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야마는 섬을 돌아다니며 여러 가지를 보여주었다. 이 섬에 관해 그는 모르는 게 없는 것 같았다.
"섬은 작아도 심오하지?"
사야마는 언제나 명랑하고 친절했다.
한편으로 수수께끼투성이 인물이기도 했다. - P287

그나저나 알 수 없는 일투성이였다.
이 관측소는 무엇을 위해 세워졌나.
사야마 쇼이치는 왜 이런 곳에서 살고 있나.
단서가 될 만한 것 중 하나가 사아먀의 방에 걸려 있는 ‘해도‘였다. - P287

사야마는 해도의 섬들을 가리키며 이야기했다.
"이 섬들은 존재와 비존재의 틈새에 있어. 하지만 현재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는 건 관측소가 있는 섬, 즉 우리가 사는 이섬뿐이야, 주위 섬들의 존재는 항상 유동적이야. 어떤 때는 존재하고 어떤 때는 존재하지 않아. 그러니까 엄밀히 말하자면
"눈에 보이지 않는 군도‘라는 명칭은 옳지 않아. 보이지 않는 게아니야. 그게 보이지 않는 관측자에겐 정말로 존재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보일 때는 분명히 존재해서 상륙하는 것도 가능하지. 그게 다가 아니라고. 이 해역에선 그 외에도 여러 이상한 일이 벌어지거든. 가령・・・・・・" - P289

"이게 뭔지 알겠어?"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아뇨.‘
"바다 위를 달리는 열차라고. 난 몇 번 본 적이 있어."
나는 나도 모르게 "앗" 하고 소리쳤다. 동틀 녘의 바다 위를달리는 열차가 뇌리에 떠올랐다. 수면에 반사되는 차창 불빛이생생하게 기억났다.
"그래, 네모 군도 그걸 봤군?" 사야마는 만족스레 말했다. "역시내 예상이 맞았어." - P290

취하면 사야마 쇼이치가 하고 싶어 하는 놀이가 있었다.
그 놀이를 ‘산다이바나시‘라고 하는 모양이다. 내가 서로 관계없는 단어를 세 개 내놓으면 사야마는 그것을 교묘하게 이용해 즉흥으로 이야기를 지어내는 것이다. 어떻게든 콧대를 꺽어보겠다고 지혜를 쥐어짜서 절대 연결될 것 같지 않은 단어를선택하는데도, 사야마가 갈팡질팡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런 놀이를 되풀이하는 사이에 밤이 깊어졌다. 이윽고 나는 전망실로 돌아가 잠자리에 들곤 했다. - P291

2주 정도가 지났을 무렵이었다.
"네모 군, 내일은 드디어 모험을 떠나볼까."
"......어디로 말입니까?"
"자동판매기가 있는 섬을 한 번 더 조사해 볼 생각이야."
잔교가 있는 앞바다의 얄팍한 섬을 말하는 것이다.  - P292

나는 전망실로 올라갔다.
간이침대에 누워서도 ‘내가 얼마나 기뻤는지‘라는 사야마의말이 귓전에 계속 되살아났다. 무슨 뜻일까. 물론 내가 표류해온 것이 사야마의 고독을 달래준 면은 있을 것이다. - P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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