고서는 날아가듯 땅에 나뒹굴었다.
"이 자식.…."
스턴건 사내는 ‘그림자‘ 의 손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확인하고서 손 안의 스턴건 스위치를 허겁지겁껐다. 허나 결국 사태는 호전되지 않았고 ‘그림자‘ 의 손목은 그의 목을 세게 틀어쥐었다. - P33

자신이 아무것도 못하는 사이에 코지를 포함하여 여섯 명 중 넷이나 당하고 말았다. 한심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눈앞에 보이는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는 그에게 조금씩 공포를 안겨주기 시작했으니까. - P34

품속에서 대형 나이프를 꺼내든 갓 형은 ‘그림자‘ 쪽으로 성큼다가서며 경계를 늦추지 않고 말을 걸었다.
"뭘 얼마나 배웠는지는 몰라도…. 찌르면 죽겠지." - P34

"게다가 좀 배웠어봤자 맨손으로 얼마나 어어어?"
도발 섞인 그 말은 ‘그림자‘ 의 행동 때문에 별안간 끊겼다.
‘그림자‘는 상반신을 앞으로 숙여 눈앞에 나뒹구는 두 개의 물건을 주워들었다. 조금 전까지 양아치의 작업동료가 들고 있던 특수경봉과 스턴건이다. - P34

"어・・・ 말도 안 돼. 어라? 이상하지 않아? 격투기로 오는 거 아녔어?"
장난스러운 내용이긴 했으나 입에서 새어나오는 음성은 얼핏듣기에도 불안한 기색으로 가득했다. 진즉에 네명이서 다구리쳐버릴걸. 이런 생각이 들었으나 이제 와서 물러설 수도 없는노릇. - P35

"비겁하게시리 ! 나는 나이프 한 자루란 말이다. 새끼야! 창피하지도 않냐!"
억지스러운 질문에도 시종 말이 없는 채 ‘그림자‘는 리더를 향해 조용히 시선을 던졌다. - P36

‘그림자‘는 양아치와 리더의 앞에서 기묘한 동작을 해 보였다.
모처럼 손에 든 스턴건을 오토바이 좌석 위에 놓아버린 것이다. - P37

양아치는 그렇게 판단했으나 다음 순간 ‘그림자‘가 특수경봉을 양 손으로 쥐더니~ーーー.
그대로 꾸불텅 휘어버렸다. - P37

어쨌거나 ‘그림자‘로서는 모처럼 획득한 무기를 스스로 포기한 셈이었으나-양아치들은 더 큰 위화감에 사로잡힌 덕분에점차로 현실감각이 엷어졌다. - P38

"뭐야, 저건.…. 으름장인가?"
리더는 휘어진 경봉을 보며 여전히 농담을 내뱉었으나 ㅡ 입안으로 들어온 땀 한 방울을 그대로 삼켜버렸다. - P38

그 광경을 근처에서 확인이라도 하려는 듯 ‘그림자‘는 이쪽을향해 조용히 발걸음을 옮겼다.
"결국은 맨손이냐.그 배짱만큼은 높이 사주지." - P38

약 3미터. 두 발짝만 더 가면 나이프가 닿을 거리다.
-갓 형은 찌를 땐 찌르는 사람이야.
그 사실을 아는 양아치는 리더를 도우려고 쇠파이프를 들고뒤를 따랐다. - P39

그는 동료가 내뿜는 살의에서 승산을 점치고는 그 역시 쇠파이프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허나 다음 순간 그들의 승산은 살의와 함께 날아가버렸다.
‘그림자‘가 등 뒤로 팔을 돌리나 했더니 다음 순간 ‘검은 몸의일부가 부풀어올랐다‘. - P39

붓을 담근 양동이 안의 물처럼 공기 중에 검은 ‘물결‘이 기분 나쁠 만큼 선명하게 퍼져나가더니 이윽고 움직임을 멈추고는-의미 있는 칠흑을 만들어내려 했다.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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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생들은 몇 가지 이유로 염 교수를 좋아하지 않았다. 첫째는 연수원 정교수도 아닌 그가 너무 잘난데다가 그 사실을 감출 만큼 겸손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었고, 둘째는 그의 강의가 실무 분야를 건너뛰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 P20

"판례를 훔쳐보며 승소가능성을 점치는 변호사처럼 하찮은직업이 세상에 어디 있겠나."
교수는 태연히 수강생들을 둘러보며 물었다. 안그런가? 강의실에는 찬바람이 돌았다. - P20

 책장을 되넘겨보는 소리도 들린다. 왜냐하면 교수가 백 년 전에 세상을 뜬 법학자들의 논문 몇 편을 언급하고또 입맛에 맞는 소수의견을 늘어놓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나는 그가 ‘유효 소송 전략‘이라 칠판에 적고 강의를 시작한 것까지 기억한다. - P21

"여기 혹시 졸업하고 공부 계속하려고 하는 사람 있나?"
강의실은 조용했다. 두번째줄에 앉은 박시환이 성급하게고개를 내리깔았다. 교수는 놓치지 않고 그를 지목했다.
"박시환이 자네 교수 해봐." - P21

박시환은 법률 서비스의 질적 저하를막기 위해서는 연수원 입학 정원을 200명으로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좋지 못한 녀석이다. 그가 좋지 못한 녀석인 이유는 194 등으로 입학했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 P22

10년 전 고등학교 운동장에 묻었어야 할 그 이야기가 앞으로 몇 십 년이나 더 주인을 따라다니며 증오와 경멸을 퍼뜨리게 될지 모를일이다. - P22

"중훈이. 자넨 어떤가?"
(중략)
이 강의실에서 당장 법대 교수를 한 명을 선거로 뽑아야 한다면 나는 저 친구에게 표를 줄 생각이다.
"죄송합니다. 전 김앤장에 가게 되어 있습니다."
"그 말의 저의는 ‘되어 있다‘는 부분에 잠복해 있는 거겠지."
"아닙니다."
"그러니까 김앤장이 온갖 수단을 써서 자네를 징병할 것이고 자네는 그 부름을 피할 수 없다는 말로 들리는데." - P23

"평생 거기 있을 텐가? 10년 후에는?"
"아마 개업해 있지 않을까요?"
"법정이라면 그런 대답이 바로 위증이야. 자네가 기어들어가는 곳은 높이고, 자넨 잘릴 때까진 거기서 못 벗어나 내가장담하지. 자네는 결국 환갑 때까지 집보다 회사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돼 있어." - P23

 인간이 법을 만든다. 바로 법학자가 대한민국의 법을 만든다. 물론 자기 손으로 만드는 건 아니다. 헌법이 정한 대로 그건 입법부인 국회의 역할이다. 하지만 국회의 얼치기들이 법에 대해 뭘 알겠는가.
그들이 법안 발의를 위해 법대에 전화를 돌리는 정도의 수고만 해줘도 칭찬받아 마땅하다. - P24

비유는 명쾌했고, 염만수 자신이 법학자긴 해도 설득력이있었다. 원생들의 표정은 한결 같았다. - P24

교수는 진짜 독설을 최후를 위해 남겨 뒀다.
"비겁한 사람들이 많아. 자네들은 법학자의 분비물을 핥을뿐이면서 변론문서에는 별별 과시적인 문장을 다 집어넣게 될거야. 제발 문법은 좀 틀리지 않았으면 좋겠어!" - P25

그럼 아직 변호사란 직업을 증오하진 않는다는 이야깁니까? 의왼데요. 물론 그렇게 말해볼 기회는 없었다.
"나한테 취업상담 받을 생각은 마. 강의중에 한 말은 다 잊고 그냥 개업이라도 해. 잘할 것 같은데 그래."
교수는 내 어깨를 두드리고 갈 길을 갔다. - P26

교수는 무거운 구둣발소리를 남기고 사라졌다. 벽에 매달린 채용공고들만이 곧 떨어질 가을 잎사귀처럼 내 눈앞을 맴돌며흔들렸다. - P27

대법원 근처에는 맥주집이 많지 않다. 그 이유가 대법관들의 주류 취향과 관계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대법관은 고작열네 명밖에 안 되니까. - P27

"국선전담변호인을 신청해보려고."
"그거 좋다. 하지만 거기도 경쟁률이 장난 아닐 거다. 법원이직접 변호사한테 사건을 물어다주는 세상이 오다니. 이게 바로 내 사무장의 성경에 쓰인 세상의 종말이로구나."
"되도 다가 아냐. 전담 변호인한텐 법원에서 사무실을 제공해주지 않아 어차피 개업해야 돼. 나한텐 돈 대신 빚이 있잖아." - P29

"오늘 연수원에서 염만수도 같은 얘길 하더라."
"염만수가 연수원을 나간다고?"
"작년부터 강사로, 지성, 변화와 편집증적인 도덕성의 상징.
연수원의 숭배와 증오를 독점해버렸어." - P30

"지금은 재야 변호사들한테 종교적인 존재이지만, 또 한 번법학의 세대가 바뀔땐 가장 완강하게 보수적인 인사가 되어저항할 거다. 염만수가 이룩한 법체계의 관성을 바꿔야 할 때얼마나 큰 출혈이 있을지 우린 생각해봐야 돼." - P31

법의 수명은 법학자의 수명보다 짧다. 시대의 수명은 법의 수명보다 짧다. 살아 있는 법학자의 숙명이었다. - P31

"대리운전 불러 음주운전이잖아. 형은 변호사야."
대석은 대답했다.
"이럴 때 쓰라는 말을 예전에 배웠는데, 아, 맞아. 나 하나쯤이야......." - P32

"운전하고 싶어서 그런다. 이제 곧 내 차가 아니니까."
"명의가 집사람 앞으로 돼 있어. 원래 돈도 그 사람이 냈고,
나, 이혼한다." - P32

난 그 여자가 일하는 병원의 응급실에서 매일 무슨 끔찍한 일이 벌어지는지 몰라. 왜 그 여자만 매일 새벽까지 거길 지켜야하는지도 모르고. 하지만 응급실을 떠올리면 그때부터는 다른 상상을 할 필요가 없거든. 대화를 하라고? 했지. 그럼. 그여자는 내가 맡은 노동법 위반 관련 사건을 모조리 비웃으면서 말하는 거야. 그곳 의사들은 주당 100시간 근무 사수를 위한 투쟁을 하고 있다더군. - P33

한쪽에는 엄연한 사실이 있었고,
다른 한쪽에는 엄연한 사법형식이 있었다.
_미셸 드 몽테뉴, 「수상록」


• 2의 2, 국선전담변호인 인용구 - P34

처음엔 그것들을 차별없이 책상 서랍에 모아 두었다. 한 달이 지나고 나서는 새 명함이 많아지면 옛 명함들을 내버렸다. 차별없이 버렸다. 그래도여전히 명함이 너무 많았다. 그중 단 한 장도 특별하지 않았다. - P35

"그제 검찰이 철거민 한 명을 구속기소했어요. 내가 온 목적은 피고인의 국선변호인 선임을 돕는 겁니다."
"변호사가 변호사의 선임을 돕는다니 그게 무슨 뜻이죠?"
"우리 로펌은 시민단체 두 곳을 법률 지원하고 있어요. 그중한 곳에선 지역 철거민에 대한 지원업무를 맡고 있어서 복대리비슷한 게 성립하게 됐어요. 하지만 우리 펌과 시민단체 사이법률지원 협약에는 소송 대리가 포함되어 있지 않아요. 내역할은.....…." - P36

"그렇군요 사건에 대해 얘기해주실 순 있겠죠."
"아현동 철거 현장에서 철거민 한 명과 경찰 한 명이 죽은사건 압니까?"
들어본 것 같습니다." - P36

"아들이 죽었다면서요. 경찰도 기소됐습니까?"
"아니. 그 아들을 폭행한 건 현장 철거용역업체 직원이라더군요."
"현장 철거용역업체는 또 뭡니까? 그럼 피고인은 왜 경찰을 죽인 거죠?" - P37

"자세한 건 이쪽으로 전화해서 들어보세요. 철거민들을 지원하는 민생살림이라는 시민단체입니다. 사무국장과 대화해봐요. 이름이 김・・・・・… 뭐라더라. 거기 쓰여 있어요. 국선변호사김...
라고 하면 아주 기뻐할 겁니다. 그럼, 이만 나오지 않아도 됩니다." - P37

 변호사는 언제라도 수감자를 접견할 수 있다. 짙푸른색 재소복을 입고 건너편에 앉은 남자는 40대 후반으로 보였다. 빨갛게 상기된 얼굴은 때가 이른 골 깊은주름에 뒤덮였고,
깍지를 낀 두 손이 무릎 위에 얌전히 떨어져 있었다.  - P38

"저는 국선변호사입니다."
"압니다."
"대리인을 통해 들었지만 본인의 의사를 한 번 더 확인하겠습니다. 형식적으로요. 국선변호사 선임을 원합니까?"
"전 무죄를 원합니다."
"박재호 씨, 유죄판결이 떨어지기 전까지 박재호 씨는 무죄입니다. 그 권리는 법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 P38

"누가 박재호 씨 아들을 죽였습니까?"
"경찰들이."
"그 광경을 직접 목격했습니까?"
"목격하다마다. 그렇지 않았다면 내가 여기 있지 않을 거요." - P39

"그곳에 변호사로 보이는 사람은 없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거 봐요, 그건 경찰들이 늘 하는 말이에요. 진압은 경찰이하지만 사고는 그저 일어나지. 처음도 아니오. 용역이라고? 난그 새끼들을 반년 넘게 봐왔어. 내 아들을 죽인 건 경찰이 맞아요." - P39

"검찰은 진압경찰을 전원 무혐의 처리했습니다."
"죽일 놈들 다 한통속이야. 그럼 검찰을 고소하시오."
"전 국선전담변호사입니다. 알고 계시겠지만, 제가 맡은 건박재호 씨의 혐의에 대한 변호고요. 사망한 경찰을 폭행한 건박재호 씨가 맞나요?"
"그 죽일 놈들을 고소하시오."
그 죽일 놈들. 그는 이해하지 못했다.  - P40

그는 같은 말을 했다. 그 죽일 놈들을 고소하시오. 남자의이마에는 주름이 더 깊고 단단해졌다. 대화는 다툼으로 변질될 조짐을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는 피고인에게 불가능하다고대답하거나, 기소편의주의를 운운하며 검사의 직무 판단과 면책범위에 대해 설명해주는 걸로 충분치가 않다. 아무 쓸데없는 짓이다.  - P40

"제 생각으로는 어렵습니다. 그래도 검사를 고소하길 원하신다면 제가 아닌 다른 변호사를 찾으시는 게 좋겠습니다."
남자는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 P41

어쨌든 모든 피고인들이 조금씩은 거짓말을 한다. 만약 박재호가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다면경찰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 경우에는 엄청난 거짓말이 된다. - P41

"경찰이 내 아들을 죽였어요. 검찰은 그놈들한테 죄가 없다고 하고, 근데 정말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겁니까? 정말 검사를 고소하는 게 안 됩니까?"
남자의 눈시울이 붉었다. 그가 운다고 해도 듣기 편하게 말해줄 수는 없었다. 그럴 수는 없었다. - P42

사무국장은 서울시의 뉴타운 개발사업에 대해 이야기했고, 이 사건이 일어난 아현동 지구의 시공기업인 오성건설에 대해 이야기했다. - P43

그는 내가 사건을 맡아줘서 얼마나기쁘고 고마운지 모른다고 했다. 이름을 밝히진 않았지만 자기도 법대 출신이라고 했다. 내 명함에도 출신 대학이 적혀 있지 않다. 그건 별로 말할 거리가 못된다. 우리의 차이는 나는사법고시에 붙었고, 그는 그렇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 차이로 그의 삶은 나보다 더 정의롭고, 더 비루해졌다.  - P43

법정형량을 공소장 부본에 포함된 활자의 개수로나눈다. 검사의 손끝에서 탄생한 활자 하나가 지탱하는 형량의 무게는 어느 정도일까? 각각의 접속사와 대명사들이 갖는구속력은? 공소장은 응당 무거워야 할 만큼 무거운 적이 없었다. 딱 필요한 만큼만 무거웠다. 그것은 언제나 낱장과 낱장의종이들이었다. 속박당하는 자의 삶만큼 구체적이지가 않았다.
그 모든 것이 내가 검사가 될 수 없었던 이유라고 생각했다. - P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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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산 책, 좋은 책? 난해한 책?
내용은 좋았지만 너무 옛날 티가 많이 나서 완독을 못 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까지 문학연구자로서의 내가 가장 관심깊게공부했던 것은「상징」과「카타르시스」였다. 이 두가지 테마에 대한 연구는 우리나라에서 불모지나 다름없었기 때문에 나로서는 무척이나 힘이 들었다. - P7

그리고 문학의 실제적 효용가치는 도덕적 순치(致)에 있는 게 아니라 본능적 욕구의 상상적 대리배설에 있다고 믿어 카타르시스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 - P7

나는 문학의 사상성 문제보다는 문학이 우리 심신(心身)에 미치는 보다 실제적인 효용문제에 관심을 가졌다. 말하자면 문학(또는 예술)을 보다 정직하게 향수할 때 얻어지는 구체적인 재미나 쾌감의 문제와, 정신과 육체에 골고루 미치는 실질적 치료 효과의 문제에 천착했던 것이다. - P8

우리나라 문화계는 도무지 자유로운 개성과 돌출적 「변화」를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그래서 아직도 양반주의나 훈민주의(訓民主義)의 문학관이 당연시되고 있고, 독창적 광기나 솔직한 노출은 「모난 돌」이 되어 정을 맞고 있다. 보다 민중적인 대중문화와「하수도 문화」에 대해 턱없는 멸시와 탄압은 그런 수구적 봉건윤리에 기인한 문화적 후진성에서 비롯된다. - P9

이 책은 17년이라는 긴 기간에 거쳐 집필되고 수정된 것이다.  - P10

 다른 것은 차치하고라도 나를 보고 "서구 퇴폐문화의 무분별한 추종자"라고 비난하는 것만은 참기 어려웠다. 내 세계관과 문학사상의 바탕은오히려 동양의 음양사상이나 <주역(周易)〉, 또는 한방의학 이론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프로이트의 이론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지만, 나는 그의 학설 역시 우리의 전통사상으로 재조명하여 재해석하려고 애썼다. - P11

프로이트나 미셀 푸코 또는 바타이유 등의 서구 사상가들에게는 그들이 아무리 야한 주장을 했더라도 깜빡 죽으면서, 내가 성에 대해 조금 야한 주장이라도 펼치면 잡아먹을 듯 으르렁거리며 매도와 조소의 시선을 보내는 게 나로서는 못내 서운하였다. - P11

「정화(purifica-tion)」또는「배설 (purgation)」을 의미하는 말인 카타르시스」는, 비극 또는 문학이 독자에게 주는 직접적인 효용을 설명하는 개념으로 받아들여져 지금까지 많은 논란의 대상이 되어 왔다. - P17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는플라톤과는 반대로, 이성적인 생활의 혼란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감정을 적절히 표출시키고 배설시켜야만 한다고 믿었던 것이다. - P18

실상 카타르시스는 의학적인 뜻이 더욱 강한 말로서, 우리 몸 안에 축적되어 있는 찌꺼기 (예컨대 숙변[宿便]같은 것)을 사하(下)시켜 병을 치료한다는의미를 가지고 있다. - P19

카타르시스를 피타고라스 학파는「의술을 통한 육체의 정화」라는 말로 사용했고, 히포크라테스는「고통스러운 요소의 제거」라는 뜻으로 사용했다. - P19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학> 제8권 「음악론」에서,
음악의 선율에는 논리적인 것과 행동적인 것, 그리고 열광적인 것 세 가지가 있다고 말하고, 음악이 주는 이익은 교육적인 관점과 카타르시스의 관점 두 가지 측면에서 고찰되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 P20

이것으로 미루어 보아 그는 음악이든 연극이든 모든 예술이 주는 효용을 우선 의학적인 의미의 카타르시스 효과에 있다고 보고, 거기에 부수적으로 교육적, 종교적 효과가 곁들여진다고 본 것 같다. - P20

그런데도 지금까지 카타르시스의 의미에 대해 여러 가지 구구한 설명이 시도된 것은, 서양인들이 플라톤적 세계관, 즉 이성을 감성보다 우월한 것으로보는 이성주의적 세계관을 고수해 왔기 때문이다. - P21

이러한 이성우월주의적 세계관 때문에 카타르시스를 단지 억압된 욕구의 대리적 배설로만 보지 않으려고 하는 갖가지 시도가 이루어졌다. - P21

문학 특히 비극은 단지 무섭고 슬픈 느낌을 자아내는것을 목적으로 하는 양식이 아니라, 보다 심각하고 의미심장한 인식의 체험을 마련해 주기 위한 양식이라는 주장이다. - P22

낭만주의 시대에는 교훈주의를 약간 벗어나 카타르시스를 「신비로운 쾌감」을 얻는 효과로 보게 된다. - P22

그러므로 지금까지의 카타르시스 해석은 대체로두 가지 측면, 즉 「배설을 통한 심리적 쾌감」과 「작품을 통해서 얻어내는 지혜, 또는 도덕적 순화나 새로운 인식의 체험」의 범주 안에서 이루어졌다고 볼수 있다. 심미적 측면의 해석도 있으나 이것 역시「쾌감」의 측면에 귀속된다. - P23

하지만 이러한 설명들이 과연 모든 예술 수용행위의 본질을 시원하게 규명해 줄 수 있는 것일까? 
- P23

 또 인간의 욕망 가운데 가장 큰 욕망은 역시 성욕이라고 할 수 있는데,
비극은 과연 성욕까지도 대리적으로 해소시켜 줄 수있는 것일까? - P24

연민과 공포를 비극 또는 모든 문학작품의 가장중요한 감동의 요소로 인정한다면, 결국 우리는 비극 속의 끔찍한 장면을 보면서 사디즘적 쾌감을 느끼는 것이 된다. 그 반대로 사디즘이라는 도착심리(倒錯心理)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비극을 보고 쾌감을 맛보는 것이 아니라, 연극 속의 비참한상황으로부터 소격(疏隔) 돼 있어 그러한 고통으로부터 모면되었다고 느낄 때 얻어지는 일종의 「안도감」을 맛보는 것이 된다. - P24

그래서 나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카타르시스」의 본질적 의미와 효용을 밝히는 데 있어, 좀더 융통성있게 넓은 의미로 카타르시스를 수용하려고 한다. - P25

사실 요즘에 와서는 「카타르시스」가 거의 일상어로 굳어져 버린 감마저 든다. 흔히 쓰이는 「스트레스를 푼다」는 의미와 비슷하게 카타르시스라는 말이 사용되고 있고, (후략) - P25

그럼 먼저, 카타르시스의 일차적 의미라고 할 수있는 「배설」의 측면을 고찰해 보기로 하자. 사람의육체적 신진대사는 먹는 것과 배설하는 것 두 가지로 이루어진다. 「먹는 것」이 더 중요하게 여겨지고「짜는 것」은 그보다는 덜 중요하게, 아니면 훨씬 더러운 것으로 여겨지는 것이 보통이지만, 사실상 먹는 것보다는 「싸는 것」이 더 중요하다.  -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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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집중 호흡하고 비교할 수는 없지만, 힘을 더 잘 내고 안전하게일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하는 행동이지요. 이렇게 강하게 숨을 멈추면 호흡근육 편에 나온 횡격막, 배가로근, 골반가로막 등의 근육이 견고하게고정돼 몸을 지지해줍니다. 배 안의 압력인 ‘복압을 높인다‘고 표현하기도하죠. - P127

강하게 숨을 멈추면 복압과 함께 ‘혈압‘도 급격히 높아집니다. 그래서 평소 고혈압이 있는 사람에게는 발살바 호흡을 잘 권하지 않죠. 또 혈관(대정맥)이 배 속의 압력에 눌리니, 이번엔 혈액순환이 잘 안되어서 반대로 저혈압 상태에 가까워집니다. - P127

그런데 16세기에는 외과의사도 종교의 영향으로 ‘피에 닿는 일‘을 꺼려했습니다. 하지만 수술은 해야하니, 결국 ‘대신 칼을 쓸 용병‘을 고용합니다. 마침 비슷하게 칼을 쓰는 직업인 ‘이발사‘가 제격이었죠. 물론 그냥 막 하는 건 아니고, 교육을 받은 ‘이발외과의사가 의사의 지시대로 처치했습니다. - P187

 총과 대포, 화약이 보급되며 전쟁 부상의 경향이 바뀐 것입니다. 창과 칼에 의한 부상 대신,
총상이나 폭발로 신체 일부를 잃는 부상이 늘었지만, 의학은 아직 한 걸음뒤에 있었습니다. 이런 전쟁터에 주인공 파레가 등장합니다. - P188

파레도 원래 이 이론에 따랐지만, 소독에 쓰는 기름이 다 떨어지자 다른방법을 생각해내게 됩니다. 그는 끓는 기름 대신 ‘상처에 바를 무언가를 만들었습니다. 달걀노른자와 장미수, 소나무에서 얻은 기름인 테레빈유를 섞어 일종의 ‘연고‘를 만든 거죠. - P188

파레는 더 좋은 방법을 고민하다가 혈관 끝부분을 섬세하게 묶기로 합니다. 실과 바늘을 이용해 ‘꿰맨‘ 것입니다. 우리가 보기에 큰 상처를 꿰매는건 당연한 처치지만 이때는 아니었다고 합니다. 꿰매니 훨씬 덜 아프고 피도 확실히 멎었죠. - P189

 그를 방해하려 한 세력은 ‘파리 의학부‘인데, 일부 계층만 읽는 라틴어 의학책을 대중적 언어인 프랑스어로 만드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지요. - P189

이런 장르의 주인공답게 "나는 환자에게 붕대를 감았을 뿐, 치료는 신이 하신 것이다"라는 명대사도 남겼습니다. 이후 수술 도구와 의수, 의족을더 개발하며 먼치킨 위인의 삶을 살지요. - P190

먼치킨이 되어 외과무쌍 전설을 만든 의사 파레 그런데 그는 말년에 《괴물과 경이에 대하여》라는 특이한 책을 출판합니다. ‘의학적인 걸 비유한 제목인가?‘ ‘파파고가 잘못 번역했나?‘ 하고 의아해할 법한데, 정말로 괴물과 유니콘 같은 것을 진지하게 다룬 책입니다.  - P203

그래서 이 책은 "과학과 비과학적인 것이 섞여 아쉽지만, 합리적인 해석의 지평을 연 기형학의 조상" 정도로 평해진다고 합니다. 그런데 조금 다른 해석도 있습니다. - P204

다르게 말하면, 자연이 만드는 불완전성을 ‘편견 없는‘ 시각으로 받아들여 다양한 사례를 ‘공유‘하는 게 목적이 아니냐는 해석입니다. 저는 이쪽이좀 더 끌리네요. 물론 후대가 하는 해석에 완벽한 정답은 없지만요. - P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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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이고 지속적인 편향은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이는 2015년에 벤처 투자자 엘런 파오Ellen Pao가 기소한 젠더 차별 소송 심리에서 배심원 12명이 제기한 질문이다. - P116

파오는 ‘자기주장이 너무 강하다‘는 것과 ‘더 많이 발언할 필요가 있다는 상반된 두 이유로 비판받았고, 남성 동료들에게는 문제삼지 않았던 행동 때문에 처벌받았다. 그들과 비교할 때 자신의 기여도가 과소평가되었다고 그녀는 주장했다. 그녀는 일찍이 트위터에 투자하자는 안건을 올렸지만 기각당했는데, 2년 뒤 회사는 트위터에 투자했다. - P117

그녀를 해고한 이유는? 그 이유 중에는 그녀의 성격 문제도 있었다. 소송을 보도한 어느 기자에 따르면, 그녀의 성격은 ‘파벌적이고, 까다롭고, 가혹하고, 공적 요구가 많다고 알려졌다. 그러나그녀의 남성 동료 가운데 한 명은 거의 같은 식으로 묘사되고 업무실적이 빈약한데도 승진했다. - P117

 파오의 성별은 그녀가 시니어 파트너로 승진하지 못한 ‘중대한 동기적 이유‘가 아니라는 것이다. 나중에 법학 교수 데버라 로드Deborah Rhode가 어떤 기자에게 한 말처럼 물증이 없다. 대부분의 정황은 사회과학자들이 미세 수모micro-indignities라 부르는 것들이다." 심지어 ‘미세micro‘라는 접두어(미세 공격microaggression에서처럼)도 이런 편향이 무시할 만큼 사소한 것이라는 뜻을 함축한다.  - P117

그 두어 해 전에 대법원 판사 안토닌 스칼리아Antonin Scalia는 일상적인 편향이 누적된다고 해서 큰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는다는 동일한 결론에 도달했다. 2011년에 그는 월마트의 여성 직원 160만 명을대리해 제기한 집단소송에 대한 다수 의견서를 썼다. - P118

 원고 측 변호사들 역시 자신이 차별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의 발언 120건을 제출했다. 그중에는 ‘인형처럼 꾸며라‘라는 것부터 관리자 직함을 주지 않고 업무만 하게 하는 것, 규정을 똑같이 위반해도 남성보다 더 심한처벌을 받는 것 등이 있었다. - P118

다수 의견서에서 그는 월마트에서와 같은 불균형 사태는 미리 조율된 마스터플랜이 없다면 일어날 수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취했다. 관리자들이 그렇게 하라는 지시를 받지 않았는데도 모두 같은 방식으로 차별한다는 것은 "믿기 힘들다"고 그는 썼다. - P118

이 두 사례에서 문제는 배심원들이 잘못된 행동의 시간표에 대해 느낀 혼란이나 인간의 완벽한 이성에 대한 스칼리아의 믿음만이아니다. 문제는 편향이 전형적으로 평가되는 방식에 있다. 편향성별이든 인종적이든, 반퀴어 LGBTQ 편향이든, 또 직장에서든 교육에서든 보건 의료에서든ㅡ에 대한 학술 연구는 전형적으로 한 시공간에서 행해지는 차별의 순간을 포착한다. - P119

움직이는 대상의 궤적은 사진 한 장(또는 일련의 사진이라 하더라도)만으로는온전히 포착되지 못하며, 편향의 스냅숏을 찍은 연구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그것이 실제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포착하지 못한다. - P120

편향은 사람들 사이에 존재한다. 차별당하는 경험은 한 사람의 결정과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차후의 상호작용을 형성할 수 있으며, 나아가 더 많은 결정, 행동,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이 폭포같은 연쇄작용은 인생을 바꾸는 심각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 P120

최소한 부분적으로는 편향 피드백 고리에 따라 추진된 정학과 퇴학은 더 높은 체포율을 낳는다. 그런 상황에서 오코노푸아가 설명하는 역동적 상호작용과 인생을 바꾸는 심각한 결과 사이에는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 P121

그것은 또한 그녀가 ‘까다롭고‘ ‘보상을요구하는 사람으로 보이는 결과로 이어졌을 것이다. 그것은 그녀가성공할 기회를 더제약했다. 중요한 것은 단일한 순간이나 경험의총합이 아니다. 수많은 상호작용이 낳는 복합적 영향이 중요한데, 그것은 시간이 흘러야만 나타난다. - P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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