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이 언어를 사용할 수 있을까?


데카르트는 청각 장애인을 위한 미국 수어(American Sign Language, ASL)와 같은 언어를 고릴라와 침팬지 같은 영장류에게 가르치기 위한 노력에주목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를 비판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 - P109

. 다음은 《뉴욕타임즈(New York Times)》기자인 보이스 렌스버거(Boyce Rensberger)가 ASL을 이용해 ASL 교육을 받은 8세 침팬지 루시(Lucy)를 인터뷰한 내용이다.


기자 (열쇠를 쥐고): 이게 뭐지?
루시: 열쇠,
기자 (머리빗을 쥐고): 이게 뭐지?
스트셀러1위루시: 머리빗 (머리빗을 받아 기자의 머리를 빗겨 주고, 이어서 기자에게 머리빗T을 주며) 나도 빗겨 줘.
기자: 그래. (루시의 털을 빗겨 준다) - P109

이 인터뷰와 관련하여 렌스버거는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간단했다. 특별히 깊지 않았다. 하지만 소통은 확실히 가능했다. (...) 각각의 대화가 오고간 후, 루시와 나는 서로의 눈을 짧게 응시했다. 나는 루시가 어떻게 느끼는지 알 수 없었으나 흥분되었다. 나는 매우 특별한 실험에 참여하고 있었으며, 영리한 다른 종의 일원과 인간의 언어로 대화를 한 것이다.²⁶

(중략)이 중에서 두 가지 질문이 유달리 눈에 띈다. (중략). 언어란 무엇인가?

26) New York Times, 1974년 5월 29일 자, p. 52. 비슷하지만 더 완전한 설명으로는 PeterJenkins, "Ask No Questions," The Guardian(London) 1973 710Animal Rights, ed. Regan and Singer - P110

두 번째로, 심지어 루시를 언어 사용자라고 가정할지라도 우리는 가령언어 습득의 초기 단계에 있는 유아와 비교해서 루시가 얼마나 능숙한지 물을 수 있다. 최근 들어 침팬지와 유아가 동일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믿음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 P111

 컬럼비아 대학교의 심리학 교수인 허버트 테라스(Herbert S. Terrace)는 님 스키(Nim Chimpski)"라는 이름의 침팬지에게 4년간 ASL을 가르쳤다. 님은 ‘끝‘,
‘딸기‘, ‘안녕‘, ‘수면‘, ‘의자‘, ‘놀자‘를 포함한 족히 100개 이상 되는 단어에해당하는 신호를 습득했다. 연구 초기에는 모두가 이와 같은 성공을 침팬지가 언어를 상당히 용이하게 습득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 P111

연구 초기에 했던 가정에 의심을 품는 것과 관련된, 쌍이 되는 또 다른두 가지 발견은 님이 자발적으로 (즉 대화를 시작하는 다른 상대 없이) 신호를 사용한 정도와 님이 사용하는 신호를 다른 집단 성원들이 대화에서 사용하는 빈도였다.  - P112

 하지만 "유아는 대부분의 경우 부모가 하는 말을 단순히 반복하기보다는 부모의 발언에 추가적인 요소를 덧붙이거나 전혀 다른 단어를 통해 새로운 발언을 창출해냈다. 유아의 발언 중 오직 20% 이하만이 부모의 발언을 모방한 것이었다."²⁹

29) Herbert S. Terrace, Nim: A Chimpanzee Who Learned Sign Language(New York:Random House, 1979), p. 215. - P112

물론 침팬지가 유아와 동일한 언어 습득 능력을 가지지 못한다는 것이확인된다고 하더라도 침팬지가 전혀 그러한 능력이 없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 침팬지와 다른 영장류가 어디까지 "말을 배울 수 있는가의 문제는 "언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마찬가지로 좀 더 연구해보아야 할 문제이다. - P113

침팬지 또는 고릴라의 언어 사용과 관련된 문제와는 어느 정도 별개로,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또 다른 논점이 있다. 데카르트의 입장과 대조적으로, 생각을 표현하는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동물들이 몇몇 있다고 가정해보자. - P114

(중략) 즉 그들은 ‘의식 없는 짐승‘의 범주에 머물게 될 것이다. 이는 동물에 대한 비기계론적 견해를받아들이는 다수의 사람들이 원하는 결과가 아니므로, 그들은 다른 더욱근본적인 이슈들에 비판적인 관심을 가져봐야 한다. - P114

언어 검사의 부적절함

언어 검사는 언어를 사용할 수 없는 개체들이 의식을 갖추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견지한다. 그런데 이는 참이 아닐 수 있다. 만약 의식을 갖추는것이 어떤 경우에도 언어 사용자가 되는 것에 좌우된다면 우리는 아이들이말할 수 있는 나이가 되기 전에는 무엇인가를 인식할 수 없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 P115

. 만약 언어 숙달에 앞서 아이들이 그 무엇도 의식하지 못한다면, 가령 그들이 소리, 빛, 촉각을 인식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예컨대 영어의 기초를 그들에게가르칠 수 있을까? 그들을 위해 이를 적어 주어야 할까?  - P115

여기서 요점은 언어 사용을 가르치려면 배우는 사람이 이를 의식적으로 수용할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언어를 배우기에 앞서 아이가 무엇인가를 인식할 수 있다고 가정하지 않는 이상, 아이가 어떻게 언어를 배울 수 있는지를 설명하기가 난감해질 것이다. - P115

언어 검사는 언어를 사용하기 전의 아이들이 전혀 의식을 갖지 못함을 함의하므로, 이는 아이들이 어떻게 언어 사용을 습득하게 되는지를 신비롭게(기적적이게?) 만든다. - P115

다시 말해 인간이 의식을 가지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언어 검사를 통과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면서 막상 동물들은 이러한 검사를 통과해야 한다고 주장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 P116

우리는 개와 고양이가 언어, 가령 영어를 배우기 전에 의식을 갖는다고 주장할 수 없다. (중략) 인간과 동물 간의 이러한 불일치를 바탕으로, 동물의 의식을부정하는 사람들은 인간에게 의식을 부여하면서 동물에게는 부여하지 않는 입장을 옹호하는 다음과 같은 논증을 제시할 수 있다.

1. 오직 언어를 숙달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존재만이 이를 숙달하는 데 필요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서도 의식을 갖는다.
2. (침팬지와 고릴라를 제외한) 동물은 이러한 잠재력이 부족하다.
3. 이에 따라 동물은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 의식을 갖지 못한다. - P116

더욱이, 심지어 언어 사용자가 될 잠재력을 지닌 인간의 경우마저도,
어떻게 그러한 잠재력이 그들에게 전(前) 언어적 의식이 실제로 있음을 보장하는지가 분명하지 않다. 잠재적인 것에서 실제적인 것을 이끌어 내는데에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문제가 포함되어 있다. - P117

. 기껏해야 우리는 그가 미래에 의식을 갖게 되리라고말할 수 있을 따름이며, 이는 이러한 논증의 첫 전제에서 표현된 것과는상당히 다른 믿음이다.
하지만 이 논중에서 이만큼을 양보하는 것은 인정받아야 할 정도보다많은 것을 양보하는 것일 수 있다.  - P117

이에 따라 현 상황에서 위 논증의전제 1은 선결문제를 요구하고 있다. 다시 말해 전제 1은 그것이 증명해야할 바를 진리로 가정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이러한 논증은 설령 다른 이유가 없다고 해도, 의식을 갖는 존재만이 언어 검사를 통과하는 존재이거나 그렇게 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는 존재라는 믿음을 정당화하는 데에 실패한다. - P118

1.6 회의론

이 시점에서 데카르트주의자들은 유달리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그들은 (a) 동물의 행동을 기계론적 선택지를 통해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막상 인간의 행위를 설명하는 데서는 비기계론적 선택지를 받아들이고 있다. 또한 (b) 불멸의 영혼에 대한 호소를 누가 혹은 무엇이 의식을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1.4)에 활용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며, (c) 언어검사는 데카르트가 가정하고 있는 것에 비해 결정적이지 않아 보인다(1.5). - P118

하지만 이러한 문제는 현재의 작업 범위를 넘어선다. 관련된 또 다른 질문도 마찬가지이다. 이 질문은 어떻게 임의의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마음이 있음을 알 수 있는지를 묻는다. 특히 의식적으로 무엇인가를 인식하는 다른 사람의 마음이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는지를 묻는다.³³ - P118

33) (옮긴이) 우리는 자신이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게 알지만 다른 사람도 마음이있다는 것을 다른 사람이 내가 마음이 있을 때 하는 행동과 비슷한 행동을 한다는 유비 추론을 통해 알 뿐이다. 이러한 유비 추론은 언제든 틀릴 수 있으므로 다른 사람이 마음을 갖는다는 것은 확실한 지식이 아니라는 회의론이 ‘다른 사람의 마음‘ 문제이다. - P119

여기서 우리는 적어도 어떤 한 측면에서 데카르트의 편을 들어야 하며, 라메트리와 결별해야 한다. 그리하여 우리는 인간이 ‘정신을 갖지 않는 기계‘가 아닌, 또한 ‘자극‘에 ‘응답‘만 하는 ‘의식 없는짐승‘이 아닌, 정신적 삶을 영위하는 존재라고 가정할 것이다. 이는 도덕철학에서 어떤 작업을 하고자 할 때 없어서는 안 될 가정이다. - P119

 달리 말해 우리의 행동과 제도의 도덕성은 인간이 어떤 유형의 존재인지를 미리 전제해야 적절히 파악할수 있으며, 이러한 측면에서 최소한의 가정은 우리가 정신적 삶을 영위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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