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진 서울 아닌 것을 피하고 싶은 ‘디나이얼 지방출신‘에게 놓인 가장 암울한 미래는 ‘두려움이 가져올 변화 없음‘이다. - P4
프롤로그
성심당 갈 때 대전 한번 들를게 - P7
친구가 데려온 서울 애들은 "울산에선 고래 타고 다닌다며?" "광주시 공공 자전거가 ‘타랑께‘래!" 농담하며 깔깔댄다. 대전시 자전거 ‘타슈‘는 모르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같이 박장대소했다. 내 웃음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린다. 뜨끈해진 뒷덜미를 쓸어내린다. 서울 사람들에게 서울 아닌지역의 삶은 고래 타고 다닐 만큼 원시적이고, 사투리의 독특함을 살린 공유 자전거 이름은 유머가 된다. - P8
서울은 ‘올라가고 대전은 ‘내려간다.‘ 대전보다 북쪽에 있으니까 올라가는 게 맞는데, 왠지 위에 있으니까 서울 사람들은 상전 같다. 20세기 초 표준어가 된 건 서울 중산층¹의 말이고, 서울말을 곧 표준어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서울 사투리‘라는 말 자체에 발끈한다.² - P9
1_이익섭, <국어 표준어의 역사>, <국어문화학교> 1. 국립국어연구원, 1992, 71~79쪽.
2_이정봉, <[카드뉴스] 이정섭 ‘참기름 더~‘ 알고보니 서울사투리라고?>, 《중앙일보》2017. 10. 18. - P154
서울이라는 목적지에 성공적으로 도달한 사람들은 어떤 마음인지 궁금하다. 공부를 잘하면, 취업이 잘되면 청년들은 부지런히 짐을 싸 서울로 갔다. - P9
동경하는 서울에 왔지만, 몇 년이 지나도 아직 ‘서울 사람‘이 되지 못한 것만 같은 이상한 기분이 든다. 지방에 대한농담을 들으며, 마치 ‘내 얘긴 아니니까 난 웃을 수 있지‘ 식의 태도를 보이거나 ‘뭘 이런 걸 심각하게 여기나‘라고 생각하며가볍게 무시하고 싶지만,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든다. - P10
이 책은 설명하기 어려운 그 기분에서 시작됐다. 목적지인 서울에 도착하지 못한 부러움과 그 부러움을 부정하고싶은 분노, 그리고 서울 한복판에 있지만, 서울에 속하지 못한 ‘시골 쥐‘의 부끄러움과 출신지에 대한 복잡한 감정 말이다. - P10
노잼의 도시 대전에 사는 나는, 이 복잡하고 이상한 기분과 이 기분을 만들어 낸 실체를 스스로 찾아 설명해 보려고 ‘노잼도시⁶‘를 연구하기로 했다. 노잼도시란 수식어를 대전만이 가진 개성이자 브랜드라고 자랑스러워해야 할지, 세상 매력 없는 도시에 살고 있다는 걸 부끄러워해야 할지 갈피를 잡고 싶었다. - P11
6_ 이 책에서는 ‘노잼‘과 ‘도시‘를 붙여 하나의 고유 명사처럼 사용한다. 용어 사용에대한 상세한 설명은 3장에서 찾을 수 있다. - P154
대전이 ‘노잼도시‘로 불리는 건 불명예스러운 일이었고, 대전이재미없어서 청년들은 떠난다고 했다. 지방 도시의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의 위기가 팽배한 이 시국에 ‘노잼‘이라는 별명은 재앙과도 같았다. - P12
도시의 재미는 곧 쓸모와 쓰임새로 연결된다. 쓸모와쓰임새를 부지런히 찾는 노력과 발견은 꾸준히 있었다. 이런발견은 도시를 잘 포장해서 팔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도움이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과 발견은 도시를 하나의 소비재로 규정해 버린다. - P12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노잼도시민‘의 난감한 기분에서 시작한 이 책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뉜다. 자꾸만 쪼그라드는 게 고민이라 어떻게든 저 위 대도시처럼 되고 싶지만 고유한 정체성은 지키고 싶은, 대전을 포함한 지방 도시의 상황을 ‘지금은 지방 (소멸) 시대‘에서 다룬다.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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