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장
나이에 따른 우정의 변화
(전략)
사실 이것은 오랜 세월 동안 수없이 되풀이된 이야기다. 나이 들고병약해지면 외출하기가 어려워 방 안에서 홀로 지난 일을 곱씹으며 서서히 죽어간다는 이야기들. 고대의 어떤 사회에서는, 심지어는 20세기에 들어서도, 노인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짐이 되기 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동아프리카의 마사이 부족 사회에서 노인들은 때가 왔다고 판단되면 숲속에 들어가서 가시나무 밑에 자리를 잡고 불가피한 운명을 기다리곤 했다. - P482
고대사회의 이런 관행들은 현대사회의 맥락에서는 무척 잔인해보일 수도 있지만, 역사상 지금처럼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시대가 없었으므로 우리가 현재의 기준으로 과거를 재단해서는 안 된다. 과거를 조금 더 너그러운 시선으로 봐야 하는 두 번째 이유는 지금도 상황이 나빠지면 그런 관행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 P483
2000년대 들어 일본경제가 쇠락의 길을 걷자 일본에서는 병원과 자선단체 앞에 노인들이 버려지는 사건이 급증했다. 흔히 ‘노인 유기 granny dumping‘라 불리는 이런 사건들은 빙산의 일각이다. 서구 선진국의 도시와 마을에는혼자 외출할 수가 없어서 일주일 내내 타인과 접촉하지 못하는 노인들이 부지기수다. - P483
사교 활동을 학습하다
사교적 세계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관리해야 하는 것들 중에 가장 복잡한 세계일 것이다. 정말 많은 과학자들이 동물이 처리해야 하는 가장 복잡한 일은 ‘먹이 찾기‘라고 생각한다. 나의 관찰에 따르면 그런 과학자들의 문제는 그들 자신이 사교 생활을 많이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 너그러운 견해는 우리가 성인이 될 무렵에는 사교술을 다 익혀서 제2의 본성처럼 되기 때문에 사교 활동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잊어버린다는 것이다. - P484
트레이시 조프TracyJoffe는 오래전, 우리 연구진의 객원 연구자였던 시절에 영장류의 신피질 부피를 가장 잘 예측하는 요인은 사회화 기간의 길이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여기서 사회화 기간이란 이유기(젖을 떼는 시기)와 사춘기(성적 성숙기) 사이의 기간이다. - P484
청소년들은 모든 것을 자잘한 것 하나까지 섬세하게 작동시키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반면, 사교술을 이미 익힌 성인들은 거의 의식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사교 활동을 하다가 까다로운 문제가 생길 때만 의식적으로 집중하면 된다. - P485
대니 호커 -본드Dani Hawker-Bond는 우리와 함께 대학원에 다니던 시절에 5세부터 사춘기까지의 발달이 어떻게 이뤄지며 이 발달 과정이한 아이가 한 번에 같이 놀 수 있는 아이들의 수(아이들의 자연스러운집단 규모를 의미한다)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아보기로 했다. 우선 그는 학교의 놀이 시간 중 임의의 순간을 골라 아이들 개개인이 평균 몇명과 상호작용을 하는가를 측정했다. 그러고는 그 아이를 다른 교실로 데려가 우리의 정신화 과제를 어린이용으로 변형해서 정신화 능력을 측정했다. - P486
이처럼 아이들이 자랄수록 정신화에 능숙해지는 패턴은 런던 대학의 아이로이즈 더몬셀 Iroise Dumontheil의 연구에 훌륭히 기록되어 있다. 아이로이즈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능력을 평가하는 수단으로서 이른바 ‘감독 과제 Director‘s Task‘를 활용했다. 실험 대상자는 부분적으로 가림막이 설치된 선반의 한쪽에 앉아서 맞은편에 앉아 있는 ‘감독‘으로부터 이 선반에서 저 선반으로 물건을 옮기라는 지시를 받는다. - P487
아이로이즈는 8세, 11세, 13세, 16세의 아이들과 25세 성인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답변은 정확해졌고, 젊은 성인들의 점수가 가장 높았다. 따라서 조망 수용 능력은20대 중반까지 지속적으로 길러진다는 판단이 가능하다. 이러한 결론은 퀜틴 딜리의 뇌 영상 촬영 연구의 결론과 동일하다. 이러한 인지 패턴은 아이들 우정의 여러 가지 행동주의적 측면들과 상당히 일치한다. - P487
나의 예전 동료들인 스테파니 버넷-헤이즈 Stephanie Bumett-Heyes와 제니퍼 로Jennifer Lau는 14세와 17세 청소년들이 고전적인 경제 게임을어떻게 하는지를 비교했다. 청소년들은 자신이 받은 돈 전부를 혼자가질 수도 있고 친구들과 나눠 가질 수도 있었다. (중략). 14세 청소년들은 자신이 강한 사교적 연계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한 친구들(즉 자신이 특히 좋아하고 신뢰하는 친구들)에게 돈을 나눠주는 선택을했다. 17세 청소년들도 같은 선택을 했지만, 그들은 친구들이 실제로 자신의 감정에 얼마나 호응하는가에 따라 자신이 그 친구들에게 이끌리는 정도를 조절했다. - P488
우리는 사교술을 가지고 태어나지 않는다. 사교술은 습관처럼 구사하기에는 너무 복잡하기 때문이다. - P489
어린 시절의 우정
아주 어린아이들은 상호작용을 하면서 놀기보다 같은 공간에서 따로 놀이를 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어린아이들은 특정한 놀이 상대를 선호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 하지만 그 아이들이 만 4세 또는 5세가 되어 마음 이론을 획득할 무렵에는 자기와 성별이 같은 친구와 노는 것을 더 좋아하기 시작한다. - P489
한 연구에서는 취학 전 아동들이 스스로 만든 우정 네트워크에속한 아이들 중 11퍼센트만이 이성이었다. 유치원을 졸업할 무렵에는 동성 선호가 수업 시간의 상호작용으로도 확장되어, 같이 놀 친구는 물론이고 같이 활동할 친구로도 동성을 선호한다. - P490
클레어 메타 Clare Mehta 와 조넬 스트로JoNell Strough의 연구에 따르면 10대 아이들이 작성한 친구 목록의 72퍼센트는 동성이었다. 또 한 편의 연구에서는 14세와 15세 청소년들에게 친한 친구 10명의 이름을 알려달라고 했다. 평균적으로 10명 중 동성 친구는 6명, 이성 친구는 단2명이었다. 10대를 대상으로 이뤄진 세 번째 연구에 따르면 남자아이들은 주어진 시간의 3분의 2를 남자아이들과 보냈고 여자아이들은 3분의 2를 여자아이들과 보냈다. - P490
어릴 때부터 남녀가 분리되는 이유 중 하나는 남자아이들의 놀이가 격해서 여자아이들이 빠져버리기 때문이다. 엠마 파월 Emma Powell이 학교 쉬는 시간에 7~10세 아동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 남자아이들이 여자아이들보다 ‘뭔가를 가지고‘(축구공, 운동장의 체육시설 등) 놀 확률이 높으며 놀이에 격렬한 움직임 (달리기, 레슬링)이 포함될 확률이 훨씬 높았다. - P491
장난감과 사교 유형의 남녀 차이는 문화 적응의 결과라는 주장이자주 나온다. 하지만 이런 주장들은 공상에 가깝다. 우리는 원숭이들에게서도 동일한 성별 차이를 발견한다. 제리앤 알렉산더 GerianneAlexander와 멜리사 하인스 Melissa Hines는 캘리포니아주의 국립영장류연구센터에 있는 대형 사육장에서 자라는 그리벳원숭이 새끼들의 놀이 활동을 연구했다. - P491
야생 원숭이와 유인원들의 놀이 유형도 성별에 따른 차이가 컸다. 엘리자베스 론스데일 Elizabeth Lonsdale은 제인 구달의 연구지로 유명한탕가니카 호숫가의 곰베 국립공원에서 얻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미성숙한 수컷 침팬지들이 암컷보다 훨씬 사교성이 좋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 P492
소냐 칼렌버그 Sonya Kahlenberg는 다른 야생 침팬지 집단에서 비슷한 현상을 목격했다. 그녀가 14년 동안 관찰한 것을 종합한 결과, 사춘기 암컷 침팬지들은 나뭇가지를 가지고 놀거나 나뭇가지를 운반하는 행동을 수컷보다 4배 더 많이 했다. 암컷이 나뭇가지를 손에 들고있거나 운반하는 모습을 보면 그 나뭇가지를 아기로 생각하면서 놀고 있는 것 같았다. - P493
13장에서 우리는 남자들이 집단을 형성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여성은 일대일 관계에 집중한다는 점을 살펴봤고, 사교 유형의 남녀 차이가 어린아이에게서도 관찰된다는 점을 알아봤다. 아동 발달에 관한 문헌에 나오는 확실한 발견들 중 하나는 남자아이들이 여자아이들보다 큰 모둠을 지어서 논다는 것이다. - P493
조이스 베넨슨이 만 4세와 5세 아이들이 꼭두각시 인형을 쳐다보는 시간을 측정한 결과, 여자아이들은 꼭두각시 인형이 둘씩 짝을 지어 상호작용하는 모습을 보기를 좋아하는반면 남자아이들은 꼭두각시 인형이 집단 속에서 상호작용하는 모습을 더 좋아했다. 베넨슨이 이 아이들의 놀이 네트워크를 분석한 결과(누구와 놀기를 좋아하는지를 아이들에게 물어봤다), 평균적으로 여자아이들의 놀이 상대는 1.3명이었고 남자아이들의 놀이 상대는 2.0 명이었다(이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다). 즉 남자아이들은 집단을 선호하고 여자아이들은 일대일을 선호했다. - P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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