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프텔에 추천으로 이 소설 원작인 동명의 애니메이션이 올라왔다.
옛날엔 라노벨이 7,000원이었다.




"이봐요, 이봐, 이봐, 세이지 씨! 오늘도 왔다고요! 세상에, 문을 안 열어두셨네요! 이래선 제가 못 들어가잖아요!"
경보경보. 집에 스토커가 들이닥쳐 아까부터 내 방문을 쿵쿵두들기고 있다. 인터폰은 장식인줄 아나.
"열쇠가 잠겨 있다고요! 혹시 주무시는 건가요! 어머나, 남자가 잘 때 방문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네요!" - P15

경계경계. 이 자식, 내 뒤를 살그머니 밟은 후 매일같이 찾아오고 있다. 아무리 집에 돌아가라고 해도 들은 척도 않는다. 지금 고함치고 있는 소리도 족히 2천 번은 들었다. - P16

습격 이후 세 시간. 그 여자도 집에 돌아갔거니 생각한 나는 아파트 밑의 편의점에 다녀오기로 했다. 치약과 주간지를 손에 드는 사이에도 엽기녀의 얼굴이 뇌리를 스친다. - P16

저런 엽기녀는 아무리 귀여워도 사양이다. 애인이 없어 환장한 사람이라면 모를까 지금의 나로서는 털끝만큼도 흥미가 없다. 나에게는 이미 그녀가 있으니까. - P16

그런 여자와 매일 얼굴을 맞댈 정도라면 차라리 가지 말아버릴까. 아, 그래, 나에게는 그녀가 있으니까. 그런 여자와는 달리차분하고 무척 어여쁜 그녀가 그녀만 있어준다면 고등학교 따윈 안 가도 돼. 누나네 회사에 알바든 뭐든 좋으니까 써달라고 하곤 다녀볼까. - P17

나는 스스로도 놀랄 만큼 차가운 목소리를 내뱉었다.
"봤구나?"
"아, 저기 전, 그게..…."
그녀의 얼굴에 자리 잡은 것은 평소와는 180도 다른 불안과공포로 가득한 표정. - P18

나는 그녀의 표정을 완전한 절망으로 덧칠하기 위하여 한 번더 목소리를 내뱉었다.
"됐어." - P19

"누나, 그 여자 말고, 그녀 말인데."
"역시 네가 데리고 온 거구나… 괜찮아. 그것도 나에게 맡겨둬. 알겠지? 괜찮아. 내가 있는 한 넌 절대 무서운 일은 안 당할 테니까... 하물며 경찰 따위에게 널 넘기다니 어림없지. 그러니까 안심해." - P19

내가 악당이 되어서 경찰에게 잡히기라도 했다간 그녀가 외로워질 테니 그 길만은 피해야 한다.
부하들이 무표정한 얼굴로 벽에 묻은 피를 닦는 광경을 보면서 나는 푹 퍼진라면을 조용히 위에 쑤셔넣었다.
아아, 이 라면 맛없어.
이것은 몹시 뒤틀린 이야기.
뒤틀린 사랑의 이야기. - P20

 남자는 흡사 악몽 속이라도 헤매는 심정으로 등 뒤로 덮쳐오는 공포의 근원을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그림자 하나가 서 있었다. 말 그대로 그것은 명백한 ‘그림자‘ 였다.
온몸을 까만 슈트로 감쌌는데 쓸데없는 문양이나 엠블럼 같은것이 전혀 없었기에, 그렇지 않아도 까만 복장을 한층 더 진한잉크 속에 담근 듯한 인상을 주었다. 주차장의 형광등을 반사하고 있는 부분만이 겨우 그곳에 무언가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해준다. - P28

더욱 이상한 점은 목 위의 부분으로 그곳에는 기묘한 디자인의 헬멧이 얹혀 있다. 칠흑으로 물든 목 아랫부분에 비해 어쩐지 예술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형태지만, 그럼에도 희한하게별다른 위화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고급차의 미러 글라스마냥 까만 페이스커버는 형광등 불빛을 일그러지게 반사할 뿐 헬멧 안의 모습은 전혀 내비치지 않았다. - P28

남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그 존재는 완전히 마른하늘의 날벼락이었다. 여느 때처럼 지하주차장에 모여 가벼운 작업을 하고돌아간다. ‘상품‘을 납입처에 가져다주고 새로운 ‘상품‘을 입수한다. 단지 그것뿐이다. 평소와 무엇 하나 다를 게 없다.  - P29

우선 표현 그대로 오토바이가 소리도 없이 지나갔다는 점.
타이어가 스치는 소리까지는 모른다 해도, 당연히 나야 할 엔진소리를 전혀 듣지 못했던 것이다. 엔진을 끄고 관성만으로 가로질렀을 가능성도 있지만, 그렇다면 그 직전에라도 엔진 소리가들렸어야만 하는데 아무도 그런 소리를 듣지 못했다.
더욱이 오토바이는 운전자를 포함한 전체가 칠흑으로 칠해져있었고, 엔진과 샤프트는 물론, 타이어 휠마저도 새까맸다. - P29

헤드라이트는 없고 본래 번호판이 있어야 할 부분에는 그저 검은철판이 매달려 있을 뿐이다. 가로등과 달빛을 반사하는 부분을보고서야 겨우 그 물체가 이륜차 같다는 것을 알 정도였다. - P30

으스스해지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공포를 느낀 것은 아니었다.
그와 동시에 동료가 당했다고 분노하는 자도 없었다. 그 집단은어디까지나 작업상으로만 연결되어 있을뿐, 동료의식을 가진자 따위는 누구 하나 존재하지 않았다. - P30

"......."
우지직.
기분 나쁜 소리. 너무너무 기분 나쁜 소리가 났다. 그것은 단순한 불쾌감을 넘어서 어떠한 ‘위험‘을 본능에 호소하는 소리였다. - P31

내리는 동작은 분명히 보였다. 허나 내리는 동작을 취한다는것은 직전까지 다리를 높이 쳐들었다는 뜻이다. 그리고 시력이좋은 몇 명은 또 다른 사실도 알아차렸다.
땅에 닿은 부츠 바닥에 파카 차림의 사내가 쓰고 있던 안경이걸려 있다는 것을. 그러한 정보들 덕에 그들은 즉시 사태를 파악할 수 있었다. - P31

"방금・・・ . 어떤 자세? 어, 어라? 아니... 어떻게 한 거야...?"
혼란에 빠진 남자의 곁을 지나 작업동료 두 사람이 노성을 올리며 오토바이로 다가갔다.
"아, 이봐." - P32

동료 한 사람이 스턴건을 ‘그림자‘에게 들이댔다.
-어라, 가죽점퍼에 전기가 통하던가?
남자가 이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그림자‘의 몸이 흠칫 떨렸다. 보아하니 전기는 통하는 모양이군. 이젠 끝났어. - P33

시종 바르르 떠는 ‘그림자‘ 와는 반대로 경봉 사나이는 몸을 단한 번 격렬하게 떨고서는 날아가듯 땅에 나뒹굴었다.
"이 자식.…."
스턴건 사내는 ‘그림자‘ 의 손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확인하고서 손 안의 스턴건 스위치를 허겁지겁껐다. 허나 결국 사태는 호전되지 않았고 ‘그림자‘ 의 손목은 그의 목을 세게 틀어쥐었다. - P33

자신이 아무것도 못하는 사이에 코지를 포함하여 여섯 명 중 넷이나 당하고 말았다. 한심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눈앞에 보이는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는 그에게 조금씩 공포를 안겨주기 시작했으니까. - P34

품속에서 대형 나이프를 꺼내든 갓 형은 ‘그림자‘ 쪽으로 성큼다가서며 경계를 늦추지 않고 말을 걸었다.
"뭘 얼마나 배웠는지는 몰라도…. 찌르면 죽겠지." - P34

"게다가 좀 배웠어봤자 맨손으로 얼마나 어어어?"
도발 섞인 그 말은 ‘그림자‘ 의 행동 때문에 별안간 끊겼다.
‘그림자‘는 상반신을 앞으로 숙여 눈앞에 나뒹구는 두 개의 물건을 주워들었다. 조금 전까지 양아치의 작업동료가 들고 있던 특수경봉과 스턴건이다. - P34

"어・・・ 말도 안 돼. 어라? 이상하지 않아? 격투기로 오는 거 아녔어?"
장난스러운 내용이긴 했으나 입에서 새어나오는 음성은 얼핏듣기에도 불안한 기색으로 가득했다. 진즉에 네명이서 다구리쳐버릴걸. 이런 생각이 들었으나 이제 와서 물러설 수도 없는노릇. - P35

"비겁하게시리 ! 나는 나이프 한 자루란 말이다. 새끼야! 창피하지도 않냐!"
억지스러운 질문에도 시종 말이 없는 채 ‘그림자‘는 리더를 향해 조용히 시선을 던졌다. - P36

‘그림자‘는 양아치와 리더의 앞에서 기묘한 동작을 해 보였다.
모처럼 손에 든 스턴건을 오토바이 좌석 위에 놓아버린 것이다. - P37

양아치는 그렇게 판단했으나 다음 순간 ‘그림자‘가 특수경봉을 양 손으로 쥐더니~ーーー.
그대로 꾸불텅 휘어버렸다. - P37

어쨌거나 ‘그림자‘로서는 모처럼 획득한 무기를 스스로 포기한 셈이었으나-양아치들은 더 큰 위화감에 사로잡힌 덕분에점차로 현실감각이 엷어졌다. - P38

"뭐야, 저건.…. 으름장인가?"
리더는 휘어진 경봉을 보며 여전히 농담을 내뱉었으나 ㅡ 입안으로 들어온 땀 한 방울을 그대로 삼켜버렸다. - P38

그 광경을 근처에서 확인이라도 하려는 듯 ‘그림자‘는 이쪽을향해 조용히 발걸음을 옮겼다.
"결국은 맨손이냐.그 배짱만큼은 높이 사주지." - P38

약 3미터. 두 발짝만 더 가면 나이프가 닿을 거리다.
-갓 형은 찌를 땐 찌르는 사람이야.
그 사실을 아는 양아치는 리더를 도우려고 쇠파이프를 들고뒤를 따랐다. - P39

그는 동료가 내뿜는 살의에서 승산을 점치고는 그 역시 쇠파이프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허나 다음 순간 그들의 승산은 살의와 함께 날아가버렸다.
‘그림자‘가 등 뒤로 팔을 돌리나 했더니 다음 순간 ‘검은 몸의일부가 부풀어올랐다‘. - P39

붓을 담근 양동이 안의 물처럼 공기 중에 검은 ‘물결‘이 기분 나쁠 만큼 선명하게 퍼져나가더니 이윽고 움직임을 멈추고는-의미 있는 칠흑을 만들어내려 했다.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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