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고, 거 삼각대 하나는 짱짱한 거 들고 다니는구먼."
인터뷰를 녹화하려고 카메라를 설치하고 있던 나에게 풍정사계 이한상 대표가 건넨 말이었다. (중략) 그걸 알아보는 이 대표의 한마디에서 ‘아, 이 분이예전에 사진관을 하셨지‘라고 새삼 떠올리게 된다. - P121

그 누룩과 함께 완성된 술이 바로, 2017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방한 당시 청와대 만찬주로 쓰였던 약주, 풍정사계 춘이다. - P122

입속에서 춘은 조금 복잡한 원을 만든다. 달콤함으로 시작해 새콤함이 일어나다가 난데없이 구수함이 노크를 해온다. 끝에 남는 것은 아주가벼운, 싫지 않은 쓴맛, 그리고 그 쓴맛은 다시 달콤함으로 꼬리를 문다.
네 가지 색깔의 색상환, 사태극(四太極)이라고나 할까. - P122

수제 맥주의 향을 다양한 홉이 살려주듯, 누룩에 들어가는 곡물과 여기에 올라타는 미생물의 종류를 다양화하는 게 우리술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시키는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P123

"우리술이 1960년대 이후 감미료를 많이 쓰면서 달아졌다고들 하는데, 풍정사계의 단맛은 설탕이 들어오기 이전의 단맛이거든요. 저는 이것이 우리술 본바탕에 있는 맛이라고 생각해요. 밥을 오래 씹으면 나오는, 그런 은은하고 자연스러운 단맛이야 말로 우리술이 가지고 있는 경쟁력이자 매력입니다" - P123

"유럽 술 중에 강화(化)와인이라는 게 있잖아요. 말하자면 이 과하주가 우리 조상들이 마시던 강화와인인 셈이에요. 약주를 만드는 과정에소주를 첨가해서 알코올 도수를 높입니다. 그러면 여름 동안에도 술이 상하지 않아요. 여름을 나면서 계속 곁에 두고 마실 수 있는 술이 되는 거죠" - P124

"춘이 ‘스르륵‘하고 넘어갔다면 이 하는 마지막에 ‘찌릿‘하고 넘어가는 맛이 있네요. 펀치감이 달라요."
질감뿐만 아니라 향에 있어서도, 춘이 화사하게 피어나는 느낌이었다면 하는 마지막에 살짝 모아주는 견고함이 느껴진다. - P124

"20도가 넘어가면 일반증류주에 속하게 돼서 가격을 더 높게 받아야 하거든요. 약주의 세율을 벗어나지 않으면서 과하주의 특성을 살릴 수있는 도수를 고민하다 보니 18도가 된 것인데, 원래 우리 조상들이 드시던 과하주의 도수는 그것보다 훨씬 더 높았어요. 이 부분은 저도 아쉽습니다." - P125

여름이 지나면 가을이 온다. 오곡이 익어서 추수를 기다리는 계절에 어울리는 술. 곡식의 향이 가장 잘 살아 있는 탁주, 풍정사계 추를 마셔볼 차례다. 잔을 좀 더 넓적한 것으로 바꿨다. 술 속의 건더기가 살아 있는탁주의 맛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혀끝에 올려놓고 굴리는 것보다 한입 크게 베어 물어 입안을 넉넉히 채워주는 편이 좋다. - P125

탁주에서 이 정도의 상쾌함이라니. ‘밥으로 만든 과일‘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릴 듯했다.
"제가 추구하는 맛은 복숭아같이 물 많은 과일을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나는 맛이에요. 잘 익은 딸기나 사과를 먹을 때 입안에 과즙이 고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게 하고 싶었어요." - P126

. 하지만 여전히 궁금한 것이 있었다. 우리술을 만들기 위해서는 쌀을 익히는 과정이 필요하다. 원하는 술의 질감에 따라 더러는 밥을 짓기도 하고, 더러는 죽을 만들기도 하며, 더러는 떡을 안치기도 한다. 그렇게 해서 쌀이 누룩을 잘 품을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 우리술의 출발점이다. - P126

가을 단풍이 지면 서리가 내리고, 처마에는 고드름이 매달린다. 투명한 고드름을 연상시키는, 42도짜리 소주 풍정사계 동을 맛볼 차례다.
최근 이 대표는 제2양조장을 열었다. 여기서는 당분간 소주만 생산할 예정이다. - P127

한 해의 살림살이가 겨울을 맞아 완결을 맺듯, 춘하추동으로 이어지는 시리즈의 정점에 위치하면서 앞의 세 술이 지니는 가치를 하나로 꿰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바로 소주이기 때문이다.
"뉴욕에서 한국 식당을 하시는 분이 전통 소주를 매장에 내놓고 싶다며 저희를 찾아온 적이 있었어요. 제가 미리 말씀을 드렸죠. ‘저는 누룩으로 술을 빚고 우리 소주에서는 누룩 향이 많이 납니다‘라고요. 저도 막연히 외국 분들은 누룩 냄새를 싫어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에요. 하지만 그 분이 ‘술에서 누룩 냄새가 나지 않으면 그게 어디 우리나라 술인가요?‘라고 말씀해 주셔서 너무 큰 힘이 됐어요." - P127

전통주 중에서는 그래도 과하주까지 포함하는 양조주와 증류주의 짜임새 있는 라인업을 갖췄고, 청와대 만찬주에 선정되면서 충북 청주를 대표하는 술로 알려지게 됐지만, 이한상 대표는 여전히 힘겹게 보릿고개를 넘는 중이다. - P128

(중략), 이한상 대표의 한마디 한마디에는 자기 누룩 하나에 10년을 쏟아부었던 충청도 사람의 고집이 묻어있었다. 그 고집에선 여러 번 덧술을 하고, 고리에 넣고 끓여도 사라지기는커녕 더욱 은은하게 피어오르는, 잘 마른 향온곡의 냄새가 났다. -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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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안이 어린 시절을 보낸 두 곳은 극단적으로 달랐다. 샹소르는 번잡한곳에서 멀리 떨어진 농지와 가족이 있는 곳이었고, 맨해튼은 임차인과 낮선 이들로 가득 찬 콘크리트 정글이었다.  - P69

. 오히려 마이어 가족과의 만남을 완전히 차단함으로써 비비안에게서 아버지의 부모님과 부유한 알마 고모의 사랑과 지원을받을 기회를 완전히 빼앗아버렸다. 비비안이 학교에 들어갔다거나 친구를사귈 기회가 있었다는 기록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 P69

사랑하는 엄마

뉴욕으로 돌아온 마리는 칼이 곧 가석방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올버니에 있는 교정국에 편지를 보내 칼에게 가석방될 자격이 있는지를 묻는 편지를 씀으로써 또다시 분란을 일으켰다. - P70

. 마리가 칼의 보호자로 결정된 뒤부터 작성한 편지와 문서에는 무책임하고 자기중심적인 우울증 환자가 거듭 등장한다. 마리는 자신을 마리 바일이라고 불렀고, 자신의 적법성을 재확인하려는 듯이 이름 이니셜을 필기도구에 새겨넣었다. - P70

 비비안처럼 독서를 좋아했던 칼은 감화원에 있을 때 어머니가 죽고 수녀원에 맡겨진 주인공이 온갖 역경을 헤쳐나가는 성장 소설(허비 앨런HerveyAllen 의 장편 소설 『앤서니 애드버스Anthony Adverse』)을 진지하게 읽었다. 이제 칼은 남는 시간 대부분을 할머니 마리아나 동료 음악가들과 보냈다. - P71

1938년이 끝나갈 무렵, 마리의 이성은 다시 무너져내리기 시작한다. 핀토 감독관에게는 칼에 관해 불만을 늘어놓았지만, 그러면서도 콕사키 감화원 관리자들에게 편지를 써 아들을 변호했고, 교도관들이 아들을 난폭하게 대하고 피가 날 때까지 때렸다고 주장했다. - P72

1939년 봄이 되면 마리가 심각한 정신 질환을 앓고 있음이 분명해진다.
핀토 감독관에게 보낸 편집중적인 편지에서 마리는 아무 이유도 없이 전남편이 아이를 낳았으며(그렇지 않았다. 그때 찰스의 새 아내는 마흔여섯 살이었다) 모든 사람이 "나를 상대로 음모를 꾸미고 있어요"라고 했다. 마리는자신이 끔찍할 정도로 지쳤고, 심장이 쿵쿵대고, 더는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건강이 나빠졌다고 했다. - P72

현대의 연구자들이 마리가 작성한 1940년 인구조사 기록이 완전히 거짓임을 밝히는 데는 몇 년이 필요했다. 마리의 인구조사 기록에는 네 가족이 다시 합쳐 64번가에서 함께 살았다고 되어 있다. 칼은 동생보다도 어린 나이로 기록이 되어 있어서, 비비안의 유산 관리자들은 칼의 생일과 출생지를 찾는 데 엄청난 애를 먹을 수밖에 없었다. - P73

1930년대에는 할머니 외제니의 기록을 빼면 비비안에 대한 언급이 어디에도 없다. 마치 어머니를 비롯한 다른 가족 모두가 비비안을 없는 사람취급한 것 같다. 편지에도, 할아버지 윌리엄의 부고에도, 의붓아들로 칼의 이름이 적혀 있는 아버지의 새 아내 베르타 마이어의 적국 시민 기록에도 비비안의 이름은 없다. - P74

하지만 비비안이 오빠에게 관심이 있었다고 해도, 오빠가 동생에게 관심을 기울였음을 보여주는 흔적은 어디에도 없다. 처음 체포되었을 때 칼은 여동생의 이름조차 모르는 척 했다. - P74

이 시기에 기록된 모든 자료는 가족사를 연대순으로 알 수 있게 해줄 뿐아니라 가족 구성원의 성격, 다른 가족과의 관계, 각자의 결점을 보여주는드문 기회를 제공한다. 문제가 많았던 가족 중에서도 마리의 상태는 특히나 정신적으로 불안정했고 심란했다. - P74

성격장애를 진단하고 치료하며, 부모의 정신 질환이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도나 마호니 Donna Mahoney 박사는마리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단서를 찾기 위해 조소 가족과 마이어 가족의 기록을 살펴보았고, 어린 시절 부모에게 버려지고 거부된 경험이 정체성 문제를 야기하여 유전적으로 정신 질환에 취약할 수밖에 없던 마리에게 훨씬 더 복잡한 문제를 초래했을 수도 있다는 의견을 냈다. (비비안에게 정신 질환 가족력은 분명히 있었다. 칼 마이어의 훗날 의료 기록을 보면 생물학적 요인으로 인한 조현병이라는 진단 결과가 적혀 있다.) - P74

자기애성 행동은 자아감을 상실하는 과정에서 그 방어기제로 등장해 심각한 상태를 촉발한다. 관련 주제를 강연하는 자리에서 마호니 박사는 "우울증은 자기애가 강한 사람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증상으로, 관심을 끌기위해 신체 건강과 관계가 있는 외부 수단을 이용해 내면을 검증받는 것"
이라고 설명했다. 마리의 행동에 대한 평가가 가지는 가장 중요한 함의는,
그 진단이 무엇이든 그녀의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겪을 수밖에 없었으리라는 사실에 있다. - P75

마침내 흩어지다

 비비안이 열네 살이었을 때, 외제니의 친구인 프랑스인 가정교사 에밀리 오마르Emilie Haugmard가 64번가 아파트로 이사 왔다. 아마도 비비안을 돌봐달라는 부탁을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외제니는 자신의 유언장에 비비안의 후견인은 마리가 아니라 오마르임을 분명하게 명시했다. - P75

비비안은 키가 크고 말랐고 날카로웠지만, 비비안의 보호자는 땅딸막했고 통통했고 푸근했다. 자신을 찍은 대부분의 사진에서와 달리 비비안은 신뢰하는 친구 옆에서는자신의 몸을 조금도 숨기려고 하지 않았다. - P76

 비비안은 외제니의 오랜 친구인 베르트린든버거Berthe Lindenberger 의 집으로 들어갔다. 퀸즈에 살고 있던 린든버거는 얼마 전에 남편을 떠나보냈다. 두 여자는 그때부터 8년을 함께 지낸 것같다.
베르트는 자신의 어린 동반자를 위해 보험을 들고, 공동 저축계좌를 열어 1200달러를 예치했다. 비비안은 퀸즈 우체국에 사서함 번호를 개설하고 뉴욕을 떠날 때까지 사용했다. - P76

독립한 칼은 라이브 밴드에서 연주를 하고 라디오에서 공연을 하며 자력으로 살아갔다. 그 당시 음악계는 마리화나가 유행했고, 칼도 빠른 속도로 마리화나에 중독됐다. - P78

칼이 맨 처음 배치된 곳은 뉴욕 야팽크에 위치한 업튼 기지였는데, 그곳에서 군악대에 들어가지 못한 칼은 다시 버지니아주에 있는 랭글리 필드로전출되었다. 그리고 이곳에서 공군 416 포병중대 칼 W. 마이어 이등병의삶은 궤도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칼의 상관들은 칼이 조용하고 우울하다는 사실은 눈치챘지만, 휴가를나갈 때마다 마약을 가져와 엄청난 양을 쌓아놓고 피운다는 사실은 의심조차 하지 못했다. - P79

청문회에서 의무부대 대위는 마이어 이등병이 군대에 도움이 되겠느냐는 화물을 받는다. 대위는 "마약 문제는 그저 마약만이 아니라 한 개인의 도덕을 유괴 문제이기도 하다"라는 말로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 P79

1942년 8월, 칼은 불명예제대를 했고 향후 퇴역군인을 위한 그 어떤 혜택도 받지 못하게 되었는데, 그 벌은 훗날 심각한 결과를 낳는다. 마약에 중독된 스물두 살의 청년은 맨해튼으로 돌아와 외제니가 빌린 34번가의작은 아파트에서 살았다.  - P81

2차 세계 대전은 비비안 가족에게는 가족들이 차례로 세상을 떠나는 가혹한 시간으로 이어졌다. 1947년에는 살아 있는 동안 늘 칼의 편에 섰던 할머니 마리아 마이어가 여든일곱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 P81

1948년 5월, 외제니는 칼을유언장 집행인으로 지정한 유언장에 서명했고, 마리는 그해 8월에 다시한번 일자리를 찾는 줄 광고를 냈다. 같은 달에 쉰여덟 살이었던 베르트린든버거도 난생처음으로 사회보장 번호를 신청했다.  - P82

이 모든 일은 불행 중에서도 가장 큰 불행을 맞기 위한 준비 과정이었다. 그해 10월에 사랑스러운 외제니가 예순일곱 살의 나이로 고용주의 집에서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 P82

외제니의 마지막 유언장과 유서를 보면 마리는 어퍼 웨스트사이드 하숙집에서 혼자 살고 있었다. 그 하숙집은 부유한 담배업계 집안의 사람과결혼했지만 가난하게 죽은 릴리언 듀크Lillian Duke가 살던 곳이기도 했다.
1만 달러에 달하는 외제니의 재산은 마리와 칼과 비비안에게 똑같이 분배됐다. - P82

앞에서 말한 것처럼 외제니는 비비안의 후견인을 어머니인 마리가 아니라 에밀리 오마르로 정했다. 유언 집행자로 명시된 칼 마이어는 엉뚱하게도서명란에 자신의 이름을 ‘윌리엄 조소, 일명 찰스 마이어 a/k/a Charles Maier‘
라고 적었다. - P83

4
초기 작품: 프랑스

샹소르에서 찍은 내 걸작들을 자주 봐요.
─비비안이 스승 아메데 시몽에게 보낸 편지 - P85

1950년 4월에 비비안은 보르가르 농지를 팔기 위해 배를 예약해 프랑스로 갔다. 샹소르에 도착하고 얼마 안돼 비비안은 아주 작은 박스 카메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40년 동안이어질 사진 촬영 경력이 시작된 것이다.  - P85

. 그 같은 사실이 사진에 대한 초기 관심을 불러일으켰는지 모르지만, 비비안은 강박적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수전 손택의 말처럼
"과거를 빼앗긴 사람들이 가장 열정적으로 사진을 찍게 되는 것 같다."
처음부터 비비안은 부지런히 사진 기술을 익혔고, 마을에서 사진관을운영하는 아메데 시몽 Amédée Simon 과 존경 어린 우정을 발전시켜나갔다. - P85

샹소르에서 지내던 쌀쌀한 이른 봄날, 비비안은 어른이 되어 처음으로 자신의 사진을 남겼다. 사진 속 비비안은 모직 코트, 메리제인 신발, 목까지 단추를 채우는 블라우스, 무릎 밑까지 늘어진 치마, 두툼한 스타킹 등, 그 지역의 보수적인 색채를 여실히 보여주는 옷을 입고 자세를 취하고 있다. - P86

비비안이 엄청난 에너지와 호기심의 소유자라는 사실은 빠른 속도로 명확하게 드러났다. 미국을 떠나 있는 동안 비비안은 사실상 샹소르에 있는모든 마을을 방문했고, 멀리 떨어진 프랑스 도시들과 이탈리아, 스페인의도시들을 돌아다녔다. 비비안은 좀처럼 한곳에 머무르지 않았다. - P86

파노라마

프랑스에서 찍은 초기 사진들은 비비안이 정말로 아꼈던 사진들일 것이다. 비비안이 인화한 사진 가운데 절반가량이 이때 찍은 것으로, 비비안은죽을 때까지 이 사진들을 간직했다. 시카고에서 비비안은 자신이 좋아하는 사진들을 크게 확대해 액자에 넣었는데, 이때 찍은 사진들은 오랫동안비비안이 방에 전시한 유일한 작품이기도 했다. - P87

중요한 사건들

비비안의 어머니 역시 기념일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했다. 마리는 자신의 생일인 5월 11일에 결혼을 했고, 아들의 세례식도 같은 날짜에 치렀다. 어른이 된 뒤로 비비안은 자신이 돌보는 아이들부터 길거리에서 우연히 대화를 나누게 된 낯선 사람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만난 사람들이 경험한 중요한 사건들과 그들이 이룩한 업적들을 충실하게 사진에 담았다. - P87

. 비비안은 특히 죽음과 관계있는 의식과 활동에 관심이 있었다. 장례 행렬을 쫓아가면서 그 의식만큼이나 애도자들의 반응을 진지하게 포착했고, 삽으로 흙을 뜨는 행위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무덤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담았다. - P89

세례식 사진은 너무나도 생동감이 넘쳐서 갓난아기가 내지르는 울음소리가 주변 석조 벽에 부딪혀내는 메아리를 상상할 수 있을 정도다. (중략) 고개를 푹 숙인 채 무거운 발걸음으로 아이가 곧 묻힐 묘지로 향하는마을 사람들의 행렬에서는 세 살이 채 되지 않은 아이의 장례식을 치러야하는 이들의 중압감과 침통함이 느껴진다. - P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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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양주(單??)는 술빚는 일을 한 번으로 그치는 술을 말한다. 단양주의 장점은 만드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으므로, 술이 급히 필요할 때 바로 만들어서 쓸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여름철처럼 발효를 길게 끌었다간 술이 상하기 쉬운계절에도 술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다. - P43

단양주의 재료로는 멥쌀, 찹쌀, 좁쌀, 보리쌀이 널리 쓰인다.  - P43

. 이양주(???)는 단양주의 단점을 보완한 것이다. 우리 전통주의 제법 중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만큼 단양주에 비해 실패할 확률이 적고, 들이는 노력에 비해 결과물이 뛰어나다. - P43

 이것이 우리술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방향(芳香)‘이다. 방향은 일부 이양주에도 존재하지만, 삼양주 이상의 술이라야본격적으로 느껴지기 시작한다. 이런 이유로 일부 재제주는 이양주법으로 빚기도 하나 삼양주부터는 순곡주 이외의 제법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 P44

기본적인 양조주에 꽃이나 과일 껍질, 과일즙 등을 넣어 향을 더한것이 가향주(加香酒)다. 가향주를 빚는 가장 큰 목적은 제철에 맞는 자연물을 첨가해 계절감을 즐기기 위한 것이다. - P44

특히 《규합총서(閨閤叢書)》에 언급된 백화주(百花酒)는 저자인 빙허각 이씨가 남편 서유본을 위해 만들던 술이다. 이전까지의 백화주가 ‘많은 꽃이 들어간다‘는 개념상의 의미 혹은 ‘방향으로서의 꽃향기가 난다‘는 비유상의 의미였다면, 빙허각의 백화주는 실제 자신이 들에서 꽃을 따 모았던 경험에서 출발하는 술이다. 남편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 없었다면 시도조차 하지 않았겠다 싶을 정도로 손이 많이 간다. 겨울의 매화, 동백부터 이듬해 가을의 국화까지 백 가지의 꽃을 모아 말린 것을, 덧술할 때 고두밥과 번갈아 가며 켜켜이 넣어 만든다. - P45

맛과 향을 즐기는 것에서 더 나아가, 생약재를 넣어 약으로서의 효과를 기대하는 술도 있다. 이를 약용약주(藥用藥酒)라고 한다. (중략). 오가피, 구기자, 창포, 송엽, 죽엽, 인삼 등의 약재가 사용되며, 이런 재료를 찌거나 볶거나 혹은 가루를 내어 쓰기도 했고 즙을 짜거나 끓는 물에 우려내어 덧술할 때 첨가하기도 했다. - P45

재제주 중에서도 증류주가 사용되는 것을 혼성주(混成酒)라고 부른다. 향을 풍부하게 하거나 약효를 얻을 목적으로 만드는 것으로, 알코올에 각종 향미 성분과 약용 성분이 쉽게 녹아 나오는 성질을 이용하는 것이다. 서양의 리큐어(Liqueur)와 비슷하지만 동일하다고 볼 수는 없다. - P46

. 과일이나 약재 등을 희석식 소주에 침출시켜 마시는 담금주는 일견 혼성주의 전통을 잇고 있다고 볼 수도있으나, 일단 희석식 소주라는 주종 자체가 우리술의 본령에서는 조금 어긋나 있는 측면이 있어 이 책에서는 다루지 않기로 하겠다. - P46

순곡 증류주에는 쌀로 만드는 소주 이외에도 지역에 따라 다양한 베리에이션이 존재했다. (중략). 평양을 근거지로 하는 국가무형문화재 86-1호 문배주는 수수와 조로 만드는 소주이며, 제주를 대표하는 고소리술은 차조로 오메기떡을 빚어 발효를 시작한다. 이 외에도 보리로 만드는 모미소주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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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콜리 손질하기
푸른 송이 쪽에 칼집을 넣어 썰면 부스러기가 많이 떨어져 금방 지저분해진다. 그러므로 줄기에 칼집을 썰어 넣고 손으로 갈라 등분하면 깔끔하고 분리가 쉬워진다.
손질하고 남은 밑동은 버리지 말고 껍질을 얇게 벗긴 후 살짝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거나 얇게 썰어서 고기볶음이나 채소볶음에 넣고 같이 볶아주면 아삭하고 맛있다. - P67

콩조림 오래 두어도
딱딱해지지 않는 비결

먼저 콩을 충분히 불리는 과정이 중요하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면 만들기 전날밤부터 불려두는 것이 좋다.
또 콩이 덜 익은 상태에서 간장을 넣게 되면 돌처럼 딱딱해지기 때문에 콩이 거의 익었을 때 양념을 넣고 조려야 한다. - P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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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이 언어를 사용할 수 있을까?


데카르트는 청각 장애인을 위한 미국 수어(American Sign Language, ASL)와 같은 언어를 고릴라와 침팬지 같은 영장류에게 가르치기 위한 노력에주목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를 비판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 - P109

. 다음은 《뉴욕타임즈(New York Times)》기자인 보이스 렌스버거(Boyce Rensberger)가 ASL을 이용해 ASL 교육을 받은 8세 침팬지 루시(Lucy)를 인터뷰한 내용이다.


기자 (열쇠를 쥐고): 이게 뭐지?
루시: 열쇠,
기자 (머리빗을 쥐고): 이게 뭐지?
스트셀러1위루시: 머리빗 (머리빗을 받아 기자의 머리를 빗겨 주고, 이어서 기자에게 머리빗T을 주며) 나도 빗겨 줘.
기자: 그래. (루시의 털을 빗겨 준다) - P109

이 인터뷰와 관련하여 렌스버거는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간단했다. 특별히 깊지 않았다. 하지만 소통은 확실히 가능했다. (...) 각각의 대화가 오고간 후, 루시와 나는 서로의 눈을 짧게 응시했다. 나는 루시가 어떻게 느끼는지 알 수 없었으나 흥분되었다. 나는 매우 특별한 실험에 참여하고 있었으며, 영리한 다른 종의 일원과 인간의 언어로 대화를 한 것이다.²⁶

(중략)이 중에서 두 가지 질문이 유달리 눈에 띈다. (중략). 언어란 무엇인가?

26) New York Times, 1974년 5월 29일 자, p. 52. 비슷하지만 더 완전한 설명으로는 PeterJenkins, "Ask No Questions," The Guardian(London) 1973 710Animal Rights, ed. Regan and Singer - P110

두 번째로, 심지어 루시를 언어 사용자라고 가정할지라도 우리는 가령언어 습득의 초기 단계에 있는 유아와 비교해서 루시가 얼마나 능숙한지 물을 수 있다. 최근 들어 침팬지와 유아가 동일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믿음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 P111

 컬럼비아 대학교의 심리학 교수인 허버트 테라스(Herbert S. Terrace)는 님 스키(Nim Chimpski)"라는 이름의 침팬지에게 4년간 ASL을 가르쳤다. 님은 ‘끝‘,
‘딸기‘, ‘안녕‘, ‘수면‘, ‘의자‘, ‘놀자‘를 포함한 족히 100개 이상 되는 단어에해당하는 신호를 습득했다. 연구 초기에는 모두가 이와 같은 성공을 침팬지가 언어를 상당히 용이하게 습득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 P111

연구 초기에 했던 가정에 의심을 품는 것과 관련된, 쌍이 되는 또 다른두 가지 발견은 님이 자발적으로 (즉 대화를 시작하는 다른 상대 없이) 신호를 사용한 정도와 님이 사용하는 신호를 다른 집단 성원들이 대화에서 사용하는 빈도였다.  - P112

 하지만 "유아는 대부분의 경우 부모가 하는 말을 단순히 반복하기보다는 부모의 발언에 추가적인 요소를 덧붙이거나 전혀 다른 단어를 통해 새로운 발언을 창출해냈다. 유아의 발언 중 오직 20% 이하만이 부모의 발언을 모방한 것이었다."²⁹

29) Herbert S. Terrace, Nim: A Chimpanzee Who Learned Sign Language(New York:Random House, 1979), p. 215. - P112

물론 침팬지가 유아와 동일한 언어 습득 능력을 가지지 못한다는 것이확인된다고 하더라도 침팬지가 전혀 그러한 능력이 없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 침팬지와 다른 영장류가 어디까지 "말을 배울 수 있는가의 문제는 "언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마찬가지로 좀 더 연구해보아야 할 문제이다. - P113

침팬지 또는 고릴라의 언어 사용과 관련된 문제와는 어느 정도 별개로,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또 다른 논점이 있다. 데카르트의 입장과 대조적으로, 생각을 표현하는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동물들이 몇몇 있다고 가정해보자. - P114

(중략) 즉 그들은 ‘의식 없는 짐승‘의 범주에 머물게 될 것이다. 이는 동물에 대한 비기계론적 견해를받아들이는 다수의 사람들이 원하는 결과가 아니므로, 그들은 다른 더욱근본적인 이슈들에 비판적인 관심을 가져봐야 한다. - P114

언어 검사의 부적절함

언어 검사는 언어를 사용할 수 없는 개체들이 의식을 갖추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견지한다. 그런데 이는 참이 아닐 수 있다. 만약 의식을 갖추는것이 어떤 경우에도 언어 사용자가 되는 것에 좌우된다면 우리는 아이들이말할 수 있는 나이가 되기 전에는 무엇인가를 인식할 수 없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 P115

. 만약 언어 숙달에 앞서 아이들이 그 무엇도 의식하지 못한다면, 가령 그들이 소리, 빛, 촉각을 인식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예컨대 영어의 기초를 그들에게가르칠 수 있을까? 그들을 위해 이를 적어 주어야 할까?  - P115

여기서 요점은 언어 사용을 가르치려면 배우는 사람이 이를 의식적으로 수용할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언어를 배우기에 앞서 아이가 무엇인가를 인식할 수 있다고 가정하지 않는 이상, 아이가 어떻게 언어를 배울 수 있는지를 설명하기가 난감해질 것이다. - P115

언어 검사는 언어를 사용하기 전의 아이들이 전혀 의식을 갖지 못함을 함의하므로, 이는 아이들이 어떻게 언어 사용을 습득하게 되는지를 신비롭게(기적적이게?) 만든다. - P115

다시 말해 인간이 의식을 가지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언어 검사를 통과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면서 막상 동물들은 이러한 검사를 통과해야 한다고 주장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 P116

우리는 개와 고양이가 언어, 가령 영어를 배우기 전에 의식을 갖는다고 주장할 수 없다. (중략) 인간과 동물 간의 이러한 불일치를 바탕으로, 동물의 의식을부정하는 사람들은 인간에게 의식을 부여하면서 동물에게는 부여하지 않는 입장을 옹호하는 다음과 같은 논증을 제시할 수 있다.

1. 오직 언어를 숙달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존재만이 이를 숙달하는 데 필요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서도 의식을 갖는다.
2. (침팬지와 고릴라를 제외한) 동물은 이러한 잠재력이 부족하다.
3. 이에 따라 동물은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 의식을 갖지 못한다. - P116

더욱이, 심지어 언어 사용자가 될 잠재력을 지닌 인간의 경우마저도,
어떻게 그러한 잠재력이 그들에게 전(前) 언어적 의식이 실제로 있음을 보장하는지가 분명하지 않다. 잠재적인 것에서 실제적인 것을 이끌어 내는데에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문제가 포함되어 있다. - P117

. 기껏해야 우리는 그가 미래에 의식을 갖게 되리라고말할 수 있을 따름이며, 이는 이러한 논증의 첫 전제에서 표현된 것과는상당히 다른 믿음이다.
하지만 이 논중에서 이만큼을 양보하는 것은 인정받아야 할 정도보다많은 것을 양보하는 것일 수 있다.  - P117

이에 따라 현 상황에서 위 논증의전제 1은 선결문제를 요구하고 있다. 다시 말해 전제 1은 그것이 증명해야할 바를 진리로 가정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이러한 논증은 설령 다른 이유가 없다고 해도, 의식을 갖는 존재만이 언어 검사를 통과하는 존재이거나 그렇게 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는 존재라는 믿음을 정당화하는 데에 실패한다. - P118

1.6 회의론

이 시점에서 데카르트주의자들은 유달리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그들은 (a) 동물의 행동을 기계론적 선택지를 통해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막상 인간의 행위를 설명하는 데서는 비기계론적 선택지를 받아들이고 있다. 또한 (b) 불멸의 영혼에 대한 호소를 누가 혹은 무엇이 의식을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1.4)에 활용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며, (c) 언어검사는 데카르트가 가정하고 있는 것에 비해 결정적이지 않아 보인다(1.5). - P118

하지만 이러한 문제는 현재의 작업 범위를 넘어선다. 관련된 또 다른 질문도 마찬가지이다. 이 질문은 어떻게 임의의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마음이 있음을 알 수 있는지를 묻는다. 특히 의식적으로 무엇인가를 인식하는 다른 사람의 마음이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는지를 묻는다.³³ - P118

33) (옮긴이) 우리는 자신이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게 알지만 다른 사람도 마음이있다는 것을 다른 사람이 내가 마음이 있을 때 하는 행동과 비슷한 행동을 한다는 유비 추론을 통해 알 뿐이다. 이러한 유비 추론은 언제든 틀릴 수 있으므로 다른 사람이 마음을 갖는다는 것은 확실한 지식이 아니라는 회의론이 ‘다른 사람의 마음‘ 문제이다. - P119

여기서 우리는 적어도 어떤 한 측면에서 데카르트의 편을 들어야 하며, 라메트리와 결별해야 한다. 그리하여 우리는 인간이 ‘정신을 갖지 않는 기계‘가 아닌, 또한 ‘자극‘에 ‘응답‘만 하는 ‘의식 없는짐승‘이 아닌, 정신적 삶을 영위하는 존재라고 가정할 것이다. 이는 도덕철학에서 어떤 작업을 하고자 할 때 없어서는 안 될 가정이다. - P119

 달리 말해 우리의 행동과 제도의 도덕성은 인간이 어떤 유형의 존재인지를 미리 전제해야 적절히 파악할수 있으며, 이러한 측면에서 최소한의 가정은 우리가 정신적 삶을 영위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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