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진 서울 아닌 것을 피하고 싶은 ‘디나이얼 지방출신‘에게 놓인 가장 암울한 미래는 ‘두려움이 가져올 변화 없음‘이다. - P4

프롤로그

성심당 갈 때 대전 한번 들를게 - P7

친구가 데려온 서울 애들은 "울산에선 고래 타고 다닌다며?" "광주시 공공 자전거가 ‘타랑께‘래!" 농담하며 깔깔댄다. 대전시 자전거 ‘타슈‘는 모르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같이 박장대소했다. 내 웃음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
뜨끈해진 뒷덜미를 쓸어내린다. 서울 사람들에게 서울 아닌지역의 삶은 고래 타고 다닐 만큼 원시적이고, 사투리의 독특함을 살린 공유 자전거 이름은 유머가 된다. - P8

서울은 ‘올라가고 대전은 ‘내려간다.‘ 대전보다 북쪽에 있으니까 올라가는 게 맞는데, 왠지 위에 있으니까 서울 사람들은 상전 같다. 20세기 초 표준어가 된 건 서울 중산층¹의 말이고, 서울말을 곧 표준어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서울 사투리‘라는 말 자체에 발끈한다.² - P9

1_이익섭, <국어 표준어의 역사>, <국어문화학교> 1. 국립국어연구원, 1992, 71~79쪽.

2_이정봉, <[카드뉴스] 이정섭 ‘참기름 더~‘ 알고보니 서울사투리라고?>, 《중앙일보》2017. 10. 18. - P154

서울이라는 목적지에 성공적으로 도달한 사람들은 어떤 마음인지 궁금하다. 공부를 잘하면, 취업이 잘되면 청년들은 부지런히 짐을 싸 서울로 갔다. - P9

동경하는 서울에 왔지만, 몇 년이 지나도 아직 ‘서울 사람‘이 되지 못한 것만 같은 이상한 기분이 든다. 지방에 대한농담을 들으며, 마치 ‘내 얘긴 아니니까 난 웃을 수 있지‘ 식의 태도를 보이거나 ‘뭘 이런 걸 심각하게 여기나‘라고 생각하며가볍게 무시하고 싶지만,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든다. - P10

이 책은 설명하기 어려운 그 기분에서 시작됐다. 목적지인 서울에 도착하지 못한 부러움과 그 부러움을 부정하고싶은 분노, 그리고 서울 한복판에 있지만, 서울에 속하지 못한
‘시골 쥐‘의 부끄러움과 출신지에 대한 복잡한 감정 말이다. - P10

노잼의 도시 대전에 사는 나는, 이 복잡하고 이상한 기분과 이 기분을 만들어 낸 실체를 스스로 찾아 설명해 보려고
‘노잼도시⁶‘를 연구하기로 했다. 노잼도시란 수식어를 대전만이 가진 개성이자 브랜드라고 자랑스러워해야 할지, 세상 매력 없는 도시에 살고 있다는 걸 부끄러워해야 할지 갈피를 잡고 싶었다. - P11

6_ 이 책에서는 ‘노잼‘과 ‘도시‘를 붙여 하나의 고유 명사처럼 사용한다. 용어 사용에대한 상세한 설명은 3장에서 찾을 수 있다. - P154

 대전이 ‘노잼도시‘로 불리는 건 불명예스러운 일이었고, 대전이재미없어서 청년들은 떠난다고 했다. 지방 도시의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의 위기가 팽배한 이 시국에 ‘노잼‘이라는 별명은 재앙과도 같았다. - P12

도시의 재미는 곧 쓸모와 쓰임새로 연결된다. 쓸모와쓰임새를 부지런히 찾는 노력과 발견은 꾸준히 있었다. 이런발견은 도시를 잘 포장해서 팔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도움이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과 발견은 도시를 하나의 소비재로 규정해 버린다. - P12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노잼도시민‘의 난감한 기분에서 시작한 이 책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뉜다. 자꾸만 쪼그라드는 게 고민이라 어떻게든 저 위 대도시처럼 되고 싶지만 고유한 정체성은 지키고 싶은, 대전을 포함한 지방 도시의 상황을 ‘지금은 지방 (소멸) 시대‘에서 다룬다.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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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웹스터 사전(Webster)』처럼 우리가 "말이란 마속(屬)에 속하는, 발굽을 지닌 네발짐승이다."라고 정의할 때, 이 정의는 실제로 서로 다른 세가지 의미를 지닐 수 있다. (1) 내가 ‘말‘이라고 말할 때, 마속에 속하는, 발굽을 지닌 네발짐승에 대해 내가 말하고 있음을 네가 이해하기를 바란다는 단순한 의미로 우리는 이 정의를 사용할 수 있다. 이는 자의적인 언어상의 정의(the arbitrary verbal definition)라고 말할 수 있다. - P51

내가 선이란 정의가 불가능하다고 말할 때 뜻하는 바는 바로 이러한 의미이다. 선이란 단어를 생각할 때, 마음속으로도 그것을 대체할 그 어떤 부분을 우리는 상상할 수조차 없다고 지금 나는 말하고 있다. - P52

9.
선이란 정의가 불가능하다는 명제를 받아들이지 못하도록 가로막는 중요 장애물을 과연 내가 완전히 제거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나는 지금 선한 것들(the good)이 정의될 수 없다는 의미의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나는 윤리학에 관해 글을쓰고 있다고 말할 수조차 없을 것이다. - P52

내가 생각하기에 ‘선한‘이라는 단어는 형용사로 여겨지고있다. 반면에 ‘선한 것들‘, 즉 선을 가진 것들은 ‘선한‘이라는 형용사가 적용되는 실질적인 명사를 가리킨다. 즉, 선한 것들이란 ‘선한‘이라는 형용사가술어로 적용될 수 있는 대상 전체를 지칭함에 틀림없고, 이 형용사는 ‘선한 것‘에 항상 참되게 적용되어야 한다. - P52

 예를 들어 그 선한 것은 ‘즐거움을 주는‘이라는 형용사를, 혹은 ‘지성적인‘이라는 형용사를 술어로 취할 수 있다. 이 두 형용사가 참으로 그 선한 것의 한 부분을 이룬다면, "쾌락과 지성도 선한 것이다."라는 명제도 확실히 참이 되게 된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우리가 "쾌락과 지성은 선한 것이다."라고 혹은 쾌락과 지성만이 선한 것이다."라고 말한다면, 우리는 지금 선을 정의 내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 P53

물론 "지성은 선이고, 그리고 지성만이 선이다."라는 명제와 그 형태가 동일한 몇몇 참인 명제들이 존재할 수있음을 나는 확실히 믿고 있다. 왜냐하면 만약 이러한 명제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면, ‘선한 것들‘에 대한 우리의 정의는 아예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이 이러하기 때문에 나는 ‘선한 것들‘은 정의가 가능하다고 믿지만, 선 자체는 정의될 수 없다고 여전히 주장하는 바이다. - P53

10.
우리가 어떤 대상에 대해 "그 대상이 선하다."라고 말할 때, 선이란 그대상에 속한다고 여겨지는 속성을 의미한다면, ‘선‘이란 이 단어의 가장 중요한 의미에서는, 그 어떤 정의도 불가능하다. 여기서 ‘정의‘의 가장 중요한 의미란 다음과 같다. - P54

11.
이러한 철학자들이 주장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고찰해보자. 먼저 주목할사실은 이들 철학자 사이에서도 의견 일치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즉, 이들은 선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이 옳다고 주장할 뿐만 아니라, 자신들과 다른 입장을 취하는 자들이 틀렸음을 입증하고자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철학자는 선은 쾌락이라고 주장하는 반면에, 또 다른 철학자는 선이란 욕구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 P55

(1) 그는 욕구의 대상은 쾌락이 아니라는 명제가 참임을 입증하려고 노력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라면 도대체 그의 윤리학은 어디에 있는가? 즉, 그가 주장하고자 하는 입장은 단지 심리학적인 견해일 따름이다. 욕구는 인간 마음에서 일어나는 그 무엇인 반면에, 쾌락 역시 인간 마음에서 일어나지만 욕구가 아닌 다른 무엇일 따름이다. - P56

(2) 자연주의 윤리설이 취할 수 있는 또 다른 대안은 이러한 논의는 결국 언어상의 문제에 지나지 않는다는 입장인데, 이는 앞의 대안에 비해 더더욱 달갑지 않다. 예를 들어 A가 "선이란 쾌락이다."라고 말하고, B는 "선이란 욕구된 것이다."라고 말할 때, 이들은 단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선이란 용어를 쾌락적인 것을, 그리고 욕구된 것을 각각 지칭하는 것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입장을 주장하고 싶어 한다. 이는 아주 재미있는 논의 주제이다. 하지만 이러한 논의는 앞의 (1)의 접근법이 윤리학적이지 않듯이, 윤리학적이라고 전혀 말할 수 없다. - P57

 우리가 알고자 하는 바는 단지 "선이란 무엇인가?"이다.  - P58

12.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나는 즐거워한다."라고 말했다고 하자. 그리고 이 말은 거짓말이 아니라 참말이라고 하자. 그러면 이 말이 참이라면,
이 말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이는 그의 마음즉, 어떤 뚜렷한 표식에 의해 다른 모든 것과 구별되는 특정의 마음이 바로 그 순간에 쾌락이라고 불리는 독특한 느낌을 지니고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쾌락‘은 쾌락을 가짐 이외의 그 어떤 다른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 P59

 즉, 한 예로서 쾌락은 우리 마음속에 있다. 쾌락은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우리는쾌락을 의식하고 있다 등을 우리는 말할 수 있을 따름이다. 다시 말해 내가 지금 강조하고자 하는 바는, 우리는 쾌락과 다른 것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말할 수 있지만 쾌락 자체를 정의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 P59

다시 말해 내가 지금 강조하고자 하는 바는, 우리는 쾌락과 다른 것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말할 수 있지만 쾌락 자체를 정의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누군가가 우리에게 다른 어떤 자연적인 대상으로 쾌락을 정의하고자 시도한다면, 예를들어 쾌락은 붉은색 감각을 뜻한다고 정의를 내린 다음 이로부터 쾌락이란 색깔이라고 누군가가 추론해 나간다면, 그는 웃음거리밖에 되지 않고,
후에 그가 말하는 쾌락에 관한 다른 진술은 전혀 신뢰할 수 없게 될 것이다. - P59

(전략). 하지만 동일한 의미로는 결코 자연적인 대상이 아닌 ‘선‘과그 어떤 다른 자연적 대상을 어떤 사람이 서로 혼동하고 있다면, 그는 자연주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말할 만한 이유가 있다. 왜냐하면 ‘선‘에 관해 범하는 이러한 혼동은 아주 특이한 특징을 지니고, 그리고 이러한 오류는 아주 공통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우리는 이러한 잘못에 대해 자연주의 오류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다. - P61

 반대로 선이 쾌락 외의 다른 무엇이 아니라면, 쾌락은 선이라는 말은 아예 의미조차 없어지게 된다. 선이 생명이나 쾌락 외의 다른 그 어떤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면, 윤리학에 관한 한 허버트 스펜서(Herbert Spencer)가시도한 것처럼, 쾌락의 증가는 생명의 증진과 일치한다는 점을 입증하려는시도는 전혀 쓸모없게 된다. 그는 단지 오렌지가 항상 종이에 싸여 있다는것을 보여줌으로써, 오렌지가 노랗다는 것을 증명하고자 시도하는 것과같은 일을 하고 있는 꼴이다. - P62

13.
실제로 ‘선‘이 단순하여 정의 불가능한 어떤 것이 아니라면, 앞서 언급한 두 대안이 가능할 따름이다. 즉, 선은 복합체로 부분으로 구성된 전체이어서, 그 본성의 정확한 분석에 관해서 의견의 불일치가 있을 수밖에 없거나, 아니면 선은 전혀 아무것도 의미하지 않는 것으로 아예 윤리학과 같은 학문은 애초에 성립조차 될 수 없을 것이다. - P63

(1) 선의 의미에 관한 불일치는 주어진 전체의 정확한 분석에 관한 불일치라는 가설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고찰해보면 잘못이라는 점이 아주 명백하게 밝혀진다. 즉, 그 어떤 정의가 제시되어도, 그렇게 정의된 복합체에대해서 "그것이 선 자체인가?"라는 의문을 우리는 언제나 의미 있게 제기할 수 있다. - P63

(2) ‘선‘은 전혀 아무런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는 가설이 잘못되었음을 보여주는데도 앞서 논의한 동일한 고려 사항을 고찰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보편적으로 참인 것은 그 부정이 자기모순에 빠진다는 본성을 지닌다고가정하는 실수를 범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즉, 철학의 역사에서 분석 명제에 상당히 중요한 의미가 부여되었다는 사실은 이러한 실수가 얼마나 쉽게 일어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 P65

 이 질문이 구체적으로 어떤 면에서 그 의미가 다른지를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이 질문이 다른 질문과 구분되는 특이한 의미를 지닌다는 점을 알아차릴 것이다. ‘본래적 가치(intrinsic value)‘나 ‘본래적 값어치(intrinsicworth)‘에 대해 생각할 때, 혹은 어떤 대상은 ‘반드시 존재해야만 한다고말할 때, 우리는 마음속에 어떤 독특한 대상, 즉 그 말이 적용되는 것들의그 어떤 독특한 속성을 떠올리는데 이것이 바로 ‘선‘이 의미하는 바이다. - P66

14.
그러므로 ‘선‘은 정의 불가능하다. - P66

시지윅 교수는 자신의 근본 원칙을 벤담(Jeremy Bentham)이 다음과 같이 진술했다고 말한다. 즉,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모든 당사자의 최대 행복이 인간 행위의 올바른 유일한 목적이다." 하지만 같은 장의 다른 곳에서 벤담이 사용한 언어가 함의하는 바에 따르면, ‘옳은(right)‘이라는 용어는 일반 행복(general happiness)을 산출하는‘을 의미한다. - P67

내가 생각하기에 벤담은 참으로 이러한 오류를 범한 철학자들 중 한사람임이 분명하다. 앞으로 논의하겠지만,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역시 이러한 오류를 범하고 있음에 확실하다. 아무튼 벤담이 이러한 오류를 범했든 범하지 않았든 상관없이. 앞의 인용 구절에 나타난 그의 입장은자연주의 오류가 무엇인지를, 그리고 선은 정의가 불가능하다는 반대 명제의 의미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의 구실을 할 것이다. - P66

이제부터 벤담의 이론을 고찰해보자. 시지윅 교수의 말에 따르면, 벤담은 ‘옳은‘이라는 단어를 ‘일반 행복을 산출하는 데 도움이 되는‘을 의미하는것으로 사용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정의 자체는 자연주의 오류를 필연적으로 함의하지 않는다. - P68

(전략). 왜냐하면 잘 알다시피 그는 근본 원칙을 관련된 모든 당사자의 최대 행복이 인간 행위의 올바른(right) 유일한 목적이라는 주장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그는 여기서 ‘옳은‘이라는 용어를 행복을 산출하는 수단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목적 자체에 적용하여 사용하고있기 때문이다. - P68

그런데 나는 자연주의 오류가 갖는 중요한 의의를 사람들이 오해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즉, 이러한 오류의 발견은 최대 행복이 인간 행위의 올바른 목적이라는 벤담의 주장을 결코 논박하지는 않는다. - P69

(전략). 이렇게 되었다면, 벤담의 윤리 체계는 그 핵심적인 주장에 아무런 변화 없이유지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되었다 해도, 그가 범한 자연주의 오류는 윤리 철학자로서 그에게 치명적인 반대 논거가 되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단언적으로 주장하건대, 참된 결론을 얻는 것 못지않게 그 결론을지지하는 타당한 이유를 찾는 일 역시 윤리학의 주된 과제이기 때문이다. - P70

자연주의에 대한 나의 반대는 첫째, 그 윤리원칙의 내용이 무엇이든 간에, 자연주의는 그 원칙을 옹호하는 이유를 전혀 제공하지 못하거나, 아니면 적어도 타당한 이유를 결코 제공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 P70

 둘째로, 자연주의는 그 어떤 윤리 원칙에 대해서도 지지 이유를 제공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잘못된 윤리 원칙을 사람들로 하여금 받아들이도록 하는 원인 구실을 한다는 점을 나는 주장하고 싶다. 즉, 자연주의는 사람들의 마음을 현혹하여 잘못된 윤리 원칙을 받아들이도록 하고 있다. 이 점에서 자연주의 윤리학의 전반적인 목적에 반하는 이론이다. - P71

 선에 대한 정의가 발견될수 있다는 확신에서 출발하게 되면, 우리는 선은 사물의 어떤 하나의 속성외의 다른 것을 결코 의미할 수 없다는 확신에서 논의를 출발하는 셈이 된다. 이렇게 되면 그 속성이 무엇인지를 발견하는 일이 곧 우리의 과제가 되어버린다. 하지만 선의 의미가 적용되는 한 무엇이든 간에 선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하게 되면, 우리는 훨씬 더 열린 마음에서 논의를 시작하는 셈이 된다. - 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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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 아저씨의 친구이자 출판사 사장인 빛나리 씨가 여우아저씨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어요. 빛나리 씨는 여우 아저씨가 쓴 이야기들을, 서점에서 사거나 도서관에서 빌릴 수 있는 책으로 만들지요. 새 책을 언제 완성할 건지 물어보려고 벌써 열다섯 번도 넘게 전화를 걸고 있어요.

‘산책 삼아 길모퉁이서점에 한번 가 볼까. 그럼 기분이 좋아질 거야. 봄 공기를 느끼고 맛있는 새 책을 보면 기적처럼 좋은 생각이 떠오를지도 몰라‘

여우 아저씨는 그렇게 새로 나온 책 다섯 권을 사서 기분좋게 길모퉁이 서점을 나왔어요. 봄 햇살이 내리쬐는 아주 맑은 날이었어요.
날씨가 너무 좋아서 여우 아저씨는 잠시 숲에서 쉬기로 했어요. - P16

분홍색 곤충은 가까스로 몸을 피했어요. 하지만 여우 아저씨의 조심성 없는 행동 때문에 단단히 화가 났어요. 그래서 자신이 얼마나 화가 났는지 여우 아저씨에게 톡톡히 보여 주기로 했어요. - P18

미라는 급히 화구를 챙겨 들고 비명 소리가 난 쪽으로 달려갔어요.
숲속 빈터에 도착해 보니 여우 한 마리가 풀밭에 쓰러져고통스러워하고 있었어요. 옆에는 책 몇 권과 후추통, 소금통이 널브러져 있었어요. - P26

여우 아저씨는 몸을 돌리며 눈을 떴어요. 그런데 정말 아름다운 얼굴이 눈에 들어왔어요. 여우 아저씨가 살면서 본중에 가장 아름다운 얼굴이었어요.
여우 아저씨의 귓가에는 바이올린 음악이 울리고, 눈앞에는 하트들이 춤추며 날아다녔어요. 주변 숲 전체가 자신의주위를 빙빙 맴도는 것 같았어요.

"제 이름은 미라예요. 화가랍니다! 여우 작가님 맞죠? 책과 후추통이 있어서 바로 알아봤어요!"
하지만 여우 아저씨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그저 미라를 빤히 보며 헤벌쭉 웃기만 했어요.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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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장

나이에 따른 우정의 변화

(전략)

사실 이것은 오랜 세월 동안 수없이 되풀이된 이야기다. 나이 들고병약해지면 외출하기가 어려워 방 안에서 홀로 지난 일을 곱씹으며 서서히 죽어간다는 이야기들. 고대의 어떤 사회에서는, 심지어는 20세기에 들어서도, 노인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짐이 되기 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동아프리카의 마사이 부족 사회에서 노인들은 때가 왔다고 판단되면 숲속에 들어가서 가시나무 밑에 자리를 잡고 불가피한 운명을 기다리곤 했다. - P482

고대사회의 이런 관행들은 현대사회의 맥락에서는 무척 잔인해보일 수도 있지만, 역사상 지금처럼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시대가 없었으므로 우리가 현재의 기준으로 과거를 재단해서는 안 된다. 과거를 조금 더 너그러운 시선으로 봐야 하는 두 번째 이유는 지금도 상황이 나빠지면 그런 관행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 P483

2000년대 들어 일본경제가 쇠락의 길을 걷자 일본에서는 병원과 자선단체 앞에 노인들이 버려지는 사건이 급증했다. 흔히 ‘노인 유기 granny dumping‘라 불리는 이런 사건들은 빙산의 일각이다. 서구 선진국의 도시와 마을에는혼자 외출할 수가 없어서 일주일 내내 타인과 접촉하지 못하는 노인들이 부지기수다. - P483

사교 활동을 학습하다


사교적 세계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관리해야 하는 것들 중에 가장 복잡한 세계일 것이다. 정말 많은 과학자들이 동물이 처리해야 하는 가장 복잡한 일은 ‘먹이 찾기‘라고 생각한다. 나의 관찰에 따르면 그런 과학자들의 문제는 그들 자신이 사교 생활을 많이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 너그러운 견해는 우리가 성인이 될 무렵에는 사교술을 다 익혀서 제2의 본성처럼 되기 때문에 사교 활동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잊어버린다는 것이다. - P484

 트레이시 조프TracyJoffe는 오래전, 우리 연구진의 객원 연구자였던 시절에 영장류의 신피질 부피를 가장 잘 예측하는 요인은 사회화 기간의 길이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여기서 사회화 기간이란 이유기(젖을 떼는 시기)와 사춘기(성적 성숙기) 사이의 기간이다. - P484

 청소년들은 모든 것을 자잘한 것 하나까지 섬세하게 작동시키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반면, 사교술을 이미 익힌 성인들은 거의 의식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사교 활동을 하다가 까다로운 문제가 생길 때만 의식적으로 집중하면 된다. - P485

대니 호커 -본드Dani Hawker-Bond는 우리와 함께 대학원에 다니던 시절에 5세부터 사춘기까지의 발달이 어떻게 이뤄지며 이 발달 과정이한 아이가 한 번에 같이 놀 수 있는 아이들의 수(아이들의 자연스러운집단 규모를 의미한다)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아보기로 했다. 우선 그는 학교의 놀이 시간 중 임의의 순간을 골라 아이들 개개인이 평균 몇명과 상호작용을 하는가를 측정했다. 그러고는 그 아이를 다른 교실로 데려가 우리의 정신화 과제를 어린이용으로 변형해서 정신화 능력을 측정했다. - P486

이처럼 아이들이 자랄수록 정신화에 능숙해지는 패턴은 런던 대학의 아이로이즈 더몬셀 Iroise Dumontheil의 연구에 훌륭히 기록되어 있다. 아이로이즈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능력을 평가하는 수단으로서 이른바 ‘감독 과제 Director‘s Task‘를 활용했다. 실험 대상자는 부분적으로 가림막이 설치된 선반의 한쪽에 앉아서 맞은편에 앉아 있는 ‘감독‘으로부터 이 선반에서 저 선반으로 물건을 옮기라는 지시를 받는다. - P487

아이로이즈는 8세, 11세, 13세, 16세의 아이들과 25세 성인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답변은 정확해졌고, 젊은 성인들의 점수가 가장 높았다. 따라서 조망 수용 능력은20대 중반까지 지속적으로 길러진다는 판단이 가능하다. 이러한 결론은 퀜틴 딜리의 뇌 영상 촬영 연구의 결론과 동일하다.
이러한 인지 패턴은 아이들 우정의 여러 가지 행동주의적 측면들과 상당히 일치한다. - P487

나의 예전 동료들인 스테파니 버넷-헤이즈 Stephanie Bumett-Heyes와 제니퍼 로Jennifer Lau는 14세와 17세 청소년들이 고전적인 경제 게임을어떻게 하는지를 비교했다. 청소년들은 자신이 받은 돈 전부를 혼자가질 수도 있고 친구들과 나눠 가질 수도 있었다. (중략). 14세 청소년들은 자신이 강한 사교적 연계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한 친구들(즉 자신이 특히 좋아하고 신뢰하는 친구들)에게 돈을 나눠주는 선택을했다. 17세 청소년들도 같은 선택을 했지만, 그들은 친구들이 실제로 자신의 감정에 얼마나 호응하는가에 따라 자신이 그 친구들에게 이끌리는 정도를 조절했다. - P488

우리는 사교술을 가지고 태어나지 않는다.
사교술은 습관처럼 구사하기에는 너무 복잡하기 때문이다. - P489

어린 시절의 우정

아주 어린아이들은 상호작용을 하면서 놀기보다 같은 공간에서 따로 놀이를 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어린아이들은 특정한 놀이 상대를 선호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 하지만 그 아이들이 만 4세 또는 5세가 되어 마음 이론을 획득할 무렵에는 자기와 성별이 같은 친구와 노는 것을 더 좋아하기 시작한다. - P489

한 연구에서는 취학 전 아동들이 스스로 만든 우정 네트워크에속한 아이들 중 11퍼센트만이 이성이었다. 유치원을 졸업할 무렵에는 동성 선호가 수업 시간의 상호작용으로도 확장되어, 같이 놀 친구는 물론이고 같이 활동할 친구로도 동성을 선호한다. - P490

클레어 메타 Clare Mehta 와 조넬 스트로JoNell Strough의 연구에 따르면 10대 아이들이 작성한 친구 목록의 72퍼센트는 동성이었다. 또 한 편의 연구에서는 14세와 15세 청소년들에게 친한 친구 10명의 이름을 알려달라고 했다. 평균적으로 10명 중 동성 친구는 6명, 이성 친구는 단2명이었다. 10대를 대상으로 이뤄진 세 번째 연구에 따르면 남자아이들은 주어진 시간의 3분의 2를 남자아이들과 보냈고 여자아이들은 3분의 2를 여자아이들과 보냈다. - P490

어릴 때부터 남녀가 분리되는 이유 중 하나는 남자아이들의 놀이가 격해서 여자아이들이 빠져버리기 때문이다. 엠마 파월 Emma Powell이 학교 쉬는 시간에 7~10세 아동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
남자아이들이 여자아이들보다 ‘뭔가를 가지고‘(축구공, 운동장의 체육시설 등) 놀 확률이 높으며 놀이에 격렬한 움직임 (달리기, 레슬링)이 포함될 확률이 훨씬 높았다. - P491

장난감과 사교 유형의 남녀 차이는 문화 적응의 결과라는 주장이자주 나온다. 하지만 이런 주장들은 공상에 가깝다. 우리는 원숭이들에게서도 동일한 성별 차이를 발견한다. 제리앤 알렉산더 GerianneAlexander와 멜리사 하인스 Melissa Hines는 캘리포니아주의 국립영장류연구센터에 있는 대형 사육장에서 자라는 그리벳원숭이 새끼들의 놀이 활동을 연구했다. - P491

야생 원숭이와 유인원들의 놀이 유형도 성별에 따른 차이가 컸다.
엘리자베스 론스데일 Elizabeth Lonsdale은 제인 구달의 연구지로 유명한탕가니카 호숫가의 곰베 국립공원에서 얻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미성숙한 수컷 침팬지들이 암컷보다 훨씬 사교성이 좋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 P492

소냐 칼렌버그 Sonya Kahlenberg는 다른 야생 침팬지 집단에서 비슷한 현상을 목격했다. 그녀가 14년 동안 관찰한 것을 종합한 결과, 사춘기 암컷 침팬지들은 나뭇가지를 가지고 놀거나 나뭇가지를 운반하는 행동을 수컷보다 4배 더 많이 했다. 암컷이 나뭇가지를 손에 들고있거나 운반하는 모습을 보면 그 나뭇가지를 아기로 생각하면서 놀고 있는 것 같았다. - P493

13장에서 우리는 남자들이 집단을 형성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여성은 일대일 관계에 집중한다는 점을 살펴봤고, 사교 유형의 남녀 차이가 어린아이에게서도 관찰된다는 점을 알아봤다. 아동 발달에 관한 문헌에 나오는 확실한 발견들 중 하나는 남자아이들이 여자아이들보다 큰 모둠을 지어서 논다는 것이다. - P493

 조이스 베넨슨이 만 4세와 5세 아이들이 꼭두각시 인형을 쳐다보는 시간을 측정한 결과, 여자아이들은 꼭두각시 인형이 둘씩 짝을 지어 상호작용하는 모습을 보기를 좋아하는반면 남자아이들은 꼭두각시 인형이 집단 속에서 상호작용하는 모습을 더 좋아했다. 베넨슨이 이 아이들의 놀이 네트워크를 분석한 결과(누구와 놀기를 좋아하는지를 아이들에게 물어봤다), 평균적으로 여자아이들의 놀이 상대는 1.3명이었고 남자아이들의 놀이 상대는 2.0 명이었다(이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다). 즉 남자아이들은 집단을 선호하고 여자아이들은 일대일을 선호했다. - P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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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학문에서 사기사건은 어떻게 일어나나?


‘학문에서 일어나는 사기‘라는 주제는 말할 것도 없이 매우 흥미로운 것이지만 그 내용이 쉽지 않고 그 층이 겹겹이 복잡하여 다른 이슈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드물게 다루어지고 있다. 언론인들의 대부분은 그 사기사건들 중에서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사건들에만 관심을 갖는데, 그런 사건들은 짧은 시간 동안 거세게 끓어오르고는 곧바로 다시 식어버리면서 아예 관심 밖으로 사라져버린다. - P5

. 한편으론 조심이 지나쳐 화를 부르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이를테면 1980년대 미국에서는 크게 문제가 된 과학 사건들이 생물의학 연구 분야에서 잇달아 일어나자 의회가 나서서 조사위원회를 구성하여 사기행위를 철저히 가려내도록 하였다. 그로 말미암아 사회의 관심과 열기가 치솟으면서 사기꾼과 위조자들을 색출하는 마녀사냥이 벌어지는 일까지 생기기도 하였다. - P6

과학자들이 과학 사기사건에 깊은 관심을 보이는 것은 대부분자신이 혐의의 대상이 되거나 해당 사건에 심사자로 연루되어 있을때뿐이다. 더구나 그 주제와 관련하여 스스로 발 벗고 나서서 자세하게 규명하려 한다면 ‘제 집안 헐뜯어 망신시킨다!‘는 의심과 손가락질을 받을 위험마저 도사리고 있다. - P6

지금까지 확인된 바에 따르면 학문세계에서 일어나는 사기현상을 맨 처음 체계적으로 다룬 사람은 바로 영국의 위대한 수학자 찰스 배비지 Charles Babbage, 1792~1871였다. 1830년 런던에서 발표된 『영국 학술의 몰락에 관한 고찰들』에서 배비지는 한 꼭지를 할애하여 학술사‘라는 주제를 다루었다. - P7

‘위조‘ 보다 훨씬 광범위하게 만연되었던 것은 배비지가 ‘요리하기 cooking‘ 라고 표현한 절차였다. 그 뜻을 풀자면, (가설에) 들어맞지 않는 값들을 아예 빼버려서 실험이나 계산의 결과들을 ‘맛있게꾸며‘ 조작한다는 말이다. - P8

이와 같은 데이터조작의 대가라면 의심의 여지없이 영국의 물리학자이자 수학자인 아이작 뉴턴을 꼽을 수 있다. 그는 자신이 측정하여 얻은 값들을 자신의 이론에 맞게 미리 정해놓은 값에 가깝게 되도록 교정계수를 가지고 다듬기를 마다하지 않았던 인물이다.
천재적인 능력 덕에 뉴턴은 그런 방법으로 여러 가지 자연법칙들을 찾아냈지만, 오늘날의 잣대로 보면 그 방법은 그다지 깨끗한 것은아니다. - P9

그렇지만 학문 연구분야에서 장난과 정말 마음먹고 하는 사기를 구분한다는 것은 그렇게 쉽지가 않다. 그래서 오늘날까지 수수께끼로 남은 것이 그 유명한 ‘필트다운 화석‘이다. 애초 장난으로생각했던 것이냐 아니면 정말 의도를 가진 사기였느냐를 두고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다. - P11

본서 『과학의 사기꾼』을 쓰면서 내가 마음먹은 목표는 도덕이라는 집게손가락으로 욕을 먹어 싼 사기 또는 위조사건의 주인공들을 손가락질하자는 것이 아니다. - P11

원고 정리를 해준 가브리엘레 자이델 여사에게 특별히 깊은 고마움을 표하며 그림과 사진 문제를 처리해준 베라 여사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그리고 빌라이-VCH 출판사에서 이 책이 나올 수 있도록 온갖 힘을 아끼지 않은 이 책의 프로젝트 책임자 구드룬 발터 박사께도 감사드린다.



하인리히 창클 - P13

짜맞춘 계산-뉴턴의 ‘조작인수


아이작 뉴턴이 학교에 다닐 수 있었고 또 더 자라 나중에 위대한 학자까지 될 수 있었다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 P39

역사가인 리처드 웨스트폴Richard Westfall은 뉴턴이 자신의 측정값들을 다루면서 사용했던 수치들을 가리켜 ‘조작인수fudge factor‘ 라고 했다. 뉴턴은 이 ‘인수‘를간단하면서도 아주 효과적으로 사용하곤 했다. 이를테면 그가 이론으로 생각했던 값이 나올 때까지 계산에 넣어야 할 초기값들을 계속해서 바꾸는 식이다. - P40

그처럼 그리 성실하다고 할 수 없는 뉴턴의 계산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 경우가 바로 소리의 빠르기 계산이었다. 그당시 이미알려져 있던 파동의 법칙을 바탕으로 뉴턴은 소리가 1초에 약 255미터 움직인다는 계산 결과를 내놓았다. 그와 거의 때를 같이 하여프랑스의 두 학자가 내놓은 값은 뉴턴의 값과 큰 차이를 보였는데,
그들의 값은 499%에서 182%였다.  - P40

(전략). 자기 명예를 살리기 위해 그는 자신이 계산을 할 때 공기밀도를 제대로 계산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공기밀도의 값을 자기 마음대로 1/850에서 1/870로 높였다. 그러나그렇게 했음에도 여전히 348%에 미치지 못하자 이번에는 습도의 힘을 빌렸다. - P41

한참 뒤에 프랑스의 물리학자 루이 라플라스Louis Laplace는 그리 과학적이지 못한 그런 조작이 꼭 필요했던 게 아니었으며, 이론을 통한 뉴턴의 처음 계산이 옳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 P41

오늘의 우리들은 해마다 태양이 50.4초씩 앞서간다는 사실을알고 있다. 그런데 이 값은 17세기에 이미 알려져 있었는데, 다만 그런 차이가 생기는 까닭을 모르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것이 태양과 달의 끌림(인력) 때문이란 걸 처음으로 알아차린 사람이 바로 뉴턴이었다. 그는 그 차이 (세차운동)를 계산하기 위해 공식을 만들고,
그걸로 계산하여 얻어낸 값을 천문 관측의 자료와 비교하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두 값이 서로 일치하지 않았다 - P43

그의 유명한 만유인력의 법칙을 증명할 때도 똑같은 식이었다.
계산을 시작하기 위해 그는 먼저 거의 자기 마음대로 지구와 달의 거리를 지구 반지름의 60배로 잡았던 것이다. - P43

뉴턴의 천재성은 인정한다 하더라도 그를 과학자의 모범이라고보기는 어렵다. 그런 점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것이 미적분을 놓고독일의 수학자 고트프리트 빌헬름 폰 라이프니츠Gottfreid Wilhelmvon Leibnitz, 1646~1716와 벌인 다툼이었다. 뉴턴은 라이프니츠가 자신의 계산방법을 베꼈다고 비난했다. - P44

우리의 천재 뉴턴의 마음을 굳이 더이상 상하게 하지 않고 그저지금까지 살펴본 사건들만 보더라도 그의 성격 특성들이 그의 학문능력만큼 그렇게 바람직한 건 결코 아니었다라는 말은 얼마든지 할수 있을 것이다. - P45

타고난 음모꾼
-지그문트 프로이트 정신분석


(전략). 인간의 심리와장애라는 새로운 분야에서 프로이트의 업적이 폭넓게 거론되고 있기 때문에 흔히 프로이트 혼자서 이 분야를 개척했다는 인상을 갖기 쉽다. 그러나 실제로는 여러 인물들이 초기 정신분석 이론을 개발하는 데 가담했다. 오늘날 그들에 대해서 거의 거론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노련한 음모를 통해 막상막하의 라이벌을 모두 제거하는 프로이트의 천부적인 재능 때문이었다. - P298

그의 첫 희생자는 빌헬름 플리스Wilhelm Fließ라는 의사였다. 그는 이미 프로이트 이전에 성심리학을 연구했으며, 인간은 누구나 양성애적인 성향을 지닌다는 이론을 제기했다. 또한 성적으로 성숙하는 과정(사춘기)에서 한쪽의 성적 기질이 억제된다고 주장했다. - P299

플리스는 1905년 마침내 자신의 책을 출판했다. 그와 동시에 리하르트 페니히Richard Pfennig라는 사서는 플리스의 권유로 『빌헬름 플리스와 그의 표절자들: 바이닝거와 스보보다』라는 책을 출판했다. 이 책에는 프로이트의 표절행위가 매우 상세하게 묘사되어 있었다. 프로이트는 곧바로 자신과 친분이 있는 빈 출신의 기자 카를 크라우스Karl Kraus에게 연락을 취해 자신을 옹호해주는 글을 써달라고 부탁했다. - P300

몇 년 후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라는 사람이 프로이트의 눈에 들어왔다. 이 두 사람은 전에는 친분이 매우 두터웠으며, 공동연구를 추진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아들러는 점점 자신의 학설을 확고히 굳히면서 검증되지 않은 프로이트의 이론에 대해 비판을 가하기 시작했다. 아들러는 특히 아동기의 성적장애가 성인이 된 이후 정신질환의 근본적 원인을 제공한다는 이론에 대해 의구심을 품었다. 프로이트는 곧바로 아들러가 편집증에 시달린다는 소문을 퍼뜨리면서 그의 영향력을 박탈시켰다. - P301

프로이트는 아둘러를 상대로 투쟁을 벌이는 동안 취리히의 심리학자 융C. G. Jung과 집중적인 접촉을 시도했다. 프로이트는 명성이 높은 융을 설립 구상 중인 국제정신분석협회의 회장직으로 임명하여 그의 덕을 보고자 했다. 그러나 그는 융을 회장직에 임명하는과정에서 자신을 추종하던 지지자들의 강렬한 저항에 맞서야 했다.
프로이트는 배후에서 행동하면서 자신의 지지자 중 한 명인 산도르 페렌치Sandor Ferenczi를 내세워 그들의 저항을 막도록 했다. 프로이트와 읍과의 관계 역시 그리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 P302

프로이트는 음모와 비방의 귀재였을 뿐만 아니라, 학술논문을저술할 때에도 사실에 전혀 입각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이에 대한 증거는 거의 모든 사례보고에서 잘 나타난다. 특히 눈에 띄는 한가지 예로 유명한 ‘쥐인간Rat Man‘ 에른스트 란처Ernst Lanzer를 들 수있다. - P302

그 외에도 프로이트는 자신의 저서 『꼬마 한스』의 주인공인 소년 한스를 실제로는 단 한 번 보았을 뿐이었다. 이 소년은 말 공포증에 시달렸는데, 마차사고를 직접 목격한 이후부터 말에 대한 공포증이 생겼다고 본인 스스로 매우 이성적으로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프로이트는 이 소년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가졌다는 결과에 도달했다. - P303

한편 프로이트는 자신이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환자 다니엘 슈라이버 Daniel Schreiber에게 질식할 것 같은 느낌과 망상의 원인이 잠재적 동성애 때문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또한 프로이트는 슈라이버가 자신의 분석을 통해 부분적으로 치유되었다고 주장했지만, 환자는 이 점에 대해 평생 동안 맹렬히 반박했다. - P303

프로이트가 몇 안 되는, 그것도 극히 일부분을 피상적으로 분석한 사례를 통해 다양한 이론을 구축한 사실은 매우 놀랄 만하다. 그가 1907년 자신의 모든 기록을 불태웠기 때문에 가설의 토대를 좀더 자세히 검토하기 위한 문서는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중략).
그러나 프로이트가 일시적인 정신질환에 시달렸으며, 옛 친구들을 상대로 비방했던 편집증 증세로 자신 역시 고통받았다는 일부 증거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프로이트가 인간의 심리기제를 보다 잘 통찰할 수 있는 새로운 이론과 가설을 개발하는 데큰 공적을 세운 점은 무시하기 어렵다. - P304

참인가 거짓인가?
-아인슈타인의 ‘위조‘에 대한 비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더없이 뛰어난 천재였지만 그 못지않게 전통의 틀을 벗어난 학자이기도 하였다. 그의 이름을 둘러싸고 그렇게 많은 일화들이며 소문들과 혐의들이 많았던 것도 아마도 바로그 때문이었을지 모른다. - P59

이처럼 부정적인 견해들이 있게 된 핵심 원인은 아인슈타인의특수상대성이론에 있는, 분명히 모순으로 보이는 역설의 결과를 누구나 쉽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바로
‘시계의 역설‘이다. - P60

이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추론들을 생각하면 처음 특수상대성이론이 일반 사람들의 심각한 의심을 사고 더 나아가 능력이 만만치않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마저 허튼소리로 취급받았던 것도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런 평가는 세월이 흐르면서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오늘날 이 이론은 사람의 머리로 생각한 것 가운데 가장 천재적인 이론으로 인정받고 있다. - P60

그보다 더 이상하게 보이는 것이 바로 아인슈타인의 부인이었던 밀레바Mileva를 둘러싼 사건이었다. 밀레바는 1983년 『엠마Emma』라는 잡지에 실린 특별 기사에서 ‘상대성이론의 어머니‘로소개되었다. 이 이상한 이야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출처를 확인한결과, 데상카 트르부호빅규리치Desanka Trbuhovic-Gjuric란 세르비아여자에게 나온 이야기란 사실이 밝혀졌다. - P62

그 책에는 조페란 물리학자가 아인슈타인의 논문들 가운데 아주 중요한 세 편의 논문 서명이 ‘아인슈타인 마리치‘로 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그러나 인용 자료로 제시된 조페의 책 『아인슈타인에 대한 기억들』에는 아인슈타인의 부인이 공동저자였다는 말은 커녕 그 비슷한 말조차 나오지 않는다. - P62

지금까지 살펴본 앞뒤 맞지 않는 이야기들이며 잘못된 이야기들에서 아인슈타인의 책임이라고 할 만한 것은 전혀 찾을 수 없다.
하지만 이 유명한 과학자도 학문 연구의 규칙을 엄격히 지키지 않았던 일이 하나 있었다. - P63

 먼저 자신들만의 이론을 정립한 두 사람은 실험을 통해 구해질 수 있는 값이 1‘일 수밖에 없다고 단정하고 실험 단계로 넘어갔다. 하지만 직접 실험을 한다는 게 비용도 비용이지만 아주 까다로웠기 때문에, 두 사람은 두 차례만의 측정으로 실험을 끝냈다. 나중에 드하스는 그 실험과정에 대해 다음과 같이 썼다. - P63

그러나 나중에 다른 물리학자들의 실험을 통해 1.45란 값이 실제의 값에 더 가까운 것임이 밝혀지게 되었다. 왜냐하면 제대로 된 측정값이 2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나중에 드하스는 측정값을 조작했다는 사실을 인정했지만, 아인슈타인은 그 조작 사실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그 일이 있고 난 후부터 자기학 관련 연구를 다시 하지 않았다. - P64

 아인슈타인이 이 사건에 대해 그토록 끈질기게 입을 다물었다는 사실도 놀랍기는 마찬가지다. 왜냐하면 그는 다른 경우들에는 늘 자기 잘못을 순순히 인정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1911년 『물리학 연보』에는 이미 6년이나 지난 자신의 박사논문에서 잘못된 점을 고쳐 발표하기도 하였다. 또 1916년 일반상대성이론을 설명하면서 잘못된 계산도 마찬가지로 그 스스로 밝히고 고쳤던 것이다. - P64

마약과도 같은 위험한 게임
허술한 신약 테스트


특정 질병 치료를 위한 신약은 허가를 받기 전에 여러 단계에 걸친테스트를 받아야 한다. 실험실 분석과 동물 임상실험을 거친 신약은 인간에게 어떤 육체적·정신적 효능을 발휘하는지를 규명하기위해 우선 건강한 지원자를 대상으로 테스트 과정을 거친다. - P260

신약 테스트를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많은 환자들이 필요하기때문에, 제약회사는 대규모의 제반 비용이 드는 이러한 실험을 가능한 신속히 마치기 위해 여러 병원과 손을 잡고 일한다. - P260

신약 테스트는 주로 지속적으로 비어 있는 의료보험조합에 자금을 가져다주고 직원을 추가로 고용할 수 있게 해준다. 특히 제약회사와 병원의 관계가 매우 유착되어 있는 미국에서는 수많은 의사들이 이러한 신약 테스트 분야를전공한다. - P261

오거스타Augusta의 조지아 의과대학의 리처드 보리슨은 이 분야에서 다년간 활동했다. 그는 보스턴 출신으로, 의대 졸업 후 정신과전문의 연수교육을 받았고, 독일의 ‘사사Privatdozent‘에 해당되는
‘박사학위Ph. D. (Doctor of Philosophy)‘를 취득하는 등 학문적으로도 뛰어난 자격을 갖추었다. 1981년 그는 조지아 의과대학의 정신과 교수로 임명되었다. - P261

 보리슨이 정신과 의사였기 때문에 특히정신분열증과 우울증, 알츠하이머 질환을 가진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향정신성 약품 테스트가 주로 위탁되었다.
몇 년 후 보리슨 · 다이아몬드 커플은 제약회사 사이에서 테스트를 신속하게 수행하고 정확하게 보고하는 것으로 명성을 떨쳤다.
그 결과 제약회사의 테스트 위탁이 점점 쇄도했으며, 곧 미국의 권위 있는 대다수 제약회사들도 조지아 의과대학에 신약 테스트를 위탁했다. - P262

연구가 순조롭게 진행되던 어느 날 신약 테스트에 참여 중인우울증 환자가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보리슨과 다이아몬드는 환자의 자살 사실을 은폐하려고 했다. 그들은 담당 여성 연구원을해고하고, 그녀에게 돈을 주고 대학 측에 이 사실을 알리지 못하도록 입막음했다. 그러나 뒤이어 두 번째 환자가 자살하자 한 여성 연구원이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대학 측에 사건 전모를 알렸다. 곧 내부 조사가 시작되었다.
조사가 시작되자마자 대부분의 연구에 심각한 결함이 있었음이 드러났다. - P262

브루스 다이아몬드는 바이오테크에 자주 나왔지만 약물학자였기 때문에 의사업무를 수행할 자격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그는 보리슨의 이름으로 서명한 다음 부분적으로 처방전과 증명서를 발급해주었다. 그에게 환자들의 건강은 안중에도 없었다. - P263

불미스러운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검찰이 개입되었다. 오랜수사 끝에 리처드 보리슨은 기소를 당했고, 자신의 죄를 자백했다.
그 중에는 절도 및 사기, 문서조작과 뇌물제공 등 다양한 혐의가 존재했다. 그는 1998년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그 외에도 그는 400만 달러의 손해배상액을 지불해야 했으며, 의사면허를 영구히 박탈당했다. - P263

보리슨 역시 돈과 사치를 무엇보다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그에게 선고가 내려진 이후 오거스타에서는 그가 소유했던 수많은 골동품과 그림을 대상으로 거대한 경매가 벌어졌다. 경매에 부쳐진물품 중에는 그가 이미 수중에 확보한 돈과 향후 몇 년간 벌어들일 돈으로 오거스타 근방에 지으려고 했던 화려한 성의 설계도도 있었다. 결국 그는 오랜 기간 동안 화려한 성 대신 비좁은 감옥방에서 살아야 했다. - P264

 조지아 의과대학은 신약 테스트와 관련된 그러한 부정행위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엄격한 규율을 새로 제정했다. - P264

약품개발 분야에서 생겨난 막심한 손해는 특히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약품 임상실험과 관련하여 보리슨과 다이아몬드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상실된 의약품 업계 전체의 신뢰를 만회하려면 앞으로 수년이 더 지나야 할 것이다. - P265

짜맞춘 계산: 뉴턴의 ‘조작인수‘
Di Trocchio, F., "Newton und der Fälschungsfaktor", Der große Schwindel,
(Rowohlt Taschenbuch, 1999).
Westfall, R.S., "Newton and the Fudge Factor", Science 179, (1973).
Zankl, H., "Ein Apfel fällt", Die Launen des Zufalls, (Primus Darmstadt, 2002). - P435

참인가, 거짓인가?: 아인슈타인의 ‘위조‘에 대한 비난

Di Trocchio, F., "Die Relativität: Scherz oder Betrug?", Der große Schwindel,
(Rowohlt Taschenbuch, 1999).
Fölsing, A., "Die Illusion der ‘harten Tatsachen", Der Mogelfaktor, (Hamburg:Rasch und Röhring, 1984). - P436

마약과도 같은 위험한 게임: 허술한 신약 테스트
Corwin, T., "Insurance, claim, trial linked", Augusta Chronicle, (5. 9. 1998).
(http://www.augustachronicle.com).
Garber, P. & Partridge, W., "Investigators asking if medical researchesdiverted funds", The Augusta Chronicle (17. 8. 1996).
Grinfield, M.J., "Ex Profs charged in Psych Department Research Scan",
Psychiatric Times 14,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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