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모든 인간의 활동에는 결과가 따르는데, 종종 각 사람에게 돌아가는 이익과 피해의 정도가 다르다. 그리고 모든 행위가 부도덕하다고 취급되지도 않는다.  - P484

 도덕화의 심리를 인식한다고 해서 도덕적으로 무뎌질 필요는 없다. 오히려 우리는 비용과 이익이 아닌 미덕과 죄악의 관점을 내세우면서 도덕적으로 부적절한 근거를 기초로 삼아 특히 그 선인과 죄인이 자신의편인가 남의 편인가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오류의 가능성을경계할 수 있다. 오늘날 많은 "사회 비평가들이 상류 계층 출신으로 하류 계층의 취향(음란성 유희, 패스트푸드, 많은 소비 상품)을 비난하면서 그들 자신은 평등주의자라고 생각한다. - P486

도덕적 심리에는 원시적인 사고와 연관되어 있으면서도 현대인의 마음에 뚜렷이 살아 있는 또 다른 부분이 있는데, 신성함과 금기의 개념들이 그것이다. 어떤 가치들은 가치를 뛰어넘어 신성불가침으로 간주된다. - P485

(전략), 누군가가 그런 행위를 허용한다면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학생들은 견해의 정당성을 설명하라고 요구하자 단지 타락한, 비인간적인,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라는 말밖에 하지 못했다. 학생들은 심지어 자기 자신을 정화하는 한 방법으로, 입양권의 경매를 합법화하려는 (가상의) 움직임에 반대하는 운동을 자발적으로 조직하려 했다. - P486

핵심적인 가치에 대해서 생각하는 걸 금기로 여기는 것이 전적으로비합리적인 것은 아니다. 우리는 사람들을 판단할 때 그들이 무엇을 하는가에 의존할 뿐 아니라 그들이 누구인가에도 의존한다. - P486

테틀록은 상대방에 대해 가격을 매기지 않는 것이 바로 그에 대한 충실함의 본질이라고 지적한다. "이 규범을 위반하는 것, 우정이나 자식이나 국가에 대한 충성심에 금전적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야말로 자기자신의 사회적 역할을 박탈하는 행위이며, 진실한 친구, 부모, 시민의진정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 주는 증거이다."¹⁵ - P487

15. Tetlock, 1999 - P830

 엑손 발데즈 기름 유출 사고 이후한 여론 조사에 참가한 응답자 중 5분의 4가, 미국이 "비용에 상관없이"
환경 보호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말 그대로라면 전국의 모든 학교, 병원, 경찰서, 소방서의 문을 닫고, 사회 복지 프로그램,
의료 연구, 해외 원조, 국방을 중단하고, 소득세를 99퍼센트까지 높이더라도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뜻이 된다. - P488

인간의 도덕 관념을 이렇게 무자비하게 분해한다고 해서 도덕성이일종의 허위라거나 도덕가들이 모두 고집스런 독선가란 뜻은 아니다.
윤리학이 감정에 깊이 관여하는 경우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다수의철학자들은 이성만으로는 도덕성이 성립될 수 없다고 주장해 왔다. 흡이 말한 것처럼 "내 손가락에 상처가 나기보다는 온 세상이 파멸하기를
"바라는 것은 이치에 어긋나는 일이 아니다."¹⁷ - P489

그러나 인간의 도덕화에는 여전히 조심해야 할 점이 많다. 도덕성을신분이나 순수함과 혼동하는 것, 지나치게 도덕적인 차원에서 판단을 내리고 그에 따라 반대자들에 대한 공격을 허락하는 것, 불가피한 홍정안을 생각하는 것조차 금기시하는 것, 어디에나 존재하는 자기 기만의악덕(자기 자신을 항상 천사의 편이라고 생각한다.). 히틀러 역시 온갖 이유로 자신의 대의가 청렴하다고 확신했던 도덕주의자(실은 도덕적 채식주의자)였다. - P490

17장

폭력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다. 짧고 불확실한 짝들을 제외하면 세계가평화로웠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리고 역사가 기록되기 오래전에도 잔인한 투쟁이 모든 곳에서 끝없이 펼쳐졌다.¹

우리는 인류에 대한 윈스턴 처칠의 요약을, 인류 역사상 가장 끔찍한전쟁을 치렀고 전 인류를 파멸시킬 수 있는 냉전의 태동기에 살았던 한인간의 비관적인 견해로 치부해 버릴 수도 있다. - P535

17장 폭력

1. "The long peace," Prospect, 1999.40 R. Cooper> 1 - P833

선사 시대에 대한 고찰도 흠잡을 데가 없다. 선사 시대의 사회 생활을 짐작게 하는 현대의 식량 수집인들이 최초로 한 명이 쓰러지면 즉시 종전을 선언하는 의식적인 전투만을 치른다고 한때는 생각되었다. 그러나 현재 그들은 우리의 세계 전쟁에서 발생하는 사상자 비율보다 더 높은 비율로 서로를 죽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³ - P536

3. Bamforth, 1994; Chagnon, 1996; Daly Wilson, 1988; Ember, 1978; Ghiglieri, 1999; Gibbons,
1997; Keeley, 1996; Kingdon, 1993; Knauft, 1987; Krech, 1994; Krech, 1999; WranghamPeterson, 1996. - P536

전쟁은 사람이 다른 사람을 죽이는 여러 방법 중 하나에 불과하다.
세계 여러 지역에서는 전쟁보다 작은 규모의 폭력이 민족 투쟁, 영토 분쟁, 피의 복수, 개인적 살인 등의 형태를 띠고 빈발한다. 이 경우도 명백히 개선되고는 있지만 평화와는 거리가 멀다. 지난 1,000년 동안 서구사회의 살인율은 10배에서 100배까지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20세기 동안 미국 사회에서 살인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100만 명에 달하고, 미국 사람이 평생 동안 살해당할 확률은 약 0.5퍼센트에 달한다.⁷ - P537

7. FBI 1999: http://www.fbi.gov/ucr/99cius.htm. - P833

크고 작은 폭력을 줄이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가장 큰 도덕적 관심사이다. 우리는 사람이 사람을 해치고 죽이도록 유도하는 것이 인간의 마음 그리고 사회 제도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지적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 P538

폭력에 있어 이른바 정답은, 폭력이 인간 본성과 아무 관계가 없으며 우리를 둘러싼 해로운 요소들 때문에 발생한 병리 현상이라는 것이다. 폭력은 문화적으로 학습된 행동이거나 특별한 환경에서 발생하는 전염병이다.
이 가설은 오늘날 비종교적 신념의 핵심 교리가 되어 각종 공식 선언문에 거듭 등장하는 탓에, 이제는 마치 주기도문이나 충성서약문처럼 들릴 정도가 되었다. - P538

이 신념을 기초로 해 폭력에 접근하는 또 다른 방법은 구체적인 환경요인이 폭력을 일으킨다는 확신을 주장하는 것이다. 그들은 우리가 폭력의 원인을 알고 또한 그것을 제거하는 법을 안다고 거듭 주장한다. 우리가 폭력을 뿌리뽑지 못하는 것은 책임 있는 노력이 부족해서이다. - P539

 대중 매체 폭력도 유력한 용의자이다. 두 명의 보건전문가는 최근 다음과 같은 글을 발표했다.

아이들이 폭력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것을 문제 해결이나 감정 해소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아이들은 그것을 가족과 사회의 역할 모델들에게서 배우고 텔레비전, 영화, 비디오 게임에 등장하는주인공들에게서 배운다.¹⁴

세 번째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는 것은, 최근 리처드 로즈(RichardRhodes)의 책 『왜 그들은 죽이는가(Why They Kill)』에도 소개된 바 있는아동 학대이다. 범죄정의정책재단의 이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 P540

14. H. Spivak D. Prothrow-Stith, "The next tragedy of Jonesboro," Boston Globe, 1998. 4. 5. - P834

문화를 신념과 욕구를 가진 하나의 실체로 보면 실제 인간들의 신념과욕구는 무시되고 만다. 1995년 티머시 맥베이가 오클라호마 시의 연방청사 건물을 폭파시키고 168명을 죽인 후, 저널리스트 앨피 콘은 "개인적 책임 운운하며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미국인들을 조롱하면서, 폭파사건을 미국적 개인주의 탓으로 돌렸다. "이 나라는 경쟁이라는 문화적현상에 중독되어 있다. 우리는 교실에서나 경기장에서나 다른 사람은 우리 자신의 성공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라고 배운다."¹⁷ - P541

17. A. Flint, "Some see bombing‘s roots in a US culture of conflict," Boston Globe, 1995. 6.1인용. - P834

최근의 한 유명한 이론에서는 미국 폭력의 원인을 어린 시절에 주입되는 미국 특유의 유해한 남성성 개념에서 찾는다. 사회 심리학자 앨리스 이글리는 무차별 총격의 배경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이런 종류의 행동은 남성의 역할에 포함되어 온 것으로, 개척 시대의 전통을 계승한 미국 문화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¹⁹ - P541

19. M. Zuckoff, "More murders, more debate," Boston Globe, 1999. 7.31. - P834

"폭력은 학습된 행동"이라는 진술은 올바른 사고 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폭력은 감소해야 한다는 신념을 보여 주기 위해 거듭 외워 대는 주문이다. 그것은 어떤 확실한 조사에도 근거하고 있지 않다. 슬픈 사실은
"우리는 폭력을 낳는 조건을 알고 있다."라는 확언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알 수 있는 어떤 단서도 거의 발견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 P542

공격적인 부모 밑에서 종종 공격적인 아이가 나오지만, 공격성이 "폭력의 순환"을 통해 부모로부터 학습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폭력적성향이 학습뿐 아니라 유전을 통해서도 발생할 가능성을 전혀 고려하지않는다.  - P542

폭력이 미국 문화의 특별한 주제들 때문에 발생한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증거를 통해 그런 주제를 가진 문화들이 보다 폭력적인 경향이 있다는 상관성을 입증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상관성이 존재한다고 해도, 폭력이 그런 문화적 주제를 낳은 것이 아니라 그문화적 주제가 폭력을 낳았다는 점이 입증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런상관성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 P543

제3세계 대부분의 나라들과 구 소련에서 해체된 많은 공화국들이 훨씬 더 폭력적인데, 그들은 개인주의라는 미국적 전통과 아무 관계가 없다.²¹ - P543

21. Mesquida Wiener, 1996. - P834

텔레비전과 영화가발명되기 이전의 수백 년 동안 사람들은 지금보다 더 폭력적이었다. 캐나다 사람들은 미국 사람들과 똑같은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지만 그들의 살인율은 미국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영국령 세인트헬레나 섬에1995년 처음 텔레비전이 들어왔을 때 그곳 사람들은 더 폭력적으로 변하지 않았다.²⁴ - P544

24. Charlton,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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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2. "기하학적 직선은, 아무리 멀리 연장되더라도, 공통인 점이 두개 있는 다른 직선과 모든 위치에서 일치한다."
따라서 이 정의의 필연적 결과로서, 두 직선은 공간을 둘러싸지 못하고,
그렇지 않으면 서로 일치하지 않는 두 직선은 두 개의 공점을 가질 것이다.
또한 두 직선이 공통의 선분을 가질 수 없다는 것도 같은 정의의 필연적결과이다. 왜냐하면, 그들이 공통으로 한 부분이나 선분을 가지고 있다면,
공통인 두 개의 점을 가질 것이고, 따라서 그 모든 범위에서 일치해야 하기때문이다. 직선의 이 두 가지 특성은 직선에 대한 정의의 필연적 결과지만,
서로에 대한 필연적 결과는 아니다.
추가 조건으로, 공통인 두 점을 가진 직선들은 모든 위치에서 일치해야한다는 것을 더했다. 다시 말해서, 그 점들 둘레를 어떠한 각만큼 회전하려는 경우, 그들은 계속해서 서로 일치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두 공점을 지나는, 동일한 중심을 가진 원들의 두 개의 호는 그 전체 범위에걸쳐 일치할 것이고, 따라서 직선의 정의에 의해 부과된 조건을 충족시키는것처럼 보일 것이다. 그러나 만약 우리가 그중 하나가 그 점들을 축으로하여 회전한다면, 원의 중심이 같은 면에 있고, 그것들이 같은 평면에 있을때, 한 위치에서만 만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 P441

534. "평면은 어떤 두 개의 점을 취하더라도, 그것들을 연결하고 직선에 있는 임의의 점이, 아무리 멀리 나아가더라도 마찬가지로 그 면에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평면의 특성은 직선의 특성에 따라 결정된다. - P442

539. 그러나 선, 각 또는 도형의 그러한 실제적인 적용은 어떤 가설이나 가정에 기초하지 않는 한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하다. 첫째는 기하학적 점이 결정될 수 있고, 둘째, 기하학적 직선을 한 점에서 다른 점으로마음대로 그릴 수 있으며, 셋째, 기하학적 선이나 도형이 물리적 또는 실제선이나 면과 같이, 공간의 한 점으로부터 다른 점까지 이동될 수 있어서, 그들의 일치나 불일치를 확인하기 위해 서로에 대한 중첩을 인정한다는 가설과 가정이다. - P443

이른바 적절하게 말하는 실용 기하학은 우리가 방금 고려했던 도형의가설적인 구성에 기초할 것이며, 동일한 제한을 받을 것이다. 어떤 물리적선도 본질적 특성상 기하학적 선에 근접할 수 없으며, 어떠한 물리적 도형도 해당 기하학적 도형에 근접할 수 없다. 그러나 그러한 물리적 선과 도형의 속성은 해당 기하학적 선과 도형의 속성에 점점 더 가까워질 것이며, 기본적인 실제 연산의 정확도와 불변성은 더 커질 것이다. - P444

542. 어떤 경우에, 이 정의의 적용은, 두 도형의 일부가 일치하도록만들어질 수 있고, 공리적이든 아니든 다른 명제로부터 추론된 상등의 조건을 만족시킴으로써 초과 또는 결함에 대한 부분의 상등을 유추할 수 있을때, 부분적으로 직접적이고 부분적으로 간접적이다. - P445

553. 한 직선과 같은 면에서 다른 직선으로 만들어진 각들의 합이 두개의 직각과 같으며, 또한 한 개 이상의 직선과 한 공점 둘레로 다른 직선으로 만들어진 모든 각의 합이 네 개의 직각과 같다는 것은, 직각의 앞선정의의 필연적인 결과이다. - P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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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붉게 물든 교실에서 에이리 이안은, 운동부가 활동하는 교정을 바라보며 친구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친구가교무실로 불려간 지 벌써 한 시간이 넘었다. - P57

"무슨 일로 이런 시간까지 남아 있어, 이안? 급식으로나온 당근 안 먹었다고 담임선생님이 남으라고 했냐?"
돌아보지 않아도 목소리로 알 수 있다.
"내가 무슨 초등학생이냐. 애당초 고등학교에서는 급식도 없고, 고등학생이 된 나는 당근도 콧노래 부르면서 먹을 수 있거든???" - P57

이안이 쓴웃음을 띠면서 "고마워. 네 덕분에 잊고 있던 초등학생 시절의 기억을 다시 떠올렸어."라고 말하며 돌아보자, "답례받을 일은 아니야." - P58

유우진은 최근 이틀간 병원에 입원을 하여 학교를 쉬었다.
그리고 학교에 돌아오자마자 담임선생님과 학년 주임의 호출을 받았다. 뛰어내렸던 것에 대한 경위를 듣기 위해서다. 당초 학교는 유우진이 3층에서 떨어진 것을 사고라 믿고 있었다. - P58

"가자, 이안." 가방을 든 유우진은 턱으로 가리키며 갈 길을 재촉한다. "응." 이안은 고개를 끄덕이고 서둘러 이안의 뒤를따른다.
"맞다, 유우진한테 덤볐던 그 녀석 있었잖아? 걔, 학교 쉬고있어."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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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야마는 섬을 돌아다니며 여러 가지를 보여주었다. 이 섬에 관해 그는 모르는 게 없는 것 같았다.
"섬은 작아도 심오하지?"
사야마는 언제나 명랑하고 친절했다.
한편으로 수수께끼투성이 인물이기도 했다. - P287

그나저나 알 수 없는 일투성이였다.
이 관측소는 무엇을 위해 세워졌나.
사야마 쇼이치는 왜 이런 곳에서 살고 있나.
단서가 될 만한 것 중 하나가 사아먀의 방에 걸려 있는 ‘해도‘였다. - P287

사야마는 해도의 섬들을 가리키며 이야기했다.
"이 섬들은 존재와 비존재의 틈새에 있어. 하지만 현재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는 건 관측소가 있는 섬, 즉 우리가 사는 이섬뿐이야, 주위 섬들의 존재는 항상 유동적이야. 어떤 때는 존재하고 어떤 때는 존재하지 않아. 그러니까 엄밀히 말하자면
"눈에 보이지 않는 군도‘라는 명칭은 옳지 않아. 보이지 않는 게아니야. 그게 보이지 않는 관측자에겐 정말로 존재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보일 때는 분명히 존재해서 상륙하는 것도 가능하지. 그게 다가 아니라고. 이 해역에선 그 외에도 여러 이상한 일이 벌어지거든. 가령・・・・・・" - P289

"이게 뭔지 알겠어?"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아뇨.‘
"바다 위를 달리는 열차라고. 난 몇 번 본 적이 있어."
나는 나도 모르게 "앗" 하고 소리쳤다. 동틀 녘의 바다 위를달리는 열차가 뇌리에 떠올랐다. 수면에 반사되는 차창 불빛이생생하게 기억났다.
"그래, 네모 군도 그걸 봤군?" 사야마는 만족스레 말했다. "역시내 예상이 맞았어." - P290

취하면 사야마 쇼이치가 하고 싶어 하는 놀이가 있었다.
그 놀이를 ‘산다이바나시‘라고 하는 모양이다. 내가 서로 관계없는 단어를 세 개 내놓으면 사야마는 그것을 교묘하게 이용해 즉흥으로 이야기를 지어내는 것이다. 어떻게든 콧대를 꺽어보겠다고 지혜를 쥐어짜서 절대 연결될 것 같지 않은 단어를선택하는데도, 사야마가 갈팡질팡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런 놀이를 되풀이하는 사이에 밤이 깊어졌다. 이윽고 나는 전망실로 돌아가 잠자리에 들곤 했다. - P291

2주 정도가 지났을 무렵이었다.
"네모 군, 내일은 드디어 모험을 떠나볼까."
"......어디로 말입니까?"
"자동판매기가 있는 섬을 한 번 더 조사해 볼 생각이야."
잔교가 있는 앞바다의 얄팍한 섬을 말하는 것이다.  - P292

나는 전망실로 올라갔다.
간이침대에 누워서도 ‘내가 얼마나 기뻤는지‘라는 사야마의말이 귓전에 계속 되살아났다. 무슨 뜻일까. 물론 내가 표류해온 것이 사야마의 고독을 달래준 면은 있을 것이다. - P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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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 주행용으로 빌릴까요?"
"해월은 진입 제한구역이어서 아무거나 하늘로 못 띄워 드론도 허가를 미리 받아야 돼. 귀찮으니까 이번엔 그냥 지상 도로로가자. 혹시 저녁 약속 있어?" - P45

해월까지는 정비되지 않은 도로가 워낙 많아 직접 운전해야하는 구간이 있었다. 가는 길은 아영이, 오는 길은 윤재가 운전을 맡기로 했다. 아영은 운전자 인식 장치에 손을 가져다 댔다. 아영을 운전자로 인식하는 프로그램이 켜졌다. - P45

차가 도로를 달리는 동안 아영은 에티오피아 출장 준비와 얼마 남지 않은 정규 보고서 마감에 대해 윤재와 수다를 떨었다.
하지만 해월에 가까워질 무렵에는 당면한 문제, 모스바나에 대한 생각으로 다시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전화로 들은 건데, 담당자가 이상한 말을 했어."
"뭔데요?"
"해월에 귀신이 나온대."
"그게 무슨 뜬금없는 말이에요?" - P46

윤재는 일부러 호들갑을 떨고는, 음악을 끄고 라디오를 켰다.
철 지난 음악이 흘러나오는 채널들을 지나 라디오는 뉴스 채널에 고정되었다. 아영은 뉴스를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방금 윤재가 한 말을 계속 생각했다. 도깨비불이라니, 뜬금없이. 혹시 모스바나에서 환각 물질이라도 뿜어져 나오는 건가. - P47

 수십 년 전 멸망한 도시인데 어디서 이렇게 시체 썩는 냄새가 나는 것인지 궁금했다. 알고 보니 야생동물들이 들어왔다가 고철 사이에 발이 빠져 나가지 못하고 죽는다고 했다. - P48

해월이 가까워질수록 심상치 않은 광경이 보였다. 들판과 언덕을 가릴 것 없이 보이는 곳 모두 덩굴들이 덮고 있었다. 잠시뒤 출입 금지를 의미하는 경고 벨트가 넓게 쳐진 지역에 도착했다. 해월의 복원 사업이 진행중인 곳이었다. - P48

경고 벨트 안쪽으로 맹렬히 자라난 덩굴들이 고철 쓰레기의산을 뒤덮어버렸다. 틈이 거의 보이지 않아 그 아래 있는 것들이 잘 드러나지 않았다. - P49

"이거 되게 징그럽네. 좀 기분 나쁘다."
윤재가 미간을 찌푸렸다. 아영도 고개를 끄덕였다. 인간 외의생물을 인격화하거나 감정이입할 필요는 없다는 걸 알았지만,
자연을 관찰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불쾌해질 때가 있었다. 도대체 이런 생물이 어쩌다 생겨나게 된 걸까. - P50

"어떻게 막고는 있는데, 역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같아서요. 안 그래도 해월시 인근은 긴 가뭄으로 농가들의 피해가 아주 큰 상황이거든요. 물을 끌어오느라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 잡초 때문에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민원은 계속들어오는데 위에서 잡초 문제는 알아서 해결하라고 방치하고,
그렇다고 우리가 손놓을 수는 없어서요. 하필 사람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해월 중심지에서 퍼지는 것도 의심스럽고요. 최악의경우 생물 테러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 P51

윤재가 말했다.
"만약 누가 마음먹고 벌이는 일이면, 범인을 특정하는 데에 저희가 도움을 드리기는 어렵습니다. 이런저런 정황을 파악할 수는 있겠지만 저희가 수사기관은 아니니까요. 생태학적인 추적도장기간 지켜봐야 의미가 있는 거고요. 어쨌든 인위적인 사건인지, 자연적인 상황에 의해 일어난 일인지 같이 조사해볼 테니 자료를 공유해주세요. 방제 대책도 좀더 효과적인 방법이 있는지내부 의견을 구해볼게요." - P52

직원은 윤재의 이야기를 듣고 약간 맥이 빠진 것 같았다.
"김 연구원님이 쓸데없는 이야기를 했네요. 아마 그건 해월의불법 회수 처리업자들에게서 들려오는 소문일 텐데, 조사할 가치는 없는 것 같아 일단 기록만 해두었습니다."
하지만 아영은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소문이라면, 정확히 어떤......?" - P53

윤재는 깊이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대답했다.
"그렇지. 발광현상도 드문데, 게다가 파란색이면 더 그렇고. 내생각에는, 제보자들 말이 맞다 쳐도 모스바나 때문은 아닌 것 같아, 반딧불이라든가, 발광 미생물이라든가 그쪽이 좀더 가능성이 있지 않으려나. 모스바나가 증식했다고 해서 그게 원인이라고 할 수는 없잖아." - P54

스트레인저 테일즈에서 이상한 이야기를 잔뜩 읽은 탓이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왜 그런 꿈을 꿨는지 알 것 같았다.
무성한 덩굴식물과 푸른빛, 아영은 분명 그런 것을 보았다.
어린 시절, 이희수의 정원에서였다. - P55

사회의 집단 기억 속에서 더스트 시대의 고통이 흐릿해질수록, 현재부터 그 시대로 거슬러 오르는 학문 역시 힘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이제사람들에게 과학이란 더스트라는 재난 속에서 인류를 구한 위대한 기적이었고, 재건 이후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해줄 도구였다. 그 외의 연구란 보통 사람들에게는 별 가치가 없었다. - P56

"아, 친한 할머니가 원예에 관심이 많으셨나봐요?"
"아뇨・・・・・・ 그분은 원예에 딱히 관심이 없었어요. 식물에 대해서는 아주 해박하시긴 했는데, 직업은 원래 정비사였어요."
"정비사? 그런데 식물을 잘 알아요?"
점점 연구원들의 표정이 의아하다는 기색을 띠었다.
"온유라고, 작은 도시에 살았거든요. 인천 근처에 있는데 대규모 실버타운으로 조성된 곳이요. 아시죠?" - P57

"좀 이상한 분이셨어요. 마치 다른 세계에서 온 사람 같다고 할까요. 어디서 온 건지 알 수 없었고, 아무도 그분의 과거를 몰랐어요. 마지막에도 어디로 가는지 모르게 갑자기 사라지셨죠. 더스트 시대를 지나온 사람이었는데, 언제나 돔 바깥의 이야기를들려주셨어요. 돔 안쪽이 아니라, 돔 바깥에서 일어난 일들이요" - P58

아이들은 시선을 교환하더니 노인들 옆을 조용히 지나쳤고,
아영도 그 뒤를 머뭇거리며 따랐다. 귀를 기울여보니 "당신 집에가져다 걸어놔라, 무슨 권리로 이걸 버리냐" "무례한 놈들 쫓아낸 게 뭐가 나쁘다는 거냐" 하면서, 도대체 말만 들어서는 뭘 두고 다투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 P59

집으로 돌아와 엄마에게 그 일을 이야기했더니, 수연은 말했다.
"오늘 그 앞에서 대학생들 시위가 있었거든. 거기 어르신들이심기 거슬린다고 경찰 부르고 난리가 났었나봐. 이희수 씨가 지나가면서 학생들 편들어준 거지, 뭐."
시위는 무슨 시위이고, 편은 왜 들어준 건지 아영은 하나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수연은 별다른 설명 없이 웃으며 말했다. - P60

온유는 더스트 시대의 잔해가 남아, 재건 이후로는 사람이 거의 살지 않던 곳을 대규모 실버타운으로 집중 개발한 지역이었다. 아영이 최근에 여기로 이사하게 된 것도 실버타운과 관련이있었다. 수연은 노인건강센터의 전국 지부를 관리하는 일을 했는데, 온유에 신규 센터가 문을 열면서 일 년간 개관 준비와 초창기 운영을 담당하게 된 것이었다. - P60

알고 보니 이희수는 실버타운의 노인들 사이에서 악명이 높았다. 노인들과 마주치기만 하면 오만 일로 시비가 붙어서, 제발좀 여기서 쫓아내라는 민원이 쏟아지게 만드는 주역이었다. 하지만 노인들은 그를 쫓아낼 수 없었다. -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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